최근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 각국에서 강한 남자가 지도자로 선택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 외에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1인 독재를 굳혀 가는 시진핑 중국 주석, 일본의 아베 수상, 마약과의 전쟁으로 수천 명을 학살한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 등이 그러한 예이다. 최근 국회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지도자 유형이다. 그렇다면 왜 2016년 강대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국민들은 마초형 지도자를 지지하는 것일까?
마초형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1인 독재나 다름없는 강력한 권한 행사, 그리고 철저한 자국 중심주의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임기 동안 미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 건설`을 표방하며, 15년 넘게 러시아의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당의 핵심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음으로써 1인 지도체제를 완성했다. 일본의 아베 수상 역시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목표로 평화 헌법을 수정하여 외국에 군대를 파견하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한 나라의 발전을 방해하는 부정과 부패를 없애 잘사는 필리핀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쟁, 인종차별, 국민들에 대한 테러에 가까운 무자비한 법집행 등을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으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경제 문제만 해결된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초형 지도자의 득세가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3%대이다. 중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은 오랫동안 3% 이하의 경제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일본은 20년째 마이너스에 가까운 경제성장률로 고통 받고 있다. 이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시민의 권리나 민주주의는 잠시 유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1930년의 대공황 이후 유럽을 강타했던 파시즘의 발흥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히틀러를 지지했던 독일 국민들은 주로 몰락한 중산층과 소상공인들이었던 반면에, 자본가들을 포함한 상층 엘리트들이나 노동자들은 그를 크게 지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유로부터 도피`에서 에리히 프롬은 히틀러 지지자들은 모두 의존성향이 강한 사람들로서 강력한 지도자에게 의지함으로써 경제적인 몰락과 사회적인 지위의 불안정이 주는 불안감을 상쇄하려고 하였다고 분석하였다.
최근 몇 년간 우리 국민의 정치지도자 선택도 마초형 지도자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그녀가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처럼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경제나 복지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지지자들은 군복에 검은 선글래스를 쓴 박정희 대통령의 강한 남자 이미지를 그의 딸인 박근혜 후보에게 투사하며,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했다. 대통령 후보 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박근혜 대통령의 자질 부족 시비는 이런 기대를 소멸시키기에는 불충분했다.
에리히 프롬은 히틀러와 같은 지도자는 권위주의적-가학적 성격이며, 그의 지지자들은 의존적-피학적 성격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은 서로 의존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만약 지도자가 의지할 수 없는 약한 사람이라고 판명되면, 지지자들의 지지는 무자비한 비난과 분노로 바뀌며, 지도자들도 자신의 국민들을 선동에 쉽게 놀아나는 무지몽매한 군중으로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들이 국민들을 유언비어에 선동되는 군중으로 보는 시각이나,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과 국민들의 즉각 사퇴요구는 프롬의 분석의 한 예로 보일 지경이다. 동시에 이는 다른 마초형 지도자들의 미래를 예시하는 것으로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