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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낮은 출산율이 여자 탓만은 아닌데…

등록일 2017-02-28 02:01 게재일 2017-02-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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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어제 다소 황당한 뉴스를 보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원종욱 연구위원이 2월 24일 인구포럼에서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이 고학력 여성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원종욱 위원은 혼인율을 높이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므로 여성들이 스펙을 쌓는데 시간을 쓰지 말고 빨리 결혼시장으로 나올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해결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런 내용에 많은 네티즌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 분은 인구영향평가센터 센터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학력 여성이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원 위원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대 이철의 교수도 `한국의 합계출산율 변화 요인 분해`(2012)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출산율 하락은 기혼 여성의 출산율 저하보다 고학력 여성의 결혼 기피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두 논문은 공통되게 여성들의 학업 기간이 길어 늦게 결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결과를 보면 30대의 36.6%가 미혼상태이며 4년제 대학을 졸업한 30대 이상 여성의 미혼율이 18.9%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30대 대졸 여성이 같은 나이의 대졸 남성보다 미혼일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임신해서 아이를 출산할 사람은 여성이므로 여성의 미혼율은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고학력 여성이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라는 진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 위원의 주장처럼 불필요한 휴학, 연수, 자격증 취득 등에 시간을 낭비한 여성에게는 채용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고 여성들이 자기보다 학력이나 소득이 낮은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결혼과 가정생활 등은 단순히 경제적인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문화적인 원인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30세 이상의 여성이 결혼시장에 나가 원하는 결혼을 할 가능성이 낮다. 통계를 보면 30대 전체의 미혼율은 36.6%인데 35~39세의 미혼율은 26.2%이다. 이것은 나이를 더 먹었다고 결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자는 딴 거 없어요, 예쁘고 어리면 되요`라는 결혼정보회사 매니저의 말은 이런 통념의 대중적 표현이다. 원 위원의 해결책은 이런 사회적 통념에 따라 여자는 학력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어릴 때 빨리 결혼 시장에 나가서 결혼하라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희생으로 결혼이 유지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소위 혼기를 놓친 경제적 부양능력이 있는 여성이 결혼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통계청의 `2016년 일, 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맞벌이 가구의 가사노동시간을 보면 남자는 40분인데 반해 여성은 3시간 14분으로 5배가량 많다. 이런 결과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돈도 벌어오고 가사일도 하라고 강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환경에서 하향결혼이라는 해결책은 여성들에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살신성인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필자는 부인이 외교관인 대학원 박사 후보생을 한 명 알고 있다. 이 친구의 부인은 일 때문에 집에 못 들어오는 일이 빈번하고 해외 출장도 잦다. 그래서 이 친구가 집안 살림도 하고 아이 육아도 담당하고 있다. 이 둘은 대학교 때 만난 캠퍼스 커플이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나 여러 가지가 잘 맞는 경우이다. 이런 부부가 많이 늘어나면 좋겠지만 이것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낮은 혼인율은 높은 실업률과 주거비 등으로 인해서 젊은 세대들이 쉽게 결혼을 선택할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조건도 한 원인이다. 동시에 사회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고 있는 혼인과 결혼 문화도 큰 원인이다. 남성 위주의 혼인과 결혼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낮아지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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