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수영선수 박태환이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는 기사를 읽었다. 올 여름 리우 올림픽경기에서 참가한 모든 종목에서 부진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도대체 몇 달 사이에 선수의 경기력이 이렇게 손 뒤집듯이 금방 바뀔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최근 박태환 선수 관련 여러 가지 보도를 보면서 역시 사람은 마음이 편해야 일도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박태환은 매우 어렵게 리우 올림픽 경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2014년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 판정이 나와, 그는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국제수영대회 참여 금지의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2016년 3월에 FINA의 징계가 만료되면서 그가 리우 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도핑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은 올림픽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큰 논란이 되었다. 법정에서 박태환 선수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그는 리우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박태환 선수는 대한체육회와의 불화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준비 부족 등으로 리우올림픽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100m, 200m, 400m에서 모두 예선 탈락을 하였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박태환이 무리한 출전으로 다른 선수들의 기회를 뺐었다는 비판보다는 최선을 다했다는 응원과 위로였다.
당시 박태환의 팬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도 대한체육회에 대한 박태환의 처분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월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박태환 측에게 올림픽 참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은 10월 24일 JTBC의 보도로 알려진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에 대한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알려졌다.
박태환 측도 언론보도를 통해 그런 사실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는 박태환의 얼굴은 먹구름이 걷힌 하늘처럼 개운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진로에 불이익이 생길까 봐 정부 고위 관료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도 못하고 속앓이 했던 것에 대해서 보상받은 표정이었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이 편해지자 그의 경기력도 놀랍게 향상되었다. 그는 이번 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1천500m에서 아시아 최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
사람들은 성공의 비법으로 집중력을 말한다. 무슨 일이든 집중해야 자기의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뉴스1에서 보도한 귀국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안 좋은 일이 있은 뒤 리우에선 부담감이 컸다. 성적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아 레이스에 집중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웠다”고 말했다. 심리적 원인들이 그의 집중력에 영향을 줬고,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믿고 있는 상식 중 하나가 소위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나 경제 등과 같은 다른 분야와 달리 스포츠의 세계는 공정하다는 믿음이다. 이것은 스포츠, 특히 육상이나 수영과 같은 기록경기는 심판의 주관적 판단이 영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에서 배웠다. 하지만 선수가 출전하기 이전에 실력과 상관없는 사익 추구와 행정적 간섭이 이뤄진다면 이것은 막을 수 없다.
필자는 박태환 선수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마지막 10m를 남기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1등으로 들어올 때 필자는 다른 국민들처럼 “힘내! 힘내!”라며 큰 소리로 응원했다. 그의 경기를 여러 차례 돌려보며 순수한 기쁨을 느꼈다. 이런 기쁨을 필자는 누구로부터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