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누구와 얘기를 하다 이 말이 나왔는지 분명히 기억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탓에 어디에 기록이라도 해놓지 않으면 누구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기억 못 하는 때가 많다. 그런데 그가 어느 신문에선가 봤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답이 많이 나왔더라는 것이다. 나는 건물주라는 게 언제부터 직업으로 취급되거나 인식되었는지 모르는데, 아이들은 지금, 벌써, 그것을 장래 희망으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아이들은 역시 무섭다. 아이들은 확실히 어른의 거울이다.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보면 어른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아이들은 눈치가 빤하다. 어른들이 말하지 않아도 지금 이 어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느껴서 안다. 그것은 지각 있는 생각으로 아는 게 아니요, 논리가 아니라 느낌으로, 감성으로 아는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서울 수도 있다.오죽하면 아이들이 건물주가 장래 되고 싶은 직업이라고 말할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실상을 아이들이 이미 눈치껏 `때려잡았음`을 의미한다. 열심히 일해서, 노력으로 돈을 버는 게 능사가 아닐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이미 알아차렸음이다. 공부 잘 하면 잘해야 고시해서 고급 공무원 되고 결혼이라도 잘 해서 어떻게 성공한다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어느 하세월에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이냐. 또 그러려면 밤잠 못자고 아래위 눈치 다 보고 온갖 자기 기준에 안 맞는 일까지 서슴없이 감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긴 시간이 소년적, 청년적 이상을 갉아먹어 사람을 버리게 만들기 일쑤다.그런 어려운 길 대신 가만 보니 건물이나 땅 같은 것 제대로 된 것 하나라도 갖고 있으면 제때 돈 들어오니 아무 근심 걱정 있으려야 있을 게 없다. 평소에 쓱 하고 하면 돌아보고 은행 입출금 상태나 보고 때 되면 놀러가고 좋은 것 찾아 먹고 그래도 남는 시간에는 좋은 생각을 하면 된다.아이들이 이미 이런 삶이 좋다는 걸 알아버렸다는 말씀이다. 이 아이들이, 그러면 모르는 게 뭘까.눈 딱 감고 한 번 얘기해 보면, 대저, 하늘이며, 바다며, 공기며, 물이며, 땅 같은 것은 자연 그대로 주어진 것이니 처음에는 누구의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씀이다. 우리가 숨을 쉴 때 숨 쉬는 삯을 매번 내야 한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가 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볼 때, 그때마다 관람료를 내야 하면 어떻게 살 수 있나. 그런데 하필 땅만은 내 것이고, 네 것이고, 우리들 것이고, 저희들이 것이니 하니 이게 웬 일일까. 하늘이며, 바다며, 공기며, 하는 것은 아무리 써도, 누가 써도 닳아 없어지지 않지만 땅은 뻔한 면적이 있고, 그 유용성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서 필히 누구에겐가 귀속되고 그것을 위한 싸움이 그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단 말일까. 바다도 좋은 어류가 서식하고 그 밑에 중요 자원이 깔리면 네것, 내것 다투듯이 땅은 원래부터 그런 속성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는 법일까.많은 아이들은 지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땅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자기 소유고, 자기 소유인 한 빌려주면 당연히 돈을 받아야 하고, 그걸 막거나 그게 아니라고 하면 법도 모르고 권리도 모르는 불한당들이다.맞다! 맞다? 이 아이들에게, 톨스토이처럼, 사람에게는 과연 땅이 얼마나 필요한지 가르쳐 주어야 할까? 땅에 대한 지나친 소유가 사람살이의 근본을 얼마나 뒤틀리게 하는지도 가르쳐 주어야 할까? 내가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소유를 향해가야 하는지도 가르쳐 주어야 할까?예스든, 노우든,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그런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것 같다.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201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