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사람이 함께 산에 가기로 했다.
네 사람은 전에도 더러 같이 산에 가던 사람들, 다른 한 사람은 이번에 처음 산에 가게 되었다. 네 사람 중에는 내가 끼어 있고, 다들 시인 백석의 시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른바 백석파라고 별명을 붙였다.
한 사람은 늘 혼자서 산에 가시는 모양인데, 주로 포항에서요 서울 북한산 산행은 처음인 것 같았다. 포항 쪽에는 흙산뿐인지 바위산이 싫다고 처음부터 불평이다.
탈은 네 사람 속에서 나와, 그중 한 사람 컨디션이 그날 따라 좋지 않고, 그러다 보니 자주 쉬고 대신에 이야기가 많게 됐다. 백석 시인의 일본 이즈반도 시모다 시 가키사키 기행시 해석 얘기도 했지만, 화제가 궁했던가, 점포세 얘기가 나왔다.
돈이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빌딩을 하나 구입하자 했다 한다. 그러면 그 빌딩 가게마다 세를 주면 보증금으로 팔천만 원을 받고 한 달 월세를 500만원인가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말했단다. 그 편의점 같은 가게에서 월세 오백만원 주면 점포 주인은 무얼 먹고 사나, 우리 그런 짓은 벌이지 말자.
그러면서, 요즘 개헌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헌법에 점포세 많이 못 받게 하는 법안도 만들 수 있게 하는 조항이라도 넣어야 한다고 했다.
글쎄다. 우리 헌법은 좋다고 소문이라도 났다는데, 그게 어디 헌법에 없어서 그런 것일까.
몇 년 전에 서교동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나와 몇 걸음 걸어가면 만방 당구장이라고 있었는데, 그집 주인 말씀, 이 골목에 자기 집 가지고 장사하는 사람 몇이나 될 것 같으냐.
단 두 집뿐이라고 했다. 집 안 판 토박이가 단 두 집뿐이었다는 게다. 이 외지 주인들이 점포세를 물리는데, 평당 얼마 정해서 에누리 일절 없고, 또 해마다 장사가 잘 되든 못 되든 몇 프로씩 틀림없이 올려받는다 했다.
내가 말한다. 그런데 그 건물주들도 은행에 빚 안진 집들이 거의 없으니, 세든 자영업자들의 피땀 어린 돈은 그 상당수가 은행으로 가느니라고. 그러니 주인들도 할 말이 많다. 은행빚 쌓이지 않으려면 집세 꼬박꼬박 비싸게 물리지 않을 수 없노라고.
산에서의 이야기가 그 다음 회의의 여담으로까지 번지자, 이번에는 멤버가 바뀌어,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의 김왕배 교수가 한 말씀 하셨다.
연희동 쪽에 자그마한 만두집 하는 주인한테 월세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보신 적 있으시다고 한다. 만두집 사장이 월에 400만원을 낸다고 대답했다고, 그 작은 점포에서 400만원을 내면 도대체 뭘 먹고 살겠냐고 하셨다.
점포세 제한 헌법 개정론을 주장하신 분이 한 번 더 개탄하며 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니 대통령 중임제니 할 게 아니라고, 자영업자들 살릴 수 있는 방안 같은 것, 사람들 살리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단다.
나는 이 설왕설래 속에서 만두가게 주인이 만두를 400만 원어치를 빚어 쪄서 그것을 몽땅 세든 점포 주인에게 바치는 장면을 상상해야 했다.
사람을 하나둘 쓰는지 안 쓰는지 모르지만 자기도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사람이 새벽부터 재료를 범벅을 해서 빚고 또 빚고 찌고 또 찌고 하기를, 400만원 어치를 만들어야 그때부터 자기의 수입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자기 수입이 생겨날 때까지 집 주인한테 바칠 400만원 어치 밀가루 반죽, 만두 속 반죽을 다 빚어내고 그것을 또 다 팔고, 거기에 사람이라도 고용했다면 그 사람 월급 몫까지 다 팔아야 그때부터 드디어 자기 몫이 생겨난다.
나는 집채만한, 400만원 어치 만두 산을 떠올리며 그 산이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는, 그 입을 거쳐 또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우리 삶의 메커니즘이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이 악연쇄의 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어려운 것 같다. 이 고리를 끊기 전에 이 산더미 같은 만두에 만두가게 주인이 깔려죽든, 그것을 모조리 삼켜버린 누군가의 배가 탈이 나든, 무슨 일이 날 것 같다.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좀더 지혜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