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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토론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대학·정치학박사“막강한 권력자나 절대적인 복종에 익숙한 사람들은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에 빠지기 쉽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태극기 부대의 시위 모습을 보며 존 스튜어트 밀이 강조한 토론의 중요성을 생각해 본다. 합리적인 토론과정을 통해 사람을 키우는 문화와 교육이 부재했기에, 옳고 그름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에 기반하지 않은 맹목적인 행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토론을 하면 사람이 보인다. 토론은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며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는 대립적 성격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상반된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자신의 주장이 왜 타당한지 근거를 대며 설명할 수 없다면 이는 토론이라고 할 수 없다. “자기 생각으로는 어떤 생각이 매우 진실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은 그것이 토론을 통해 검증되지 않았다면 편견일 수 있다”고 밀은 지적했다. 이처럼 토론은 이성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논쟁이자 질문과 답변의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의사소통인지라 토론을 하다보면 서로의 그릇이 보인다.토론 능력은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윗사람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고 강자의 입장에 순응하는 문화에서 토론을 제대로 하는 건 쉽지 않다. 무엇보다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좌우를 구분하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토론이 가능하다. 자유롭고 열린 토론의 경험이 부실한 까닭에 한국사회는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가기 보다는 목소리를 높이거나 대세를 따라 처신한다. 각자의 말의 무게가 동등하게 여겨지고 자신이 믿는 바의 근거를 학습하는 교육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무늬만 토론`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세 번의 토론회에만 참석했다. 그마저도 최순실이 지휘한 것에 따라 토론의 답변 내용을 준비했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는 당시 문재인 후보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그래서 대통령이 될라고 하는 것 아니에요. 제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할 겁니다”라는 동문서답식 모습을 되풀이 했다. 결국 불충분하고 부실한 토론 과정은 후보를 충실히 검증하지 못했고, 선거는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만으로 결정됐다. 당선 이후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원고를 낭송하는 연설만 했을 뿐 국민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탄핵을 당하고 기자들을 대면한 자리에서도 일체 질문을 받지 않았다. 형식만 남은 허술한 토론으로는 인물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음을 뼈아프게 보여주었다.조기 대선이 확정된 이 시점에, 토론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 토론은 단순한 말하기 기술이 아니라 설득을 통해 상대방과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수평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소양과 능력을 요구한다. 대통령 직함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고자 출사표를 던진 후보라면, 서로의 의견이 부딪치는 토론의 장에서 자신의 자질과 역량을 보여줄 책무가 있다. 토론은 다른 후보와 구별되는 자신의 시각과 의견이 있어야 하고, 사안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문제의식을 보여줄 수밖에 없어 사실상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질 후보라면 일방적 웅변이나 연설이 아닌 토론과정을 통해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다시 강조하건대, 후보들간에 토론이 자주 있어야 한다. 토론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후보자들의 진면목이 유권자들에게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 지난 대선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수차례 토론 자리를 마련하여 유권자들이 후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미지와 수사에 현혹되지 않고 누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만한 올바른 리더십을 가진 인물인지 토론을 통해 면밀히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고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토론만 보더라도 그(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보이기 때문이다.

2017-03-22

대학 교양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4차 산업혁명은 설렘과 불안을 동반하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빠지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학은 지식·인재 양성기관으로서의 혁신과 경쟁력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학 교육과정 및 학사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사제도 유연화, 학생의 학습권 등 보장 확대, 시공간 제약 없는 이동 원격 수업 제공, 국내대학의 국외 진출 발판 마련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학사제도 유연화에 대한 논의는 모듈형 학기 운영 및 유연 학기제 도입, 학사운영기준 명료화 및 집중이수제 도입, 통합과정 동시 학위취득 허용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학생의 학습권 등 보장 확대에 대한 논의는 융합(공유)전공제 도입, 졸업유예제 도입, 학습경험인정제 적용 확대, 국외 대학 간 복수학위 허용 등을, 시공간 제약 없는 이동 원격 수업제공에 대한 논의는 교육과정의 순회 운영, 원격수업 인정 기준 마련, 대학원 수업 원격 허용 등을, 국내대학의 국외 진출 발판 마련에 대한 논의는 교육프로그램수출 제도화, 복수대학 공동 해외진출 허용, 외국대학과 교류 시 원격수업 학점취득 허용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학사제도가 다양해질수록 대학 교양교육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다. 교양교육을 잘 하기 위해서 대학들은 교양교육 전담기관과 교양교육 전문가 교수들이 교양교육 영역의 사업을 기획, 운영할 수 있도록 학내의 제반 구조를 마련해 주는 일이 필요하다. 교양교육사업은 튼실한 교양교육기관과 교양교육 전문가 교수들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무엇보다 대학의 교양교육 전담기관 및 전담 교수들도 교양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기르는 일이 필요하다. 기관장의 경우, 교양교육의 동향을 파악하며 교양교육 전담교수들이 교육 및 연구에 열중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져야 하고, 전담교수들 역시 교양교육의 동향을 파악하며 교육 및 연구력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또한 대학들은 교양교육을 좀 더 슬림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대학들이 전공 이외의 모든 교육을 교양교육에 떠넘기고 있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교양교육이 넓은 지평을 추구하는 교육이라고 하더라도 잡다한 모든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학들이 국내외 대학들의 우수 사례를 탐구하고 벤치마킹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교양교육의 내용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교양교육은 직업교육과는 지향점이 다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가로지르는 동안 통섭형 창의인재가 만들어진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교양교육과정, 교양교과목, 교수학습법 등 교육의 내용연구와 수업의 소통방식을 강화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이 중요하다.대학의 교양교육 강화사업은 획일화된 특성화를 요구하기보다 특성화와 정상화 두 트랙으로 나누어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대학 교양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대학 간 편차가 매우 큰 점이다. 교양교육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들은 특성화의 방향으로, 교양교육의 기반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대학들은 정상화의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제반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대학들을 대상으로 특성화를 요구하면, 교양교육은 기형과 또 다른 기형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2017-03-08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고학력화로 여성들의 사회참여의식이 예전보다 높아져 많은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일자리의 부족, 일과 가정의 양립 어려움에 따른 경력단절, 경력단절 이후 노동시장 재진입시 열악한 근로조건 등의 이유로 여성 다수는 적극적인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이로 인해 여성의 경제활동지원과 관련한 종합대책이 여성의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 확대나 여성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공에 맞춰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근로자를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 기업체는 제도 자체를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으며, 알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도입할 의향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보인다.그렇다면 좋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먼저 구인업체가 요구하는 적절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교육내용(업무와 관련된 교육, 전문성)을 개발하고 숙련 인력을 양성한다면 여성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위한 교육훈련은 철저한 기업체의 수요조사에 기반을 둔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단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와는 차별성이 있어야 하며, 전문성이나 숙련도가 필요한 직종을 중심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체 수요에 따라 필요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인력을 양성할 때 취업연계의 가능성이 높고 여성경제활동참가율 향상에도 실질적인 기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또한, 시간선택제 여성일자리로 적합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직종들은 대체로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거나 전문교육을 요하는 분야로서 취업가능성 뿐만 아니라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될 수 있는 직종들이다. 아울러 구직측면에서는 여성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되, 이들이 관련한 경험이 있거나 직업훈련을 통해 숙련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이런 점에서 교육훈련 이전에 충분한 상담과 적성검사 등의 과정을 통해 구직여성에게 맞는 교육과정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실제로 기업체에서도 실무경험(관련업무 경력, 숙련도)을 가장 중요한 채용 조건으로 꼽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시키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시간선택제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체 역시 실무경험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직률이 높아서 이를 고려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발굴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현재 우리 사회에서 시간선택제가 필요로 하는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확산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적합 직종 발굴 미흡, 전문성 있는 여성인력의 부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취약한 인프라가 그 원인일 것이다.현재 우리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을 정부가 주도하여 늘리려 하는 반면에 노사 양측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연장근로가 상시화 된 장시간 노동체제, 전일제 중심의 고용규범 등 시간선택제 고용의 확대 기반도 취약한 편이다.때문에 시간선택제 고용이 민간부문, 공공부문 현장에 확산될 수 있는 조직문화와 더불어 직장 제일주의 문화, 평가시스템, 근로시간 관리방식을 개선하여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문화 정착이 필수라고 판단된다.

2017-03-07

당신의 오늘은 책과 함께입니까?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박사“읽기는 여행이다. 몸으로 한 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로 나아간다.”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텍스트의 포도밭`에서 보행자나 순례자처럼 온몸으로 책을 읽고 책 세상의 풍경과 마주하라고 한다. 급하게 기념사진을 찍고 지나치는 관광객처럼 텍스트를 접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클릭과 터치로 가볍게 화면을 넘겨버리는 디지털 세계에서 독서문화는 변질되었고 위축되고 있다. 디지털 기기로 글을 읽다보면 스크롤을 내려가며 대충 건너뛰며 흘낏 내용을 살펴보는 방식에 익숙해지게 된다. 미국의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4천만명으로 전세계 1위라고 한다. 88%의 인구가 손 안에 인터넷인 스마트폰에 길들여지고 있다. LTE급 신속함과 실시간 검색 기능에 노출되면서 종이 책을 펼쳐보거나 잠시 멈춰 사색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민독서실태 조사를 보더라도 성인 3명 중 1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서율이 저하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학업과 취업에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는 주범일 수 있다.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스마트폰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전에 독서에 투자하던 시간과 노력이 감소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지적한 것처럼 컴퓨터와 인터넷에 종속되면서 우리의 뇌구조가 바뀌고 있고 깊게 사고하는 능력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비판적인 사고와 공감하는 능력, 창의적인 생각이 책읽기를 통해 형성된다는 점이다. 또한 개인의 진정한 자유는 깊은 사유를 거친 지혜를 통해 자기답게 중심을 잡을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좀 더 나아지려면 책 읽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책 읽기는 건강한 시민성의 전제조건이다. 독서가 취미가 아니라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는 삶은 날마다 성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바탕이다. 함께 모여 좋은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독서토론으로 이어지는 자리는 충만한 내적 경험을 제공한다. 텍스트를 보다 깊게 넓게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대로 읽고 올바로 행하는 배움과 나눔의 실천을 통해 성찰과 소통이 살아 있는 행복한 공동체가 탄생되는 것이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 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 뭐라곤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트럭을 두 대 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1968년 신동엽 시인이 발표한 `산문시1`의 내용처럼 노동의 현장에서나 일상 속에서 인문의 향기가 넘치는 세상은 책읽기의 습관에서 비롯된 사회 혁명이다. 시인의 바람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지금의 현실에서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데 책읽기를 통한 프락시스는 중요한 함의가 있다.그런 점에서 시민들만이 아니라 리더에게 있어 독서는 더욱 중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타임스와 했던 인터뷰에서 “매일 취침 전 한 시간씩 책을 읽었다. 독서가 8년 동안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던 말은 책읽기에서 얻은 중용의 지혜가 책임감 있게 국정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건강한 시민의식과 리더십의 요체는 책 읽기에서 만들어진다. 포도의 맛을 음미하듯 텍스트의 구절을 곱씹으며 읽고 사색하는 독서 습관은 우리 자신 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거듭나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묻는다. 당신의 오늘은 책과 함께 하는 하루입니까?

2017-02-15

정책에 양성평등을 입히다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미래사회를 3F의 시대라고 하였다. `가상의 Fiction`, `감성의 Feeling`, 그리고 `여성의 Female`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도 여성 CEO가 남성보다 훨씬 탁월한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섬세함과 원만한 대인관계, 협상 타결력 등에 기인한다고 보았다.이처럼 20세기가 경제성과 기능성을 중요시 하는 남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삶의 질, 다양성, 감성을 중요시 하는 여성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여성의 감성과 창의성이 부상되는 미래 지식정보화시대에 국가경쟁력의 강화는 남녀 간 성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지를 통하여 여성의 지위향상과 권익증진 등을 꾀하고 그를 바탕으로 여성인력의 개발과 활용, 그리고 사회적 참여를 통해서 달성할 수 있다는 인식은 세계적 추세이다.이에 우리나라도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증대와 사회진출의 확대, 그리고 여성인권을 저해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여성인권 부문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 억압과 사회적 불평등이 아직도 잔존하고 있어 가정폭력과 성폭력은 주요한 사회문제로 존재하고 있으며, 법과 제도의 미비로 여성의 고용평등을 비롯한 사회참여 부문 등에서 여성과 남성 간 진정한 양성평등은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성은 사회활동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여성의 권리를 보호·존중하지 않고서는 민주사회가 실현될 수 없으며, 여성인력의 개발과 사회참여의 기회가 없이는 국가발전은 물론 지역사회의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경북지역의 농촌여성은 영농활동을 담당하는 주체로서 사회경제적 기여도가 크게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생산자로서의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그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한편, 여성의 역할과 활동이 지역에서 커질수록 지역복지의 증진과 경쟁력의 향상도 더욱 커지게 되므로 여성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장점이 지역발전과 직결될 수 있는 고민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성의 문제점들은 단순히 어떤 하나의 여성정책으로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여성의 사회적 배제와 주변화를 문제의 핵심으로 파악하는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모든 정책영역에서 성 인지 관점을 고려한 정책적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이 `여성발전 중심`에서 남녀의 조화와 협력을 토대로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성평등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양성평등 정책에 대한 개념이 지역민 모두에게 체계적으로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따라서 무엇보다 양성평등 정책의 전파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특수성과 여성과 남성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와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 주류화 전략을 통한 진정한 양성평등 추진기반을 마련하려면 지역실정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전략적 정책과제를 선정하고 실행한 다음 정책 모니터링제도를 구축해 나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7-02-07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하나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며칠 전 신문에서 `아키텍(architec·건축을 뜻하는 architecture의 줄임말) 대학생`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최근에 생긴 신조어인데, 대학 재학생은 물론이고 입학 전부터 건축 설계를 하듯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대학생을 이르는 말이다. 신조어가 생길 만큼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수강, 비교과 활동, 공모전, 자격증 등에 관심을 가지고 대학 생활 전반을 계획적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취업률이 워낙 낮아지다 보니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세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 취업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2016년 세계경제포럼 WEF(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총 710여 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총 510여 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야 하는 대학생들도 그런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대학 교육을 협소한 전문직·기술직을 준비하는 교육으로 보는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고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폭넓은 지식을 함양하는 인문교양교육(자유학예교육)이라고 하면 미국과 미국의 크고 작은 대학들을 먼저 떠올리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조차도 인문교양교육은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한탄하는 파리드 자카리아는 `하버드생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2015)에서 미국 대학에서 배웠던 지식과 기술들이 평생의 힘이 되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인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인도 교육이 주입식, 정답 맞추기식, 외우기식이라면 미국 교육은 학습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두 교육을 비교한다. 미국 대학 교육 중에서도 교양교육을 극찬하고 있는데, 교양교육의 힘은 생각하는 법, 글 쓰는 방법, 말하는 방법,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데 있다고 한다.4년 내내 고전을 읽고 토론하며 배우는 학습 공동체인 세인트존스 대학을 졸업한 조한별의 경우도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2016)에서 정답 맞히기보다는 자신의 생각 말하기에 익숙해지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그 과정에서 생각하기, 말하기, 글쓰기, 음악, 과학, 수학 등 모든 학문을 가로질러 통섭하는 능력을 갖춘 글로벌인재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다.앤드루 델반코는 `왜 대학에 가는가`(2016)에서 `대학은 젊은이들이 청소년기에서 성년기로 이행하는 중간지대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중간지대를 무사히 헤쳐나가 마침내 스스로 자기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성찰하는 시민에게 요구되는 지성과 마음의 자질을 학생들이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그는 대학에서 교육해야 할 내용을 상세하게 덧붙인다. 과거에 대한 이해를 통해 현재를 회의적으로 파악하는 능력, 서로 무관해 보이는 현상들을 연결하는 능력, 과학과 예술에 대한 수준 높은 식견을 갖추어 자연계를 이해하는 능력,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 윤리적 책임의식.송홍챠오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 500대 기업에서 평균적으로 요구하는 인재는 적응력, 소통력, 리더십, 실행력, 학습능력, 창의력, 팀워크 등을 갖춘 사람(인재전쟁, 2010)이어야 한다고 한다.항목들을 보면 단순하게 스펙을 관리하는 수준의 취업 준비로 도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넓고 깊은 지식 습득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 터득하기, 말하고 글쓰는 능력 기르기, 앎을 실천하기 등에 익숙해진다면 어떤 일자리도 감당해 낼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

2017-01-25

가야 할 길을 역사에 묻는다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새해의 시작은 새로운 꿈을 꾸게 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느슨했던 신발 끈을 다시 매게 되는 시간입니다. 한 개인이나 사회나 마찬가지 입니다. 2017년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지난 과오를 통해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역사를 통해 미래 사회의 목표를 세워 봅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로 유명한 카(E.H.Carr)는 “미래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만이 과거를 해석하는 열쇠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과거의 사건을 정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는데서 비롯됩니다.역사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은 불투명한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이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 함께 계획해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 전체의 정체성이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2016년 광장을 달구었던 시민들의 주장은 새로운 한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은 우리 사회의 전면적인 개혁과 광범위한 변화를 요청하고 있습니다.정치권과 재벌의 유착, 검찰과 관료의 기회주의, 무소신과 무책임으로 얼룩진 앙시앵 레짐(구 체제)을 철폐하고 사회의 진보를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 민주항쟁처럼, 2016년 11월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역사의 전면에 서서 평화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준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영국의 역사가 액턴(John Acton)은 “완전한 역사가 우리 세대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제까지의 판에 박힌 역사를 청산할 수는 있다”고 하였습니다.환골탈태(換骨奪胎)의 새로운 변화가 당장은 구현되기 어려울지라도 더 이상의 구태는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특권과 반칙, 불공정과 불평등이 없는 나라, 서로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힘과 돈의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지 않는 세상, 대화와 토론의 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새로운 사회를 꿈꿉니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는 한 두 사람의 선각자가 기획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수의 영웅이 미래를 주도하는 것도 아닙니다.공동체 의식과 균형감을 가진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신념을 용기 있게 실천하는 시민의 연대가 역사를 새롭게 쓰게 하는 추동력입니다. 이는 부당한 현실에 “왜”라고 질문하며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때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배후를 통찰할 수 있는 비판적인 사고와 자유의지를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행동이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끝난다”는 말도 있지만, 한국 현대사 질곡의 여정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변혁을 꿈꾸는 진보의 관점이 필요합니다.이제 다시 역사 앞에서 책임 있는 주체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능동성을 잃어버린 채 빈 껍데기같은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의 주인으로 발언해야 합니다. 더 나은 미래는 희망을 갖고 자발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개인들이 더불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역사란 항상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미래는 숙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파울루 프레이리(Paulo Freire)의 말처럼 우리 자신의 깨어있는 실천에서 더 나은 미래로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새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한국으로 2017년 역사가 쓰여지길 소망합니다.

2017-01-11

양성평등시대,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가?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우리사회를 `폭발적 변화의 시대`라고 한다. 산업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사회의 구조와 기술이 유례없는 속도로 변하였으며, 이에 따른 지식·정보·기술을 중심으로 한 탈공업 사회의 도래를 경험하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출산률 감소와 평균수명의 상승이라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정보화와 전문화로 인해 노동시장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특히 우리의 출산률 저하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고 노령화 역시 어느 국가에서도 보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이 1.24로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보다 훨씬 낮을뿐더러 OECD 평균 합계출산율 1.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여기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저출산·고령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생산력 감소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하가 두려운 것이다. 때문에 감소된 노동생산력을 메꾸어 줄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선진국의 사례에서 살펴보면, 여성인력의 적극적 활용이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과거보다 여성인력 활용과 관련한 사회적 여건이 나아지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나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은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의 기반을 다졌다. 한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증가하였으나 조직내 보이지 않는 유리천정과 유리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임금과 직종에서의 성별 격차와 분리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여기서 여성인력의 활용성과 양성평등문화 확산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가?첫째, 조직내 여성관리자와 각종 위원회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먼저, 여성리더와 중간관리자 양성이 중요하다. 특히 두터운 중간관리자층의 형성은 안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든다. 중간관리자 양성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미래 핵심인력으로 성장할 수는 가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즉 경험 있는 상사에게 조직관리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공식적인 멘토링 제도와 네트워크 활성화는 조직의 성과를 최대화 하는데 필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정책결정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해 현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정책이 정책 대상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책결정자의 가치관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 정책결정 직위에 더 많아질 때 조직에서 보이지 않게 내재된 여성 성장의 걸림돌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둘째, 일-가정양립을 위한 가족친화 고용정책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양한 가족친화 고용정책이나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조직내 구성원들의 이용률이 낮은 수준이다.따라서 기업과 조직구성원 모두 이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므로 가족친화적 조직문화 및 근로여건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셋째, 노동시장에 필요로 하는 여성인력을 전략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 취창업 대한 정보제공과 진로지도를 자연과학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아울러 취업을 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직업의식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적극적인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2017-01-04

무용, 철학을 만나다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인간에게 있어야 할 것 가운데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생각의 힘이 아닐까 한다. 생각이라는 차원에서 줄곧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해 왔고,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고, 파스칼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고, 로뎅은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나`라는 존재를 좌표·관계 속에 두면 생각의 성격도 정해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그런 태도를 지니면, 자신을 둘러싼 주변이 보이게 되고 생각도 하게 된다.생각…. 얼마 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오레지나무용단의 정기공연 `달구벌 동동(同動)`이 떠오른다.이 무용공연은 탄탄한 철학적 사유에 기반을 두고 기획된 공연인 만큼 관객들에게 주는 울림도 만만치 않았다. `달구벌 동동(同動)`은 달구벌(대구)의 긍정 아이콘으로서 희망과 기원의 상징이 되도록 기회를 제공하며 헬조선이 아닌 다함께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동동(同動)의 동기를 부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되었다고 한다.막이 오르고 대구가톨릭대학교 무용학과에 재직 중인 오레지나 교수가 나와서 안무의도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기획 의도가 더욱 선명하게 전해진다. 오 교수는 후기 산업사회의 과잉 생산, 과잉 가동, 과잉 커뮤니케이션이 풍요로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은 풍요가 폭력이 되어 우리 사회를 공격하고 있는 피로사회임을 역설한다.오 교수는 또한 과잉 생산과 과잉 커뮤니케이션은 공동체를 붕괴시켜 개인 중심의 무연사회가 되는, 무한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집, 인간관계, 꿈, 희망 등 삶의 기반 자체를 포기하는 칠포세대가 되는 불통의 시대를 불편해 한다.오 교수는 현대사회를 성찰하는 사회철학인 피로사회와 무연사회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동동(同動)을 제시하고 있다. 동동(同動)에서 동(同)은 `한가지, 서로 같게 하다, 같게, 함께, 다같이`라는 뜻을, 동(動)은 `움직이다, 살다, 살아나다, 변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결국 `달구벌 동동`은 `다함께 움직여 변하고 살자`라고 한다. `혼자`가 아닌 `다함께` 만드는 건강한 공동체를 꿈꾸는 기획 의도는 공연을 관람하는 내내 생각하게 만드는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었고, 그래서 이 공연은 더욱 갈채를 받았던 것 같다.공연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달구벌의 아름다운 자연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천년을 하루같이 열심히 살아온 대구 시민들과 대한민국 국민들, 오늘의 시각에서 어제와 오늘을 바라보는 철학적 성찰을 볼 수 있다. 2장에서는 무한경쟁 속에서 파편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다양한 이미지와 역동적 춤사위로 볼 수 있다. 3장에서는 솟대의 이미지를 활용해서 갓바위 정령, 비슬산 정령, 측백숲 정령들 등과 함께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현대사회가 폐기한 전통들이 부활하는 힘을 볼 수 있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4장에서는 피로사회와 무연사회를 넘어서 관객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장이 된다.공연의 끝부분이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구성은 철학의 이론이 현실에서 실천으로 바뀌는 역할을 하며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공연을 관람했는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멜로드라마를 시청했는지 착각이 생길 정도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드는 솜씨 또한 오 교수의 장점인 것 같다.무용공연은 음악, 의상, 조명을 바탕으로 몸짓과 표정이 만들어내는 선들의 움직임이 관객들을 감동으로 이끄는 장르의 예술이다. 거기다 무용공연이 철학을 만나면 생각하는 관객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 공연인가.

2017-01-03

어른들의 꿈

▲ 김남미 글쓰기 교육 전문가“꿈이 뭐야? 뭐 하고 싶어?” “그냥, 잘 모르겠어. 지금은 하고 싶은 게 없어. 그냥, 살면서 찾아보려고.”중2인 딸아이와의 대화다. 나는 딸들과 자주 이런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배운 사람이다. 아이가 꿈이 없다 해도 그것에 실망하지 않고 격려하는 것이 의무라고 배운 사람이다.“그래, 살면서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뭐.”“근데 엄마, 엄마는 꿈이 뭐야? 뭐 하고 싶어?”“….”“어른들한테는 꿈을 물어보는 게 아닌가?”새로운 특강이 들어오면 강의를 수강하는 사람들의 관심거리를 찾으러 서점에 간다. 그 덕에 특강 준비를 하면서 나는 다양한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때로는 법무연수원의 연수자가 되었다가, 구청의 자원봉사자가 되었다가, 때로는 출판사의 전문인이 되어서 시를 고르고 소설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습관의 여정에서 2010년 겨울, 어른들의 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가슴 먹먹하게 하는 시 하나를 만났다. 그리고 이 시는 내 특강에서 언제나 소개되는 화두가 되었다.답장시바타 도요(채숙향 옮김)바람이 귓가에 찾아와“이제 슬슬저세상으로떠나 볼까요?”간지러운 숨결로유혹합니다.그러면 나고개를 저으며 말해요.“조금만 더여기 있을게아직 못 다한일이 남아 있거든”바람은곤란한 표정으로후르르 돌아갑니다.나는 이 시를 화두로 어른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이 시를 처음 본 수강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문학 강연도 아닌데 시를 소개하는 강사의 엉뚱함에 당황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나는 시의 호흡을 읽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이 시의 짧은 행에서 할머니의 가쁜 호흡을 본다. 이런 시의 호흡을 전달하면서 내가 2010년 겨울에 느꼈던 먹먹함을 수강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는 말이 있다. “이 시인의 나이는 지금 백 살이 넘어요. 백 살이 넘은 이 시인이 전하는 `아직 못 다한 일`이란 무엇일까요? 나는 여러분들이 여전히 꿈을 꾸길 바랍니다. 어른들이 더 많은 꿈을 꾸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내가 강의에서 강조하는 어른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중2인 딸아이가 나에게 던진 것이다. 내가 가진 어른으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몇 년 전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선생님은 40년 후에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적어도 30년, 4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아야 한다는 수업에서의 내 주문을 그대로 교수에게 질문으로 돌린 것이다. 그 때 이렇게 답한 기억이 있다.“나는 그 때에도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상황에 있기를 꿈 꿔요. 그 꿈을 위해 나는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의 나는 여전히 그 어른으로서의 꿈의 여정에 놓여 있다. 그 짧은 호흡으로 `아직 못 다한 일`에 대해 이야기 하던 시인이 더 하고자 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시인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겨우 시인의 반밖에 살지 못했는데도 현실이 버겁고 힘들 때가 많다. 세상을 다 산 듯 내 삶의 기준으로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은 더 많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서 때 이른 포기를 하는 때도 많다.온 국민이 허탈감에 빠져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더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한다. 내가 못 다한 일은 무엇인지, 우리가 못 다한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른으로서의 꿈으로 바뀌어 내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6-12-21

지속적인 고용 창출을 위한 진단부터…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미래 환경변화에 따른 여성인력의 개발과 활용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필수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고용의 현실은 여전히 경력단절, 이중구조화, 성별직업분리, 고학력 여성인력의 저활용 등 여성인력 활용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먼저, 지속적인 여성고용 창출이 어려운 이유에 관해 살펴보아야 한다.첫째, 여성경제활동의 경력단절현상이다. 여성노동의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출산·육아를 기점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보여주는 M자형 노동공급곡선으로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M자 형태는 취업여성들이 결혼, 출산 및 육아를 하는 연령대에서 노동시장에서 퇴장했다가 어느 정도 여성적 책임부담이 감소되는 시기에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경력단절현상을 보여준다.경력단절 발생 시기인 3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만혼화에 따라 경력단절 시기가 30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이동하는 추세이다.둘째, 여성노동력의 이중구조화이다. 지식기반 경제사회로의 변화 속에서 노동수요의 질적 변화에 따라 여성노동력이 정규직 핵심인력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주변 인력의 확대라는 이중구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성별취업자의 종사상 지위구성을 볼 때, 정규직 핵심인력에서 여성 진출 증가(상용고 증가)와 비정규직 주변인력 증가(임시고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또한 여성의 고학력화로 인해 전문직, 준전문직, 사무직에서 여성상용고가 증가한 반면에, 이러한 직종에서 여성의 임시고도 증가하고 있다.여성들이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노동시장에서 주변화 되거나 결혼과 출산, 육아 부담으로 구직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셋째, 성별 직업분리현상이 지속화 되고 있다. 노동시장내 여성노동력에 대한 수요 변화 및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젠더 관점의 부족으로 인해 성별 직업분리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즉, 남성에 비해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 직종이 숙박 및 음식점업 관련 서비스업과 무급가족 비율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넷째, 고학력 여성인력활용의 부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여성고용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인 고학력 여성인력의 저활용 현상이다.선진국의 경우는 학력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져 고급 여성인력의 활용이 잘 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학력일수록 여성인력 활용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남성은 학력이 높을수록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고, 여성은 고졸 이하 저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가장 높은 특징이 있어서 고학력 남성인력 활용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고 본다.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노동시장에서 여성인력 활성화를 위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제와 같은 다양한 제도를 제시하고 있지만, 사각지대 해소가 어려워 실천하기에 쉽지 않다.이젠 여성인력 활용 정책이 여성만의 고민이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고용정책이 될 수 있는 혁신의 자세가 필요할 시점이라고 본다.

2016-12-14

광장을 밝힌 촛불의 의미는 무엇인가?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최고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된 남용, 속임수, 술책 등 인민들이 비참한 상태에 떨어져 자의적인 권력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을 경우, 인민은 그 침해에 대해 저항하고 방어할 권리가 있다.” 존 로크가 쓴 `통치론`의 구절이다. 이 책은 영국의 명예혁명을 사상적으로 뒷받침한 텍스트로, 시민정부의 기원과 통치의 기본 원리를 언급하고 있다. 로크는 합리적인 존재로서 인간이 불안전한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의에 기초하여 권력을 위임하는 정치사회를 형성한다고 하였다.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체에 신탁을 하였기에, 공공의 선을 추구하기로 한 원래의 목적을 수행하지 않았을 경우 정부에 저항할 수 있다고 하였다.광장으로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최고 권력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소임을 방기했기에 지체 없이 `즉각 퇴진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헌법이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라고 천명하고 있지 않았던가. 박근혜 정권이 만들어낸 상식적이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은 부당한 권력이 자행한 횡포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공동 선을 구현하기는커녕 권력을 사유화하고 이권에만 집착해 왔던 부패한 거대 집단에 저항하며 시민들은 촛불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2016년 거리의 정치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기득권층의 온갖 적폐에 대해 분노하는 시민들이 만든 것이다. 부와 권력이 세습되고 주류계급의 이익만 넘쳐나고 있는 `당신들의 천국`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조롱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성실하고 근면한 노동에 기초하여 일상을 꾸려온 이름 없는 시민들은 권력자와 재벌이 밀실에서 훼손한 민주주의 현실에 분노하며 광장으로 나왔다. 함께 하는 광장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만이 아니라 구습을 타파한 새로운 사회를 기대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아고라(agora)처럼 시민광장에서 자유롭게 현시국에 대해 발언하고 누군가의 얘기에 경청하고 서로를 지지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정당성이 없는 권력에 대해 촛불을 든 국민들이 광장에서 외치고 있는 소리에 정치권력은 이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맹자도 “백성을 가장 귀히 여기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이 가장 가볍다”고 하였다. 결국 정치는 민의에 기초해야 하며 임금이 아래에서 말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몰아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임금이 군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덕성과 능력을 갖지 못하고 또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이미 자격을 상실한 것이기에, 백성을 위해 임금을 버리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민본정치를 하지 않고 사리사욕에 집착할 경우 정치권력은 고립되고 궁극적으로 혁명을 불러오게 될 것임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결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는 역사의 동력은 개인적 편안함과 영달을 좇아온 엘리트들의 기획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광장에 모여 행동해 왔던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추동해 온 것이다. 저항하고 싸워온 민주주의 역사처럼 다시 혁명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보다 정의로운 공동체를 물려주기 위해서 광장에 나와 촛불을 밝혀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7세기 존 로크가 21세기 한국사회에 던져 주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인민이 재판관이다. 대리인이 그에게 맡겨진 신탁에 반해 행동하면 그를 해임할 권력을 누가 갖고 있는가? 수백만의 복지와 관련되고 예방되지 않으면 해악이 더욱 커지고 비용도 많이 들고 위험해지는 경우 어떤 다른 해결책이 있겠는가? 적절한 심판관은 전체로서의 인민이다.”

2016-12-07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이게 나라냐!”라고 시민들의 분노가 빗발치고 있다. 대통령 뒤에서 온갖 특혜와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을 행사해 온 개인과 집단을 일컫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비자는 `망징`편에서 망국의 조짐으로 “연락 책임을 특정한 신하에게 주어 외부와의 접촉을 일임해 버린다. 임금이 어둡고 무능하여 무슨 일이나 우유부단하며 남의 의사에 이끌릴 뿐 자기 주장이 없다”는 점을 든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아무런 권한과 자격이 없는 한 개인이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 국정을 농단해 왔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보며 이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재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역사 페이지에 이 시대는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정치는 가치의 권위적인 배분 과정”이다. 이는 정치학 교재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의 정치에 대한 개념이다. 사회적 자원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권력(power)`을 통해 조정하고, 법과 합리적인 권위(authority)를 바탕으로 가치를 분배하는 행위가 바로 정치이다. 정치의 본질이자 핵심 키워드인 `권력`은 다른 행위자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치는 누가 권력을 차지하고 어떻게 정책을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은 최고 권력으로써 기본적으로 국민 다수의 가치를 존중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이기에 무엇보다 공사 구별이 중요하다.`가치, 권위, 배분`의 측면에서 현재 한국사회는 각종 특혜와 이권이 특정 집단에게 독점화된 가치와, 권력소유자의 합법적인 권위의 실종, 공정하고 투명한 분배의 과정이 사라진 벌거벗은 정치의 시대다.결과적으로 정권의 부패 구조에 성난 민심을 담은 `시국 선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가에서 시작된 흐름이 고등학생들도 대자보에 민주주의를 쓰며 촛불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진로와 취업문제로 여력이 없는 학생들이 일상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추운 날씨에도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마음에는 파워 엘리트(power Elite)들의 무책임에 대한 깊은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최고 권력이 어떻게 사유화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다. “작은 이익에 사로잡히면 큰 이익을 해친다”고 했다. 사적 이해관계가 앞서면 공적 정의가 붕괴된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한다. 역사의식이 없는 개인과 집단이 만들어낸 파행을 보며 민주투쟁의 역사를 다시금 살피게 된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면 정치적 위기는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최순실` 사건은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연결되어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직사각형 종이를 꼬아서 양끝을 붙여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한쪽 면만 갖고 있다. 띠의 앞뒷면을 구별하기 어렵고 내부와 외부를 경계 짓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순실`로 시작되었지만 사실상 청와대와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 형국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다름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불신과 불통의 정치 현실은 여야나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다시금 수면 아래에서 은폐, 축소되거나 왜곡되는 것은 없을 것인가? 무엇이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 볼 일이다. “거짓을 바로 잡고 진실을 추구함으로써 역사의 표준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였던 신채호 선생의 외침이 새삼 다시 와 닿는 오늘이다.

2016-11-10

양성평등, 평가를 넘어 이행점검으로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1년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제정돼 평가 대상 및 평가 시기 등을 명문화함으로써 성별영향분석평가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경북도 역시 정책에 대한 성별영향분석평가에 관해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고, 정책 수립과 시행에서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성별영향분석평가 조례가 제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성평등 관점에서 자치법규나 정책, 계획에 관한 분석을 실시했다.먼저 자치법규는 성별 구분, 성별 고정관념, 성별 균형참여를 기준으로 평가해 양성평등의 실현을 추진했다. 성별에서 남녀를 명시적으로 구분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한쪽 성에게 불리한 영향이 발생될 것이 예측되는지 또는 직접적 언급이 아니더라도 한쪽 성에게 불리한 영향이 발생될 것으로 예측되는지 점검해 필요한 경우 개선안을 도출하도록 하고, 성별 고정관념은 자치법규에 사용된 용어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포함하고 있는지, 해당 자치법규에 성역할 고정관념이 있는지를 점검한다.성별 균형참여는 양성평등기본법에 의해 정책과정에 남녀가 균형있게 참여하는지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위원자격 요건이 성별로 균형을 이룰 수는 있는지, 위원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온 여성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 있는지를 평가하고 정책개선안을 도출하도록 한다.둘째,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에 관한 평가는 크게 정책 환경의 성별 특성과 성평등을 위한 조치사항으로 분류된다.정책 환경의 성별특성에는 성별에 따른 사회문화적, 경제적, 신체적 차이가 있는가를 분석하고, 사업 수혜자 성비가 사업 대상자와 비교해 형평한지와 성별 요구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 배분에 있어서 성별 특성을 반영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결과를 토대로 제도 및 예산, 사업내용에 관한 정책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셋째, 계획에 관한 평가는 크게 비전과 목표, 전략 및 중점 과제 두 가지로 분류된다. 비전과 목표에는 성별로 다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과 남녀의 사회문화적 또는 생물학적 차이에 따른 성별 요구차이를 살펴보고, 전략 및 중점과제에는 성별 특성 반영 및 조례 반영 계획, 사업 또는 과제 반영 계획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한편, 이를 토대로 지금까지 경북지역은 성별영향분석평가의 양적인 과제수가 현격하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개선안에 관한 수용률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2014년 경북지역 자치법규에 관한 성별영향분석평가 과제수가 1천43건에서 2015년 1천892건으로 849건이 증가해 증가율이 81.2%에 달하고, 정책의 경우 2014년 759건에서 2015년 1천23건으로 264건이 증가해 증가율이 34.8%에 이른다. 그리고 양성평등 관점에서 검토된 개선의견 수용 예정률이 자치법규는 66.3%, 정책 92.5%에 달해 실질적인 정책개선안을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분석결과에 따른 개선의견 예정수용률이 실질적인 정책개선으로 적용된 부분은 미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양성평등 추진을 위한 성별영향분석평가 정책개선 실행으로 가는 체계적인 관리 및 정착, 각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맞는 적합한 정책개선안의 도출이 필요하며, 양성평등 실천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책개선 컨설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또한, 양성평등 기준에 근거한 분석을 넘어 도출된 정책개선안이 실제로 적용되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이행점검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본다. 현실적인 이행점검과 정책개선의 실천만이 지역민 모두가 공감하고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양성평등 추진 전략이 될 것이라고 본다.

2016-11-09

엄마의 일기

▲ 김남미 서강대 교수·글쓰기연구센터“`끓는다`가 ㄹㅎ받침이 맞제?”“`겨란`이라고 써야 맞는 거 아니냐?”“`나았다`에는 `ㅎ`을 넣는 게 맞제?”일흔이 넘은 엄마의 질문이다. 요사이 부쩍 이런 질문들이 늘었다. 심지어 요새는 초등학교 학부모를 위해 쓴 내 `띄어쓰기` 관련 책을 읽는 지 증정용 책의 갈피가 제법 많이 벌어졌다. 비로소 딸이 당신 수준에 맞는 책을 썼다고 대견해 하기도 한다.엄마가 던지는 질문들은 나를 당황하게 한다. 70대 엄마의 이런 질문이라니…. 나는 맞춤법은 대중과 만나야 비로소 살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강생들에게도 늘 일상에서 질문을 던져야 맞춤법이 몸에 밴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이런 내용을 강조한 맞춤법 관련 책만도 5권을 넘게 썼건만 나는 여전히 내 독자로서의 엄마가 낯설다. 어쩌면 나는 엄마가 맞춤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우리에게 엄마는 항상 억세기만 한 사람이었다. 10자짜리 장롱도 너끈히 혼자 옮기고 40마리도 넘게 들어갈 닭장을 순식간에 짓던 엄마다. 망치질이나 형광등, 두꺼비집 퓨즈를 가는 일들은 원래 엄마들이 하는 일인줄 알았다. 부업으로 하던 손뜨개의 앞판을 두 개를 짜고 나야만 시험공부를 할 짬을 주던 엄마, 당신 몸무게의 서너 배나 되는 손뜨개 짐을 이고 30분을 너끈히 걸어 화물을 부치던 엄마였다. 언제든 날래게 몸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해내기만 하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맞춤법 질문이라니. 어울리지 않아도 한참 안 어울리는 일이 아닌가?건축사무소를 하는 언니가 여성 리더십 강연을 한다고 강연자료를 만들라고 요청해 왔다. 하고 싶은 말을 한두 장 써 보내면 만들어 주겠노라고 응답했다. 언니의 초고를 보다가 문득 거기서 엄마를 발견했다. 뜨개바늘이든, 망치든, 톱이든 무엇이든 들고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엄마, 언제나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가던 엄마, 언제나 놀지 않던 엄마, 그러면서 네 아이들을 그저 놀게만 하지 않았던 엄마가 사연, 사연 가득히 들어 있었다.우리 자매는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데 익숙해 있다. 어떤 일을 맡든 두려워하지 않고 넙죽 받아서 해내는 데도 익숙해 있다. 덕분에 우리는 각자가 조그만 성취들을 이루어내었고, 가끔은 그 성취가 남에게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기여의 기저에는 언제나 억척스럽던 엄마의 모습이 배어 있다는 것을 언니의 초고를 보면서 발견한 것이다. 그런 엄마가 요사이 새로운 일에 까지 손을 뻗었다. 맞춤법이다.사실 엄마가 맞춤법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색한 일만은 아니다. 일흔이 넘은 엄마는 매일 일기를 쓴다. 슬쩍 넘겨다보니 하루에 쓰는 양만도 두세 장은 넘어 보인다. 벌써 다 쓴 일기장이 두꺼운 노트로 10권이 넘는다. 이제는 펜을 들고 뚝딱 글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엄마 일기장의 내용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엄마는 어떤 엄마일까? 언니의 강연자료에 들어 있는 강한 여성을 만든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일까? 가난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아내로서의 서러운 세월일까? 당신을 닮아 기가 세기만한 딸들에 대한 섭섭함일까? 엄마는 우리가 당신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을 눈치 챘을까?그런데 엄마는 자꾸 이런 것만 묻는다. 어색하게도….“도루무기는 그냥 도루무기라고 쓰제?”“깍두기는 받침에 `ㄲ`을 쓰는 게 맞제?”

2016-11-08

더 많은 여성 일자리, 새로운 고용 모델에서…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고학력화로 여성들의 사회참여의식이 예전보다 높아져 많은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적절한 일자리의 부족, 일과 가정의 양립 어려움에 따른 경력단절, 경력단절 이후 노동시장 재진입시 열악한 근로조건 등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추세를 고려할 때 지역 여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며, 이를 위해 지역산업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함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잠재된 여성인력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무엇보다도 현 정부의 핵심국정과제인 `고용률 70%`의 달성을 위해서도 시간선택제 근로의 확산이 중요하고, 선진국 수준의 고용률 달성을 위해선 남성 중심의 외벌이 문화에서 탈피하여 여성의 취업증가가 필수적이다.때문에 시간선택제 고용을 일과 가정의 양립, 경력단절여성의 고용률 증가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간제 고용 모델을 창출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문제인식에서 주요 선진국의 시간선택제 고용 양성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시간선택제 근로가 각 나라 경제에서 갖고 있는 의미는 해당 국가의 남녀의 역할 정의, 복지제도, 시간선택제 고용에 대한 보호, 노사관계, 정부정책 등에 따라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간선택제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 영국과 독일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주로 여성과 질적으로 낮은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으나, 네덜란드와 스웨덴의 경우에는 대체로 고용계약이 정규직이거나 전일제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 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EU 소속 국가들은 시간선택제 근로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럽연합의 지침과 국내법 등의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일본 또한 파트타임 근로법을 제정하여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있어 왔다. 일과 가정의 균형적인 측면에서는 네덜란드가 가장 광범위한 근로자들의 시간변경 요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변경요구의 여지를 일정하게 제한하고 사용자들이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넓게 보장하고 있다.현재 한국에서는 시간선택제 고용을 정부가 주도하여 늘리려 하지만 노사 양측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연장근로가 상시화된 장시간 노동체제, 전일제 중심의 고용규범 등 시간선택제 고용의 확대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따라서 시간선택제 고용이 민간부문, 공공부문 현장에 확산될 수 있도록 조직문화, 직장 제일주의 문화, 평가시스템, 근로시간 관리방식을 개선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가정 양립을 희망하는 기혼 여성의 자발적 시간선택제 근로 확산을 위한 2차 소득자 우대 세제, 양질의 보육시설 및 방과 후 학교 서비스 확충 등 제도 개선이 필요다고 본다.아울러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단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차별화될 수 있는 전문성이나 숙련도가 필요한 직종을 중심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차별화된 시간선택제와 함께 필요한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하며, 취업연계 가능성을 키워서 여성경제활동참가율 향상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야 할 것이다.아울러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구직여성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되, 관련 경험이 있거나 직업훈련을 통해 숙련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과거 경력을 고려한 경력형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을 위해 기업 내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우수 사례 모델 개발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2016-10-19

맞다? 틀리다? 정답 찾기의 허기

▲ 김남미서강대 교수·글쓰기연구센터 맞춤법 강의에서 항상 등장하는 항목이 `다르다/틀리다`이다. `다르다`를 써야할 맥락에 `틀리다`를 자주 사용하기에 생기는 일이다. `머리색이 다르잖아.(O)`를 `머리색이 틀리잖아.(X)`로 말하는 방식은 일상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런 사용법을 보면서 가끔은 잘못된 우리 현실이 언어에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평가에 민감한 사회적 경향이 언어에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다르다`는 것을 `맞다`, `틀리다` 또는 `옳다, 그르다`로 바꿔 생각하는 우리 세계가 반영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에 말했다고 생각해 보자.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는 말에 대해 `그건 좀 달라`가 아니라 `그건 좀 틀려`라고 대응하는 상황은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가치를 약화시킨다. `다르다, 비슷하다, 같다`라는 다층적인 판단이 `맞다, 틀리다`라는 양분 속에서 단순화되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경계다. 이런 불안 속에서 모든 문제에서 정답을 발견하려는 사람들의 허기를 본다.사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언어학적으로는 경계해야 할 방식이다. 언어 외적 경향이 직접적으로 언어에 반영되는 일은 드물다. 사회는 언어에 간접적 영향을 줄 뿐이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 `된소리(ㄲ, ㄸ, ㅃ, ㅆ, ㅉ)`와 `거센소리(ㅋ, ㅌ, ㅍ, ㅊ)`가 많아진 원인을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시대적 각박함에 두는 해석은 언어학에서 금기다. 양란으로 삶이 각박해진 것이 언어에 직접적 영향을 끼쳐 이런 소리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는 의미다.하지만 이런 방식의 사고는 가능하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이와 관련된 다른 언어 관계에서도 나타난다면 앞서 보인 우리의 우려의 개연성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즉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다르다`를 `틀리다`로 잘못 쓰는 일이 많다면 이들의 반대말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앞서 보인 정답 찾기의 허기가 거기에도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틀리다`의 반대말인 `맞다`에서 비슷한 경향이 발견하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틀리다`라는 단어보다 `다르다`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단락에서는 강조점이 어디인지를 늘 생각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거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위의 예문들은 면담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맞아요.`로 대답한 것들이다. 그 일부만을 보인 것으로 이런 방식으로 `맞다`가 등장하는 일은 비교적 흔한 일이다. 학생들이 위의 예문들에 `맞다`라고 답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 안에는 `다르다` 대신 `틀리다`를 사용하는 현황에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한 불안이 존재한다. 그 불안은 학생들이 정답을 찾고 있음을 발견한 데서 온다.친한 소설가 한 명이 강의 서두에 세상에 없는 세 가지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세 가지는 `공짜, 영원한 것, 정답`이었다. 나도 그 친구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세상 속의 문제들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일상에서 익히기를 바란다. 그래야 없는 정답을 찾아다니느라 더 절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맞다`를 `틀리다`를 `가능성의 백분율`로 전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위의 교수의 말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전제하고 그 중 하나를 제시한 것이다. 그 가능성을 `맞다, 틀리다`로 대응하는 학생들에게서 `정답`을 갈망하는 허기를 본다. `맞다`든 `틀리다`든 언어 사용 방식에 언뜻언뜻 보이는 학생들의 정답 찾기가 계속될수록 학생들의 허기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2016-10-17

우리의 민주주의는 떳떳합니까?

▲ 신희선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대학·정치학 박사 “민주주의에 대한 나의 개념은, 그 체제하에서 가장 약한 자가 가장 강한 자와 똑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누가 권력을 갖고 있는가, 어떤 절차에 따라 정치권력이 작동되는가가 정치 형태를 규정한다. 모든 구성원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갖는 것, 이것이 전체주의 체제와 다른 민주주의 사회의 장점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어느 누구도 정치과정의 참여에 소외되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위정자들이 국민의 뜻을 들어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발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뉴스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가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국민을 위한다`는 말이 사실상 정치적 수사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과연 누구를 의미하는가?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 제대로 정치과정에 반영되고 있는가?2016년 지금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들여다보면 민주주의를 말하기가 부끄럽다. 권력집단이 과연 전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지 비판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리를 새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민주주의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전체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일정 기간 대표성을 갖고 일하는 것이다. 현명한 합의는 밀실에서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론의 장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 다른 결정들이 내려지는 현실을 보면서, 핵심 권력의 이너 서클에 있는 소수자들은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믿는 바를 정당화하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는 확인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하기 보다는 자기중심주의(egocentrism)의 틀에 갇혀 다수의 의견을 외면하고, 여론 결과 또한 자족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민주주의는 어원적으로 민중을 의미하는 `demos`와 지배를 의미하는 `kratia`에서 유래한 것이다. 다수의 민중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우리들 자신은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마치 관객처럼 정치에 대한 관전평만을 늘어놓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집단의 이름으로 동원되고 있는 조작된 자발성의 여지는 없는가? 현대 민주주의 이론을 정리한 로버트 달은 민주적 과정의 특징으로 일반 시민들의 `효과적인 참여`를 강조한다. 구성원에게 구속력을 갖는 중요한 정책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시민들이 자신의 선호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올바른 방향감각을 갖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결국 민주주의는 민주적인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군주에게 충성하듯이 권력에 굴종하는 수동적인 신민(臣民) 의식을 떨쳐 버려야만 민주주의가 바로 서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市民)의 존재는 민주주의의 희망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변화를 추동해가기 위해서는 정치적 회의감과 무력감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시각을 갖고 정치과정에 책임감 있게 관여하는 시민들을 키워야 한다.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갖고 소수의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해야만, 힘의 행사가 신중해 질 수 있다. 조지 버나드 쇼는 “민주주의 사회의 선거란 무능한 다수가 부패한 소수를 당선시키는 것이다”고 풍자하였다. 백남기, 우병우, 최순실로 회자되는 여러 사건과 사태들을 지켜보며 우리가 다시 생각할 것은 무엇인가?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최근 현실을 돌아보며 정치인만이 아니라 유권자 스스로도 뼈아프게 되물을 일이다.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떳떳합니까?

2016-10-12

여성일자리, 미스매치... 왜 발생하는가?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참가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고용률은 여전히 남성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고용률이 저조한 것은 여성인력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거나 여성이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가 부족하여 직장을 구하지 못한 여성 실업자가 존재하는 반면에 기업체들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구인-구직간 미스매치 현상에 있어서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젊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경제활동참가율 또한 감소하는 것이 전국적인 추세이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경력단절여성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며, 왕성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해야 할 30대 젊은 여성들이 결혼, 임신·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게 된다.더욱이 연령이 증가할수록 경력단절 기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경력단절이 지속적인 경력단절로 연결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구인기업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육아휴직 대체인력채용 장려금 등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의 활용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경력단절 여성뿐만 아니라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구직의지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므로 구인난을 해소하고 우수인재의 영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제도의 활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활용 미흡은 실질적으로 여성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경력단절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더 나아가 직종별 미스매치 현상에서 기업은 영업·서비스직에 종사할 여성을 선호하는 반면에 여성은 사무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직종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다. 영업 및 서비스직은 구인난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이 되며 맞춤형 교육을 통해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거나 기업은 복지혜택 등을 강화하여 신규인력을 유입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고용형태에 있어서는 구직자와 구인기업 모두 상용직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직여성은 상용직 이외에 시간제 고용형태를 선호하는 반면에 구인기업은 시간제 고용에 대한 선호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여성이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공백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였고, 이로 인해 여성들은 시간제 고용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미스매치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한편, 여성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기본적인 원인은 구인기업이 여성구직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성 고정관념이 반영되는 것도 주요 요인일 것으로 판단된다.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되고 여성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많이 변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성 고정관념이 산업현장에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에서의 신규 여성인력을 채용하는 경향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많은 직종인 서비스·판매직에 종사할 여성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고, 임금수준도 구직여성의 기대보다 낮은 임금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게다가 신규인력 채용 시 중요한 요인 중 성별이 아직도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성일자리 미스매치를 방지·해소하고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CEO나 인사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성인지적 마인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6-09-27

여성고용률 향상, 중소기업이 열쇠다

▲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새로운 일자리 발굴과 산업을 창출해 고용률 70.0%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외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7.0%로 평균(62.8%)보다 낮으며 이는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수치이다(OECD, 2015). 특히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이 49.8%로 고용률 70%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앞으로 고용률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내 양질의 여성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아울러, 중소기업의 고용촉진을 위해 여성가족부에서는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가족친화인증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하여 가족친화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 12월말 기준 총 1천363개의 기업 및 기관이 가족친화인증을 받았으며, 이 중 중소기업은 702개 업체가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여성가족부, 2016).이러한 가족친화인증제도는 중소기업에게는 작게나마 재정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여성의 경우에는 출산 및 육아 등이 경력단절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내 여성인력 활용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근로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며, 관련 실태분석도 부족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내 여성 친화적 고용정책이 여성인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중소기업은 여성인력이 없어서 어려움이 있으며, 구직자는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미스매칭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보수와 복리후생, 현장에서 원하는 숙련의 정도,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부족 등 중소기업과 구직자가 바라보는 눈높이가 사뭇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고용 없는 성장,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고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높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일자리 창출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때문에 중소기업내에서 여성고용률을 향상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중소기업의 경우 보유 인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세분화된 업무 역할을 수행하기 보다는 복합적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 근로자에 대한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양은 대인관계 능력, 문서작성 능력과 더불어 회계 및 세무 전반, 인사노무, 품질관리 업무 등을 전반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재직 여성 근로자 뿐만 아니라 여성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업무적으로 복합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아울러 중소기업 여성인력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여성인력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교육프로그램이 많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효성 제고 측면은 아직 고려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에서 인력난을 해소하고 여성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자리의 질 제고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여성인력 운용방식의 도입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더불어 여성이 필요로 하는 일-가정 양립의 정책지원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신청 시 절차 등을 간소화하여 더 많은 중소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실효성 제고방안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201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