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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하나

등록일 2017-01-25 02:01 게재일 2017-01-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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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애<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며칠 전 신문에서 `아키텍(architec·건축을 뜻하는 architecture의 줄임말) 대학생`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최근에 생긴 신조어인데, 대학 재학생은 물론이고 입학 전부터 건축 설계를 하듯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대학생을 이르는 말이다. 신조어가 생길 만큼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수강, 비교과 활동, 공모전, 자격증 등에 관심을 가지고 대학 생활 전반을 계획적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취업률이 워낙 낮아지다 보니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세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 취업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 WEF(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총 710여 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총 510여 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야 하는 대학생들도 그런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대학 교육을 협소한 전문직·기술직을 준비하는 교육으로 보는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고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폭넓은 지식을 함양하는 인문교양교육(자유학예교육)이라고 하면 미국과 미국의 크고 작은 대학들을 먼저 떠올리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조차도 인문교양교육은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한탄하는 파리드 자카리아는 `하버드생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2015)에서 미국 대학에서 배웠던 지식과 기술들이 평생의 힘이 되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인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인도 교육이 주입식, 정답 맞추기식, 외우기식이라면 미국 교육은 학습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두 교육을 비교한다. 미국 대학 교육 중에서도 교양교육을 극찬하고 있는데, 교양교육의 힘은 생각하는 법, 글 쓰는 방법, 말하는 방법,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데 있다고 한다.

4년 내내 고전을 읽고 토론하며 배우는 학습 공동체인 세인트존스 대학을 졸업한 조한별의 경우도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2016)에서 정답 맞히기보다는 자신의 생각 말하기에 익숙해지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각하기, 말하기, 글쓰기, 음악, 과학, 수학 등 모든 학문을 가로질러 통섭하는 능력을 갖춘 글로벌인재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앤드루 델반코는 `왜 대학에 가는가`(2016)에서 `대학은 젊은이들이 청소년기에서 성년기로 이행하는 중간지대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중간지대를 무사히 헤쳐나가 마침내 스스로 자기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성찰하는 시민에게 요구되는 지성과 마음의 자질을 학생들이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대학에서 교육해야 할 내용을 상세하게 덧붙인다. 과거에 대한 이해를 통해 현재를 회의적으로 파악하는 능력, 서로 무관해 보이는 현상들을 연결하는 능력, 과학과 예술에 대한 수준 높은 식견을 갖추어 자연계를 이해하는 능력,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 윤리적 책임의식.

송홍챠오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 500대 기업에서 평균적으로 요구하는 인재는 적응력, 소통력, 리더십, 실행력, 학습능력, 창의력, 팀워크 등을 갖춘 사람(인재전쟁, 2010)이어야 한다고 한다.

항목들을 보면 단순하게 스펙을 관리하는 수준의 취업 준비로 도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넓고 깊은 지식 습득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 터득하기, 말하고 글쓰는 능력 기르기, 앎을 실천하기 등에 익숙해진다면 어떤 일자리도 감당해 낼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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