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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독서를 생각하다

등록일 2024-08-18 18:16 게재일 2024-08-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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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경운대 교수
최선희 경운대 교수

절기상 말복이 지났지만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전국적으로 계속될 거라고 한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사람들은 에어컨 아래로, 바람 솔솔 부는 나무그늘 아래로 모여들어 더위를 식히거나 바다나 계곡으로 떠날 채비에 분주하다. 도심 가로수의 싱그러운 초록빛은 더욱 짙어가지만 우리는 삼복염천(三伏炎天)에 힘겨워하며 기진해간다. 연일 푹푹 찌는 찜통더위에 지친 몸을 식힐 좋은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본다.

인터넷으로 무더위 날리는 방법을 검색하다가 ‘도서관은 쿨 하다’라는 문구를 보았다. 서울도서관을 비롯하여 서울지역 180여 개의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이 행사는 시원한 동네 도서관에서 더위를 피하고 냉방비를 절약하며 기후위기 극복에도 동참하자는 취지의 도서관 방문캠페인이다.

경기도도 376개의 작은 도서관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며 더위를 피해 주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서 독서문화 정착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여름 독서캠페인은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더위를 이길 좋은 방법은 독서 삼매경에 빠져 편안하게 자신만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에서 나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나침반이 필요하다. 난무하는 정보에 휘둘리거나 타인에게 내둘리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을 바라보며 적절한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는 데 독서는 아주 유용하다.

일찍이 사회학자 하워드 레인 골드(Howard Rheingold)는 로봇이 인간을 위해 남겨둔 일자리는 사고와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은 상상하며 생각하고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자신만의 사고로 어떤 새로움을 창조해낸다는 점이다. 기계는 인간이 프로그래밍 하여 부여해준 일만 한다. 때문에 인간은 기계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남다르게 사고하며 상상하고 협력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면 된다. 이런 창조성은 인간 고유의 역량이며 그 힘의 원천은 독서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자이며 교육가인 후지하라 가즈히로는 그의 저서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에서 “21세기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으로 양분되는 계층사회가 생겨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독서습관을 강조하며 독서유무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은 달라질 수 있음을 역설했다.

이제 독서는 우리의 취미와 선택을 넘어선 행위이며 사람이 기계에 대체당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 되었다. 그만큼 독서는 인공지능시대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의 생존을 담보하는 경쟁력이 된 것이다.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경쟁력은 ‘생각’이며 이 생각을 길러줄 좋은 방법은 독서인 것이다.

푹푹 찌는 날씨에 도서관에서, 시원한 계곡에서 한 박자 쉼표를 찍으며 독서에 몰입해보자. 저자의 생각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나아가 새롭게 해석하면 내 인생의 해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에는 모범 답안이 없지 않은가. 내 삶의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거늘. 더운 여름날, 책읽기에 빠져 나를 통찰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스스로의 삶을 디자인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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