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크가 쓴 `통치론`의 구절이다. 이 책은 영국의 명예혁명을 사상적으로 뒷받침한 텍스트로, 시민정부의 기원과 통치의 기본 원리를 언급하고 있다. 로크는 합리적인 존재로서 인간이 불안전한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의에 기초하여 권력을 위임하는 정치사회를 형성한다고 하였다.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체에 신탁을 하였기에, 공공의 선을 추구하기로 한 원래의 목적을 수행하지 않았을 경우 정부에 저항할 수 있다고 하였다.
광장으로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최고 권력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소임을 방기했기에 지체 없이 `즉각 퇴진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헌법이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라고 천명하고 있지 않았던가. 박근혜 정권이 만들어낸 상식적이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은 부당한 권력이 자행한 횡포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공동 선을 구현하기는커녕 권력을 사유화하고 이권에만 집착해 왔던 부패한 거대 집단에 저항하며 시민들은 촛불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거리의 정치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기득권층의 온갖 적폐에 대해 분노하는 시민들이 만든 것이다. 부와 권력이 세습되고 주류계급의 이익만 넘쳐나고 있는 `당신들의 천국`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조롱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성실하고 근면한 노동에 기초하여 일상을 꾸려온 이름 없는 시민들은 권력자와 재벌이 밀실에서 훼손한 민주주의 현실에 분노하며 광장으로 나왔다. 함께 하는 광장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만이 아니라 구습을 타파한 새로운 사회를 기대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아고라(agora)처럼 시민광장에서 자유롭게 현시국에 대해 발언하고 누군가의 얘기에 경청하고 서로를 지지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정당성이 없는 권력에 대해 촛불을 든 국민들이 광장에서 외치고 있는 소리에 정치권력은 이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맹자도 “백성을 가장 귀히 여기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이 가장 가볍다”고 하였다. 결국 정치는 민의에 기초해야 하며 임금이 아래에서 말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몰아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임금이 군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덕성과 능력을 갖지 못하고 또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이미 자격을 상실한 것이기에, 백성을 위해 임금을 버리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민본정치를 하지 않고 사리사욕에 집착할 경우 정치권력은 고립되고 궁극적으로 혁명을 불러오게 될 것임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
결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는 역사의 동력은 개인적 편안함과 영달을 좇아온 엘리트들의 기획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광장에 모여 행동해 왔던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추동해 온 것이다. 저항하고 싸워온 민주주의 역사처럼 다시 혁명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보다 정의로운 공동체를 물려주기 위해서 광장에 나와 촛불을 밝혀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7세기 존 로크가 21세기 한국사회에 던져 주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인민이 재판관이다. 대리인이 그에게 맡겨진 신탁에 반해 행동하면 그를 해임할 권력을 누가 갖고 있는가? 수백만의 복지와 관련되고 예방되지 않으면 해악이 더욱 커지고 비용도 많이 들고 위험해지는 경우 어떤 다른 해결책이 있겠는가? 적절한 심판관은 전체로서의 인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