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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길을 역사에 묻는다

등록일 2017-01-11 02:01 게재일 2017-01-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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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희선<br /><br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br /><br />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새해의 시작은 새로운 꿈을 꾸게 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느슨했던 신발 끈을 다시 매게 되는 시간입니다. 한 개인이나 사회나 마찬가지 입니다. 2017년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지난 과오를 통해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역사를 통해 미래 사회의 목표를 세워 봅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로 유명한 카(E.H.Carr)는 “미래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만이 과거를 해석하는 열쇠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과거의 사건을 정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는데서 비롯됩니다.

역사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은 불투명한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이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 함께 계획해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 전체의 정체성이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2016년 광장을 달구었던 시민들의 주장은 새로운 한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은 우리 사회의 전면적인 개혁과 광범위한 변화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재벌의 유착, 검찰과 관료의 기회주의, 무소신과 무책임으로 얼룩진 앙시앵 레짐(구 체제)을 철폐하고 사회의 진보를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 민주항쟁처럼, 2016년 11월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역사의 전면에 서서 평화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준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영국의 역사가 액턴(John Acton)은 “완전한 역사가 우리 세대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제까지의 판에 박힌 역사를 청산할 수는 있다”고 하였습니다.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새로운 변화가 당장은 구현되기 어려울지라도 더 이상의 구태는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권과 반칙, 불공정과 불평등이 없는 나라, 서로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힘과 돈의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지 않는 세상, 대화와 토론의 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새로운 사회를 꿈꿉니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는 한 두 사람의 선각자가 기획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수의 영웅이 미래를 주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동체 의식과 균형감을 가진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신념을 용기 있게 실천하는 시민의 연대가 역사를 새롭게 쓰게 하는 추동력입니다. 이는 부당한 현실에 “왜”라고 질문하며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때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배후를 통찰할 수 있는 비판적인 사고와 자유의지를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행동이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끝난다”는 말도 있지만, 한국 현대사 질곡의 여정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변혁을 꿈꾸는 진보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제 다시 역사 앞에서 책임 있는 주체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능동성을 잃어버린 채 빈 껍데기같은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의 주인으로 발언해야 합니다. 더 나은 미래는 희망을 갖고 자발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개인들이 더불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역사란 항상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미래는 숙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파울루 프레이리(Paulo Freire)의 말처럼 우리 자신의 깨어있는 실천에서 더 나은 미래로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새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한국으로 2017년 역사가 쓰여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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