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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더블케어 & 트리플케어

우리나라에도 위로는 노부모를 부양하고, 아래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성인 자녀를 지원해야 하는 5060 세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른바 ‘더블케어’의 늪에 빠져있는 것이다. 더블케어는 자녀 양육과 부모 간병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으로,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 소마 나오코(相馬直子) 교수가 처음 만든 용어다.저출산과 만혼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육아를 해야 하는 시기에 부모도 간병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 곤혹스런 상황을 일컸는다. 여기에다 손자 육아까지 떠맡는 ‘트리플케어’도 드물지 않다.문제는 5060 세대의 경우 경제활동에서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은 세대라는 점이다.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기대수명은 71.7세였고, 85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약 20%에 불과했다.이에 반해 2016년 기대수명은 82.4세이고, 85세 노인 생존율은 50%에 이른다. 그 결과 어떤 형태로든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5060 세대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또 1990년 한국은 9.8% 고성장 시대로, 청년실업률은 5.5% 수준에 불과해 성인 자녀의 독립 시기도 빨랐으나 2017년 경제성장률은 3.1%로 떨어졌고, 청년실업률은 11.6%(2018년 3월 기준)까지 치솟았다.실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해 12월 국내 만 50~69세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60 세대 2가구 중 1가구(53.2%)는 성인 자녀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고, 노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주거나 간병 중인 경우는 6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손자 육아는 더 심각하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30대 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44.6%로, 맞벌이 가구가 부모 등에게 육아 지원을 받는 비율은 2004년 23.6%에서 2014년 53%까지 늘어났다.‘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된 5060세대의 고뇌가 더블케어와 트리플케어로 정점을 찍고 있는 듯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5-08

독도 새우

한 국가의 수반이 초청하는 국빈 만찬의 메뉴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시 만찬장에 등장한 2억원짜리 마오타이주도 상대에 대한 예우와 맞물려 설왕설래됐다. 김 위원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전과 대우를 가늠케 한 만찬이란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의 혼밥 외교와 비교가 돼 뒷얘기가 무성하게 나왔다.지난달 있은 판문점 남북정상의 만찬 디저트에 등장한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기 장식을 두고 일본이 항의하는 모습에서 국빈 메뉴의 정치적 민감성을 살펴볼 수 있다.독도를 자신의 영토로 우기는 일본의 터무니없는 트집이 우스꽝스럽다. 일본은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의 한국방문 때도 청와대 만찬 메뉴에 포함된 독도새우를 두고 시비를 걸은 적이 있다. 한국이 양국 간 갈등 현안인 독도를 염두에 두고 의도된 메뉴 선택을 한 것이라 했다.독도새우가 제철을 만났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청와대 국빈 메뉴로 등장했던 독도새우는 갑자기 유명해졌다. 서울에서는 1마리에 1만원을 넘게 팔려나간다 한다. 어획량이 많지 않아 쉽게 구경할 수도 없단다.최근 경북도수산자원연구소가 독도새우로 알려진 도화새우 12만 마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육해 울릉 해역에 방류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독도해역에서 포획된 도화새우로, 배에 알을 품고 있는 성숙한 암컷만 골랐다고 한다. 독도새우는 독도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 도화새우 3종을 말하나 그 중 고급요리 재료로 쓰이는 대형종인 도화새우를 독도새우라 지칭한다. 도화(桃花)는 복숭아처럼 곱다는 뜻도 있고, 복숭아 꽃피는 계절이 제철이란 뜻도 있다.독도새우는 수심 150~300m에서 발견되며 부화 후 4살 정도는 수컷이고 4살 반에 암컷으로 성전환해 5살에 산란을 한다. 살이 단단하고 단맛이 뛰어나다. 독도새우의 국빈 만찬메뉴 등장으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독도새우가 국익을 선양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일 아니겠는가.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04

말 많은 대통령 경호법

대통령경호법을 둘러싼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대통령경호법은 지난 1963년 대통령 등에 대한 경호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경호의 조직과 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은 대통령 등의 경호를 위해 대통령실장 소속으로 경호실을 두고, 경호대상은 대통령과 그 가족, 대통령당선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또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가 ‘퇴임 후 10년, 추가 5년’ 경호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 문제에서 비롯됐다. 현행법상 지난 2월24일로 끝난 이 여사의 경호 업무를 경찰로 넘겨야 할 상황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경호처가 이 여사의 경호를 계속 맡으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는 “대통령경호법은 경호대상을 의무적 경호대상과 처장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경호제공 여부와 기간을 결정할 수 있는 임의적 경호대상으로 구분하는 체계”라면서 “의무적 경호대상과 임의적 경호대상은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보충적 관계여서 한 번 전자(의무적 경호대상)에 해당했다고 해서, 절대로 후자(임의적 경호대상)에 해당할 수 없는 게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즉, 경호 기간이 종료된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도 경호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경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이에 대해 야당 등 정치권은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대한민국 법치는 죽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여사를 전직 대통령 배우자로 15년간 경호하다가, 이제부턴 ‘그밖에 국내외 요인’으로 옮겨 계속 경호가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해석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재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법정기간이 끝난 2005년부터 경찰 경호를 받고 있다.만민평등의 법 해석원칙에 어긋나는 전직 대통령 부인 경호 연장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속담이 괜한 말은 아닌 모양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5-03

대북 심리전

사면초가(四面楚歌)를 풀이하면 사방에서 들리는 초(楚)나라의 노래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사용 의미는 ‘몹시 어려운 일을 당해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라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 속에는 요즘 일컫는 심리전의 역사적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다툴 때의 일이다. 초나라 왕 항우가 싸움에 져서 쫓기는 신세가 되었을 때, 한나라 군사들이 그를 맹렬히 공격하였다. 그러나 워낙 힘이 좋았던 항우라 쉽게 무너지질 않았다.이때, 한나라의 지략가 장량이 유방에게 작전을 바꿀 것을 권한다. “지금 초나라 군사는 오랜 싸움에 지쳐 멀리 있는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을 터이니 구슬픈 초나라 노래를 밤마다 들려주면 초나라 군사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그날 밤부터 초나라 노래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항우는 들려오는 구슬픈 노래 소리를 듣고 “백만 대군보다 더 무섭다”고 탄식했다. 노래 소리를 들은 초나라 군사는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하나 둘씩 도망가기 시작했다. 항우는 끝까지 맞서 싸우다 이 싸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당시 한나라가 들려준 초나라 노래가 바로 심리전이다. 심리전이란 비무력적인 선전이나 모략을 수단으로 적의 군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전략이다. 우리의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 대북방송, 전단 살포 등이 이런 것이다. 1962년 북한이 대남방송을 시작하자 우리도 이에 맞대응했다. 그동안 남북관계에 따라 확성기 방송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북한 체제 비판과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등을 홍보해 왔다.국방부는 1일부터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발표했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라 했다. 휴전 상황에서 북한군에 가장 효과적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올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옳다. 1960년대 이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온 대북 심리전이 이번에는 정말로 끝장을 내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02

통일 무관심세대의 관심사

남북정상회담이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 없는 젊은 세대에도 큰 충격을 준 게 분명해 보인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판문점에 나타나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와 함께 포옹을 나누고, 얼굴을 맞댄 채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은 분단시대를 살아온 장년층들은 물론이고 젊은 층들에게 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징후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핵실험과 미사일도발 등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노력에 힘입어 올들어 급작스레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선언’등 파격적인 내용이 판문점 선언으로 합의돼 통일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던 청년층들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이들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군대·취업·입시·여행 등 분야다. 이들 청년세대들이 맞닥뜨린 현실적 고민들이 해빙 무드가 시작된 대북 관계와 연결되면서 갖가지 핑크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가시적인 반응이 나타난 곳은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대표적인 것이 ‘종전선언이 되면 예비군 훈련을 축소·폐지하자’ ‘평화협정을 맺으면 군복무 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행도 새로운 화두가 됐다.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트레킹이 소원”이라고 얘기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 여행이 향후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선언문에 동해선과 경인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시너지효과를 불러온 듯 싶다. 남북 관계 개선은 학생들의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이색적이다. 토목공학과와 건축공학과, 북한학과가 인기 학과로 부상할 것이란 얘기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대형 토목 및 건축공사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북한 전문가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청년층들의 반응과 관련, “청년층은 진보·보수라는 이데올로기보다 개인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통일 무관심세대인 청년층들이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남북통일로 나아가는 길 초입에서 빚어지는 현상일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5-01

선주후면(先酒後麵)의 평양냉면

작년 한 포털 사이트에서 알바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름철에 생각나는 음식을 손꼽아 보라”고 물어 봤더니 응답자의 59.8%가 냉면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빙수와 아이스크림, 삼계탕 순으로 답했다. 언제부터인가 북쪽지방에서 유래한 냉면이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음식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냉면의 원조는 평양냉면이다.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동국세시기’에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로 말고 돼지고기와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 기록이 나온다. 관서지방을 중심으로 한 음식문화이며, 그 중 평양냉면의 맛이 가히 일품이라고 했다. 동국세시기에는 냉면을 11월 동지 날에 먹는 음식으로 설명하고 국수에 메밀이 많이 함유됐다고 했다.문헌 기록에 의하면 18세기 이후 냉면이 본격 등장했다. 북쪽지방의 음식이었던 냉면이 남한에 퍼지게 된 것은 6·25 전쟁을 전후해 남쪽으로 넘어온 피난민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평양의 명물로 감홍로, 냉면, 비빔밥을 들었다. 40도가 넘는 독주인 감홍로를 마시고 다음날 숙취 해소는 냉면을 먹고 속을 풀었다고 한다. 여기서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평양에는 냉면이 해장국 역할을 한 풍속이 있었던 모양이다.남북 정상회담이 있던 날 평양냉면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으로 평양냉면이 알려지면서 외신들의 관심을 크게 자극했다. 미국 CNN 뉴스는 남북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음식으로 냉면을 소개했다. 남북정상 간 대화 중 화제로 떠오른 한국의 독특한 음식인 평양냉면이 알려지자 각국 취재진이 평양냉면 소개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연출됐다. 중국에서는 중국식 표현인 ‘조선냉면’이란 이름으로 포털 사이트 이슈 검색순위 10위에 올랐다.남북정상이 만나던 날 서울 등지 냉면 집들도 냉면을 먹으러 찾아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남북정상 회담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한 현상이다. 비빔밥, 불고기, 삼계탕 등으로 알려진 한국의 대표 음식 반열에 평양냉면도 이름을 올려야 할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30

슬로건

기업에서 광고의 목적은 상품의 특징을 어떻게 잘 드러내서 주목도를 높이느냐에 있다. 글이나 그림, 사진, 소리 등은 이 같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사용하는 재료다. 기업이나 단체, 개인이 사용하는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도 비슷하다. 타깃으로 하는 사람의 행동을 자극할 수 있어야 성공적이다. 사람은 늘 논리적 판단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때로는 감정이나 정서에 의해 움직이는 일도 많다. 광고 때 사용되는 그림, 음악 등은 이를 자극하는 충족적 요소다. 정치에 있어 제대로 된 슬로건 하나는 수많은 공약보다 투표율에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정치인이 유권자를 향해 던지는 슬로건은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생각과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슬로건은 이해가 쉽고, 표현은 단순하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가야 한다.2008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예스, 위 캔(Yes, We Can)’이란 슬로건을 사용했다. 미국의 변화와 희망을 담은 메시지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후보이면서도 거부감 없이 미국인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절제되고 적확한 느낌의 슬로건을 전달한 때문이라 본다. 두산그룹 이미지 광고로 “사람이 미래다”고 한 광고카피가 있다. 광고로서 평가도 좋았다. 그러나 광고의 내용에 부합하는 기업의 실행력이 뒤따르지 못해 이미지가 구겨진 일이 있다. 기업이 내건 슬로건과 기업의 정책은 상호일치 될 때 광고로서 가치도 살아난다. 문재인 대통령도 슬로건처럼 쓰는 구호가 있다. “사람이 먼저다”다. 문 대통령은 구호에 맞는 철학과 소신을 몸소 실천할 수 있어야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슬로건은 언행이 일치될 때 비로소 빛이 날 수 있는 것이다.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고 발표했다. 문 정부 정책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경계한 슬로건이다. 한국당이 내건 슬로건이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먹혀들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결과는 슬로건을 선택한 한국당의 몫이 될뿐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27

만찬의 정치학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오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때 즐길 만찬 메뉴가 복잡미묘한 정치적 함의를 담고있어 화제다.남북 정상회담 당일 만찬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 뜻을 담아 준비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찬 메뉴는 역사적 인물의 고향 식재료를 사용한 것, 양 정상을 상징하는 것, 남북 교류를 상징하는 것 3가지 콘셉트로 구성됐다. 우선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음식으로는 김대중 대통령 고향인 전남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 등을 가공한 민어 해삼 편수, 노무현 대통령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 농법으로 수확한 쌀로 지은 밥이 오른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데 착안해 충남 서산 한우를 이용한 숯불구이, 그리고 작곡가 윤이상씨 고향인 경남 남해에서 난 문어 냉채도 곁들여 진다. 양 정상을 상징하는 음식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 시절을 보낸 부산의 대표 음식 달고기 구이와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한 것을 고려해 스위스 감자요리‘뢰스티’를 우리식으로 조리한 감자전도 올라온다. 정상회담 만찬의 주요리는 남북교류를 상징하는 음식인 ‘평양 옥류관 냉면’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북측에 전달됐고, 북측은 흔쾌히 수락했다. 북측은 신선한 옥류관 냉면을 위해 제면기를 판문점 통일각에 설치, 통일각에서 뽑은 냉면을 만찬장인 남측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바로 배달할 수 있도록 했다. 1·2차 남북정상회담의 메뉴에는 모두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 포함됐다. 2018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에도 비무장지대 산나물로 만든 비빔밥과 쑥국이 오른다. 만찬주로는 면천 두견주와 문배술이 선정됐다. 면천 두견주는 진달래 꽃잎과 찹쌀로 담근 향이 짙은 술이다. 문배술은 고려시대 이후 1천년의 맥을 이어온 술로서 중요무형문화재다. 문배술의 고향은 평안도이지만 남한의 명주로 정평이 났다.한반도 평화통일의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남북정상회담 첫날 만찬에서 엿보이는 만찬의 정치학은 우리 민족의 여망을 다시한번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26

책의 힘

마이크로소프트사 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1년에 2주일은 ‘생각하는 주간’으로 정해놓고 이 기간 동안은 외부와 단절한 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생각주간에는 오직 책만 읽고 사색을 하고, 자기성찰의 시간으로 보낸다. 생각주간 읽은 책으로 아이디어를 얻고 회사 운영에 관한 고민에도 몰입해 본다고 한다.위대한 성공을 일군 리더들한테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의 자기 훈련법이 있다. 빌 게이츠는 독서와 사색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해 냈다.책과 독서는 인류의 문명사회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었다. 많은 위대한 성인들이 책을 읽고 책을 저작해 내면서 인류에게 깨달음의 철학을 전달했다. 인류의 문명사는 책과 독서가 만들어 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오늘날에 있어서도 그 진리는 통하고 있다. 독서는 여전히 우리에게 유익한 자기 수양과 발전의 수단이다. 모바일 문화가 확산되면서 화려한 영상 콘텐츠에 밀려 비록 그 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지만 모바일이 독서의 본질을 뺏을 수는 없다.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포한 ‘책의 해’다. 지난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로서 우리나라 책의 해와 겹치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문광부는 ‘책의 해’에 맞이하는 ‘세계 책의 날’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지역 초중고 학교에서만 책과 관련한 1천800여 개의 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서울 중심의 행사란 점에서 지방도시의 소외감이 없지 않으나 책의 날 이미지 확산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로 봐야 한다.문광부는 2012년에도 ‘독서의 해’를 지정한 바 있다. 올해 책의 해도 국민독서 분위기 조성과 출판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기획한 범국가적 행사다. 국가가 나설 만큼이나 책 읽는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해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독서율(1년간 일반 독서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은 성인 59.9%, 학생 91.7%였다. 2015년보다 성인은 5.4% 포인트, 학생은 3.2% 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모바일 문화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 책의 힘을 생각할 때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25

미투운동의 반작용

최근 ‘미투(#Me Too)’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고발이 늘면서 가해자를 편드는 ‘성폭력 가해자 변호’시장이 크게 활개를 치고있다. 아예 ‘성범죄 전문’을 표방하는 한 법무법인은 이렇게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강간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면 아주 적극적인 법적 자기방어가 필요합니다. 우리 변호인단은 경찰, 검찰 출신의 변호인들로 구성되어 찾아오시는 의뢰인들께 적극적인 상담과 더불어 변호를 진행합니다. 성폭력, 적절한 대응을 통해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실명만 지운 성공사례 판결문 1천여 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강제추행부터 성희롱, 준강간까지 각종 성폭력가해자가 이곳 변호사들로 인해 구원받고 감사의 말을 남긴 ‘후기 게시판’도 방문객이 넘친다. 이같은 현상은 미투운동의 활성화로 인한 성폭력 고발이 그만큼 크게 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성폭력으로 고발된 피의자들을 돕기 위한 변호사들의 소송 수주경쟁이 펼쳐지고, ‘성범죄 전담변호사’ ‘성범죄 전문변호사’ ‘성범죄 전담센터’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무수한 광고가 떠오른다. 이들은 아동성추행, 강간범죄, 기타 성범죄 등을 예시로 들며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끈다’는 과장광고까지 서슴지 않았다가 논란이 커지자 광고판을 철거한 경우도 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엄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예전같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행위에 대한 과도한 처벌 우려도 늘었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는 매우 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범죄에 연루된 일반인은 어떤 행동이 강제추행 등의 성폭력 혐의로 처벌 될 수 있는 범죄인지 예측하지 못해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성범죄전문 변호사들은 “강제추행은 그 중에서도 어떤 행위가 혐의로 성립할 수 있고 어떤 행위가 그렇지 않은지 예측하기 어려운 죄목”이라며 “예컨대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해 판결에 대한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이래저래 미투운동의 반작용이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24

혈세 낭비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정부는 국가 경영능력이 우수한 정부다. 한 국가가 잘 경영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세금 납부가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자 권리가 되는 이유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 얼마나 잘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나라가 잘 지켜지고 국민이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것은 선진국의 기준이다. 세금을 집행 감시하는 국회의원과 공직자의 판단에 따라 예산은 효율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낭비가 되는 것이 현재의 국가 시스템이다.올 한해 우리나라 소요 예산이 400조 원을 넘었다. 이 예산은 국가 정책 등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적절하게 투입된다. 특별히 올해는 복지 관련 예산 비중이 우리나라 예산의 34%를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선진국처럼 복지 비중이 높아져 예산투입에 따른 국민적 만족도가 어떨지도 요즘의 관심사다.예로부터 세금은 민심의 잣대 역할을 해왔다. 공평한 잣대에 의해 세금이 매겨지고 잘 사용되느냐에 따라 민심이 오락가락했다는 뜻이다. 공자가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한 것도 관리의 세금 착취를 경계한 말이다. ‘백성이 살아가기 힘든 정치'를 말할 때 옛 성현들은 가렴주구(苛斂誅求)라고 표현했다. 조선시대 후기 있었던 백골징포(白骨徵布)는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등록해 가족들에게 세금을 내도록 한 악질적 폐해였다. 결국 이것이 발단되어 민란이 일어난 것이다.최근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저지하던 주민과 택배사 간에 마찰이 발생했다. 중재에 나선 국토부가 세금지원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다 이 사실을 안 국민들이 국민청원에 나서는 바람에 백지화됐다고 한다. 특정 아파트의 문제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민원 해결을 하겠다는 관료들의 발상이 한심하다. 요즘은 툭하면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다. 국민의 세금이 무슨 봉이나 된 듯하다. 왜 국민 세금을 혈세(血稅)라 부르는지 관직에 계시는 분들은 곰곰이 곱씹어 볼 일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23

섀도보팅과 스튜어드십 코드

섀도보팅과 스튜어드십 코드는 모두 주식시장에서의 의결권 행사방식에 대한 전문용어다. 우선 셰도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를 대신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참석한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불참 주주들이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는 슈퍼주총데이에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일을 방지하는 등 ‘경영효율성’ 명분으로 1991년 도입됐다. 하지만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면서 주주의 동의나 위임이 없어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지 못하는 데다, 일부 기업들이 최대주주나 경영진 등 소수를 위해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논란 속에서 금융당국이 2014년 말 폐지를 결정했지만 3년간 유예됐다가 올해부터 폐지됐다.또 최근 삼성증권 ‘배당 사고’에 이어 대한항공 ‘갑질 논란’까지 기업들의 돌발 이슈들로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의미한다. 이를 도입할 경우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이 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전략을 취할 경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해 기업 가치 하락을 미연에 방지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수 있다.18일 현재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참여한 자산운용사, 자문사,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는 총 34곳이다. 이 중 28곳이 자산운용사로 운용사를 제외한 증권사, 보험사 등 대부분의 금융투자사들은 아직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삼성증권이나 대한항공 등과 관련해서도 연기금과 대부분의 금융투자기관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면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요구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훼손을 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기관투자자들이 예전처럼 기업을 단순 매매 투자하는게 아닌 중장기적으로 가치를 제고하도록 노력하고, 투자한 기업에 대해 재무 이슈만이 아니라 내부 통제, 경영 승계 등 비재무 이슈에 대해서도 적절한 의견을 제시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19

청년실업과 보릿고개

농사를 주업으로 해왔던 우리의 선조들은 해마다 4∼5월이면 춘궁기(春窮期)를 겪는다. 지난해 거둔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를 않아 식량이 궁핍했던 봄철에는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나 나무껍질로 연명을 했다. 초여름 보리가 수확될 때까지 버텨야 했기에 이 시절을 조상들은 보릿고개라고도 불렀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0년대 한 조사에 의하면 당시 우리나라 농민의 절반가량이 춘궁기 시절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먹을 식량이 없어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잇는 초근목피의 생활은 당시 서민층에겐 고달픈 삶의 한부분이었다.이 시절이 찾아오면 걸식을 하는 유랑민이 늘어났고, 굶주려 죽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니 당시의 궁핍했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다.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초근목피로 연명하여 얼굴이 붓고 누렇게 된 부황증을 앓는 사람을 거리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보릿고개를 벗어나게 된 것은 1960년대 후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실시되면서 부터다.우리나라가 살아가는 근본적 문제 가운데 하나인 식량 문제를 해결한 것은 불과 50년 전 일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식량문제는 백성의 생사를 가를 만큼 심각한 범국가적 고민거리였다.그 시절 우리조상이 보릿고개를 겪었다면 지금 우리의 젊은이한테는 청년실업이란 지난한 현실이 막아 서 있다. 먹고사는 문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국가적 재앙 될 만큼 범국가적 현안이라는 점에서도 보릿고개와 비견할만하다.젊은이에게 취업이란 삶을 영위하는 수단이기에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다. 취업이 됨으로서 누리는 개인적 행복은 국가의 활력소로서도 충분하다. 이는 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국가의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다.1970~80년대 경제성장의 후광을 업고 높은 출생률을 보였던 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올해부터 취업시장에 대거 쏟아진다고 한다. 거듭되는 청년실업난을 헤쳐 갈 국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18

드루킹

인터넷 댓글조작혐의로 구속된 김모(48)씨의 닉네임 ‘드루킹’이 4월 임시국회를 뒤흔드는 파괴력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원인 그는 2009년부터 인터넷공간에서 쓰는 자신의 닉네임을 ‘드루킹’으로 써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와우)’에 나오는 ‘드루이드(고대 유럽의 마법사)’에서 따왔다고 보고 있다.드루킹은 ‘드루이드의 왕(King)’이라는 의미로 풀이되며 김씨의 트위터 계정 역시 ‘D-ruking’으로 개설돼있다. 김 씨는 최근까지 ‘이니(문재인 대통령의 애칭)하고 싶은 거 다 해’ 등의 제목으로 친여권 성향의 시사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드루킹 사건이 알려진 것은 지난 1월 인터넷 포털에서 집중적으로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을 쓰고 해당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3명이 민주당 당원으로 밝혀지면서부터다. 이 가운데 주범 격인 김 씨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김경수 의원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야당에서 여권발 댓글조작의혹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진 김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가 지난 대선 당시 자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알리는 온라인 활동을 벌인 뒤 자신에게 무리한 인사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반감을 품고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현 정부를 악의적으로 비난한 것이 이 사건 본질”이라고 언급했다.경찰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탄핵으로 대통령에서 파면된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국민적 비난을 샀던 것을 생각하면 한점 의혹없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치홍보 기법으로 SNS를 활용하는 방법이 여러 모로 활용돼 왔지만 이번 드루킹 사건처럼 몇몇 인물들의 고의적인 댓글조작 사건이 경찰에 의해 단속되고, 피의자가 정권의 핵심인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벌써부터 SNS에서는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속담에 빗대 ‘댓글로 흥한 자는 댓글로 망한다’는 비아냥이 전파되고 있다. 민심은 천심이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가 있어선 안 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17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꿈

미국의 공화당 폴 라이언(48) 하원의장의 정계은퇴가 화제다. 특히 그의 은퇴 배경이 남편과 아버지로서 가정에 충실하기 위한 결심으로 알려지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계속 정계에 머물면 아이들이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며, 나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미 의회 내 공화당 최고의 권력자이며, 미국 보수 세력을 이끄는 40대의 촉망받는 잠재적 대권주자다. 현재 미국의 권력순위로 보면 3위 자리에 있다. 그래서 그의 은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좌절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평소 주말이면 워싱턴에서 1천100km나 떨어진 자신의 자택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던 그의 행적에 비춰보면 그의 설명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도 폴 라이언이 자기 집이 있는 위스콘신주 제인즈 빌에서 자주 목격됐다고 보도했다.우리나라 정치인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은퇴 이유여서 그의 은퇴선언이 국내에서 더 많이 설왕설래되고 있다. 70이 넘은 고령에도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노욕을 부리는 한국의 정치풍토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우리나라도 가족이 있는 삶이 젊은이를 중심으로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 보수만 따지지 않는다. 물론 돈을 많이 주면 좋겠으나 요즘은 ‘복지제도’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워라밸(Work and Balance)이란 용어도 그래서 새롭게 생겨난 것이다.이른바 휴식이 있는 삶을 최우선 가치로 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선공후사(先公後私)란 사회적 가치가 점차 쇠약해지고 개인의 권리가 앞서는 시대 양상이다.가족 때문이라면 그 어떤 영광도 내려놓겠다는 라이언의 결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먼저 가족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또 하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영광이나 명예를 스스럼없이 던질 수 있는 지도자가 왜 우리에게는 없는지를 생각케 한 점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16

안동차전놀이

1968년 제9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한 안동차전놀이는 대통령상을 수상한다. 1천년 가량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가 사라질 위기에서 복원되는 순간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협동 단결의 정신이 담긴 안동차전놀이는 일제 강점기에 강제 중단되고, 1936년을 마지막으로 전승이 끊어졌다. 해방을 맞고도 한동안 명맥을 유지하기 힘겨웠던 안동차전놀이는 1966년 안동중학교 개교 20주년 기념행사에 째기동채(소규모 차전)를 이용한 차전이 재현되면서 등장하는 계기를 맞는다. 이후 안동지역의 뜻있는 이들의 여망에 의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두 차례 출전하게 되고, 드디어 대통령상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다. 다음 해인 1969년 1월 안동차전놀이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24호로 등재된다.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예술들이 명맥을 이어져 오게 되는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굴곡의 역사가 있다.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는 1958년 정부수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으로 출발했다. 이 사업은 사라져가는 전통민속예술의 발굴과 보전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1999년 이 사업은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면서 이름도 한국민속예술축제로 바뀌었다. 한국민속예술축제는 행사를 치르면서 그동안 국가무형문화재 36종, 시도무형문화재 103종 등 모두 139종의 무형문화재를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안동차전놀이는 놀이에 동원되는 도구가 큰 지게 모양으로 생겨 동채싸움, 동태싸움으로 불렸다. 우리나라에서 전승되는 동채놀이 중에는 가장 오래됐으며 규모도 가장 크다. 전쟁과 연관된 상무정신이 깃든 남성들의 놀이로서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하다고 한다. 특히 두 팀이 오랜 시간 힘을 겨루는 이 경기는 협동, 단결, 화합을 상징으로 하는 것이 뜻 깊다.뉴질랜드 오클랜드 한인회는 오는 14일 한인의 날 기념으로 안동차전놀이 초청 공연을 가진다고 한다. 현지교민 300여 명이 공연에 직접 참가한다고 한다. 한인회는 우리민족의 자랑스런 문화를 현지에 알리는 계기로도 삼겠다고 하니 우리고장 안동의 문화가 또한번 국위선양한다니 자랑스럽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13

프라이카우프(Freikauf)

오는 4·27일 남북정상회담 의제중 하나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포함하는 방안을 청와대가 검토하면서 지난 해 4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 등장했던 ‘프라이카우프(Freikauf)’가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용어는 독일어로 ‘자유를 산다’는 뜻이다. 통일전 서독이 동독에 있던 정치범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현금과 현물을 제공했던 전략을 말한다.독일의 프라이카우프는 1963년 시작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26년간 진행됐다. 서독은 3만3천755명의 정치범과 25만명에 달하는 그들의 가족 송환대가로 동독에 34억6천400만 마르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환율로 4조원이 넘는 돈이다. 그러나 동·서독 정부 차원이 아닌 교회 등 민간이 주도했고, 서독 언론도 사업과정에 대해 철저한 비밀에 부치는데 동의한 상태로 진행됐다.일명 ‘한반도 프라이카우프’가 실현될 수 있을 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실향민 가족 출신인 문 대통령은 6만명에 달하는 이산가족(상봉신청자) 전원의 상봉을 추진한다는 것이 자신의 대선공약이었다. 그래서 취임 이후 줄곧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해왔다. 지난 해 7월 ‘베를린 선언’에서 고향 방문단 형식의 상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거절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0월 20차 행사를 끝으로 3년간 중단됐다. 현재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13만여명으로 이중 생존자는 6만명이 되지 않는다. 생존자중 64.5%는 80세이상의 고령자들이다.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한반도 프라이카우프’란 표현은 사라졌다. 대신 “국군포로·남북자 문제는 송환을 포함해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추상적 표현으로 바뀌었다.아마 문 대통령 취임후에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퍼주기 논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분단으로 빚어진 민족의 비원인 ‘이산가족 상봉’이 어떤 방식으로든 하루속히 이뤄지길 기원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12

어버이날 휴일 논란

중국에서는 늙은 까마귀가 제 구실을 못하면 자식 까마귀가 먹을 것을 물어다가 제 어미에게 먹인다고 하여 까마귀를 자오(慈烏) 혹은 반포조(反哺鳥)라 불렀다. 어버이 은혜에 대한 자식의 지극한 효도를 반포지효(反哺之孝)라 부르는 것은 이 말에서 유래했다. 까마귀라는 하찮은 미물조차 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데, 사람의 도리로서 효(孝)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뜻이다.부모에 대한 효심은 동서고금에서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유교사상에 들면 더욱 그렇다. 부모에 대한 효는 도덕적 규범의 기초이다. 살아생전에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은 물론이요, 돌아가서도 부모의 편안함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린다. 제사는 효 사상에서 출발한 조상에 대한 도덕적 예의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해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는 날로 삼아왔다. 그러나 해가 지나면서 ‘아버지 날’이 없다는 여론이 일자 1973년부터는 5월 8일을 어머니 아버지를 포함한 ‘어버이 날’로 명칭 변경하고 법정 기념일로 지내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어버이 날’의 공휴일 지정에 대해 네티즌 간 찬반 논쟁이 뜨겁다는 소식이다.공휴일 지정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오면서 찬성여론과 더불어 반대여론도 만만찮음을 짐작케 한다. 아직은 이렇다 할 정부의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찬반논란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괜히 자식에게 짐이 되는 듯 한 기분이라 생각에 찬반논쟁 자체가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사회적 갈등보다 ‘어버이 날’의 참의미를 기리는 날이었으면 더 났지 않을까 싶다.“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그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옛 선현들의 말처럼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를 자주 찾아 뵙지 못해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좋은 미풍양속 잊지 않는 우리의 전통을 살리는데 논쟁의 중심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11

유령주

삼성증권이 지난 6일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천원 대신 자사주 1천주로 잘못 지급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삼성증권의 전체 발행주식이 8천930만주이고, 이 발행주식을 훨씬 많은 주식이 전산상으로 발행됐고,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이 501만2천주(시가 2천억원 상당)를 팔아치우는 사상 초유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잘못 입고된 유령주식 28억주의 환산가액은 무려 112조원에 달한다. 이번 사고로 자신의 주식이 아닌 유령주식을 배당받은 삼성증권 직원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유령주는 주식회사를 설립하거나 신주를 발행할 때 발기인 또는 이사가 주식을 인수하거나 주식을 납입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가장하여 발행한 주식을 말한다. 상법에서는 유령주의 발행 및 거래를 막기 위해 주식 인수인으로 하여금 금전출자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납입금 보관에 관한 여러 조항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회사를 설립할 때, 주식 인수인은 발기인이 지정하는 날까지 인수가액의 전액을 납입해야 한다(상법 305조 1항)거나 이를 어길 때 발기인은 강제집행뿐 아니라 실권절차도 취할 수 있다(307조)는 조항이 그것이다. 또 신주를 발행할 때, 주식 인수인은 주식 청약서에 적힌 납입기일까지 인수가액의 전액을 납입해야 하고(421조), 이를 어길 때에는 실권한다(423조)고 규정돼 있다.금융당국은 이번 삼성증권의 소위 ‘유령주식’거래 사태를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증권계좌 관리실태를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반장으로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해 주식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고,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돼 있으며, 주식 없이 매도가 먼저 이뤄지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이같은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해서는 증권사에서 매도하려는 주식이 확보돼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로 하는 방향의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10

신문산업의 분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신문은 1883년에 발행된 한성순보를 꼽는다. 그러나 한성순보는 정부가 발간한 신문이었고, 한문만으로 기사를 작성해 일반 대중화에 이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정부 발행의 한성순보를 일각에서는 관보적 성격으로 보는 관점도 있으나 근대 신문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최초 민간신문은 독립신문이다. 1896년 4월 7일 창간됐다. 서재필과 개혁파가 합작하여 창간한 이 신문은 순수 한글로 만들어 신분의 귀천에 상관없이 누구나가 읽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신문으로서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다.처음에는 국문판과 영문판으로 구성돼 만들었으나 나중에는 영문판만 별도로 발행했다. 격일간지로 출발하여 일간지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신문 역사에 여러 신문이 창간되는 계기를 만든 신문이여서 역사적 의미도 있다. 초창기 이 신문의 크기는 가로 22㎝, 세로 33㎝의 타블로이드판이며, 모두 4면을 발행하였다.특히 초창기 독립신문은 만민평등과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삼아 당파를 초월한 엄정 중립의 보도자세를 견지했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개방정책이 막 시작될 무렵이어서 신문이 국민계몽에 앞장서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정부정책을 국민에게 해설하고 전달하였으며, 국민의식과 사상 변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주말인 지난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의 창간 일에 맞춰 1957년 한국신문협회는 이 날을 ‘신문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행사를 가졌다. 올해도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공동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62회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신문협회는 “신문은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대표적 공공재”며 “신문의 공익성은 어느 매체도 대신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신문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신문의 위기가 신문 본질의 기능적 위기로 이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신문 산업의 분발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