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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졸혼(卒婚)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뜻으로,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이다. 나이 든 부부가 이혼하지 않으면서도 각자 자신의 여생을 자유롭게 살며 즐기기 위해 등장한 신풍속이다. 이는 결혼의 의무에서는 벗어나지만, 부부 관계는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혼, 별거와는 차이가 있다. 졸혼이라는 개념은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杉山由美子)가 `졸혼을 권함(卒婚のススメ)`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졸혼을 결정한 부부들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그동안 자녀 양육과 경제 활동 등으로 누리지 못했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는 한 집에 함께 살면서도 서로 간섭만 하지 않거나 별거해 따로 살며 가끔 만나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졸혼이 화제가 된 것은 최근 모 방송프로에 나온 중견탤런트인 백일섭씨가 졸혼을 선언하고 홀로서기를 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부터다. 실제로 백일섭은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 결혼 40여년 만에 감행한 졸혼이라는 낯선 경험을 고백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방송에서 백일섭은 제작진에게 졸혼한 사실을 전하며 “아내와 만난 지 오래됐다. 1년 됐다. 집을 나온 지 16개월 됐다”고 고백했다. 백일섭은 40년 결혼 생활을 접고 졸혼을 선택한 이유로 “같이 살아도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정답게 살면 같이 사는게 좋은데, 그런데 난 성격상으로 처음부터 그렇게 맺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돌이킬 수가 없었다. 늘 아들한테 `네 엄마한테 잘해라`라고 이야기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이 영향을 받은 것일까. 급기야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연출 이재상·극본 이정선)에서도 졸혼을 선언하는 남편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드라마에서 차규택(강석우 분)이 오복녀(송옥숙 분)에게 졸혼선언을 하고, 충격을 받은 아내가 자궁근종이란 병으로 수술을 받게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황혼이혼이 늘어난다는 뉴스에 이어 졸혼이 새로운 풍속도로 등장하고 있다니 입맛이 씁쓸할 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7-04

울릉도 수토사(搜討使)

울릉도에는 조선시대 관리들이 이곳을 찾아와 현장을 답사하고 이주민들의 생활과 치안을 관장한 내용의 각석문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2001년 울릉도 도동항 축항공사 때 발견된 도동리 각석문과 수토사(搜討使)들의 활약이 담긴 태하리 각석문 등이 그런 것들이다. 각석문에 실린 내용만 보아도 울릉도와 독도는 우리나라 땅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최근에 월송만호 박수빈이 1803년(순조 3년) 수토관으로 울릉도에 들어갔다가 자신과 수행원의 이름을 새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각석문이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처음이 아니라 사료적 가치는 높지 않더라도 울릉도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수호해 왔던 땅이라는 사실이 또 한번 입증된 셈이다. 조선시대는 일본 왜구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기 위한 수토정책을 오랫동안 써왔다. 수토정책의 선봉장은 동해안의 방위를 책임진 삼척포 진영이 맡았다. 삼척 영장과 월송포 만호는 교대로 수토관으로 임명되어 울릉도를 왕래하며 관리를 했다. 울릉도로 가는 뱃길은 울진이 최적지였다. 울진군 기성면 구산리에는 당시 수토사들이 머물렀던 대풍헌(待風軒)이란 건물이 아직 남아있다. 대풍헌은 바람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관리들이 이 곳에서 순풍이 불 때를 기다렸다가 울릉도로 떠났던 것으로 짐작된다. 취약했던 당시 뱃길로 미뤄보아 수토사들의 고생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대풍헌은 독도 영유권 문제가 국제 이슈화 되면서 당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경상북도 기념물 제165호로 지정돼 있다.경북도와 울진군은 2011년부터 울진 구산항 일원에서 울진 수토사 뱃길 체험행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로 6번째다. 2015년부터는 수군복장을 한 수토사들의 가장행렬도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울진군은 수토사 기념관 건립도 준비 중이라 한다. 조선시대 수토사들의 역할을 통해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영역임을 확실히 알리겠다는 의도다. 조선시대 수토사들이 남긴 발차취를 더듬어보며 다시한번 우리 선조들이 힘들여 지켜온 우리의 땅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03

슬로시티 청송

슬로시티 운동은 2002년 7월 이탈리아 어느 작은도시에서 시작됐다. 자연과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는 세상을 꿈꾸는 도시운동이다. 슬로시티의 철학은 삶의 성장보다는 성숙에 두고 있다. 삶의 양보다는 질에 치중하고, 속도에서 깊이와 품위를 존중하는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 패스트 푸드(즉석식)에 반대되는 개념의 슬로우 푸드(여유식)를 즐긴다. 이탈리아 작은 도시에서 출발한 이 운동은 이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7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전남 4개 지역(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이 슬로우 시티로 지정됐다. 경북 청송군은 2011년 국내서 9번째 슬로시티 지정을 받았다. 주왕산 권역 일대를 포함한 국내 최초의 산촌형 슬로시티다. 2017년 3월 청송군 전역이 슬로시티로 확대된다.슬로시티 가입조건은 인구 5만 가구 미만이어야 한다. 도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환경정책이 있어야 한다. 유기농 식품의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고 전통음식과 문화보존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청송군은 경북의 오지다. 전체 군 면적의 80% 이상이 산이다. 중국 진나라 주왕이 피신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의 주왕산도 있다. 태백산맥의 남단에 위치한 주왕산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석병산(石屛山)이라고도 한다. 바위 산이 펼쳐내는 빼어난 경관 때문에 이곳은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청송에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주산지도 있다. 200년 전에 만들어진 저수지다.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인 저수지 위에 펼쳐진 왕버들의 모습은 천하일품이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다. 사계절의 변화를 잘 포착한 이 영화로 이 일대는 2013년 국가 지정 문화재 명승 제105호로 지정된다. 지난 5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청송은 서울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슬로시티의 진가가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기계적 삶과 공해를 떠나 찾아온 그들에게 슬로시티 청송은 청량제와 같은 곳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30

트럼프 악수

세계 각 지역의 인사법은 매우 다양하다. 유럽에서는 포옹과 볼 키스를 하며, 인도와 태국에서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는 합장을 한다. 마오리족은 서로 코를 비비고, 에스키모는 가볍게 서로의 뺨을 치는 것이 인사다. 티베트에서는 귀를 잡아당기며 혓바닥을 내미는 것이 반갑다는 표시라고 한다.하지만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인사법이 악수다. 인류학자들은 악수를 손에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음을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도 아프리카 부족 중에는 모르는 사람을 우연히 만날 경우 손바닥을 활짝 펴서 인사를 나눈다. 안전을 확인하는 행위가 차츰 반가움과 대등한 존중을 표시하는 인사법이 돼 전 세계에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악수에도 각 지역마다 다른 예법이 있다. 일본에서는 악수할 때 상대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면 안 되고, 중동 지역에서는 힘을 세게 하여 악수하면 결례다. 반면 미국에서는 힘없이 가볍게 하는 악수를 오히려 좋지 않게 여긴다. 따라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힘있게 악수하는 것은 미국의 관습대로라면 결례라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트럼프의 악수는 유별나다. 트럼프는 악수할 때 있는 힘껏 손을 쥔 채 상대방을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기는, 공격적인 악수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수법은 상대방에 대한 기선 제압과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2월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 아베의 손을 으스러지도록 움켜쥔 채 약 18초간이나 흔들어 아베를 당황하게 했다. 반면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났을 때는 악수를 청하는 메르켈의 말에 한마디 대답도 없이 딴청을 피우며 악수를 거부했다. 이는 평소 트럼프 정책에 반대하는 메르켈에게 보내는 무언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이쯤되면 트럼프는 악수를 외교적 힘겨루기를 위한 무기로 활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트럼프가 어떤 악수를 청해올지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29

갑질 사회

우리나라에서 갑질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세인의 주목을 끌었던 갑질논란 사건은 우리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게 일어났다. 이른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도 그 중 하나다. 2014년 12월 5일 일어난 이 사건은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면서 재벌가의 갑질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대한항공 회장의 장녀이자 부사장이 승무원의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난동을 부린 것이 급기야 이륙준비 중인 비행기를 되돌리게 하는 상황까지 몰고 간 것이다. 당사자가 법정에 서야 했던 불운한 사건이었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또 한번 갑질논란을 일으켰다. 당사자 간 합의로 수습국면에 들어갔으나 뒷맛은 개운찮다.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피자업체 회장이 갑질논란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다. 회장 친인척이 관여하는 업체를 유통과정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가맹점에게 비싸게 치즈를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탈퇴한 가맹점주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열어 이른바 보복영업까지 했다고 한다.이 업체 회장은 본래 밑바닥부터 사업을 벌여 누구보다 을의 입장을 잘 아는 인물이었다는데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소비자는 갑”이라는 평소 소신을 까먹은 것 같다.한 정신과 의사는 그가 쓴 책에서 우리사회의 갑질 현상은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관습에서 온다고 보았다. 불평등과 차별을 타파하려는 본질적 노력이 없으면 우리사회는 `빈익빈 부익부`의 구조가 깨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일본에는 `파와하라`라는 말이 있다.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의 일본식 합성어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힘 희롱`이다. 상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인데, 보수적 일본의 직장문화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갑질논란이 자주 빚어지는 것은 아직은 불평등 문화가 우리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불평등과 차별을 개선하려는 사회 인식적 합의가 빨리 확대되었으면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28

`이등병의 엄마법`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26일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 전원을 순직자로 인정하고, 의무복무 중 순직한 군인의 아들과 형제의 군복무를 면제해주는 일명 `이등병의 엄마법`(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화제다. 이번 법률개정안은 군대 내 사망 사고와 그에 따른 유가족들의 투쟁을 다룬 연극 `이등병의 엄마` 등에서 나온 군 사망자 유가족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는 지난 5월 19·20일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공연한 고상만 작·박장렬 연출의 연극작품이다. 실제 최초 사건의 발단은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경비중대 소대장이던 김훈 중위의 사망사건에서 비롯됐다. 김훈 중위는 근무 중이던 전방 241GP에서 싸늘한 권총 사망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장에 수사관도 도착하기 전에 이 사건은 언론에 자살로 전파된 채 묻힐 것을 강요당했다. 김훈 중위의 부친인 1군 사령관 김 척 장군은 9개월 동안 군부대가 감추고자 하는 아들 김 훈 중위 타살의 배경과 현장에서 발견된 결정적 타살 정황 증거들, 증인들을 찾아내 군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으나 부실한 초동 수사를 거쳐 억지로 자살로 꿰맞춘 당시의 군 헌병대와 형식적 재수사를 담당한 육군 고등 검찰 부는 이런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 한번 하지 않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이라는 결론을 되풀이했다고 한다.이번 법률개정안은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을 전원 순직으로 인정하고 △의무복무 중 전사 또는 순직한 군인(2016년 73명 사망)의 형제와 자식에게는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의무복무 중 상이등급 6급 이상으로 다친 군인의 형제와 자식은 6개월 보충역을 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동안 자해사망 군인 일부가 순직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전공사상자처리훈령의 기준이 모호해 의무복무 중 자해사망으로 사망한 군인 다수가 일반사망으로 처리돼왔던 것을 생각하면 때늦었지만 다행스런 조치다. 보훈의 달, 나라를 위해 순직한 장병과 가족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 아까우랴./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27

고독과 펫코노미 산업

반려동물이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란 뜻이다. 사람들이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동물을 사육하는 애완의 개념보다는 진전된 명칭이다.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애완동물의 가치를 새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반려동물로 부르기로 한 것이 시발이 됐다고 한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존중하는 가치의 개념이다.반려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반려산업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인의 68%가 가정에서 동물을 기르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7.9%의 가정에서 애완용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의 시장 규모는 급성장세다. 2016년 2조원 규모가 오는 2020년에 가서는 6조원 규모로 늘 것이라 한다. 이에 따라 관련 분야도 확장 일로다.반려동물 전용 훈련소, 유치원, 장묘업, 관련 자격증 등 새로운 분야가 척척 개척되고 있다. 펫코노미(pet와 economy의 결합)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시장규모 증가와 함께 고급화 현상도 등장했다. dog tv, 애견 호텔, 애완동물 전용 유모차, 자동 급식기 등이 그것이다.중국과 일본 등도 반려동물 시장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애완동물의 수가 무려 1억5천만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북경에 있는 한 동물전용묘지에는 3천개의 묘지가 마련돼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최근 일본에서는 고양이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 몸값이 장난이 아니다. 새끼 고양이 가격은 최근 3년간 60%가 올랐다. 일부 희귀종 고양이의 가격이 마리당 100만엔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개보다 고양이에 대한 선호가 이처럼 높은 것은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독신자가 기르기에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은 외로움을 달래려는 노령자나 독신자들의 고독에서 시작됐다.우리나라도 노령화와 더불어 1인 가구가 전체가구의 35%를 넘어섰다. 펫코노미 산업의 확장이 기대되는 이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26

기부하는 사회

우리나라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설립한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이 있다. 성숙한 기부문화 확산으로 사회공동체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고액 기부자 클럽이다. 1억 원 이상을 5년 이내에 납부하면 정회원이 될 수 있다. 2010년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회장인 빌 게이츠가 만든 자선단체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도 비슷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기부 규모는 우리와는 다르다.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했고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자선단체 설립을 주도한 버핏과 빌 게이츠는 죽기 전에 `더 기빙 플레지`를 통해 자신 재산 99%를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그들이 소지한 재산 규모가 약 90조와 80조 원에 각각 달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용기있는 결정이다. `더기빙플레지`에는 현재 세계 14개국에서 137명의 부호가 서명했다고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도 있다. 가진 자들의 통근 기부다.우리나라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대표적 가문인 경주 최부자 집도 비슷한 스토리가 숨어 있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속담을 무시하고 10대가 부를 이뤄간 집안이다. 1600년대 초 가문을 일으킨 최부자 집은 12대손 독립운동가 최준 선생이 전 재산을 학교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부자역사를 마무리 했다. 최부자 집 가훈 중에 눈여겨 볼 것이 많다. “재산을 만석이상 지니지 말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마라”, “사방 백리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것 등. 요즘 말로 표현하면 사회공동체를 위한 기부 개념이 그 속에 있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사는게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도와 살아가라는 기부철학이 엿보인다.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가입자 가운데 47%가 기업인이라는 통계가 있다. 비즈니스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공무원도 2%정도 보인다. 공직사회 입문을 두고 턱없이 높은 자문료를 받았던 인사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들에게 아너 소사이어티는 무얼까 궁금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23

접입가경

점입가경(漸入佳境)의 오기다. `가면 갈수록 경치(景致)가 더해진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지경(地境)이 돼간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을 비판하기 위해 과거 민주당의 논평을 그대로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오타까지 그대로 가져와 비판한 데서 비롯됐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3당이 한목소리로 국민이 원하는 협치를 위해 그토록 간절히 요청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며 “이에 한국당은 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의 2016년 9월 4일 자 논평을 되돌려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대변인은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모욕한 문 대통령의 탈법적 장관 임명. 귀 닫고 눈감은 문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갈수록 접입가경”이라며 “청와대는 오늘 강 후보자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논평에서 대통령과 당, 그리고 장관 이름만 바꿔 발표한 것으로, 오타를 낸 `접입가경`(점입가경의 잘못)조차 그대로 썼다. 민주당의 지난해 9월 4일 논평은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모욕한 박근혜 대통령의 탈법적 장관 임명, 귀 닫고 눈감은 박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갈수록 접입가경”이라며 “청와대는 오늘 조윤선·김재수·조경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전자 결재로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했다.이후 해프닝으로 끝날듯 했던 `접입가경`이 또 다시 논평에 등장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철우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암시`발언에 대해 “한 달 갓 넘은 문재인 정부 흔들기로 반사이익을 보려는 엉터리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며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의 막말과 막가파식 행동이 `접입가경`”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불과 1년전 야당이 썼던 논평을 그대로 써도 될 정도라니 우리 정치판 행태가 걱정스럽다. 잘잘못을 떠나 소통·협치의 정신이 아쉬운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22

대변인의 입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은 두 번째 국회동의 없는 임명이다. 야3당이 “대통령의 협치 포기”라고 발끈하고 있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다. 야당의 동의만 못 얻었을 뿐 임명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종종 있어왔던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치 풍토 속에 여야의 협치를 전제로 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 동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증명됐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왜곡 운영되는데 대한 비판도 있다. 고위공직자의 능력과 자질 검증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청문회가 사생활을 들춰내는 흠집내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는 바르게 운영되길 바란다.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본래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신중하라`는 뜻으로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 법적 장치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투명하게 하라는 것이 법의 취지다.최근 청와대 대변인의 청문회 관련 발언이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결정적 하자가 없으면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참고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일까? 대변인은 소속 기관의 의견과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대개는 그 기관의 수뇌부와 가까운 측근 중에 임명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이런 발언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도 많이 쏟아졌다. “대변인이 인사 청문회법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하는 얘기도 있었다. 아니면 국민을 가볍게 본 오만한 태도라는 말도 있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청와대가 청문회를 참고용이라 했는데 국회 수장이라는 분은 벙어리로 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논평도 냈다. 대변인은 그가 소속한 기관의 입이다. 신중하게 발언할 줄 알아야 한다. 그가 한 말이 나쁜 부메랑이 돼 윗사람을 욕보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21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야생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이 짧지않은 병명의 질환이 야외활동에 나선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경북에서 올들어 3명이 이 병에 걸렸다는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1명은 숨졌다.19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주에 사는 70세 남성이 지난 2일 SFTS확진판정을 받았고, 다음날 숨졌다. 이 남성은 지난달 31일 발열, 근육통, 호흡곤란 등으로 울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보건당국은 이 남성이 경남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고 혈압, 당뇨 등 질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일 청도에 사는 50세 여성이 SFTS 양성으로 나왔다. 이 여성은 지난달 초 마을 인근에서 고사리 채취를 한 뒤 발열, 구토 등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했으나, 현재 퇴원했고,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25명의 SFTS환자가 발생해 6명이 숨졌고, 2015년에는 환자 9명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현재까지 22명이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4명이 숨졌다.SFTS는 주로 4~11월 참진드기(주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한다. 증상은 고열, 구토, 설사, 혈소판 감소 등을 동반한다. SFTS는 예방백신이 없다. 따라서 농작업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 때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 이외에 다른 예방법이 없다.야외활동시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긴 팔, 긴 바지, 모자 등을 착용해 피부노출을 최소화하기나 풀밭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놀지 않기, 풀밭 위에 앉을 때는 돗자리를 사용하기, 산책로·등산로 등 지정된 경로 이외의 장소에 들어가지 않기 등이 예방책이 된다. 야외활동 후 예방수칙도 있다. 옷을 털고 반드시 세탁하기, 샤워나 목욕하기 등을 생활화하는 게 좋다. 야외활동 후 2주 이내 관련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옛말에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라 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20

미국인의 `총기 딜레마`

미국인이 총기를 소지하게 된 것은 영국 식민지에서 출발한 미국의 역사적 배경과 관계가 있다. 식민지 개척자 시대의 총기 필요성과 독립전쟁 때의 민병대 활약 등이 총기 소지를 합법적으로 허락하는 문화적 배경이 된다. 이미 수백 년 이어온 총기소지 문화를 바꾼다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은 총기산업이 이미 자국 주요산업으로 한 축을 이룬다. 총기 판매로 인한 세수만 약 46억 달러다. 미국 총기협회(NRA)의 로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총기사고는 일상에 속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미국인의 총기 사망사고는 교통사고 다음으로 많다. 2004년부터 10년 간 총기사고로 숨진 이는 모두 31만여 명이다. 연간 3만명 이상이 숨진 셈이다. 이달 14일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총기사고가 일어나 4명이 숨졌다. 한 배송업체 창고에서 직원 1명이 총기를 난사, 동료직원 3명을 살해하고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보다 앞선 6일에는 테네시주 내슈빌 다운타운 아파트에서 2살짜리 어린이가 쏜 총에 7살 난 사촌누나가 숨졌다. 경찰은 “2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총을 갖게 됐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어린아이가 총을 갖고 놀다가 오발 사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게 일어난다. 대체로 부모들의 총기류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어쨌거나 미국은 “술보다 총을 사기가 쉬운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총기사고의 원인도 따져보면 언제 어디서든 총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있다. 미국에서 총기 구매는 `누워서 떡먹기` 라 한다. 주별로 조금은 다르지만 간단한 신원조회만 거치면 별 문제가 없다. 총기상이 책방보다 많다고 하니 실상을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다.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게 너무 많다. 한해 3만명 이상이 사망한다는데 국가가 제재를 못하는 것도 이상하다. 최근 미국 발 총기사고 소식을 들으며 한 나라의 사회적 관습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한다. 아마도 이 문제는 미국인의 딜레마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19

`호국영웅 지용호로`

지난 5일 서울 청운동 자하문 고개 현충시설에서는 무장공비를 방어하다 숨진 말단 경찰관 흉상 제막식이 있었다. 흉상의 주인공은 종로경찰서 소속의 고(故) 정종수 경사다. 1968년 1월 21일 무장간첩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침투를 방어하다 당시 종로경찰서장인 최규식과 함께 총을 맞고 숨진 경찰관이다. 1·21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대통령 관저 폭파, 요인 암살, 국내 주요 시설폭파 등의 임무를 지닌 북한 무장군이 서울 중심부까지 침투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이 사건은 공비 29명이 사살되고 1명 도주, 1명이 체포되면서 종결됐다. 우리 쪽도 군·경 30명, 민간인 8명이 숨지는 피해를 입었다.사고가 난 뒤 최 서장은 자하문 고개에 동상이 세워졌다. 정 경사의 동상은 그가 숨진 지 49년 만에 세워졌다. 경찰 내부에서 정 경사의 호국 충절 정신을 최 서장과 같이 기리자는 뜻이 나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세웠다고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목숨을 던진 그의 충성심이 뒤늦게나마 동상으로 빛을 본 것은 다행한 일이다.최근 봉화군이 부하의 목숨을 살리고 자신을 희생한 고(故) 지용호 봉화경찰서장의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는 도로명을 지명했다는 소식이다. 봉화군 도로명주소위원회는 봉성면 봉성 삼거리에서 지서장 순직비가 있는 곳까지의 2.3㎞ 도로를 `호국영웅 지용호로`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 서장은 1949년 6월 17일 봉화 재산면에 공산당이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40여 명의 토벌대를 이끌고 가다 7명이 전사하는 사고를 당하고 나머지도 몰살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때 지 서장은 자신이 봉화경찰서장임을 밝히고 “나는 죽이고 다른 사람은 살려 달라”는 요구를 했다. 지 서장은 그 자리서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 나머지 사람들의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 당시의 그의 나이는 36세다.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맥을 끊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영령들의 뜻을 다시 한번 새겨보면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16

무인기

무인기(pilotless aircraft, Drone, 無人機 )는 항공용어사전에는 비행승무원이 없이 원격조정 장치에 의해서 조종되는 비행기로 정의되지만, 군사용어사전에는 원격조정 또는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항공기, 차량 또는 함정을 가리킨다.초창기 장거리 항공기의 조종실에는 5명이나 되는 조종사가 탑승하던 것이 통신장비와 항법장치, 컴퓨터 기술의 눈부신 발달에 따라 현대 여객기에는 2명의 조종사가 비행기를 조종한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무인기가 대세가 될 지 모른다. 무인기는 191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무인기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하던 위험하고 힘든 임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넓은 지역을 오랜 시간 돌아다니며 산불을 감시하거나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을 조사하고, 대공미사일 등이 설치되어 격추될 위험이 큰 지역을 정찰하는 임무 등에 적합하다. 기상관측이나 태풍추적, 어군탐지, 해안경비 등의 용도에도 사용된다. 넓은 지역의 농약 살포에도 이용된다.무인기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분야는 군사용이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군사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던 군사용 무인기는 1970년대부터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정찰활동으로 목표물의 위치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훈련용 표적이 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미사일을 이용하여 적진을 성공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최근 강원 인제군 남면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공중 촬영한 것으로 밝혀져 항공방어망이 뚫렸다는 여론의 비판이 뜨겁다. 군 당국에 따르면 비행체에 장착됐던 일제 소니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64GB)를 분석한 결과 400~500장의 사진이 발견됐고, 이 가운데 10여 장이 성주의 사드 포대를 촬영한 것이고, 나머지는 산이나 임야를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이미 무인기를 군작전에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레이더로는 길이 3m 이하의 소형 무인기는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무인기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15

쩍벌남 퇴치운동

싱가포르의 공공질서 유지정책은 유별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면 한화로 35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한다. 공공의 질서를 해치면 외국인이라도 과감하게 태형 체벌을 내린다. 1992년 싱가포르 정부는 역 안에서의 껌 판매를 금지했다. 껌을 씹은 사람들이 껌을 함부로 버려 도시미관을 망치고 있다고 판단해 껌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공공의 질서를 위해 개인이 껌을 사서 씹을 수 있는 선택권을 없앤 별난 정책이다. 전 세계는 싱가포르의 이런 정책을 두고 국민의 자유를 무시하는 수준 낮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국민을 어린아이 다루듯 정부가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하는 이른바 `유모국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되는 리콴유 전 총리는 외부의 비판에 대해 “정부는 국민을 교육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국민에 대한 교육과 강력한 제재를 통해 싱가포르를 부패하지 않고 깨끗한 이미지의 나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국가가 개인에 우선 한다`는 철학으로 싱가포르를 `작지만 강한 나라`로 이끌어낸 인물이다.스페인 마드리드시 의회가 여성단체와 손잡고 쩍벌남 퇴치 캠페인을 벌인다는 외신이 떴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다리를 지나치게 벌리고 앉아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쩍벌남에게 경고를 주는 스티커가 차내에 붙어졌다고 한다.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1만5천 명이 서명한 청원서가 마드리드시로 보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쩍벌남들의 무례한 행동이 서구에서도 역시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스페인보다 앞서 2014년 미국 뉴욕에서도 쩍벌남 퇴치 캠페인이 벌어졌다고 한다. 맨스프레딩(manspread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사회이슈가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인 1좌석제를 통한 계몽과 벌칙을 준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사회적 관습으로 인지되고 있다. 국가가 간섭하기보다 개인 스스로가 예절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선진 국민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14

시정연설(施政演說)

시정연설이란 대통령이 행정부 예산안 등의 국정에 관한 연설을 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법 제84조에 따르면 행정부의 예산안과 결산은 소관상임위원회에 회부하고 소관상임위원회는 예비심사를 한 후 그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한다. 이 경우 예산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게 된다. 시정연설은 예산편성과 관련된 경제·재정에 관한 정책적 사항뿐만 아니라 사실상 국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담기게 된다. 헌정 사상 최초의 시정연설은 노태우 전 대통령(1988년 10월)이 했으며,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2003년과 2008년 정기국회를 포함해 각각 2차례씩 국회에서 연설을 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2013년 1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해 시정연설을 한 4번째 대통령이 됐다. 우리나라는 취임 첫해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이듬해부터는 국무총리에게 연설문을 대신 읽게 하는 대독(代讀)이 관행처럼 돼 있다. 하지만 헌법상 정부의 수반(首班)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통령이 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한 시정연설은 취임(지난 5월10일)후 한 달여 만이니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시정연설이고, 추경예산안 설명을 한 대통령은 아무도 없었기에 최초의 추경 시정연설이라 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문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무엇보다 일자리 추경예산안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 사례로 문 대통령은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이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 할게요” 이렇게 썼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모든 의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지난 4월기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고, 체감실업률은 24% 안팎이라는 수치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도중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읍시다”란 대목에선 목소리가 잠깐 잠기기도 했다. 국회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13

`버핏`의 긍정 정신

워렌버핏(86)은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그가 투자하면 바로 돈이 된다 하여 그를 투자의 귀재라 한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그의 생각을 빌리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는 올해도 자신과 점심을 먹으면서 투자를 논할 사람을 찾는 입찰을 붙였다고 한다. 버핏과의 점심은 경매를 시작한 지 불과 2분 만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9일 마감한 입찰금액은 267만9천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억원이다. 이 돈은 빈곤퇴치 재단인 클라이드로 기부된다. 그는 1999년부터 그와의 점심을 경매에 부쳐 지금까지 2천369만달러를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했다. 86세라는 고령에도 많은 사람이 그와의 점심을 희망한다. 중국의 신흥 재벌이나 싱가포르의 부호들이 앞다퉈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니 그의 인기가 놀랍다. 워렌버핏은 어렸을 때부터 껌이나 콜라, 주간 신문 등을 팔고, 할아버지 가게에서 일하는 등 돈을 벌고 모으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억만장자면서 검소한 생활 태도를 지닌 갑부로도 유명하다. 2006년에 재산의 85%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정 했다. 2008년 그는 처음으로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재력가 1위에 올라섰다. 영향력도 점차 커져 2012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들어갔다.올해도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756억달러(84조원)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버핏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미국의 경제 및 금융 방송채널인 CNBC는 버핏이 지난 40년간 사용한 단어들을 정밀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손실(loss), 수익(gain), 가치(worth), 중요한(significant), 부채(debt), 탁월한(outstanding) 등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CNBC는 주로 긍정적 의미의 단어를 많이 쓴 것으로 보고 이것이 그의 성공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집념의 다른 표현이라 보아도 된다. 돈을 버는 투자의 개념에서도 `긍정의 힘`은 통하는 모양이다. 그는 “시장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12

비슬산(琵瑟山)

동양학 학자이며 칼럼니스트인 조용헌 박사는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을 가리켜 태산교악(泰山喬嶽)이라는 표현을 썼다. 태산교악이란 “큰 산처럼 탁 버티고 있는 무뚝뚝한 모습”을 이른다. 그는 경상도에 높은 산이 많아서 그렇단다. 대구의 북쪽에는 팔공산, 남쪽에는 비슬산이 있다. 둘 다 높이가 1천m를 넘는다. 도시를 가운데 두고 큰 산이 이처럼 둘러싸고 있는 도시는 드물다고 했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팔공산은 양기가 강해 대구의 아버지 산이요, 비슬산은 부드러움이 많아 대구의 어머니 산이라고 했다. 이런 비슬산이 본격 개발된다는 소식이다.비슬산은 대구시와 달성군, 청도군에 걸쳐 길게 뻗쳐있다. 산 정산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달성군지에는 비슬산을 일명 포산(苞山)이라 기록하는데 수목이 많다는 뜻이다. 신라시대 인도 스님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인도식 발음으로 비슬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비슬산에는 여느 산보다 많은 사찰들이 산재한다. 유가사와 소재사, 용연사, 용문사, 임휴사, 용천사 등 각 사찰들이 산세를 찾아 자리를 틀고 있다. 2014년 복원 중창된 대견사는 원래 절터만 남아 있던 곳이다. 동화사와 달성군이 복원했다. 이 절은 설악산의 봉정암과 지리산의 법계사와 더불어 1천m 이상에 자리 잡은 사찰이다. 고려 고종 4년 초임주지로 부임한 일연스님이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하며 35년간 머물렀던 절로도 유명하다. 1917년에는 일본을 바라보며 일본의 기를 누른다는 이유로 강제 폐사되는 수난을 겪은 절이다.조용헌 박사가 30년간 전국을 답사하며 선정한 명당 22곳을 책으로 냈다. 대견사 터도 그 중 하나다. 비슬산은 진달래 명산이다. 봄에 피는 진달래와 가을의 억새 등의 경관은 일품이다. 이곳 암괴류는 천년기념물로 지정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비슬산이 대구 1호 관광지가 됐다고 하니 드디어 그의 진면목이 알려진 셈이다. 대구시가 힐링 관광명소로 꾸밀 비슬산은 이처럼 숨겨놓은 스토리만으로도 훌륭한 관광 콘텐츠가 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09

파리기후협정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전세계 195개국이 지구온난화를 막기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합의한 파리협정이 미국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해 파문이 일고있다.파리기후협정은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주도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을 말한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1997년 채택한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0년 이후 적용할 새로운 기후협약이기도하다. 교토의정서에서는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었지만 파리협정에서는 참여하는 195개 당사국 모두가 감축목표를 지켜야 한다. 195개 당사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이상을 차지한다. 협정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각 국가가 자발적으로 정하는 `국가결정기여(NDC)`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NDC로 2024년까지 26~28% 절대량 감축을 약속했고, 중국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배출량 기준 `60~65%`감축, 한국은 2030년의 목표연도 배출전망치 대비(BAU) 37%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터 파리협정 파기를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에는 파리협정에 따른 이행조치인 `탄소세 도입`을 백지화하고, 최근 열린 G7정상회의에서도 협정 반대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세계적인 기후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3월 자국의 산업보호를 이유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이 알려지자 뉴욕, 캘리포니아 등을 비롯한 미국의 13개주 주지사, 19개 주 검찰총장, 200여 도시의 시장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결정을 비판했다. 지구의 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부작용을 막으려면 전세계가 힘을 모아야 하건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극단적인 자국이기주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08

`모성의 힘`

옥시토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출산 때는 자궁수축을 촉진하며, 수유 때는 젖의 분비를 돕는 활성 호르몬이다. 우리나라 대표적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는 그의 저서 `옥시토신의 힘`에서 옥시토신을 `사랑의 묘약`으로 표현한다. 그는 모성의 위대한 힘은 옥시토신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공 수유한 엄마보다는 모유 수유한 엄마한테서 옥시토신의 분비량이 훨씬 많이 나온다고 한다. 옥시토신이 여성에게만 있는 물질은 아니다. 이 물질은 남성에게도 생성이 된다. `애정물질`이라는 별칭처럼 다른 사람과의 좋은 스킨십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평소 친절하고 사랑스런 행동을 많이 나눠야 분비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박사는 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5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용서하기, 다음 감사하기, 스킨십하기, 움직이기, 마지막으로 봉사하기다.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면 좋은 분비물이 몸에서 저절로 생성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혼자서 밥을 먹는 혼밥족, 혼술족한테는 아무래도 불리한 내용이다. 그는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를 견제하라 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나 부정적인 감정들은 옥시토신 분비의 방해꾼이라는 것이다.최근 중국에서는 뇌성마비 아이를 홀로 키워 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학에 입학시킨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어머니 날`을 맞아 힘들게 아이를 키운 이 어머니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 어머니는 태아가 뇌성마비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경고에도 출산을 결정했다. 이후 뇌성마비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을 돕기 위한 엄마의 지극 정성이 끝내 기적을 만들어 냈다. 아이는 자라 지금 29살의 청년이 됐다. 중국 베이징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작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과정에 입학하는 영광도 안았다. 뇌성마비 청년은 “모든 영광은 엄마의 덕”이라 인터뷰 했다. 모성애는 늘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옥시토신의 힘`이 위대한가 `모성의 힘`이 위대한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