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인도 내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일 4명 이상의 `달라트`라는 신분의 여성이 성폭행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달라트는 인도사회 신분제인 카스트의 4단계 신분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최하위 천민계층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접촉만 해도 오염되거나 더럽다고 여겨지는 천민이라는 뜻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인도에서 이런 달라트 계층은 인구의 약 15%에 달한다고 한다. 인도에서 신분은 숙명적이다. 결혼, 직업,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신분에 따른 사회적 제약을 받는다. 다른 카스트와는 음식조차 나눠먹지 못하도록 사회 관습이 가로막고 있다.
불가촉천민 출신의 임베드 카르(1891~1956)는 인도의 간디만큼이나 존경받았던 인물이다. 미국의 흑인 해방가였던 루터 킹에 버금가는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불가촉천민 출신이면서 불굴의 노력으로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 영국에서 변호사와 박사학위를 얻어 네루 내각의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무엇보다 불가촉천민들의 해방을 위해 엄청난 인생 역정들을 펼쳐낸다. 그의 노력 등으로 1950년 인도에서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이 완전 철폐된다. 네루는 임베드 카르 박사를 두고 “힌두사회의 모든 억압에 항거한 혁명의 상징 인물”이라고 평했다.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은 없어졌다지만 사회적 관습에 의한 차별적 행위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인도는 최근 달라트 출신의 대통령을 새로 선출했다. `람 나트 코빈드` 새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층민의 지지로 주지사까지 지냈던 그가 정작 달라트 등 카스트 하위계층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의 당선이 인도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인도에서 천민들의 숙명적 시련이 아직도 미완성의 일로 남을 것인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