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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와 통화녹음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7-08-16 21:26 게재일 2017-08-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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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가 `몰카와의 전쟁`을 벌인지는 꽤 됐다. 최근 국회의원 아들이자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다리를 몰카로 찍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벌어지자 몰카 폐해의 논란이 또다시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1천824명이던 범죄자가 지난해는 4천499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5년 사이 2.5배가 증가했다. 직업별로도 공무원, 전문직, 자영업 등 다양하다. 연령대는 26~30세가 가장 많지만 전 연령대에서 고른 분포를 보여 범죄의 신종화 추세가 뚜렷하다.

몰카 때문인 사회적 스트레스도 늘었다. 특히 여성들은 누군가가 나를 몰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으로 불안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늘었다. 남성은 남성대로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찍을 때는 주변에 여성이 있는지 살펴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고 한다. 국회가 11일 몰래 카메라의 제조, 수입, 유통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정부가 사전 통제하는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몰카 근절법`이다. 몰래카메라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자부터 구매자까지 역추적이 가능하다. 몰카의 사회적 피해, 유통 등에 대한 주기적인 실태조사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몰카의 사전적 통제가 가능토록 한 법이다.

일명 `통화 녹음 알림법`도 법제화된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이 준비한 이 법은 휴대전화 통화 당사자 중 한 명이 통화 중에 녹음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이 이 사실을 알 수 있게 음성 안내 메시지가 들리도록 한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법 취지는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도 통화 녹음에 대해서는 엄격한 통제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한 협박이나 공갈로부터 대응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법 제정을 앞두고 논란이다. 입법의 찬반을 떠나 과학의 발달로 우리가 받는 혜택도 적지 않으나 우리 스스로의 행동을 규제하는 나쁜 관습법을 양산화하는 꼴이 됐다는 서글픈 생각도 든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모양새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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