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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야행(夜行)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7-08-11 20:46 게재일 2017-08-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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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은 밤에 걷는다는 말이다. 금의야행(錦衣夜行)은 비단 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으로 남이 알아주지 않을 때 쓰는 표현이다. 자기가 아무리 잘해도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밤길에 비단옷 입고 걷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요즘 세태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서도 비단 옷 입고 잘 걷는 시대다. 남 눈치 볼 것도 없다. 내 좋으면 그만인 세상이다.

야행 행사가 뜨고 있다. 지난 7월 경주에서는 `천년야행` 행사가 열렸다. 신라 천년 역사가 숨 쉬는 경주에서의 밤거리 역사기행은 색다른 맛이 있다. 첨성대와 대릉원, 월성, 동궁, 월지 등 신라왕궁의 핵심 유적지를 둘러보는 행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8월 초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안동 월영교에서도 `월영야행`이란 이름의 역사기행이 있었다.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인 월영교와 주변 자연경관 등을 활용한 환상적 나이트 투어였다. 원이엄마의 애절한 편지 사연도 들었다. 석빙고 등 월영교 주변의 문화재를 둘러보면서 여름밤이 주는 운치에 모두가 흠뻑 빠졌다.

문화재청이 선정한 전국 18개 시군구에서의 펼쳐지는 야행 행사가 여름밤 더위를 시원하게 날리고 있다. 우리지역에서는 경주와 안동에 이어 대구에서도 이달 25일과 26일 이틀간 열린다.

`2017 대구 근대로 야행`이란 이름의 밤길 역사 투어다. 이번에는 청사초롱을 밝히고 청라언덕과 이상화 고택, 약령시 등 근대로 일원을 투어 한다. 작년보다 더 풍성하고 즐거워진다고 주최하는 대구 중구청이 자랑한다. 음악과 문화가 어우러진 대구야행은 이미 예약으로 꽉 찼다. 작년에는 5만3천 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6만~7만 명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전국 야행행사는 지역의 문화유산과 지역특유의 문화 등을 접목한 야간형 문화향유 프로그램이다. 밤길을 걷는 것(行)과 거리(路), 역사(史), 먹는 것(食), 자는 것(宿), 밤에 보는 그림(畵), 역사 이야기(說). 진상품 이야기(市) 등 소 테마별로 야행의 재미를 꾸몄다. 대구야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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