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블랙리스트(black list)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등록일 2017-08-10 21:12 게재일 2017-08-10 19면
스크랩버튼
블랙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요주의 인물명부`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노동관계의 은어로 사용돼왔다. 미국의 노동조합은 미조직 사업소를 조직할 때 조합의 전임 조직책을 파견한다. 조직책은 대상사업소에 취직해 내부에서 조직하거나, 대상 사업소 종업원과의 접촉을 통해 외부로부터 조직화하는 방법으로 조합을 조직한다. 이같은 노동조합의 조직활동에 대항해 사용자는 조합 조직책의 인물명부 작성을 흥신소 등에 의뢰하고 그 명부를 이용해 조직화에 대응했는데, 이 인물명부가 블랙리스트다.

지난 해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해 여론의 지탄과 함께 재판을 받고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MBC 방송국에서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사실이 폭로돼 물의를 빚고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최근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문건 2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으로 각각 A4용지 1장과 3장 분량이었다.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는 2012년 파업 당시 보도를 담당하고 있던 MBC 카메라 기자 65명을 4개 등급으로 나눈 표이며, 최상위 등급은 별 두 개(☆☆), 2등급은 동그라미(○), 3등급은 세모(Δ), 최하위 등급은 엑스(X)로 표시했다. 등급분류는 2012년 파업 참가 여부와 회사 정책에 대한 충성도, 노동조합과의 관계 등이 기준이었다. ☆☆등급은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다고 적혀 있는 반면 X등급은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리스트는 실제로 승진·보직배치 등 인사에 활용된 정황이 드러나 적지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와 ○부류는 인사 때마다 1~3단계씩 승진했지만, △와 X부류 중 10여 명은 5년간 단 한 번도 승진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국민들에 대한 성향분석을 통해 지원여부를 결정한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잘못된 일이다. 아울러 불편부당해야 할 방송이 소속기자들을 등급으로 나눠 승진 등에 차별을 했다니 진상규명과 함께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