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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건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등록일 2017-08-08 21:51 게재일 2017-08-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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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건(Smoking Gun)`은 어떤 범죄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 증거를 일컫는 말이다. 살해 현장에 있는 용의자의 총에서 연기가 피어난다면 이는 그 총의 주인이 범인이라는 명백한 단서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모킹 건`이란 말은 영국 유명 추리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인 `셜록홈즈` 시리즈 중 `글로리아 스콧`에 나오는 대사에서 유래했다. 소설 속 살해현장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된 말로, `그 목사는 연기 나는 총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다(the chaplain stood with a smoking pistol in his hand)`라며 목사가 살해범으로 지명된 것이다. 소설에서는 `연기 나는 총(smoking pistol)`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후 표현이 바뀌어 스모킹 건으로 쓰이고 있다.

1974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글을 쓴 기자 로저 윌킨스는 사건을 조사하던 미 하원 사법위원회의 최대 관심사가 `결정적 증거 확보`라면서 `Where`s the smoking gu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후 미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뉴욕 주 하원의원 바버 코너블이 닉슨 대통령과 수석보좌관 사이에 오간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증거물)를 가리켜 `스모킹 건`이라는 말을 쓰면서 이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7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도 스모킹 건의 존재여부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핵심쟁점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다. 특검은 이를 밝혀줄 결정적인 증거인 스모킹 건으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이후 작성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핵심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정황 증거로만 채택했다. 지난달 25일 증거로 채택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도 스모킹 건이 될 것인지 관심거리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런 증거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직접 개입을 증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한 나라 권력 최상층부의 범죄를 입증하는 일이 그리 쉬울 리 없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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