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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딜러시크(Dealer Chic)

`딜러시크(Dealer Chic)`란 소비활동에서 정가를 지불하지 않고 가격을 깎거나 할인정보를 공유하는 소비현상 또는 소비문화를 말한다. 가격 흥정 자체를 목표로 삼아 현명한 소비생활을 추구하는 소비양상을 일컫는다. 세계적으로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할인 관련 정보를 활용하거나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직구문화가 유행하고, 직구사이트와 가격비교 사이트, 예를 들어 최저가 항공기 티켓 판매사이트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같은 트렌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단지성을 통해 직구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마찬가지다. 2012년에는 세계적인 시장트렌드 조사전문기관인 영국의 트렌드워칭닷컴이 뽑은 소비 트렌드 중 하나에 딜러시크가 선정되기도 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쿠폰 등 맞춤형 혜택을 적극 활용하고, 다른 소비자의 후기를 분석하는 소비 행태는 현명함을 넘어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예전에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는 할인과 가격 흥정을 번잡하고 당황스러운 행동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현명한 선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의 81%가 쿠폰이나 고객 카드 이용으로 돈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실제로 열정적인 쿠폰 사용자의 40% 이상이 연간 7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소셜 쇼핑 서비스 사업자가 하루에 제품 하나 또는 서비스를, 일정한 거래량을 달성하면 50%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하는 `데일리 딜` 서비스의 성공도 딜러 시크 트렌드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몇 년 전 중국 인터넷 `데일리 딜(Daily Deal)` 시장의 50% 이상을 `여가 활동`, `영화 보기`, `외식하기`가 차지했고, 같은 해 미국에서도 데일리 딜로 최고 수익을 올린 10개 항목은 `7일간의 리조트 여행(399달러)`, `햄버거(6달러)`, `영화표와 음료수(5달러)`, `태양의 서커스 공연표(70달러)`였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마당에 알뜰살뜰 살림 사는 아줌마 정신을 대변하는 `딜러 시크`의 유행이 마냥 반가울 따름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30

정치관료

폴리페서(polifessor)는 politics(정치)와 professor(교수)의 합성어다. 현실 정치에 뛰어든 교수를 의미하는 말이나 부정적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교수들이 배운 학문을 기초로 해 현실 정치가 이상적으로 흘렀다면 부정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구성된 우리나라 역대 내각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교수출신 장관의 비율이 20~30% 정도는 된다. 그것이 보수나 진보정권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교수만큼 정부 요직에 자주 임명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유명대 교수들은 정치와 고급 행정관료와의 네트워킹은 필수란 말이 나온다. 한국의 교수사회는 이런 폴리페서로 인해 국가권력을 견제한다는 인상보다 오히려 유착한다는 이미지를 더 많이 전달한다.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도 비슷한 합성어다.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을 합성한 조어로 이것 역시 부정적 의미가 많다. 언론활동을 배경으로 정계와 관계로 진출을 시도하는 언론인을 빗댄 말이다. 언론의 정치중립과 공정보도를 부르짖던 그들이 이런 행동으로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릴까봐 우려해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물론 학자나 언론인이 자신의 철학을 정치를 통해 펼칠 기회를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 자유 민주주의 세상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야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이 소신이나 철학이 아닌 개인의 출세와 영화를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면 비난받아도 마땅하다.요즘 관료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자주 나온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국가정책이 180도 달라지는데 대한 우려다. 정책의 결과가 과거보다 나아지고 발전한다면 걱정일 리가 없다. 그러나 뻔히 나빠질 것을 알면서도 정치권 주장대로 끌려간다면 무소신 관료로서 비난받아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의 폴리크라트(정치관료)는 폴리페스와 폴리널리스트처럼 부정적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정책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영혼 없는 공무원`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29

한반도의 이상 한파

한반도에 기습적인 한파가 찾아오면서 전국이 시베리아 동토(凍土) 못지않게 꽁꽁 얼어붙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의 아침 6시 기온은 -11.5℃로, 러시아 모스크바(-10.4℃·협정세계시 기준 오전 6시)보다 1도 가까이 더 떨어졌고, 카자흐스탄 알마티(-12.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무인 자동기상관측망(AWS) 기준으로 강원 인제(향로봉)는 낮 최고기온이 -20℃까지 내려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낮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국토 최남단인 제주 역시 곳곳에서 낮에도 영하권에 머물렀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한파특보가 발표됐다.`지구온난화` 현상이 무색하게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상현상을 설명할 때 고기압은 공기가 많은 지역을, 저기압은 공기가 적은 지역을 말한다. 공기는 총량의 법칙에 따라 한 지역에 공기가 많이 모여들면 근방의 다른 지역은 공기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고기압과 저기압은 대부분 짝을 이뤄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고기압은 맑은 날씨가 되고, 저기압은 구름이나 비를 동반한다. 그런데 고기압과 저기압은 보통 짝을 이뤄 다니기 때문에 며칠 날씨가 좋으면 그 후 며칠은 날씨가 좋지 않다. 이같이 겨울에 3~4일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좋으면서 춥고, 나머지 3~4일은 저기압에 의해 날씨는 좋지 않지만 덜 추운 기온이 나타난다. 바로 `삼한사온(三寒四溫)`현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연법칙에는 항상 예외가 발생한다. 바로 저지고기압이 그런 예다. 한반도의 이상한파도 대륙고기압이 빠져 나갈 통로가 막히는 저지고기압(Blocking High)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지고기압이란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하며 동쪽으로 움직이는 저기압의 진행을 저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블로킹 고기압`이라고도 불린다. 고기압과 저기압은 나란히 짝을 이뤄 움직여야 하지만 저지고기압은 상당기간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기압을 형성한다. 따라서 한반도 북쪽으로 저지고기압이 발생하면 시베리아 북쪽의 찬 공기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기온을 급격하게 떨어뜨려 이상한파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25

`파파라치` 만능시대

`파파라치`는 본래 유명인사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몰래 찍어 신문, 잡지사 등에 고액으로 팔아넘기는 `몰래 카메라맨`을 일컫는다.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한때 서구 언론에서는 파파라치 사진을 대서특필한 사례가 많았다. 특히 재클린 오나시스와 같은 유명인의 밀회 장면들이 노출되면서 세계적 화제를 자주 만들어 낸 장본인이 파파라치다. 불행히도 1997년 파파라치의 추적을 따돌리려던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교통 사망사고로 파파라치의 이미지는 한참 추락하고 만다.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도 파파라치라는 말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특종감을 찾는 본래의 파파라치와는 다른 포상금을 노린 전문꾼의 의미로 쓰였다. 각종 위법행위를 몰래 촬영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자다. 단속의 효율성을 이유로 우리나라 행정당국의 신고 보상금 제도가 늘면서 “파파라치가 만능이냐”는 비판이 생겨났다. 지나치게 파파라치를 활용한 신고 보상제도는 “국민의 불신만 키운다”는 비난이 급등 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신고 포상금제도는 900건을 넘는다. 식파라치(불량식품의 유통거래), 쓰파라치(쓰레기 불법 투기), 학파라치(학원의 불법영업), 카파라치(교통위반 차량), 노파라치(노래방의 불법 영업행위), 표파라치(불법 선거 감시) 등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 가운데 웬만하면 파파라치 표적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다.정부가 3월부터 반려견 관리를 강화한다는 발표를 했다. 연예인 최시원씨의 개가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사이버 상에서 또다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반려견의 위험으로 부터 이젠 안심해도 되겠다”는 측과 “신고 포상금제를 통한 규제가 능사냐”는 반대 의견이 맞붙었다.자율과 규제는 상호 반복을 요구하는 습성이 있다. 파파라치가 만능일 수는 없다. 그러나 자율을 위한 상호 영역에 대한 에티켓이 먼저 지켜지지 않으면 이 문제는 영원히 갈등으로 존재할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24

스텔스 통장

스텔스 통장은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없고 예금주가 은행창구를 직접 방문해야만 입출금을 할 수 있는 비밀 통장을 가리킨다.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비행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스텔스 통장`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남편이나 아내의 비상금 통장이나 비자금 통장으로 이용되는 일이 많다. 스텔스 통장은 당초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등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용도로 시작됐다. 초창기엔 입·출금이 불편해 일명 `멍텅구리 통장`으로 불리며 외면을 받았으나 비상금 관리용 통장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2015년 기준 시중 6개 은행에만 개설 통장이 14만5천개로 늘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스텔스통장의 46%가 여성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스텔스 통장은 `남편의 비상금 통장`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아내의 비상금통장`으로도 많이 쓰인다는 게 진실인 셈이다.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에, 지방은행에서는 대구·경남 은행에 많았다. 이같은 사실은 모 국회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전자금융거래제한 계좌 현황`자료에서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16개 은행의 스텔스 통장은 지난해 6월말 현재 28만2천30개로 집계됐다. 스텔스 계좌 28만여 개는 지난해 말 계좌 2억5천937만개(개인기준)의 0.1%에 해당한다. 스텔스 통장 한 개당 100만원씩 있다고 가정하면 2천820억원이라는 돈이 배우자 몰래 숨겨져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개인계좌 잔액 695조원의 0.04%규모다.다만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는 스텔스 통장을 만들지 못한다. 스텔스 통장은 온라인에서 통장이 안 보이게 조회를 막아놓은 대신 오로지 `지점 거래`만을 통해 이용하도록 한 통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케이뱅크에는 `계좌숨기기` 서비스가 있다. 이는 스마트뱅킹이나 인터넷뱅킹 이용시 조회나 이체 등의 계좌목록에서 특정 계좌가 노출되지 않도록 숨기는 서비스다. 스텔스 통장이 부쩍 인기를 끌고있다는 뉴스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주머니돈이 쌈지돈`이었던 시절은 어느새 흘러갔나 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23

덕수궁 광명문(光明門)

덕수궁의 본래 이름은 경운궁(慶運宮)이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당시 도성 안은 쑥대밭이 됐다. 이듬해 피난 갔던 선조가 한양으로 돌아왔으나 왕이 머물 궁이 없어 지금의 덕수궁을 행궁으로 삼아 머물게 됐다. 선조가 승하하고 왕위를 계승한 광해군은 본궁을 창덕궁으로 옮기고, 이때부터 이곳 행궁을 경운궁이라 불렀다. 경운궁이 다시 궁궐로 쓰이게 된 것은 고종 때 일이다. 을미사변 등으로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있던 고종이 왕실가족을 경운궁으로 옮기면서 부터다. 고종의 궁호(宮號)를 “덕을 누리며 오래 살라”는 의미로 덕수(德壽)로 정하면서 덕수궁이 됐다. 고종은 1919년 1월 침전인 함녕전에서 승하한다.덕수궁 광명문은 침전인 함녕전(咸寧殿)의 정문이다. 지금은 문이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닌 엉뚱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 1904년 함녕전에 불이 나면서 조선총독부에 의해 덕수궁 서남쪽 구석으로 광명문이 이전된 것이다. 현재 광명문에는 문의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이 물시계인 자격루(국보 제229호)와 흥천사명 동종(보물 제1460호)이 전시돼 전시관 형태를 띠고 있다.문화재청은 최근 심의를 통해 일제 강점기에 옮겨졌던 광명문을 본래 자리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80년 만이라 했다.현재의 덕수궁은 서울지역에 남아있는 다른 궁궐과 마찬가지로 훼손되고 사라진 부분이 많아 본래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것에 대한 애정으로 잘 보존해 나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존심만은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런 점에서 광명문의 이전은 옛것에 대한 후손들의 따뜻한 관심이라 할만하다.최근 경북 안동 임청각 복원 사업과 53년만의 하회탈 귀향 등을 계기로 우리지역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지역문화재 환수에 대한 열망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분권 분위기를 탄 `문화분권` 운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화재는 민족의 유산이며 정신이다. 더 많은 관심과 돌봄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22

영향력 커진 동물권

사람과 동물의 관계는 뗄 수 없는 변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류 역사 속에는 반드시 동물의 이야기가 있다. 동물이 오락의 도구로서나 음식의 재료로서, 또 다른 용도로서 사람과 동물은 공생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인간은 항상 우월적 관계를 유지했다. 서양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이성`을 동물과 다른 인간 고유의 본성(本性)으로 보고, 이를 근거로 인간이 우위에 있음을 주장했다. 동양의 유교사상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가진 도덕성(道德性)을 동물과 차별되는 우월성으로 봤다. “사람은 금수와 다르다”는 말은 동물과 사람을 차별 짓는 대표적 표현이다.동물 애호가의 거센 반발을 받아 온 모피산업이 점차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 최근 전 세계 모피산업의 주도권을 잡아왔던 노르웨이가 2025년까지 모피농장을 전면 폐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모피농업은 1939년 약 2만개의 농장이 성업할 만큼 활발했다. 세계 제2의 생산국 지위를 유지했던 노르웨이 모피산업도 종국을 선언했다. 모피업 전면을 금지하는 유럽의 14번째 국가다. 노르웨이에서는 연간 170만 마리의 여우와 밍크가 모피 생산을 위해 사육되다 목숨을 잃었다. 잔인한 사업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던 동물보호단체들은 당연히 대환영이다. 언론은 이를 두고 `동물권의 승리`라 했다.동물권은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고 있으며 고통과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견해다. 1975년 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즐거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의식이 있는 존재인 동물을 인간이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인종차별과 같은 종자차별”이라 주장했다. 이후 각국에서는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1991년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졌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보호에서 복지로, 이젠 동물의 권리로 발전하는 시대 흐름이다.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자는 민간단체의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동물권의 영향력이 많이 커졌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19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1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인·소상공인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 나온 애로 및 건의사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임대인의 상권내몰림)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젠트리피케이션은 재건축 등으로 인해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상류층이 낙후됐던 구도심의 주거지로 유입되고, 이에 따라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이른다. 이 현상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본래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젠트리피케이션은 이렇게 진행된다. 도시의 규모가 작을 때 주거지역은 도심에 위치한다. 그러나 점차 도시가 확대되면 도심에서는 상업과 업무 기능이 확대되고,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부유층은 교외로 주거지를 옮긴다. 도심 주변에 남은 주거지역은 노동자들의 거처로 사용되다가 노후화되면서 도시 빈민이나 부랑자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바뀌며 점차 황폐해진다. 그러다가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개성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본격 진행된다. 즉,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이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치솟게 된다. 그 결과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이 치솟는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되고, 동네는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된다. 예컨대 2000년대 이후 서울의 종로구 서촌을 비롯해 홍익대 인근, 망원동, 상수동, 경리단길,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자본주의의 불편한 진실의 한 조각일 수 있다. 정부가 하루빨리 임대인 상권 내몰림현상 등 도심재개발 부작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주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18

오래된 가게

`오래됐다는 것`은 역사가 있다는 뜻이다. 그냥 오래만 된 것이 아니고 그 속에 창업자의 철학이 녹아져 왔다면 그것은 전통으로 승화 발전돼 왔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된다. 오래된 기업들은 대체로 비슷한 전통이 있다. 그것이 기업의 노하우일 수 있으나 큰 틀에서 보면 창업주의 철학이라 보면 옳을 것이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장수기업이 있는 나라다. 세계 최장수 10대 기업 중 8곳이 일본에 있다. 일본에는 100년이 넘는 노포가 1만5천개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100년을 넘긴 장수기업을 손에 꼽으라하면 몽고식품, 동화약품 등 고작 6곳 정도라 하니 일본의 경우는 매우 특별하다.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 일본에 있다. 후지산 부근에 있는 1300년 된 이 호텔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서기 705년에 건축된 호텔로 리모델링할 때를 빼곤 문을 닫은 적이 없다고 한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 현재 52대째 주인이 운영 중이라 한다. 550년 된 일본의 소바국수 식당은 지금도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일본에 노포가 이처럼 많은 것은 전통과 신의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기질과도 유관하다. 오래된 점포란 경영적 측면에서도 지속 가능했음을 말한다. 일본의 한 학자는 일본 노포의 성공 비결로 철저한 인재육성 철학을 들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의 신뢰를 지킬수 있었던 비결은 사람을 키워왔기 때문이라고 했다.삼성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이끈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도 `인재중시`였다. 인재를 중시하고 관리를 잘하면 혁신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생각이다. 국내 최장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두산도 `인화 제일주의`가 경영의 모토라고 했다. 인재중시 철학이 기업의 장수를 이끈다는 사실만으로도 교훈적 가치가 있다.한국도 노포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다. 최근 경북도는 사라져갈 위기에 놓인 경북의 노포 스무 군데를 책으로 엮었다. 2대, 3대째 이어온 오래된 가게에 대한 소중함이 새삼 느껴진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17

미세먼지 비상

미세먼지가 한반도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15일 기상청과 한국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1시간 평균 대구 미세먼지 농도는 102㎍/㎥, 경북은 87㎍/㎥를 기록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81~180㎍/㎥이면 나쁨에 해당한다.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은 낮 12시부터 김천, 안동, 구미, 영주, 상주, 문경, 군위, 의성, 고령 성주, 칠곡, 예천에 초미세먼지주의보를 발령했다. 특히 서울시는 이날 서울지역에 서울형 미세먼지(PM-2.5) 비상저감조치를 사상 처음으로 발령해 `대중교통 전면 무료` 정책을 시행했다. 승용차 운행 감소를 유도해 미세먼지를 줄여 보자는 취지다. 그동안 국민들이 실제로 들이키는 미세먼지 농도가 환경부 발표보다 많게는 30% 가까이 더 짙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도 미세먼지 대책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전국에 설치된 미세 먼지 측정구가 지상에서 평균 14m 높이에 있어, 미세 먼지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전국 10곳 측정소 인근 지상 2m 높이에서 이동 측정 차량을 이용해 측정한 미세 먼지 농도가 측정소 농도보다 최대 28.1% 높았다고 한다. 최근 개정된 환경부 `대기오염 측정망 설치·운영 지침`에 따르면, 측정소 측정구는 사람들이 주로 숨 쉬는 높이인 1.5~10m에 설치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도 20m를 넘지 않도록 규정돼 있지만 2016년 말 기준 전국 264곳 측정소 가운데 198곳(75%)이 10~20m, 20곳(7.6%)은 20~30m 높이에 측정구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의외의 소식은 최근 베이징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푸른하늘 전쟁`을 대대적으로 벌여 하늘이 파랗게 변했다는 점이다. 북경의 하늘이 파랗게 바뀌었는데, 서울 하늘이 그렇지 못하다면 원인은 우리에게 더 크게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미세먼지를 남(중국)탓이라고 떠넘기기만 할 게 아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16

권력자의 재산

지난해 세계 최고 부자는 아마존의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저스(54)다. 베저스의 재산은 1천51억 달러(약 112조원)다. 그의 1위 등극은 만년 1위였던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제쳤다는 점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 유통회사인 아마존의 주가는 지난해 계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 들어서만 6%대로 상승했다. 아마존 지분의 16%를 보유하고 있는 베저스가 빌 게이츠를 제치게 된 가장 큰 배경이다. 세계 최고 갑부 상위 서열에는 이 두 사람 말고도 해서웨이 회장인 워렌 버핏과 자라 창업주인 아만시오 오르테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등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지난해도 그들의 서열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상위권에 나란히 자리를 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도 등장했다. 전년 45위에서 지난해는 40위로 올라섰다. 세계 최고부자 8위까지 재산이 전 세계인의 재산 절반정도를 차지한다는 분석을 보면 그들의 재산규모가 가히 실감나기 시작한다.지난해 세계 부호들의 재산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산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숨겨진 재산까지 포함하면 그의 재산 규모는 세계 1위인 베저스나 빌 게이츠의 두 배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4년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지도자로 푸틴을 꼽았다. 당시 그의 재산은 700억 달러(약 74조원)였다. 그러나 지난해 그의 재산 규모는 2천억 달러(약 224조원)란 주장이 나왔다. 미 상원에서의 증언 내용이다. 러시아에는 살인과 고문, 납치, 갈취 등의 지시를 받고 푸틴을 위해 일하는 관리가 만 명을 넘는다는 증언도 있었다.푸틴의 재산과 관련한 보도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권력과 재산은 사회 속성상 병행할 수 없는 문제다. 조선시대 최 부자집 가훈에도 이를 가르치고 있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라”고 했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지 않으면 그 끝이 불행해 진다는 철학의 가르침이다. 모두가 아는 권력자 경제관을 진작 푸틴 대통령은 모르는 것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15

성주 참외의 힘찬 출발

성주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지세가 별 모양을 닮았다하여 별 고을(星州)이라 불렸다. 산천이 맑고 수려해 일찍이 문명이 뛰어난 사람과 이름 높은 선비가 많은 고장이다. 특히 이 고장이 자랑하는 생명문화의 상징인 세종대왕자태실(국가사적 444)은 전국 명성이 있는 문화재다. 조선 초기 왕실의 안정과 번영을 기원키 위해 마련된 전국 최대 규모 태실지인 이곳에는 세종대왕자 태실 18기와 왕손인 단종 태실 등 19기가 묻혀 있다. 전국 명당만 골라 안장한다는 태실 조성 배경에 비쳐볼 때 성주는 풍수 지리적으로 좋은 곳임이 입증된다. 성주군은 북쪽의 금오산과 서쪽의 가야산을 잇는 산줄기가 겨울의 찬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에는 태풍과 비를 막아 준다. 지형적으로 낙동강을 끼고 있어 습한 땅이 많아 과채류 재배가 쉽다. 참외는 50년대부터 재배돼와 50년 이상 노하우가 있는 성주의 원예농업이다. 요즘은 노지보다 비닐하우스 재배가 대부분이다. 참외는 서양의 멜론과 같은 계열이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멜론은 인도, 중국 등으로 옮겨지면서 참외로 분화됐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한 기록이 있으나 지금의 노란색 참외와는 다르다. 개구리참외, 줄참외 등 다양한 재래종이 존재했지만 상품 가치가 높지 않아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다. 현재 노란 빛깔의 참외는 일본에서 건너온 품종인 은천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성주 참외는 사실 조선 왕족의 태실보다 전국적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국 참외 생산량의 70%가 성주 참외다. 전국 어디를 가도 만나는 참외는 성주참외다. 맛과 향이 뛰어나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지난해 성주참외는 사상 처음으로 조수입(租收入) 5천억 원을 돌파했다. 2003년 2천억 돌파 이래 14년 만이다. 단일 품종으로 기록하기 힘든 성과다. 지난해 성주를 떠들썩하게 한 사드배치 충돌과 수입 농산물 홍수 속에서도 성주참외는 자랑스럽게 성장했다. 작년 10월 정식한 성주 참외가 이달초 첫 출하했다. 올해도 황금 빛 참외의 성공적 레이스가 이어지길 기원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12

최저임금을 둘러싼 꼼수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6천450원에서 7천530원으로 16.4% 오르면서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는 동시에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꼼수사례가 늘고 있다. 사업주들은 인건비가 많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들이지만 근로자들은 `꼼수 계약`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전후해 내놓고 있는 대표적인 꼼수는 상여금이나 수당의 기본급화다. 우선 한 달 이상의 간격을 두고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여금은 원칙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지만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면 관행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춰 인상하면서 상여금을 아예 없애거나 줄이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한 공장에서는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기본급의 600%이던 상여금을 올해부터 400%로 줄였다. 일부 기업에서는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근로자와 1년 근로계약을 맺으면서 11.5개월로 계약을 맺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퇴직금을 받으려면 1년이상 계속 근로해야 하고,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면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퇴직금은 계속 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퇴직금 부담도 늘어난다. 알바 학생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으로 영세 편의점 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알바 자리가 줄어드는가 하면,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대량해고 등 일부 비정규직 일자리 축소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선의로 만든 정책이 꼭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런데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추진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염려가 있다”면서 “(최저임금제가) 정착되면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자리 축소` 우려를 일축했다.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정책 취지대로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11

인공 비(雨)

2016년 1월 기상청은 동계올림픽이 치러질 평창에서 `인공 눈` 실험을 했다. 당시 평창 알펜시아 일대에는 그 실험의 영향으로 오후 3시까지 인공 눈이 내렸다고 한다. 문명의 발달과정에서 인간이 극복한 자연현상은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다. 앞으로도 과학이란 이름으로 인간은 자연에 대한 도전과 극복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1946년 미국은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까지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나 몇몇 나라에서는 곧 실용화 될 것이란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지난해 11월에는 우리나라 기상청이 인공적으로 비를 뿌려 미세먼지를 줄이는 실험을 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른바 `강수커튼`을 만드는 방안 연구다. 인공 비는 구름 속에 비행기를 띄워 염화칼슘 등을 뿌리면 구름 속 물방울이 뭉쳐져 무거워지면서 비를 내리게 하는 현상이다. 기상청의 이런 실험은 성과에 따라 정부차원으로 확대된다. 기상청은 이보다 앞선 2010년도에도 같은 실험을 했다. 우리나라도 인공 비의 실용화 단계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대구경북의 겨울 가뭄이 심각하다. 사상 유례없는 긴 가뭄으로 식수난마저 우려된다고 한다. 대구와 경산, 청도, 영천 주민의 식수원인 청도 운문댐의 경우 연일 역대 최저 수준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운문댐 일원의 강수량이 평년의 48%에 그쳤다. 우수기까지 아직 많은 시일이 남아 더 걱정이라고 한다.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업을 주산업으로 살아온 민족이다. 따라서 비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게 컸다. 계절적으로도 장마철에만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모내기철에 비가 오지 않으면 1년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저수지 등 수리시설 확충사업이 유난히 많았던 것도 천수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왕이 직접 기우제에 나서는 일도 많았다. 왕의 기우제 참가에도 비가 오지 않으면 왕과 백관들이 근신에 들어가는 등 가뭄을 국난으로 인식했다. 단비가 그리운 지금, 인공 비 개발 소식이 더욱 절박하게 들린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10

가성비 vs 가심비

남보다 자신,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도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욜로족은 우선 가성비를 먼저 따진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로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낸다. 경기불황과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가성비가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항공권·숙박권 판매 어플리케이션이 인기인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사표 내고 세계일주를 떠나거나 고가 자전거를 구입하고, 전세집을 꾸미는 요즘 세대들의 소비행태는 욜로족의 전형이다.그러나 올해부터는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가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가심비는 가격대 마음 비율을 가리킨다. 가격 대비 소비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음의 만족감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가심비를 추구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구입했을 때 만족하고 안심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구매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런 소비성향은 지난해 불거졌던 살충제 계란 파동, 발암물질이 포함된 생리대 논란 등 위생도구 및 식품에 유해물질 포함 등과 같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두드러진다. 또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나 취매생활 관련 상품을 구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거나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마련된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가심비 위주 소비는 저성장 시대의 그늘이라는 분석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다. 기업들은 불신, 불안, 불황이란 `3不(불)시대`를 뛰어넘기 위해 가심비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으로 확대되는 기업들의 마케팅이야 일견 당연하다.다만 가성비와 가심비를 넘나드는 소비자들의 진화에 얼마나 재빨리 적응해나갈수 있을지가 기업의 성적을 좌우하는 형편이고 보면 가심비 논란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게 지나쳐 일어나는 현대사회의 폭주는 아닐까 걱정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09

선출직의 정년제

지난해 대구경북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성적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칠 만큼 부진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본업인 입법 활동에서 보여준 우리지역 국회의원의 부진한 성적을 보면서 작년 이맘때쯤 논란을 일으켰던 “모든 공직에 65세 정년제를 도입하자”는 더불어 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글이 문득 생각났다. 세계 최상급 특권과 혜택을 누린다는 우리의 국회의원은 과연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선출직에 대한 정년제 도입 주장은 참정권 제한의 위헌 소지로 논의 자체가 사실상 무리다.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일부 움직임 속에 연령에 제한을 두자는 의견은 노인폄하라는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킬 수 있어 이 주장은 앞으로도 재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당시 이를 제기한 표 의원은 방송 출연에서 “노인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소수 특권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노년층이 사회 전반을 장악해 젊은 세대에게 권한을 넘겨주지 않는 현상을 바로 잡고자 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 당시 한 여론기관 조사에서 이 문제는 찬성쪽(54%)이 반대쪽(33%)보다 많이 나와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조사기관 관계자는 이런 현상을 “대통령 탄핵사건 등을 거치면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된 탓”으로 분석했다.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정치권 스스로가 이런 불신의 벽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이념갈등과 세대갈등, 지역 간 불균형 등의 문제로 많이 혼란스럽다.우리사회에 혼재한 각종 갈등을 풀 주체는 정치인이다. 그의 집합체가 바로 국회다. 먼훗날 되돌아 볼 기회가 있다면 지금 이순간이 그들에겐 역사적 소명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올 6월 지방선거에 전국에서 다수의 현역 국회의원이 시도 광역단체장에 나선다고 한다. 국회의원직을 마다하고 단체장 출마에 나서는 그들을 보는 유권자들은 그들의 그런 결정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굳이 말을 바꿔 타야하는 당위성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현실성 없는 선출직 정년제 얘기가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08

북핵 그리고 동상이몽

꿈은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의 내용이다.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지칭할 때는 긍정적으로 쓴다고 하고 있다. `소년이여 꿈을 가져라`가 그런 뜻이다. 그러나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기대나 생각을 말할 때는 부정적이 된다. `허황된 꿈`으로 표현할 때다. 이처럼 꿈은 붙이기에 따라 긍부정이 헷갈린다. 그러나 보통 우리가 쓰는 꿈의 의미는 긍정이 훨씬 많다. `코리안 드림`처럼 꿈은 희망과 비전을 이야기 한다. 돈이 들어오는 것으로 해석되는 돼지꿈과 같이 꿈은 긍정적으로 쓰일 때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동상이몽(同床異夢)은 같은 침대에 누워 자면서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상태를 말한다. 겉으론 같은 입장인듯하나 실제로는 의견이 다른 사이일 때 쓰이는 말이다.북핵 문제에 관한 한 찰떡 공조를 강조했던 한국과 미국이 최근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관계로 갈라졌다는 해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날려 보낸 신년사를 두고 양쪽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데서 나온 분석이다. 한국은 김정은의 메시지를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희망”으로 받아들였고 우리와 대화를 틀 물꼬로 보고 있다.반면에 미국은 “여전히 진정성 없는 북한의 책략”으로 보고 있다. 한미 간 갈등을 노린 얕은 수법으로 본다.특히 김정은이 미국을 겨냥해 “핵 단추는 내 책상 위에 있다”는 말에 대해 오히려 긴장감을 높이는 분위기다.한국과 미국의 입장뿐 아니라 김정은의 신년사를 대하는 주변국의 입장도 각국의 이익 대변으로 제각각이다. 미국은 의혹, 일본은 우려, 중국은 기대 등으로 대체로 분석한다. 여기에 한국과 북한의 입장이 보태지면 북핵 문제는 해법을 찾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북핵과 직접 대치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안보 불안감이 커진 것은 아닐까.북핵과 관련,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그동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관계였다고 보면 된다. 비록 동상이몽이라도 이제부터라도 평화를 위한 좋은 꿈을 꾸었으면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05

보유세 VS 거래세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 조세는 납세의무자가 보유한 부동산에 부과하는 조세인 보유세와 재화의 거래에 따라 생기는 거래세가 있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이다. 재산세의 경우 지방세로 분류돼 지방자체단체에 납부하지만 지방세가 개편되면서 재산세 납부는 기존과 같으나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이 될 경우 먼저 납부한 재산세를 공제한 추가 금액을 국세로 납부한다. 거래세는 취득세·등록세·인지세·증권거래세 등을 가리킨다. 정부가 이달 중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인선을 마무리한 뒤 보유세 개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보유세 인상은 지방세인 재산세를 인상하기보다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군구가 관할하는 재산세로는 전국에 있는 주택들을 합산해 세율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현재 1가구 1주택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 과세대상이지만 2주택 이상은 합산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이 대상이다. 현행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거나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기준을 새로 만드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거래세인 취득·등록세는 지방세이기 때문에 열악한 지방재정 때문에 낮추는 게 간단치 않다.실제로 우리나라의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91%에 못 미친다. 영국(3.11%)과 프랑스(2.65%), 미국(2.48%)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취득세는 거꾸로 우리가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 취득세율은 1.1~3.5%, 토지와 상업용 빌딩 등은 4.6%다. 반면 미국은 1%고, 캐나다는 1.3%, 영국 2%, 독일 3.5% 수준이다. 즉,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낮고 취득세 같은 거래세가 높은 구조다. 그래서 보유세를 높이면 거래세를 낮춰야 형평에 맞다.부동산세제 관련 정책은 불필요한 보유자를 억제하되, 실수요자에게는 적기에 공급되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다. 그런 차원에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의 정책개편은 투기성 다주택자를 겨냥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목표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04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말자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94세까지 살았으면서도 생에 대한 미련 탓인지 모르겠으나 그의 묘비명에 후회 막급한 표현으로 적어놓았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이 내용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회자하는 유명한 묘비명이다. 묘비명 글의 희극성에 비해 후대인이 내놓는 해석이 오히려 더 진지하다. 대체로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의 의미로 해석한다. 인생을 살면서 머뭇머뭇하다 놓쳐버린 시간이 누적된 결과가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평소 유머와 위트를 즐겼던 그가 의도한 바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주어진 짧은 삶에 충실하라는 교훈으로 보면 무난하다.해가 바뀌고 새해를 맞으면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계획을 세운다. 내용이야 뭐던 간에 지난해 못다 한 계획을 올해는 반드시 실천하여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그러나 대체로 그 결과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많다. 우리 말 속담에 “굳게 먹은 마음 사흘을 못간다”는 것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쉽게 변한다. 아침 저녁으로 바뀌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하지 않는가.그래서 초심(初心)을 잃지 말라고 성현들은 권한다. 초지일관(初志一貫)도 이런데서 연유한다. 일본의 어느 작가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에 의해 인생의 80%가 끌려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면 성공의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미국의 컨설턴트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을 관찰한 내용을 책으로 써내 1천500만 부 이상을 팔았다. 성공과 좋은 습관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다.나의 계획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하는 팁으로 전문가들은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가 현실적인 계획 세우기다. 목표가 과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둘째로 측정 가능한 계획이어야 한다. 매일 30분씩 운동하기 등 실천방법이 구체화 돼야 한다. 세 번째로 단기, 중기, 장기 등 목표를 세분화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올해 계획은 쉽고 좋은 습관으로 작심삼일의 벽을 넘어보면 어떨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1-03

철퇴 맞은 노쇼(No-Show)

`노쇼(No-Show)`는 식당 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아 소상공인이 재료비를 날리는 예약부도 행위를 가리킨다. 앞으로는 이같은 노쇼행위를 했다가는 위약금이란 철퇴를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새해를 맞아 위약금 관련 내용이 담긴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공정위가 분쟁해결을 목적으로 제정·시행하는 고시다. 개정안은 예약시간 1시간 전을 기준으로 예약보증금 환급을 새로 규정했다. 기준 이전에 식당 예약을 취소하면 예약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게 했다.하지만 예약시간을 1시간 이내로 앞두고 취소하거나, 취소없이 식당에 나타나지 않으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도록 위약금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다만 사업자의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면 소비자는 예약보증금의 2배를 위약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아 균형을 맞췄다. 돌잔치, 회갑연 등 연회시설 예약취소 위약금 규정은 더욱 강화됐다. 사용예정일로부터 7일 이내에 소비자가 취소하면 계약금과 이용금액의 10%까지 위약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7일~1개월 이전 취소는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1개월 전 이전 취소는 계약금을 모두 돌려받는다. 결혼준비대행업과 관련해서는 업체에 불리한 위약금 조건이 개선됐다. 소비자 사정으로 계약 해지땐 물품 제작비용뿐 아니라 서비스비용도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공정거래위원회가 이처럼 노쇼 위약금 규정을 손보게 된 것은 `노쇼`로 인해 소상공인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음식점·미용실·병원·고속버스·소규모공연장 등 5대 서비스 업종의 예약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은 연간 4조5천억원, 이로 인한 고용손실은 연간 10만8천170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계약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 약속을 하고, 이를 이행함으로써 최종 완결된다. 이를 상대 동의없이 어김으로써 피해를 입히는 `노쇼`행위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반복하는 것은 문화시민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악습중의 악습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일이 바로 민주사회의 제일 원칙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