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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징병제 vs 모병제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를 방위할 병역 의무를 부여하는 병역제도는 징병제와 모병제 두가지로 분류된다.징병제는 일정 연령 이상의 국민들은 반드시 징병검사를 받고 군인으로 일정기간 복무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며, 모병제는 강제 징병하지 않고, 본인의 지원에 의한 직업군인들을 모아 군대를 유지하는 제도다. 징병제는 전 세계적으로 폐지되어가는 후진적 제도로, 모병제를 도입하는 국가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고, 2015년에는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등이 징병제를 폐지했다. 모병제는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징병제에 비해 장점이 더 많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인재활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부담이 없고, 인권침해가 적어지는 게 대표적인 장점이다. 군인 전체가 직업 공무원이므로 구타, 가혹행위, 병영부조리, 내무부조리, 기수열외가 현저히 적어지며 조직력이 강화된다. 군복무 부적응자가 없어지고, 군사반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적어진다. 징병제와 다르게 군 입대에 대한 개인의 결정권을 박탈하는 사상적 모순의 여지가 없어진다. 군 입대 기피를 위한 조직적 비리인 병역비리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고 구 일본군 해체로 징병제가 폐지된 일본이나 베트남전 후반기인 1973년 징병제가 폐지된 미국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모병제는 교육·훈련 및 동기부여 측면에서 징병제에 비해 장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대부분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다만 모병제는 똑같은 편제를 유지할 경우 모집하는 비용이 더 드는 게 단점이다.우리나라의 경우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저출산이 심화해 지금과 같은 대규모 병력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진 데다 머릿수 대신 첨단 무기를 활용하는 ‘군 과학화’가 진행되면서 모병제 도입 논의가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한 긴장완화 및 해빙무드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우리 병역제도를 바꾸는 단계에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2018-10-04

국민청원 오른 상장폐지제

상장폐지제는 증시에 상장된 주식이 매매대상으로서 자격을 상실해 상장이 취소되는 것을 말한다. 감사의견 비적정 결정으로 매년 상장폐지 대상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코스닥 12개사에 대한 결정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요지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려 논란이 일고 있다. 청원자는 게시판에 ‘저를 포함한 20만 주식 개미투자자들을 살려주세요’란 제목의 글을 통해 현 상장폐지제도의 문제점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회계감사인의 의견거절·감사범위 제한 등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됐던 코스닥 15개 법인 가운데 12곳이 ‘조건부 상장폐지’결정을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원자는 상장폐지결정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회계법인의 졸속 처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장폐지제도는 의견거절을 준 회계법인이 다시 재감사를 진행하고 그 재감사에서 다시 의견거절이 나오면 그 즉시 상장폐지가 된다. 법원 판결도 3심제가 적용되는데, 한 회사당 수 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피해 금액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결정을 똑같은 회계사 몇명이 계속 심사하도록 돼 있는 것은 제도적으로 잘못됐고, 회계법인의 횡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의견거절을 준 회계법인이 재심사를 할 경우 자기 스스로 이전의 자기 결정을 뒤집어야 하는 모순이 존재하기에 재감사 때는 회계법인을 바꿀 권리를 주거나 복수의 회계법인한테 감사를 받도록 한 후 그 의견을 종합해서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었다. 또 해당 회사에게 소명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회계법인의)의견거절이 내려지면, 곧바로 상폐절차에 돌입하는 것도 문제다. 해당 회사가 가처분 신청을 해도 법원의 판결이 나기도 전에 상장회사의 정리매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회계법인의 갑질을 근절하고,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나라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상장폐지 제도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10-02

두발 완전 자유화

1895년 고종은 자신이 먼저 서양식으로 머리를 깎고, 낡은 관습을 없앤다는 이유로 백성에게 머리를 짧게 깎도록 단발령을 내렸다. 유교문화에 푹 빠져있던 당시로서는 충격적 조치였다. 신체는 부모로부터 물러받아 몸을 단정하게 하는 것이 부모에 대한 효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비록 왕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백성의 저항은 만만찮았다.히피 문화가 유입된 1970년대의 일이다. 젊은이 사이에 유행한 장발머리는 경찰의 단속 대상이었다. 긴 머리가 우리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여성들이 치마를 짧게 입어도 경범죄로 처벌을 받던 시절이다. 국민의 자율성보다는 전통적 관습이나 사회의 규범적 룰이 일상의 문화를 주도했던 때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전통적 관습은 단시일 내에 깨지기가 좀체 쉽지가 않다.중고교의 두발자유화는 1982년 교복 자율화와 동시에 시작됐다. 까까머리 학생이 머리를 기른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누구보다도 학생들이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사실 그 당시의 두발자유화는 종전보다 좀 더 길게 기르는 완화 정도였지만 학생들의 반향은 완전 좋았다. 물론 염색과 파마는 애초부터 없었던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두발 완전 자유화를 중고교에게 권고키로 했다. 염색과 파마 등도 허용을 검토한다고 한다. 두발 완전자유화를 염두에 둔 조치로 벌써부터 찬반 논쟁이 뜨겁다. 두발자유화가 이젠 대세란 측면에서 대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우세한 듯하다. 하나 학생들의 학교생활지도가 사실상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히 숙제다.특히 염색 등으로 빈부격차와 학생 간 위화감 조성 문제에 대해 교육적 대응이 주목된다. 학생의 기본권 존중에서 두발자유화는 출발하였지만 교육 중인 학생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제한은 있어야 한다. 법에도 18세 미만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기본권 제한을 인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중고교생의 자율권 인정을 어느 선까지 보느냐는 교육당국의 지혜로운 판단의 문제다. 두발 완전자유화는 교육당국 손에 달렸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10-01

내 곁의 영웅

골프 여제의 호칭을 얻은 박세리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었다. IMF로 온 국민이 힘들어하던 시절 박세리 선수가 미국 LPGA에서 보여준 성공신화는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비록 IMF로 나라는 힘들어도 미 골프계로 진출해 국위를 선양했던 그녀의 활약상은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국민은 그녀의 성공신화를 지켜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박세리 키즈’도 생겨났다. 지금까지도 한국여자 골프는 미국의 메이저 대회를 휩쓸고 있다. 박세리의 영향력이다. 박세리는 그해 LPGA 올해의 신인상을 비롯해 각종 상을 휩쓸고 마침내 아시안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영웅은 전쟁을 통해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국난으로 나라가 어려운 시절 목숨을 걸고 국가를 지킨 이순신 장군이나 삼국통일 위업을 달성한 김유신 장군 등과는 다르지만 그녀의 국위 선양은 한국인에게 자랑스러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똑같다.영웅이란 남다른 용기와 재능, 지혜로 보통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비범한 사람을 일컫는다. 알렉산더 대왕이나 징기스칸과 같이 역사를 진전시킨 대역사를 만들어낸 사람만이 영웅인 시절은 이제 한물가고 있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영웅에 대한 평가와 무게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정인의 시대가 아닌 보통인의 시대로 바뀌면서 체육인, 연예인까지 우리 곁의 영웅으로 다가오고 있다.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5년만의 우승 복귀가 그를 입증했다. 우즈의 우승을 두고 세계의 수많은 팬들이 열광을 했다. 언론은 그의 우승을 두고 ‘부활’, ‘귀환’, ‘금의환향’ 등 동원할 수 있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세계가 그의 복귀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걷기조차 어려웠던 그가 당당히 일어섰기 때문이다. 스포츠인으로서 늦은 43살의 나이에 또다시 골프계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그의 초인적 의지와 노력에 대한 팬들의 격려다. 영웅은 우리 곁에 항상 있는 세상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28

이산가족 울린 북한산 송이버섯

추석 연휴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측에 보내온 ‘송이버섯’선물이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송이버섯 2t(시가 18억원 상당)을 선물했다. 송이버섯은 소나무, 눈잣나무, 솔송나무,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 주변에서 채집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에서만 자란다. 동의보감에서는 송이를 ‘독이 없으며, 맛이 달고 향이 짙다’ ‘위의 기능을 돕고 식욕을 증진하며 설사를 멎게 하고 기를 더해준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송이버섯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항암작용에 탁월하다. 특히 항암성분인 ‘크리스틴’이 함유돼 있어 위암, 직장암 등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을 돕는다. 또한 면역력 증진 및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문 대통령은 북한 송이버섯을 고령자 위주로 선정한 미상봉 이산가족 4천여명에게 500g씩을 전달했다. 이산가족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2세의 우리 어머니!! 문 대통령을 통해 보내 온 김 위원장의 송이버섯 선물을 받았다. 고령자의 맨 꼭지점에 있을 우리 어머니는 북에서 온 선물을 받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북한이 송이버섯을 선물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0년과 2007년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각각 송이버섯을 선물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진돗개 두 마리와 60인치 TV 1대 등을 선물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풍산개 두 마리와 자연산 송이로 화답한 데 이어 같은 해 추석 때 특별기편으로 송이버섯 3t을 보냈다.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경남 통영 나전칠기로 만든 12장생도 8폭 병풍과 무궁화 문양 다기·접시, 전남 보성 녹차 등을 선물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송이버섯 4t으로 답례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이번에 김 위원장이 보낸 송이버섯은 모두 칠보산 송이버섯으로 알려졌다. 북한 송이버섯이 많은 미상봉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기를 소망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27

신라문화제의 부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흥준 교수는 “경주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한 달은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많은 유물을 두고 1박2일, 2박3일 다녀오고서 경주를 봤다고 말하는 것은 만용이라 표현했다.신라의 천년 수도였던 경주는 찬란한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란 별명을 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문화유적의 도시다. 땅을 파면 금방이라도 토기와 기왓조각 등 옛 유적이 나올 것같은 문화의 체온이 느껴지는 곳이다.수학여행이나 가족여행 등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본 경험이 있는 도시다. 그러면서도 언제 어느 때 다시 이곳을 찾아도 진한 역사의 향기에 젖어 신비함이 느껴지는 도시다.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 도시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경주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불국사 다보탑 등 국보만 67개, 석빙고 등 보물은 92개에 이른다. 사적으로 지정된 문화재도 76개에 이르며 중요민속자료나 시도 유무형문화재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끝이 없다. 1천년의 역사가 남겨준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000년에 와서는 경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신라시대 유적들을 성격에 따라 5개 지역으로 나눠 ‘경주역사 유적지구’로 통칭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5개 역사 유적지구는 신라불교의 보고인 남산지구, 신라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신라 왕과 왕비, 귀족들의 고분군인 대릉원지구, 황룡사지구, 왕성 방어시설인 산성지구 등이다.경주는 이처럼 문화 유적만으로 민족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곳이다. 신라 문화의 원류가 생성된 곳으로 그 정신은 영남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전국적 명성을 누렸던 신라문화제가 옛 명성 찾기에 나섰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1962년 시작한 신라문화제는 신라인의 문화적 정통성을 계승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전국적 주목을 받은 축제다. 전통과 문화는 다듬고 사랑할 때 더 빛난다. 신라문화제가 한국의 로마를 꿈꾸는 경주의 변화에 새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21

통계불신 시대

통계(statistics)는 일상생활이나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한 자료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수치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특히 사회집단 또는 자연집단의 상황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인구의 생계비, 한국 쌀 생산량의 추이, 추출검사한 제품 중의 불량품의 개수 등이 그것이다. 통계는 사회의 발전과 함께 발달해 왔는데, 최근 통계와 관련한 불신이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통계청이 국민들의 소득 분배지표가 최악으로 나타나 ‘소득주도성장정책 실패’논란을 부르자 ‘가계동향조사’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통계조작 논란이 일고있다. 개편의 핵심은 2020년 조사부터 ‘가계동향조사’만을 위한 별도의 표본을 만드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통계청이 하는 다른 통계 작업의 응답자들을 그대로 이용했는데, 앞으로는 이 조사를 위한 전용 응답자를 꾸리겠다는 게 골자다. 이렇게 하면, 고소득과 저소득 가구의 조사를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어 소득 분배 지표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이전 기간과의 비교도 더 정확해진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아울러 소득과 지출도 한꺼번에 조사해 가계 살림이 적자인지 흑자인지도 파악해보기로 했다. 통계청은 표본변경 이유에 대해 “가계수지 진단 및 맞춤형 정책 수립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초자료를 제공해 달라는 요구가 많이 있어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통계불신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다. 또 이럴 경우 표본의 잦은 변경으로 이전 기간과의 비교도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2017년 이전 자료, 2018, 2019년 자료 그리고 2020년 이후 자료 등으로 통계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시계열 상의 불연속성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통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계동향 소득조사’에서 분배 지표 악화로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논란을 일으켰고, 통계청장 경질 논란으로 이어지자 정치권에서 ‘통계불신 시대’란 탄식이 터져나온다.사회과학에서 정책검증의 최후 수단인 통계가 불신의 늪에 빠진다면 무슨 수로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20

명절 증후군 퇴치법

우리 민족의 으뜸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으나 명절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사람도 많다. 명절증후군을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생기는 병으로 우리나라 고유문화에서 파생한 독특한 증상이다. 외국에는 이 같은 현상은 없다.명절 때 일을 많이 해야 하는 한국의 며느리에게 주로 발생했으나 요즘은 남편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일어나 병원을 찾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한국의 산업화 이후, 가정이 핵가족화되면서 생겨난 신종 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 여성에게 집중된 육체적 노동과 남편 집 조상에 제사를 지내면서 시집의 눈치를 봐야하는 정신적 고통 등으로 여성이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거나 온몸에 힘이 쑥 빠지는 증상이다. 명절 이후에도 목이 뻐근하거나 배가 아프거나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들이다.남편도 증상은 비슷하다. 장시간 귀향에 따른 운전과 극도로 날카로워진 아내의 기분을 맞추느라 스트레스가 생긴 것이다. 고향 친지를 만나보겠다는 기대감도 잠시고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편치가 않다. 이런 스트레스성 증상으로 명절 후 병원을 찾는 환자는 평소보다 크게 는다. 명절 이후 부부관계가 갑자기 냉전 상태로 돌아선 집도 많다고 한다. 2016년 통계지만 설·추석 전후로 하루 500건이 넘는 이혼신고가 접수돼 평소의 배를 넘었다고 한다.명절증후군을 가볍게 볼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명절증후군 퇴치를 위한 기업의 마케팅이 등장했다. 여행사의 명절 전후 특가 이벤트가 나왔나 하면 제약회사에서는 명절증후군 타파를 위한 영양제를 개발, 선보였다. SNS 상에서는 ‘명절 제사 없애는 방법’이 네티즌 사이에 인기라고 한다.즐거워야 할 명절이 명절증후군으로 망쳐서는 안 된다. 가족 간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필요하다. 우리 고유의 명절이 가지는 의미를 되살리는 정신운동이 필요하다. 꼭 제사를 지낼지도 생각해 봄직하다. 가족이 모여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면 명절의 의미는 충분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19

종부세 폭탄론의 허실

정부가 9·13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등 주택 가격 상승 지역의 다주택자 세부담을 늘리는 종부세법 추가 개정안을 발표하자 ‘종부세 폭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아파트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집값 상승분과 비교해 종부세·재산세는 미미하게 늘어나는 사례가 많다. 그 결과 ‘종부세 폭탄론’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추가 개정안에서 3주택자 이상과 서울·세종 등 집값이 급등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 참여정부(3.0%) 때보다 높은 최고세율(3.2%)을 매겼다. 다만 최고세율 적용 대상은 매우 적다. 과표 94억원이 넘는 3주택자·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종부세는 1주택자 기준으로 공시가격 9억원(다주택자는 6억원)까지 공제된다.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1주택자는 공제액인 9억원을 뺀 뒤 세금 할인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해 과표를 산출한다. 아울러 주택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대비 60∼70%에 형성되기 때문에 실제 시세가 17억∼18억원이 돼야 신설된 과표의 적용을 받는다.종부세 인상이 1주택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도 사실과는 다르다. 종부세는 현재 인별 합산과세가 된다. 예를 들어 부부가 공시가격 12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어도 공동명의로 50%씩 소유하면 각각 최대 6억원씩 공제받아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게다가 1주택자는 전년 대비 보유세 부담 상한선도 150%로 유지해 정부의 종부세 인상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9·13대책에서 정부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도 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늘어나고, 재산세액이 증가하는 게 사실이다. 종부세 폭탄론이 불거진 이유다. 하지만 현재 고가 단독주택이나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아파트는 시세의 60% 이하에서 공시가격이 형성돼 있고, 일반 아파트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시세 대비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시가격의 현실화가 얼마나 형평성있게 실현될 지 지켜볼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18

음주운전

술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인은 술에 관해 대체적으로 관대하다. 술로 인한 실수는 사람탓보다 술탓으로 돌려 버리면 대강 넘어간다. 술을 잘 마셔야 직장이나 사회생활이나 잘 한다는 평판을 듣는다. 손님 대접을 할 때는 술 접대를 잘해야 잘 대접했다고 여긴다. 세계적으로 고급술이 잘 팔리는 나라로 알려진 것도 이런 음주문화가 한 몫한 탓이다. 지나친 음주는 담배보다 개인의 건강에 더 나쁘다. 국민의 습관성 음주는 국가적 차원에서 부담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모든 질병에 알코올이 기인하는 수준이 4%에 달한다고 했다. 수명단축뿐 아니라 고통도 수반한다. 또 알코올은 폭력사고와 같은 타인에 미치는 폐해도 많다. 반면에 담배에 비해 규제는 느슨하다. 정부가 내놓는 술에 대한 규제라고 해봐야 ‘적당한 음주’ 캠페인이 고작이다.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5번째로 술 소비가 많은 나라다.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12.3ℓ다. 아시아권에서는 최고다. 술 소비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도 따지고 보면 술에 대한 관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얼마 전 국가 공무원의 음주운전 현황 자료가 국회에서 발표됐다. 공직사회의 음주운전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보고서다. 2017년까지 최근 5년 간 국가직 공무원 3천655명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 매년 6백여 명 정도가 반복적으로 음주운전하다 적발되고, 징계를 받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징계된 공무원의 소속도 부처별로 다양했다. 공직사회 전체가 음주운전에 대한 ‘주의’ 인식이 매우 낮음을 짐작케 한 자료다. 특히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공무원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공무원까지 음주운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공직자의 각성이 절실하다. 음주운전은 무고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연간 수 백 명이 음주운전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좀 더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겠다. 국가에 따라 음주운전자에 대한 제재가 각양각색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주운전자가 기혼일 경우 배우자도 함께 수감한다고 한다. 우리도 더 단단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17

공직자의 도덕성

공직자의 주요 덕목으로 손꼽으라 하면 청렴성과 도덕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공직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에 사인(私人)과는 근본적 생각과 자세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이 그런 정신이다. 도덕심이란 선과 악을 구분하여 선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컫는다. 정상적 사고의 사람이라면 당연시하는 규범이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솔선돼야 할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은 본래부터 사람의 마음은 착하게 태어난다는 천부적 도덕심에 근간을 둔 학설이다. 맹자는 어린아이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본 사람은 칭찬이나 혹은 주변의 비난이 두려워서 아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사람의 본성이 착하기 때문에 행한다고 설명한다. 맹자의 성선설은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실천적 근거로 활용되면서 유교사상을 더욱 발전시키게 된다.우리 사회가 유난히 도덕적 규범을 엄하게 요구하는 시대적 배경에는 유교적 영향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덕심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훌륭한 정신적 가치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나 경제 그 어떤 분야의 활동이든 도덕심을 잃어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얻기가 어렵다.도덕심이란 측면에서 보면 서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유럽의 도덕적 가치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설명하지 않아도 동서고금은 도덕성을 절대적 가치로 삼는 생활의 윤리기준을 갖고 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위장전입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매번 청문회마다 똑같은 일들이 반복된다는 사실에 국민이 느끼는 혐오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왜 국가경영에 참여하겠다는 후보들이 도덕적 책무에 소홀한지에 대한 거부감이다. 위장전입을 하고도 자기 나름의 이유가 변명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전쟁에 나서 오십보 도망간 군사가 백보 도망간 군사를 비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위장전입이 공직자 임명의 강제적 기준은 안 된다하더라도 그 사실을 불가피성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수용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14

돌아온 메르스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약칭으로, 지난 2012년 4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감염자가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을 가리킨다. 전염은 환자가 기침·재채기를 하거나 말할 때 나오는 침에 바이러스가 묻어나와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비말 감염으로 알려졌다. 보통 환자와 접촉한 후 2~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치는데, 잠복기 기간에는 아무 증상도 없고 전염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메르스의 증상으로는 38℃ 이상의 고열, 기침, 호흡 곤란 등이 있으며, 만성 질환 혹은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의 경우 폐렴, 급성 호흡 부전, 급성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어 예후가 좋지 않다.지난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된 뒤 2015년 12월 말까지 총 186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38명이 사망해 국내 메르스 치사율은 20.4%로 나타났다. 당시에는 메르스 발병후 10일 가까이 확진판정을 받지 못한 환자가 병원을 드나들면서 메르스 전염이 확대됐고, 보건당국이 확진자가 내원한 병원이름을 공개하는 데만 확진환자 판정후 18일이 소요되면서 전염이 더욱 증폭됐다. 메르스의 전염에 처음 대처해본 방역당국의 시행착오가 메르스의 전염을 부추겼다는 비판까지 나왔다.이처럼 온 나라를 전염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가 최근 국내에 유입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메르스 확진 환자인 A씨는 지난 달 16일 출장차 쿠웨이트를 방문해 22일간 머물렀고, 지난 6일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비교하면 보건당국의 대처는 신속했다. A씨는 한국에 도착한 뒤 하루만에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귀국직후 택시로 이동해 지역사회 2차 감염우려도 크게 덜었다.그래도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공항검역단게에서 아무런 의심없이 입국장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해도 결국 사람이 위기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깨우침을 주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13

천고마비 계절

천고마비(天高馬肥)는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이 계절적으로 매우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을이 좋은 이유는 무더운 긴 여름을 거쳤기 때문이다. 특히 111년 만에 찾아온 악몽같은 올여름 폭염을 겪어 본 사람은 가을이 이처럼 반가울 수 없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만으로 온 몸의 기분이 상쾌해진다. 가을은 24절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입추에서 동지까지를 이르나 기상학적으로 보면 9월부터 11월까지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절기상 입추(양력 8월7일 내지 8일경)라고 하지만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입추를 가을로 간주하기에는 성급함이 있기 때문이다.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는 하늘이 높고 푸르기로 유명하다. 간혹 태풍이 지나가 피해를 안겨줄 때도 있으나 논밭 곡식이 무르익는 모습에서 가을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그래서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시기다. 인심도 좋을 수밖에 없다. 추분(秋分)을 즈음하여 논밭의 곡식을 거둬들이고 고추를 따서 말린다. 잡다한 가을걷이 일들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두가 분주해지는 때다. 수확의 고마움을 나누는 추석이 있어 더 좋다.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고도 부른다. 가을 밤은 시원하고 상쾌하다. 등불을 가까이 하기에 좋으니 책 읽기가 좋다는 말이다. 요즘은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며 책 읽기를 권장한다. 가을이 독서하기가 좋은 것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 탓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자 삶을 풍요롭게 하는 힘이다. 가을이 제격인 것이다.가을의 한복판에 들어 선 추석명절은 가을을 대표하는 민속 축제이다. 수확이 있기에 축제가 즐겁고 부담스럽지 않다. 조상에게 수확에 대한 고마움을 전할 수 있어 더 좋다. 우리의 조상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 했다. 한가위에 대한 만족감을 최고로 표현한 말이다.가을은 풍요와 수확, 축제 등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된 계절이다. 올가을은 혹독한 더위에 지친 마음이 위로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12

인사청문 기준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는 데, 우리나라에서는 제16대 국회가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됐다. 인사청문회 절차를 보면 정부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 처리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위해 구성되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3명으로 구성되며, 교섭단체 등의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국회의장이 선임한다.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되, 인사청문회의 기간은 3일 이내로 한다.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청문회 때마다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부적격 기준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총리 후보자의 결정적 낙마 이유가 위장전입이었고, 노무현 정부 시절 현재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인 김병준 총리 후보자는 논문 표절을 이유로 낙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는 한번이라도 어긴 사람은 모두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여기에다 △음주운전 △성범죄를 추가해 ‘7대 기준’으로 바꾸었지만 세부 기준은 다소 완화했다. 예를 들면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의 경우 인사청문회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투기와 자녀 선호학교 진학 목적인 경우에 한정하기로 한 것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내정된 일부 장관들과 헌법재판관들이 기준에 벗어난 위장전입으로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인사청문회는 청렴하고 능력 있는 고위 공직자를 골라 쓰겠다는 국민의 염원이 담긴 제도다. 따라서 인사청문회는 업무에 대한 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 정파적 이해에 따른 평가에 좌우되는 청문회는 절대로 환영받지 못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11

신라금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금관이 발견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21년 9월의 일이다. 경주 노서리에 있던 어느 주막집 공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분에서 금관 등이 쏟아졌다. 구슬 종류만 3만 개가 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금관뿐 아니라 금제 장식구 등도 무더기로 발굴됐다. 이름도 없이 내던져진 이 고분은 이후 금관총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당시 이 고분은 훼손도 많았다. 전문가에 의한 발굴이 아니라 고분의 구조나 유물의 출토상황 등도 정밀하게 진단되지 못했다. 그러나 고분에서 금관이 나오면서 금관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켜 신라시대 고분 발굴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신라시대 고분에서 공식적으로 발굴된 금관은 모두 5개다. 국가가 압수한 도굴된 금관 1점을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모두 6점의 금관을 보유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고대금관 13개의 절반 가량이 신라금관이다. 신라금관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경주 고분에서 발굴된 신라시대 금관은 1천500년의 긴 세월을 보냈지만 여전히 금빛 찬란함을 뽐내고 있다. 뛰어난 세공기술과 화려한 장식으로 외국인까지도 그 수려함에 감탄한다.그렇지만 신라금관에 얽힌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아직도 많이 풀리지 않고 있다. 금관을 실제로 사용했는지 혹은 장례 의식용으로 만들었는지조차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다. 금관 형태가 뜻하는 상징성도 학설이 구구하다. 금관의 기원을 두고 북방설과 고유설이 맞서고 있다. 5∼6세기에 만들어졌던 금관이 어느 시점에서 홀연히 사라진 것도 알 수가 없는 일이다.경주 대릉원 금령총이 94년만에 재발굴에 들어간다고 한다. 금령총은 금관총보다 늦은 1924년에 발굴을 했으나 역시 일제 강점기 때여서 종합적이면서 정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발굴된 금관은 금제방울이 달려있다 하여 금령총 금관이라 한다. 다른 금관에 비해 크기가 가장 작아 왕자의 무덤일 것이라는 학설도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사업으로 이곳 유적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 파악이 있을 것이라 했다. 신비에 싸인 신라의 비밀이 얼마나 더 풀릴까 궁금하다./우정구 (객원논설위원)

2018-09-10

사회복지의 날

세계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였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8천 달러로 31위를 유지했다. 한 나라의 경제활동 능력을 가리키는 GDP를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상위권 경제 국가로 분류할 수 있다. GDP가 한 국가의 경제활동을 살펴보는 지표로는 유익한 자료이나 GDP만으로 그 국가 국민이 행복하다고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행복지수는 나라별 GDP와 사회지수, 기대수명, 부패지수, 자유 등 각 항목을 종합해 평가한 수치다. 2018년 ‘세계행복 보고서’에서 한국은 57위를 마크했다. 핀란드가 1위를 차지했으며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이 그 뒤를 이었다.행복에 대한 가치 개념은 천차만별이다. 한때 아시아 국가 중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으나 유엔 자료에 의한 평가에선 97위로 나타났다. 부탄 자국민에게 적용되는 기준만으로 상대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자국민 스스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는데 굳이 다른 나라가 아니라고 말할 이유도 없다.사람이 느끼는 삶의 질을 포괄적 상황을 고려해 측정한 행복지수는 국가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개인별 편차도 크다. 경제적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 직업유무, 자부심, 희망, 사랑 등 개인감정에 따라 행복의 무게도 제각각이다. 행복을 객관적으로 계량화한다는 것은 이만큼 어렵다.그러나 유엔 발표에 따르면 복지 선진국이 대체로 행복지수도 높다. 국가의 복지정책 수준이 국민의 행복지수에 비례한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도 복지 분야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우리사회의 어둡고 힘든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에겐 희망으로 다가가는 정책이다.7일은 제19회 사회복지의 날이다. 국민의 사회복지 사업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복지사업 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선 우리에게 사회복지에 대한 참 의미를 새겨보는 날이기도 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07

생활 SOC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은 항만·도로·철도·전기·가스, 공중보건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 등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직접 사용되지는 않지만 생산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반시설을 말한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규모가 크고, 투입된 자본의 회수에 오랜 기일이 소요되며, 그 효과가 사회 전반에 미친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개인이나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나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다.1929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 때 루즈벨트 대통령이 제창한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후버 댐 공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해 실업자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 최초의 국가주도 SOC투자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경부고속도로를 시발로 항만과 공항 건설 등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왔다.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4대강사업과 같은 대규모 SOC 투자는 않겠다며 SOC 예산을 줄여왔다. 그러나 최근 고용지표 악화와 함께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서울의 한 도서관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생활형 SOC’를 강조했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기반 시설을 과거 대규모 토목 SOC와 차별화하여‘생활 SOC’라 부르기로 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었다.과거에는 주로 도로와 철도, 공항, 항만에 투자해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발전시켰으나 상대적으로 우리 일상에 필요한 생활 기반 시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경로당이나 어린이집, 보건소, 도서관, 체육관 등의 시설을‘생활 SOC’란 이름으로 크게 확충하겠다는 얘기다.문 대통령은 이날 160개의 주민 체육센터의 설치와 모든 시군구에 도서관 설치를 언급했다. 이로 인해 전국에 243개의 작은 도서관이 생기고 50여개의 도서관은 리모델링이 추진된다. 어린이 돌봄센터 역시 200곳 추가 설치되고, 지역 공공의료기관 41곳은 그 기능이 보강된다.보수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나온 현 정부의 생활SOC 사업이 찌들어가는 우리 경제에 마중물이 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06

나잇값

키덜트(Ki-Dult)라는 이색 용어가 있다. 어린이를 뜻하는 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adult가 합쳐진 합성어다.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한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 20, 30대 성인 계층이 유년시절 즐겨 놀았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등에 향수를 느껴 그런 것들을 다시 찾아 즐기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키덜트 문화라는 이름으로 시장도 엄청 커졌다고 한다.자칫하면 정신적 퇴행으로 비칠 행동이 지금은 당당한 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문명 뿐아니라 생각과 인식의 개념도 급변하는 세상이다. 옛 어른이 보았으면 “나잇값 못 한다”고 혀를 끌끌 찰 일이다.나잇값이란 나이에 걸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나잇값을 하는 것인지 애매하다. 어른이 향수를 쫓아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에 흠뻑 빠져 놀아도 나잇값하고는 상관없는 일이 돼 버린 세상이다.공자는 15살에 학문에 뜻을 세워 70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더라고 했다. 그는 40살(不惑)이 돼서야 세상의 미혹을 물리칠 수 있었고, 50살(知天命)에 가서는 분수를 알겠더라 했다. 60살(耳順)에는 관용이 생기고 70살에는 종심(從心)을 한 것이라 했다.공자의 가르침대로 모두가 그렇게 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깨달음에 더 가까이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옛날부터 어른들은 집안 대소사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앞장서 해결하는 지혜를 보였다. 나이가 들어도 존경을 받고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것이 바로 나잇값이다.어른이 돼도 나잇값을 못하면 철없다는 소리만 듣는다.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힘이 부족한 어른이라는 뜻이다. 국회가 3일부터 100일간의 정기국회 일정에 들어갔다. 여야 대치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곳곳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생문제를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회기만큼은 나잇값 제대로 하는 국회였으면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05

‘오락가락’ 임대주택정책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 ‘임대등록 활성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취득세·재산세 감면 △임대소득 과세 완화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 세제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신,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료 인상률이 연 5% 이내로 제한되고, 최대 8년간 의무임대가 적용돼 세입자를 함부로 내쫓을 수 없게 했다.그랬던 장관이 8개월만에 정책을 180도 바꾼 것이다. 정부가 현재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으로 꼽는 종부세 합산배제·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서울·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에만 제공된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상당수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요지의 고가 아파트에서 임대사업 등록이 늘고 있는 것은 전용 85㎡ 이하 주택이라면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어도 양도소득세는 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임대주택 사업자는 총 8만539명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 수(5만7천993명)를 넘어섰다. 과거에도 세제혜택이 있었는데도 임대등록이 저조하다가 올해 들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전산망 통합 등으로 정부 감시를 피해 임대소득을 얻기 어려워진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임대등록이라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어쨌든 임대시장을 준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임대 주거권을 강화하자던 장관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의 신뢰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짓이다. 임대사업자는 전월세 공급을 확대해 임대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는데, 세제혜택을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전월세 물량 감소로 임대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최대한 축소하고, 6억원 초과 임대등록자에게 부여하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04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가 이상형 사회복지를 말할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을 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이 내세운 사회복지 정책의 슬로건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최소한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뜻이다. 영국의 학자 베버리지가 주창한 ‘베버리지 보고서’에 나오는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혼란했던 사회를 다시 재건하는데 적합한 이론으로 당시 영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베버리지 보고서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은 정액 보험료를 부담한다”와 “재정은 피보험자와 고용주, 국가 3자가 공동 부담한다”는 내용이 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국민연금제와 비슷한 취지의 정책 내용을 담았다. 유럽 국가들이 일찍 국민연금제 등이 발달하고 복지 선진국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이를 본 따 ‘태내에서 천국까지’라는 말로 국민 복지를 찬양했다. 국가가 국민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나라를 복지 국가라 부른다. 국민의 생활을 얼마나 높게 또는 질 좋은 보장을 해주느냐에 따라 복지 선진국 여부를 따진다.유럽의 핀란드는 복지 선진국이다. 국민이 어떤 병으로 아프더라도 의료비 걱정이 별로 없는 나라다. 학비도 자신이 공부하고 싶으면 대학원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한다. 반면에 국민은 다른 나라보다 많은 세금을 낸다. 공동분담에 의한 사회복지 실현이라는 점에서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다.우리나라도 내년도 예산을 사상 최대치인 470조5천억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복지 비중을 35%로 잡았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국민 삶의 질 개선 등에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많은 복지예산 투입에도 국민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행복지수는 그렇지 못한 것같다. 특히 최근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이 떨어지고 연금료 인상 불가피성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많다. 1988년 첫 시행 후 전 국민연금시대를 열었으나 노후의 안정을 담보할 국민연금 자금 운용에 대한 확실한 좌표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민연금 운용 방식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찾는 것이 급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