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 톱10을 발표한 적이 있다. 전국 736개 직업의 직장인 2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놀랍게도 국회의원이 3위를 차지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봉을 받는 국회의원이 대학총장과 의사, 금융인 등을 모두 물리치고 당당히 3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국회의원쯤 되면 권력도 상당한 데다 이처럼 연봉마저 두둑하니 누구나 한 번쯤은 국회의원이 돼 보겠다는 욕심이 생길만한 자리다. 그러나 그들이 누리는 혜택만큼 국민의 존경을 받는 자리라고 여기기에는 생각의 여지가 있다.
문재인 정부 들면서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가 있다.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인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문제삼았던 문 정부가 당연히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할 적폐를 똑같이 따라한 데 대한 야당의 비아냥이다. 남이 할 땐 비판적 자세이더니 같은 일을 자신이 하면서 합리화로 일관한다는 뜻이다.
음주 운전자에 대해 가중처벌을 하자는 내용의 ‘윤창호법’(가칭)이 발의됐으나 정작 법 통과가 안 되면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창호법은 군 전역을 코앞에 둔 윤창호씨가 음주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사경을 헤매자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만들어진 법이다. 국회의원 104명이 윤씨의 딱한 사정에 공감, 공동발의까지 한 법이다.
그러나 법 제정 발의에 나섰던 한 국회의원이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자신이 음주단속에 적발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또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18명이나 음주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비단 정치인의 문제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지도층의 자기 반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란 자기 논에 물을 끌어넣는다는 말로 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뜻이다. 내로남불도 내 생각만 하기 때문에 생긴다. 물질만능으로 세상이 많이 바뀐다 해도 솔선수범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지도자의 길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