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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프리카 & 서프리카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신조어인 ‘대프리카’가 유행이다. 몇 해 전 여름 신문에는 대구 시내 아스팔트 도로에 그어진 차선이 녹아내려 꼬불꼬불해진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열섬 효과’ 등으로 다른 도시보다 기온이 높은 서울과 아프리카를 합성한 ‘서프리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대구와 서울의 무더위를 ‘더운 나라’로 꼽히는 아프리카에 비견하고 있지만 정작 대구와 서울이 아프리카 보다 더 덥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프리카는 면적이 전 세계 육지의 약 20%에 해당하는 큰 대륙으로, 위도와 경도, 해발고도에 따라 기후가 다양하다. 사하라사막이나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일대에 걸쳐 있는 칼라하리사막 등은 낮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어서지만 적도 인근의 도시조차 서울이나 대구보다 기온이 낮은 경우가 흔하다.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적도 인근에 자리한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31일 최고기온은 26도, 최저기온은 17도로 나타났고, 1일은 각각 26도, 16도였다. 역시 적도 인근인 우간다 수도 캄팔라는 1일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이 각각 27도, 18도를 기록했으며, 31일은 각각 28도, 17도였다.WMO가 집계한 30년 월평균 기온을 보면 키갈리는 최고기온이 26∼28도, 최저기온이 15∼16도로 1년 내내 큰 차이가 없으며, 캄팔라의 월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키갈리와 캄팔라는 해발고도가 각각 1천450m, 1천190m 정도로 높아 선선한 편이다. 적도 인근이면서 저지대인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경우 이들 지역보다 기온이 높은 편인데, 31일 최고기온이 31도, 최저기온이 21도를 나타냈다.사하라사막보다 위도가 높은 북부 아프리카로 가면 기온이 더 높아진다. 알제리에서도 북단에 자리한 도시 비스크와 이집트 카이로는 1일 최고기온이 각각 40도, 37도로 예보됐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9도로 예상되는 서울과 수원, 38도로 예보된 춘천·청주·대전·세종·전주·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아프리카는 덥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에 불과한 셈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8-02

에어컨 가슴앓이

문명의 이기(利器)도 잘 써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제아무리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라도 사용자가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단순한 전화기일 뿐이다. 인류는 문명 이기의 발명을 통해 상상 이상의 세상에서 즐겁고 안락한 생활을 즐긴다.요즘 같은 폭염에 에어컨이 없다고 가정 한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생활의 불편을 떠나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을 거란 추측도 가능하다. 에어컨도 미국의 한 젊은이에 의해 우연한 기회에 발명된다. 1902년 기계설비 회사에서 일하던 신입직원 윌리스 캐리어는 한 출판회사의 애로점을 듣게 된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습기 때문에 종이가 멋대로 수축되어 도무지 깨끗한 인쇄를 할 수 없다는 사정이다. 그는 연구 끝에 습기를 잡는 장치를 먼저 발명한다. 이어서 열을 잡는 냉각시스템을 개발 한 것이 에어컨 발명의 시작이다.이후 에어컨은 공장과 비행기 등에 장착이 되고 미국 내 가정에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미국 가정집에 에어컨이 본격 설치되면서 미국 내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80%나 감소했다고 한다.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는 19세기 발명 이후 인류의 생활을 확 바꾸어 놓았다. 낮과 밤의 구분을 철폐했다. 실내와 실외, 지상과 지하의 구분도 무너뜨렸다. 시간과 공간의 활용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인류는 각종 자원을 24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 발명으로 또한번 세상을 진화해 나갔다.올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에어컨을 찾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에어컨 없이 하루도 보내기 힘든 날이 많아진 탓이다. 그러나 지금 구입하면 최대 4주 후 설치가 가능하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살지 말지 진퇴양난의 모양새다. 에어컨 설치 가정은 가정대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해 마음이 편치가 않다고 한다.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전기료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폭염을 재난수준으로 인식해 대응하겠다는 말이 나오면서 여름철 전기료의 한시적 인하 요구도 등장하고 있다.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이 비싼 전기료 때문에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다. 뾰쪽한 대책은 없을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8-01

폭염과 선팅

37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에 많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눈부심과 열기를 막기 위해 자동차 유리에 선팅 필름을 부착한다. 자동차 선팅은 자동차 유리에 햇빛의 투과율을 낮추는 필름을 부착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윈도우 틴팅(Window tinting)’이다. 흔히 말하는 ‘선팅(Sunting)’은 콩글리시다. 다만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선팅’이 올바르다.도로교통법 제49조를 보면 “자동차는 앞면 창유리와 운전석 좌우 창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대통령령이 정한 기준보다 낮은 필름을 부착하여야 한다”고 나와있다. 요인 경호용, 구급용 및 장의용 차량은 이 기준에서 제외된다. 대통령령이 정한 기준은 앞면 창유리는 70% 미만, 운전석 좌우 창유리는 40% 미만이다. 이 기준을 어겼을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실제 법규 적용은 다르다.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을 위반한 차의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과태료 부과기준(도로교통법시행령 제88조 제4항)은 2만원이다. 하지만 도로에 짙은 선팅을 한 차가 대다수인 이유로 실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통상 차의 선팅 농도는 상당수가 전면 35%, 측후면 15%가 대다수다. 선팅필름의 종류는 흡수형 필름, 반사형 필름, 염색 필름으로 나뉜다. 염색 필름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능만 있을 뿐 열차단 기능은 사실상 없다. 선팅 필름을 선택 할 때 중요한 것은 자외선 차단보다 IR(적외선)차단율이다.TSER(Total Solar Energy Rejected, 태양열 차단율)도 확인해야 한다. TSER이란 유리를 통과한 열이 필름에 의해 반사되는 것과 흡수되는 열을 구분한 수치다. TSER이 50% 이상이면 열차단 성능이 좋은 편이다. 흡수형 필름보다 반사형 필름이 더 비싸고 열차단율도 뛰어나다. 하지만 흡수형 필름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반사형 필름은 기능적으로 제일 뛰어난 반면 가격이 비싸다. 싸게는 50만원부터 200만원도 넘는다. 주의할 것은 적외선 차단율이 90퍼센트가 넘는 필름들은 IR통신 방식의 하이패스의 오류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31

천마총

경주 천마총은 신라시대 만들어진 적석목곽분으로 왕릉급 무덤이다.누구의 무덤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1973년 발굴 당시만 해도 국보급 유물인 금관을 포함 1만점이 넘는 부장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역대급 발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천마총은 이후 두 번의 뜨거운 논쟁거리를 던지며 또한번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첫 번째는 천마총이라는 호칭의 논란이었다. “신라왕의 무덤이 분명한데 말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며 경주 김씨 문중이 국회에 이름 변경 청원을 낸 사건이다. 문화재위에서 재심의까지 벌였지만 고분의 주인이 왕이라고 확신할 발굴조사 결과가 없단 이유로 천마총이란 이름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또 하나는 2009년도 있은 천마도의 적외선 촬영 결과다. 그동안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던 천마의 머리에 뿔이 등장한 것이다. 뿔이 달린 것으로 보아 그림에 등장한 것은 말이 아니고 전설의 동물인 기린이란 주장이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명칭도 천마총이 아닌 기린총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논란은 이어져 갔다.천마총은 본래 경주 155호 고분이다. 신라시대 고분의 일련번호는 고분의 명칭이었다. 그러나 발굴이후 드러난 무덤 내 부장품의 중요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천마총으로 이름이 바뀐다. 1만여 점의 유물 가운데 국보급으로 평가된 것도 많았지만 유독 말다래(말을 탄 사람의 발에 흙이 튀지 않도록 말안장 양 옆에 늘어 뜨려 놓은 장식)에 그려진 천마도가 천하일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천마도는 신라시대 회화 수준을 가늠할 유일한 그림인데다 회화 수준 또한 출중했다. 이 무덤은 당연히 천마총으로 명명되었던 것이다.천마총이 1년여의 보수공사 끝에 새로이 일반에 공개됐다. 경주는 천년 전에 살았던 신라인의 숨결이 바로 느껴지는 역사의 고장이다. 경주만큼 역사적 채취가 물씬 풍기는 곳도 별로 없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 할 만큼 문화와 유적이 넘쳐나는 도시다. 역사는 나라의 정신이요 민족의 자긍심이다. 40여년 만에 선보이는 천마총의 새 단장을 계기로 역사도시 경주의 명성도 되찾았으면 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30

당나라 군대

하극상(下剋上)을 가장 경계해야 할 집단이 바로 군 조직이다. 전쟁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지휘체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계급이 곧 명령이다.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만이 나라와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의 조직이 군이다.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군의 특수부대일수록 엄격한 명령과 지휘체제의 견고함을 자랑한다.이른바 “군기(軍紀)가 세다”는 말로 표현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이름을 떨쳤던 그린베레, 미 해군 특수부대인 실(SEAL), 한국의 해병대 등이 그렇다.우리는 보통 실력이 형편없는 집단을 두고 오합지졸(烏合之卒)과 같다고 부른다. 까마귀 떼처럼 아무 규율도 조직도 없이 무질서하게 모인 무리라는 뜻이다. 어떤 단체이든 간에 오합지졸로 불린다면 기분이 언짢아지는 게 당연지사다. 특히 그 집단이 군 조직이라면 자존심이 구겨지고도 남음이 있다.개판 5분전의 부대를 당나라 군대라고도 조롱한다. 오합지졸의 부대와 비슷한 말이다. 전쟁에서 제대로 공격 한번 못해보고 패배만하는 군대를 비유적으로 쓸 때 이렇게 부른다. 왜 당나라 군대인지 그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구려 시대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고구려가 비록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을 당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고구려는 당나라를 맞아 큰 승리를 수차례나 거뒀다. 고구려 입장에서는 당나라 군대가 오합지졸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데서 나온 설이다. 또 하나는 군기가 빠진 군대에서는 총을 쏴도 ‘탕소리’가 나지 않고 하나가 빠진 ‘당소리’가 난다고 해서 당나라 군대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군인 정신과 기강이 실종 상태인 부대를 두고 얕잡아 부르는 말이다.대통령으로부터 군 통수권을 위임받아 군을 지휘하는 국방부장관에게 그 부하들이 대드는 해괴한 일이 25일 국회에서 벌어졌다.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라고 하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총질을 해대듯 하는 모습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어쩌다 우리 군이 오합지졸의 당나라 군대 꼴이 돼 버렸는지 통탄할 일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27

‘홈투카 서비스’

무더운 여름, 폭염속에 세워놓은 더운 차를 타기전에 미리 식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꿈같은 애기지만 현실에서 가능하게 됐다. 바로 집안에서 편리하게 목소리로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는‘홈투카(Home to Car)’서비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KT는 인공지능(AI) 스피커인 ‘KT 기가지니’를 현대·기아차의 커넥티드카(정보통신기술과 연결시켜 소통이 가능한 차)에 접목한 홈투카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가 집안에서 간단한 명령만으로도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다.예를 들면 이용자가 “기가지니야. 내 차 온도를 20℃로 맞춰줘”라고 말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시동을 걸고 온도를 조정해 대기한다. 서비스를 통해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주요 기능은 시동 켬·끔, 문 열림·잠금, 비상등, 경적, 차안 온도 설정 등이다. SK텔레콤도 최근 현대차 블루링크·기아차 UVO와 연동되는 차량 제어 서비스인 ‘홈투카(Home2Car)’를 출시했다. SK텔레콤 스마트홈의 ‘Home2Car’는 이용자가 집에서도 SK텔레콤의 AI스피커 NUGU를 통해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주요 기능은 시동 On/Off, 문열림·잠금, 비상등 점멸 및 경적울림, 온도설정, 전기차 충전 시작·중지 등 5가지다. NUGU를 통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행 전 미리 시동을 걸어 예열하거나 요즘과 같이 더운 날씨에는 차량온도를 시원하게 조절할 수 있다.SK텔레콤은 이미 지난 6월부터‘카투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홈투카와는 달리 차량 안에서 모바일 내비게이션‘T맵×누구’를 통해 음성으로 집의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것이다. SK텔레콤 스마트홈 계정을 누구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하면 집의 공기청정기, 에어컨, 보일러, 세탁기, 스마트플러그 등 15종의 스마트홈 기기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이용해 집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서비스 경쟁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지 궁금하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일들이 하나하나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으니 신통방통하게 여겨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26

파파게노 효과

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던 인물이 자살하면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 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흠모하는 여인에게 실연당한 뒤 권총으로 자살하는 내용을 모방한 자살이 전 유럽으로 퍼지면서 유래된 용어다. 반대 개념인 ‘파파게노 효과’가 있다.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파파게노가 실연 끝에 자살을 시도하다 요정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생각을 바꿔 먹는데서 유래했다. 지금은 자살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한 보도를 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로 사용된다.실제로 자살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선택한 방법을 모방하려는 성향이 있다. 모방자살이나 자살전염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특히 언론의 유명인 자살과 관련한 보도는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언론도 이를 알고 스스로가 보도에 신중을 기한다. 그러나 사건에 따라서는 흥행성과 주목성 때문에 때로 오버할 때도 있다.중앙자살예방센터가 유명인이 갑자기 숨진 직후 일간지 등 국내 22개 주요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을 모니터링 해 본 결과, 127건이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 보도가 베르테르 효과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은 데도 언론들은 여전히 흥행성 보도에 매달렸던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이 13년간 1위를 한 국가다. EU 국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0.9명이나 우리는 26.5명으로 유럽의 평균보다 2.4배나 높다. 한국의 자살률이 이처럼 높은 배경에는 서구와는 다르게 카드빚이나 가족해체와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구는 고독이나 실존(實存)에 대한 회의 등이 자살의 주된 이유다.극단적 선택을 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죽음을 두고 언론사 간 보도 경쟁이 치열하다. 진보 정치인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아온 그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행여 베르테르의 효과가 있을까 우려도 된다. 언론의 파파게노 효과를 기대해 본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25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

2017년 6월부터 강화된 도로교통법(세림이법) 53조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 등의 의무’에 따라, 현재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뒤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통학버스 운전자가 어린이 하차 여부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범칙금 12만 원과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이런 제도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얼마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차량 안에서 4살 어린이가 폭염 속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통학차량을 타고 어린이집에 온 어린이는 운전기사와 인솔교사, 담임교사 등의 부주의로 인해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고, 32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7시간 동안 차량에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많은 국민들의 동의를 받고 있는 상태다.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은 말 그대로 ‘잠자는 어린이 확인 경보장치’다. 이 제도는 통학차량의 맨 뒷좌석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야만 시동을 끌 수 있게 한 것으로, 차량 내 아이 방치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원생 등원에 사용되는 차량의 맨 뒷자리에 버튼을 설치해, 운전기사가 시동을 끄기 전 반드시 버튼을 누르도록 하는 것이다. 즉, 운전기사가 차량에서 내리기 전 방치된 아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하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로,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동두천 사고 역시 아이들이 차에서 내릴 때 인솔교사가 한번만 체크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비극이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자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현아 의원이 ‘슬리핑 차일드 체크’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사람은 어린이나 영유아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망우보뢰(亡牛補牢)’의 형세지만 이제라도 불행한 사고로 죽는 어린이가 없기를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24

폭염 속 반바지 논쟁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쿨비즈와 관련한 논란이 자주 벌어진다. “쿨비즈란 이유로 여성의 옷차림이 지나치게 노출되어선 곤란하다”는 생각과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의견이 충돌한다. 여름철 폭염이 불러온 진풍경이지만 그 중에도 남성의 직장 내 반바지 착용 논쟁에 눈길이 쏠린다. 여성에게는 치마와 정장 바지를 허용하면서 남성에게는 여전히 정장 바지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내용은 직장 내 소리함은 물론 청와대 게시판에까지 올라오고 있다. 긴 바지 입고 덥다는 남성과 짧은 치마 입고 춥다는 여성 사이에 에어컨 온도를 놓고 일어나는 의견 충돌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반바지 허용은 사회 통념상 곤란하다는 입장이다.2009년 환경부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에너지 감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쿨맵시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이후 쿨비즈는 우리사회의 보편화된 현상으로 자리를 잡고, 여름철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재킷을 벗는 등 간편복 근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 까다로운 복장규정을 준수하는 곳도 있다. 2009년 여름 우리나라 법조계에선 쿨비즈 논쟁이 벌어져 화제를 모았다. 변호사들이 지구온난화를 이유로 법정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던 것. 그러나 법원은 법정의 권위가 우선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미국의 법원도 정장 관행이 엄격히 지켜진다고 한다. 영국은 법정 내에서 넥타이를 매고 심지어 가발까지 쓴다고 한다. 법원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자구 노력으로 풀이된다.법조계의 이런 논쟁과 달리 직장 내 남성의 반바지 착용은 앞으로도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전문가도 직장 사정에 따라 공론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직장 내 적합한 복장문화 정착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 스포츠라는 이유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골프 규정에도 남자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 않는다. 그러나 최근 반바지 허용 골프장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 내 반바지 논란도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알 수없는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23

일확천금의 보물선

보물선을 찾아 일확천금을 꿈꾸는 몽상가 이야기가 아직도 심심찮게 전해져 온다. 우리나라도 일제시대 중국에서 일본군이 노획한 수많은 금괴와 보물이 일본으로 채 옮겨지지 못하고 한국 남해안 어디에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아직 이런 금괴와 보물을 찾아냈다는 사실은 단 한 건도 보고된 적이 없다.1975년 신안 앞바다에서 어부의 그물에 도자기가 건져 올려진 것을 시작으로 신안 해저선의 정체가 드러났다. 최초 발견 이후 9년 동안 11차례에 걸쳐 진행된 발굴로 신안 앞바다 해저선에는 수천 점의 도자기와 금속 공예품 등이 바닷속 깊은 곳에서 700년 만에 신비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배는 1323년 원나라를 떠나 고려에서 청자를 싣고 다시 일본으로 가던 무역선으로 확인됐다.역사상 최대의 해난 사고로 손꼽히는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은 지금까지도 배의 침몰과정 등이 베일에 싸여 있다. 1912년 4월 14일 타이타닉호는 2천200명의 승선자 중 1천500여 명과 함께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몰한다. 건조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이 배는 길이 269m, 높이 20층, 증기기관 하나가 3층 가옥 크기였다. 당대의 혁신적 기술이 접목된 타이타닉호는 가라앉지 않는 배 일명 ‘불침선’이라 불릴 만큼 안전을 자랑했다. 1985년 한 해양 탐험가에 의해 심해 4천m 아래서 선체가 두 동강이 난 채 발견됐으나 미스테리한 의문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당시 수많은 부자가 그 배에 승선함으로써 배에 보물이 많을 것이란 추측이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청춘 남녀의 사랑을 테마로 침몰 과정을 담는 영화가 탄생하면서 타이타닉호는 더 유명하게 된다.울릉도 앞바다에서 러일전쟁 당시 침몰한 것으로 전해진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으로 나라 안이 요란하다. 150조 원의 금화와 금괴가 인양된다는 소문에 관계사의 주식이 상한가까지 쳤다.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그러나 금괴와 배 인양과 관련한 믿을만한 소식은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다. 호사가들 사이에 일확천금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만 쏟아질 뿐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20

현금 없는 사회

소비자본주의 최첨단 시대를 맞아 ‘현금없는 사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발달로 결제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지갑속 현금이 점차 모습을 감추는 이유다. 변화의 징후는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대표적인 커피체인점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최근 전체 매장 1180곳 중 103곳을 ‘현금없는 매장’으로 지정했다. 현금없는 매장은 현금 사용 비율이 3∼4%에 그치는 곳으로 현금 사용 고객에게 다른 결제 수단을 권하고 있다. 다만 손님이 원할 경우 현금결제도 가능하다.편의점에서도 현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 편의점의 현금 결제 비중은 2015년 53.9%에서 지난해 41.4%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상반기(1∼6월) 35.7%까지 뚝 떨어졌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매장에 무인결제기(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카드결제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신용카드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한 전자결제가 보편화되면서 현금사용 빈도가 크게 줄었다. 올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 30대의 현금 선호 비율은 각각 8.3%, 5.1%에 그쳤다. 반면 60대와 70대 이상은 현금 선호율이 각각 51.6%, 76.9%로 여전히 높았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661년 유럽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스웨덴은 2030년까지 현금을 없앤다는 목표를 세워서 추진 중이고, 소매점은 합법적으로 현금결제도 거부할 수 있단다.실제로 스웨덴 국민의 절반 이상은 2012년 민간 은행들이 공동 개발한 간편결제 서비스 ‘스위시’를 사용한다. 중국에선 노점상도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고, 음식점에서 QR코드로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기도 한다.최저임금 인상이 패스트푸드 업체 등에 무인결제기 도입 증가로 이어질 경우 현금없는 사회로의 진입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인, 빈곤층 등 새로운 금융기법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약자들이다. 이들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19

이열치열(以熱治熱) 피서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사용하는 피서법 중 하나로 탁족(濯足)이라는 것이 있다. 산간 계곡의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것이다. 가정에서 대야에 물을 떠놓고 발을 담그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조선시대 선비는 유교사상에 젖어 몸 노출을 꺼려 발만 물에 담그는 피서법을 즐겨 사용했다. 발은 온도에 민감하고 특히 발바닥은 온몸의 신경이 집중돼 있으므로 발만 물에 담가도 온몸에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속에서 탁족을 하니 건강도 좋고 정신 수양에도 좋았다고 한다. 탁족을 소재로 한 그림도 몇 점 남아 있어 당시 우리 선조들의 피서법을 잠시나마 상상해 볼 수 있다.조선시대 임금도 창덕궁 후궁에서 찬물에 담근 수박과 참외로 더위를 피하는 것이 고작이다. 선풍기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자연 순응적 방식에서 최고 피서법이다.정약용이 쓴 소서팔사(消署八事)에서 나오는 8가지 피서법도 자연 순응의 이치를 활용하라는 뜻이다.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등 사소한 일상 속에서 여유로움을 가지며 더위를 물리치자는 논리다.에어컨, 선풍기, 냉장고 등 더위를 식힐 문명의 이기가 없었기에 우리 선조가 취할 수 있는 피서법은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법이 최고였을 것이다. 더위에 맞서 싸우기보다 더위를 제압하는 마음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같다. 때로는 바람이 살랑대는 대청마루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다.무더위가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 국민이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에 안절부절이다. 전국 곳곳에 내려진 폭염주의보는 아직 한참 남은 올 여름이 무척 덥고 지루할 거란 느낌이 들기에 안성맞춤이다.예로부터 여름 더위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했다. 날씨가 더울 때는 몸 안의 열이 바깥에 나가지 못해 쌓이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여 몸의 더운 기운을 밖으로 내 보내야 한다고 했다. 여름철 몸보신을 위한 삼계탕 등이 이런 원리다. 무척 더울 것이란 올 여름은 이열치열의 각오로 시작하면 어떨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18

하우스푸어 SLB제도

금융위원회가 금융권과 공동으로 오는 12월 하우스푸어(house poor)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 앤 리스백(SLB) 제도를 도입한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용어로 직장이 있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아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working poor·근로빈곤층)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들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주택가격이 오를 때 과도한 차입을 통해 집을 샀으나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하우스푸어가 많이 양산되면 그만큼 소비는 줄어들고 소비가 줄면 산업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정부는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하우스푸어들의 집을 매입한 뒤 5년이 지나서 그 사람에게 매각가에 되파는 하우스푸어 SLB(Sales and Lease Back)제도 도입을 준비중이다. 대출자는 이 기간에 임대료를 내고 같은 집에서 살게 된다. 이 제도의 장점은 임대 기간 중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매각가에 되살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의 SLB제도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취약 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한국의 시장 금리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SLB 제도의 운영주체는 금융권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SPC(특수목적법인)이며, SPC는 금융회사로부터 주택매입자금을 대출받아 그 자금으로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한다. 하우스푸어는 주택매각 자금으로 빚을 갚은 뒤 SPC와 5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대료를 내면서 그 주택에 살 수 있다. SPC는 주택금융공사 등의 보증을 받아 금융회사로부터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임대료도 시장가보다 낮아진다. SPC는 임대료를 금융회사 대출의 이자비용으로 사용한다. 금융위가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정부 가계부채 대책의 초점이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 보호 방안에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정부는 지난 2013년 주택시장이 침체기였을 때도 이와 같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제도가 힘겨운 하우스푸어들의 살림살이에 숨통을 터주는 주택복지 정책으로 자리잡아주길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17

다시 찾아온 바캉스

조선시대도 더운 여름날에는 평소보다 적게 일했다는 기록이 있다. 1895년(고종 32년) 관보를 보면, 조선시대 관리의 집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그러나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는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로 기록하고 있다. 에어컨이 없던 그 시절을 상상하면 여름나절 관리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야 했던 것은 인지상정의 판단이라 할만하다.쉰다는 뜻의 한자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댄 모습이다. 일하다 잠시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에겐 휴식이란 본능적 욕구처럼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충족 조건이다.바캉스(vacance)는 프랑스말로 휴가를 뜻한다. 국민소득이 늘고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 여름도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찾아 휴양지로 떠난다.문체부가 조사한 ‘2018년 하계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5.2%가 여름휴가를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82.6%는 국내 여행을 계획한다고 했다. 또 1인당 국내 여름 휴가비로 평균 25만9천원을 지출할 거라 했다. 휴가기간은 2박3일이 40.9%로 가장 많았다. 85.5%가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 휴가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자 별로는 7월 28일이 20.3%로 가장 집중됐다.어느 결혼상담 기관의 조사에서는 혼밥과 혼술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혼자 휴가를 떠나는 혼휴족도 올해는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휴가가 ‘바캉스’란 말로 일반화된 배경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먼저 휴식 개념의 제도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주 40시간 근무제나 1년에 1개월 유급휴가제도 정착 등 프랑스 사람들은 바캉스가 프랑스 사람의 생활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믿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휴가 개념이 보편화됐다. 휴가는 생활의 활력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다. 모처럼 맞는 휴가철을 맞아 몸과 마음과 정신을 깨끗하게 하는 쉼의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느낌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16

테이저 건(Taser Gun) 논란

테이저 건은 나사(NASA)의 한 연구원에 의해 제작됐다. 권총처럼 생긴 전기 충격기다. 길이 15.3cm, 높이 10cm, 무게 175g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5만볼트 전류가 흐르는 전기침 두 개가 발사된다. 사람이 맞으면 중추신경계가 일시적으로 마비된다. 제작사는 이를 ‘근육신경 불능의 효과’라 부른다. 테이저 건 장치의 메커니즘을 두고는 ‘전기 근육 붕괴’ 기술이라 했다.테이저 건이 한국 경찰에 보급된 것은 2005년도다. 보급되기 직전 서울에서 한 경찰관이 강간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숨진 사고가 발생한 것이 도입 배경이다. 고가의 진압장비인 테이저 건은 경찰로서는 비장의 무기를 새로 도입한 셈이었다.그러나 진압효과가 뛰어남에도 강한 파괴력 때문에 직무수행에 대한 규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징역형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자 진압 때만 사용토록 했다. 사람의 얼굴을 향해 발사할 수 없고, 14세 미만 피의자와 임산부에게도 쏴선 안 된다. 사용에 따른 경위서가 일일이 뒤따라 붙어야 한다. 행여 과잉 진압으로 판단된다면 민사상 문제부터 모든 게 경찰관 본인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웬만하면 테이저 건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영양 사건도 설득으로 대응하다 숨진 경우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총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총은 쏘는 게 아니고 던지는 것이다”는 비아냥도 나왔다.테이저 건은 5cm의 직물류를 관통할 만큼 파괴력이 좋다고 한다. 제조회사에서는 팔, 다리 근육신경을 마비시킬 뿐이라고 하지만 인권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테이저 건을 맞고 호흡 곤란 등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에서는 잘 훈련받은 경찰 특수부대만 사용토록 제한하고 있다고도 했다. 테이저 건 사용의 신중론도 우리가 그냥 넘겨 볼 일은 아니다.그러나 융통성 없는 규정으로 경찰관의 목숨이 한순간에 빼앗기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동료경찰의 동병상련의 심정을 헤아리는 경찰 당국의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13

근로장려세제(EITC)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이하 EITC)는 일정액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 또는 전문직을 제외한 사업자 가구에 대해 가구원 구성과 총급여액 등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지급, 실질소득을 지원하는 소득지원 제도를 가리킨다.한마디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세금환급의 형태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75년 미국에서 처음 실시한 이래 영국·프랑스·캐나다·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 1월부터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근로장려세제 조항이 신설됐으며, 2009년에 처음으로 지급됐다.이 제도를 정부가 5년만에 대대적으로 손본다고 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EITC는 근로소득·사업소득이 있는 근로자나 자영업자(전문직 제외)로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없는 30세 이상 단독 가구는 연 1천300만원, 배우자나 부양 가족이 있지만 혼자 버는 외벌이 가구는 연 2천100만원, 맞벌이 가구는 연 2천500만원 미만의 소득이면 각각 최대 85만원, 200만원, 25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약 144만 가구(2016년 기준)가 EITC 혜택을 보고 있다.기획재정부는 이달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EITC의 소득 기준을 높여 지급 대상자를 늘리고, 지급액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가 EITC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첫번째는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6.4%)에 따라 EITC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저소득층을 구제하기 위해서고, 두번째는 EITC 확대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일자리안정기금을 축소하기 위해서다. 최저임금은 고용주가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제도이고, EITC는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 및 영세 사업주의 실질 소득을 높여주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일을 해도 소득이 적은 계층을 타깃으로 한다. 따라서 정부가 EITC를 확대하면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정부의 복지정책수단으로 떠오른 EITC도 정부 재정지출 부담, 부정 수급, 대상자 범위 한계 등의 단점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세심한 정책집행이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12

사형제도

사형제도가 흉악 범죄를 줄일 것으로 보는 것이 보통사람의 생각이다. 이론적으로도 범죄율은 검거율 및 형량 수준과 상당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검거율과 형량이 올라갈수록 범죄율은 떨어질 것이라 보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다. 그러나 범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이런 일반의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검거율은 범죄 발생을 어느 정도 줄여주는 효과를 주지만 형량수준은 범죄율 향방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형제도가 있다고 강력한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사형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범죄 억제효과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응보의 논리다. 사형제를 통해 범죄가 억제될 것이라는 심리는 누구나 가진다. 그래서 사형제를 지지하는 이유가 된다.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게 문제다. 또 응보의 논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점에서 공감을 갖는다. 사형제가 전 세계적으로 폐지라는 대세로 가면서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은 것은 이런 두 가지 심리적 이유 때문이라 한다.지난 6일 일본에서는 옴진리교 교주와 간부 7명을 사형 집행했다. 국제인권단체의 탄원에도 불구, 사형이 집행됨으로써 사형제 폐지가 또 다시 국제사회의 논란이 됐다.우리나라도 헌법상 사형제도가 유지되는 나라다. 그러나 1997년 사형수 2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후 21년 동안 사형집행을 한번도 하지 않아 국제사회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한다. 정부는 올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사형 집행 중단을 공식화한다는 소식이다.사형제도는 있지만 폐지 선언이 없었기에 정부의 사형집행 중단선언의 의미는 크다. EU는 사형제 폐지가 회원국 가입의 전제조건이 될 정도로 인권의 중요 척도로 보고 있다.우리나라는 아직 사형제 존치에 60%가 넘는 사람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사형제가 중지되면 극악무도한 범죄에 맞설 우리사회의 또다른 대응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11

오프라인 혁신 ‘삐에로 쑈핑’

온라인쇼핑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서울 코엑스 스타필드에 문을 연 ‘삐에로 쑈핑’이 영업 11일만에 누적 방문객 10만명을 돌파해 오프라인 시장에 혁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인‘삐에로쑈핑’은 잘 정돈된 매장보다 복잡한 매장에서 직접 보물찾기 하듯 상품을 찾아보고 써볼 수 있는‘언택트(Untact, 비접촉)’쇼핑을 선호하는 10대~20대 고객들을 겨냥해 기획된 오프라인 매장이다. 주렁주렁 정신없이 매달린 상품들, 곳곳에 붙은‘키치(Kitsch)’적 유머코드의 문구들. ‘혼돈의 탕진잼 블랙홀’이라는 매장 콘셉트가 10~30대 감성을 관통하면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있다. ‘탕진잼’은 몇천원 단위 금액을 마음껏 쓰며 소비 만족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매장 내부는 ‘혼돈 그 자체’다.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제품 종류별로 정돈된 것이 아니라, 사방에 상품이 흩어져 배치된다. 일관성 없이 흩어져 배치된 상품을 보노라면 묘한 구매욕이 생긴다. 주워담기 편하도록 바닥 혹은 임시 매대에도 상품이 배치되는데, 가격대도 수천원에 불과해 구매욕을 일으킨다. 다만 무언가 사고 싶어 위치를 매장 직원에게 물어도, ‘헤메다보면 찾으실 수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매장 직원의 유니폼에도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멘트가 쓰여있다. 정돈된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입하는 게 아니라, 흐트러진 매장을 헤메다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상품을 구입하는 재미를 느끼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삐에로쑈핑’ 방문객 가운데 이커머스 소비층으로 꼽히는 10~2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마트가 지난 열흘간 신세계포인트카드 사용 고객 데이터와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 고객 비중이 각각 17.3%와 36.8%로 절반 이상(54.1%)이다.이는 이마트 32.2% 대비 21.9%포인트 높다. ‘사진 촬영, 절대 환영’이라는 매장 컨셉트에 따라 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도 관련 게시물이 2만5천여건을 돌파하는 등 온라인에서도 화제다.저물어가는 오프라인 유통에도 혁신이 필요한 모양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7-10

모금 운동하는 ‘100대 피아노 콘서트’

창의도시는 도시집중으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진단해 이상적인 삶의 공간을 개발코자 하는 학술적 이론에서 나왔다. 산업화된 도시에 문화와 예술,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접목해 보다 인간다운 삶이 실현되는 도시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유럽에서 시작한 창의도시는 지금 우리나라 도시에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문화산업이 새로운 소득과 고용의 원천으로 주목받는 시대다. 문화란 인간의 지적 정신적 활동의 또 다른 이름이다. 특히 예술 창작 등을 통해 문화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휘한다.유네스코는 창의산업 육성과 문화 다양성 증진을 목적으로 2004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현재 세계 72개국 180개 도시가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해 있다. 우리도 서울, 이천, 통영, 대구 등 8개 도시가 가입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문학, 영화, 음악, 민속예술 등 모두 7개의 영역으로 나눠져 있다.대구는 윤이상이 출생한 통영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유네스코 음악도시’다.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도시로 등재된 것은 대구의 다양한 근현대 음악적 배경에 있다. 날뫼북춤과 같은 전통음악이 남아 있고, 클래식 음악 감상실 1호인 녹향의 존재, 오케스트라, 재즈, 포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전통과 어우러져 지역사회에 깊숙이 살아 숨쉬어 왔던 배경에 있다. 대구 국제오페라 페스티벌과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등은 세계적 음악축제로 손색이 없다고 본 것이다.달성군이 기획해 전국적 명성을 얻은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예산 삭감으로 올 행사를 위한 모금운동에 나선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1900년 미국인 선교사가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왔던 것을 기념키 위해 만들어진 축제다. 한국문화예술 위원회가 지역대표 공연으로 연속 선정한 문화행사다. 지역민의 사랑도 뜨겁다. 창의 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에 또 하나의 음악 콘텐츠 완성을 위한 모금 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뜻있는 일이 될 것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09

대프리카

대구의 자랑거리가 없어진 탓일까. 사과와 미인의 도시로 소문난 대구가 언제부턴가 무더운 날씨로 대구를 알리기 시작했다. ‘대프리카’라고 부른다.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성한 조어로 대프리카 하면 이제는 누구나 알만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름이 됐다. 찜통더위에 착안해 대구에는 해마다 7월, 대구치맥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도 7월 18일부터 22일까지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이열치열의 분위기로 대구치맥 페스티벌에는 전국에서 뿐만아니라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제대로 된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을 골고루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원한 맥주와 함께 한여름 더위를 페스티벌로 즐길 수 있어 젊은이한테는 폭발적 인기다. 대구의 무더위를 마케팅으로 활용한 이 행사는 그런대로 대구를 알리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대구사람들은 유난히 더운 날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수박을 많이 사먹는다고 한다. 특히 수박 중에는 8kg 이상 나가는 대형수박의 소비량이 전국에서 대구가 가장 많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팔리는 수박의 30%가 대형수박으로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대구사람들은 복날에 수박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을 정도로 수박 사랑이 크다.전국 대도시 가운데 대구는 수목이 가장 많이 심어진 도시다. 수목은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대구가 이처럼 무더운 것은 대구 도시의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팔공산과 비슬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이 대구를 무더위로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다.지금 지구는 온난화 현상으로 지구 곳곳이 무더위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위로 숨지는 사람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기후학자들은 지난 34년간 지구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34년 동안 한번도 지구의 평균 기온이 내려간 적이 없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장마가 끝나면 본격적 무더위가 시작된다. 유난히 더운 대구의 무더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대프리카의 도시에는 5월 이미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더위와의 전쟁이 시작됐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