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대폭 확대해 470조5천억원의 초(超)슈퍼예산을 편성했다.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2% 늘려 23조5천억원을 투입한다. 복지·보건·노동 예산과 혁신성장 연구개발 예산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내년 예산증가율은 9.7%로, 경제성장률 전망치 4.4%의 2배를 넘고, 재정수입 증가율 전망치인 7.6%보다도 훨씬 높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대 증가율이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까지 재정지출을 연평균 7.3% 늘린다는 방침이다. 2020년 예산은 500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일자리 확대 등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초슈퍼예산 편성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재정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정수입이 지출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대로라면 2020년부터 지출이 수입을 앞지르고, 적자폭이 계속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세수증가가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기댄 세수호황은 길어야 내년까지라는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력산업 대부분이 하향추세여서 세수 기반은 갈수록 약화될 전망이다. 재정적자가 이어지면 국가채무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올해 708조2천억원인 국가채무는 2022년 900조원에 육박하고, 국내총생산(GDP)에서의 비중도 41.6%로 늘어난다. 더구나 지속적인 팽창예산은 필연적으로 재정을 악화시킨다. 특히 급속히 증가하는 복지예산이 문제다.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예산은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이다. 2022년까지 17만4천명 늘리겠다는 공무원 인건비도 큰 부담이다.
나라 곳간인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려면 경제활성화로 세수기반을 확충하는 길밖에 없다. 더구나 국민혈세로 조성되는 재정은 경기부양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주도할 카드로 써서는 안된다. 민간기업의 생산적 투자가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슈퍼예산 편성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