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서며 해마다 새로 세워지는 기록이 있다. 추석에 해외로 떠나는 한국인 관광객 숫자가 그 가운데 하나다. 올해도 예상대로 지난해 기록이 깨졌다.
2025년 추석 연휴는 길다. 하루쯤 연차를 낸다고 가정하면 최장 10일을 쉴 수 있는 것.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에 인천공항을 이용할 사람들은 245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하루 평균 22만3000명에 이른다. 그 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갈 사람들은 제외한 숫자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부모와 조부모가 살고 있는 고향으로 가려는 한국인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복잡한 완행열차 속에서 6~7시간을 서있거나, 거대한 주차장이 돼버린 도로에서 한나절을 보내며 고생하던 모습은 이제 지난 세기의 기억으로만 남을 듯하다.
추석과 설, 1년에 한두 번쯤은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동생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박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조상께 올릴 차례 음식을 함께 만들던 풍경은 이제 노인들이나 그리워할 뿐이다.
사람보다 핸드폰과 소통하는데 익숙한 Z세대는 어른들이 주는 용돈은 좋지만 잔소리는 싫고, 신세대 며느리들은 시가(媤家)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인한 ‘명절증후군’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다들 멀리건 가깝게건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기를 원하는 추석.
변화하는 세태를 몇 사람의 힘으로 막는 건 불가능하다. 허니, 내년 추석에도 공항 이용객 기록이 깨질 건 불을 보듯 뻔하고. 해외에서 보름달을 보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저승에서 조상들이 울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뾰족한 방법이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