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을 한 달 앞둔 지난주 경주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국보 29호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인 성덕대왕신종의 안전 여부를 조사하는 타종행사가 있었다.
771년 통일신라 혜공왕 7년에 완성된 성덕대왕신종은 1254년의 역사를 가진 종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종으로선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라 말한다. 높이 3.66m, 무게 18.9t이다.
신라 35대 성덕왕의 공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고자 아들인 경덕왕이 제작을 시작했으나 완성을 보지 못하고 그의 아들인 혜공왕 때 완성한 종이다.
범종이란 불교 용어다. 불경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글로 표현한 것이라면 불상은 부처님의 모습이고, 범종은 부처님의 목소리로 해석한다. 청정한 절에서 울리는 맑은 종소리는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리를 깨우치라고 하는 것이다.
성덕대왕신종은 에밀레종이란 별명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황동 12만근이 소요되는 대형 종을 만들고자 갓은 시도를 다했으나 번번이 종이 깨지고 소리가 나지 않는 실패를 했다. 어린아이를 넣어야 소리가 난다는 말에 어린아이를 쇳물에 바치고 나니 완성됐다는 것이다. 종을 칠 때마다 “에밀레”라는 어린아이의 소리가 들려 붙여진 이름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992년까지 매년 재야의 종으로 타종 행사를 벌였으나 그 이후는 조사 목적 외에는 타종을 금했다. 지난주 실시한 조사목적의 타종행사에는 제작연도를 상징하는 771명을 초청해 타종식을 가졌다. 천년 전 신라인이 듣던 종소리를 오늘 이 시대에 사는 이들이 직접 듣는 행사다. 천년을 거슬러 간 시간여행의 신비로움에 빠져든 순간이었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