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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 6억과 죽은 아내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25-09-30 08:56 게재일 2025-09-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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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인간의 행복과 만족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혼자서 죽는 날까지 돈 걱정 없이 사는 삶, 경제적으론 다소 불안정하지만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와 오순도순 늙어가는 것. 앞서 언급된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걸 택할 것인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소개된 사연 하나가 적지 않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사에 의하면 일본에 거주하는 67세 남성 O씨는 가난 탓에 중학생 때부터 식당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궁핍한 환경이 가져다준 절약하는 태도는 어른이 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O씨는 일생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고, 출퇴근 땐 그 흔한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고 걸어 다녔다.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에어컨과 난방기를 사용하지 않은 건 불문가지. 

 

아내는 O씨를 이해하며 내조했다. 자식들 데리고 나들이도 한 번 가지 않은 팍팍한 삶이었지만. 이런 생활이 수십 년 이어졌고 결국 65세가 된 O씨는 저축과 연금, 퇴직금을 더해 한국 돈으로 6억1000만원의 돈을 모았다. 이른바 제법 ‘넉넉한 노후자금’을 가지게 된 것. 

 

그러나, 돈이 준 행복감은 잠시였다. O씨가 퇴직한 직후 아내가 쓰러졌고 결국 사망했다. O씨는 홀로 남았다. 6억1000만원의 돈이 비어버린 아내의 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까? 현재 O씨는 아내가 살았을 때 좋은 곳으로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다고. 참으로 서글픈 만시지탄(晚時之歎)이 아닐 수 없다. 

 

사람살이란 게 어슷비슷하니 한국에도 분명 O씨와 유사한 사례가 있을 터. 초가을 아침. 돈으론 살 수 없는 인간의 행복에 관해 생각해보게 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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