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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제한의 추억

등록일 2018-08-31 20:40 게재일 2018-08-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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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출산을 억제하는 산아제한(産兒制限)의 출발점은 영국의 인구학자 멜더스의 ‘인구론’이 이론적 배경이다. 멜더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기근과 빈곤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세계는 과잉인구에 대한 대책으로 산아제한이라는 인위적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한동안 정부차원에서 산아제한 운동을 벌였다. “아들 딸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홍보 포스터가 전국 곳곳에 붙었던 시절이 있었다.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갔다가 정관수술 받고 훈련을 면제받았던 코미디같은 추억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는 합계 출산율(한 여자가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작년 기준 1.0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국으로 손꼽힌다. 2001년 이후 줄곧 초저출산국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는 인구감소로 인한 사회문제도 도처에서 발생한다. 급속한 고령사회 진입으로 일할 사람보다 부양해야 할 사람이 많아지는 등 국가의 생산동력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지방의 소도시들이 소멸위기에 처하고, 대학들은 정원을 못 채워 폐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인구감소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선진국일수록 더 심각하다. 전 세계 국가의 절반이 현재의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임여성의 출산율이 2명 이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산아제한은 인구증가 억제책에서 비롯됐으나 지금은 출산과 육아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의 권익향상 운동 차원으로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이름도 산아제한보다 가족계획으로 불리고 있다.

세계 최다의 인구 보유국인 중국이 산아제한 정책을 철폐한다는 소식이다. 중국정부는 인구 억제를 위해 1979년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으나 고령화로 노동력이 감소하고 경제둔화가 우려되자 2016년부터는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했다. 유엔은 중국이 7년 내 인구 1위 자리를 인도에 내줄 것이라 예측했다. 중국이 저출산 문제로 고민할 지 그 누가 짐작했을까.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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