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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백기 국회의 실상

국회는 국민이 선출한 의원을 구성요소로 하는 합의체로서, 입법·재정·기타 중요한 국정에 참여하는 권능을 부여받은 기관이다. 국가의 한 축을 이루는 국회가 요즘 공백기다.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을 하지 못해 상임위원회는 물론 국회의장·부의장도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데, 국회 상임위원회는 물론 국회의장·부의장(이하 의장단)의 임기는 2년에 불과하다. 20대 국회 시작일이 2016년 5월30일이었으니 2018년 5월 30일부로 의장단을 포함해 모든 상임위 위원의 임기가 끝났다. 그 결과 국회 홈페이지에서 상임위 위원 명단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말 그대로 법에서 정하지도 않은 공백기 상태다. 6월13일 지방선거일에 12명의 국회의원을 새로 선출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다보니 지방선거일 이전에는 정당간 의석 비율을 기준으로 국회 상임위 위원장과 위원 숫자를 정하는 국회 원구성 협상을 할 수가 없었고,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는 야당의 대참패로 인한 충격으로 국회 원구성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원구성 협상을 통해 상임위를 구성해야 현안질의도 하고, 법안도 심의하고, 결산도 처리할 수 있다.원구성 협상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주도권 장악여부다.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정당이 아무래도 주도권을 쥐게 되는 만큼 서로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려 애쓰게 된다. 상임위원회 인기순서는 인원이 많은 상임위 순이라고 보면 된다. 20대 국회에서 인원이 가장 많은 국토교통위원회(31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30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29인)가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 순서다. 지역구 예산 배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인원이 가장 적은 환경노동위원회(16인)는 희망자가 정수에 미치지 못한다. 상임위 구성이 늦어질수록 정기회 준비가 지연된다. 게다가 의장단마저 없는 ‘초유의 국회 공백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대로라면 국회의장 없이 제헌절을 맞이할 판이다. 국회 잔디밭에 펄럭이는 제헌 70주년 깃발이 부끄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28

보트피플이 왔다

보트피플의 어원은 베트남 난민에서 시작했다.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전후로 베트남에서는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누렸던 계층인 군인, 정치인, 교사 등이 공산화 이후의 불안감을 이유로 불법적 집단탈출을 시도했다. 배를 타고 해상을 통해 탈출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0년 중반부터 1980년 중반까지 통일조국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떠난 베트남 난민의 숫자가 무려 1백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2015년 세 살짜리 꼬마가 해변에 머리를 묻고 숨져 있는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는 슬픔에 잠겼다. 난민을 싣고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던 배가 뒤집히면서 배에 탔던 아이가 바닷가에 시신으로 발견된 사진이다. 유럽으로 살길을 찾아 떠나는 난민의 비극도 이때부터 전 세계에 알려진다. 난민의 숫자도 이때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탈출한 난민들은 대개 자국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이유로 조국을 버리고 나선 사람들이다.그러나 이들 난민을 받아들여야 하는 유럽의 국가들로서는 매우 난감한 문제이다. 인권적 차원에서 함부로 할 수도 없지만 경제와 문화적 차이가 만들 사회적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세 살짜리 꼬마의 죽음이 공개되던 그해 독일의 메르겔 총리는 “시리아 난민을 조건없이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메르겔 총리를 세계는 ‘난민의 어머니’라 불렀다. 그해 110만 명의 난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으나 난민들의 집단 강간과 테러로 메르겔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지금 제주에는 예멘인 500여 명이 제주도의 무비자 제도를 이용, 집단으로 입국해 난민지위 인정 요청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논란도 뜨겁다.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으로 인정하자는 측과 무슬림과 우리의 문화 차이가 커 함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럽의 난민 문제가 남의 나라 문제만이 아니다.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탓일까. 한국도 난민 문제가 현실화하는 것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27

JP 서훈 논란

‘킹메이커’‘영원한 2인자’‘정치풍운아’ 등으로 불렸던 고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별세했다. 그에 대해서는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보수의 거목’이란 평가도 있지만, 5·16 군사 쿠데타의 기획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선거로 수립된 민주 정부를 전복한 뒤 권력을 찬탈한 ‘정치군인의 원조’라는 비판도 있다.그의 별세 직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되는 데 대해 반대 목소리가 많았던 것도 이같이 엇갈린 평가 때문이다.김 전 총리는 1961년 5월 16일 처삼촌인 박정희 소장과 함께 5·16 쿠데타의 주역으로 현대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한때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중앙정보부장, 민주공화당(공화당) 의장, 국무총리 등 박정희 정권에서 권부 요직을 두루 거치며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이후 김 전 총리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시기를 지나 신민주공화당 총재로 정치적 변신을 했다. 1990년 1월 22일 신민주공화당을 이끌던 JP는 여당인 민주정의당 총재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통일민주당 총재인 김영삼 총재와 3당 합당을 선언한다. 이로써 민주자유당이 탄생했고, JP는 1992년 대선에서 YS를 지원해 대선 승리를 안겼다. JP는 YS가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자 1995년 민자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한다.하지만 대권 도전이 여의치 않자 1997년 대선에서는 DJ와 손잡고, 그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이후 DJ정부 초대 총리를 맡았다. DJ는 IMF 극복 등을 이유로 애초 합의한 1999년까지 내각제 개헌을 끝내 하지 않았고, 2001년 JP는 DJP 공조 파기를 선언한다. 이후 JP는 2004년 자민련 독자세력으로 17대 총선에 나섰지만 당은 참패하고 10선 도전에 나선 그도 낙선, 정계를 떠났다.JP에 대한 훈장 추서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총리를 지낸 분들에게 무궁화장을 추서했던 정부의 의전 절차와 관례가 존중돼야 한다”며 훈장을 추서했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어떤 이름을 남겼나./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26

라면의 세계화

라면하면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소비도 많고 생산량도 많다. 그러나 라면은 1950년대 중반 일본에서 개발된 상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은 대다수 국민이 식량 부족을 이유로 미국이 제공한 밀가루로 연명을 했다. 이때 한 기업인이 밀가루를 튀겨 먹는 인스턴트식 제품 라면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와 비슷한 식품이 중국에서 먼저 서민식으로 유통된 기록이 있다. 일본은 라면을 라멘으로 부른다. 중국어 라미엔(拉麵)에서 유래된 말로 보고 있다. 1800년대 말 중국에서는 면을 튀겨 건조시켜 만든 고칼로리 식품을 중일전쟁 때 전투용 비상식품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의 이름이 라미엔이다. 그래서 라면의 근원은 중국이라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현대식 라면은 일본이 원조다.한국에서는 1963년 삼양라면이 최초다. 삼양식품이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라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중국식 발음인 라(拉)는 그대로 따라하고 면(麵)은 우리말 발음을 사용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심각한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라면을 보급했다. 곡식위주의 식생활을 해왔던 우리 국민에겐 잘 맞지 않아 처음에는 국민적 호응이 적었다. 그러나 정부가 식량위기 극복을 위해 혼분식 장려정책을 펴면서 라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값싸고 간편하다는 인식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어갔다.라면의 세계 최대 소비국은 중국이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한국이 1등이다. 한국사람 한 사람 당 연간 소비량은 73개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먹는 식품이다. 연간 1천억 개가 팔리는 라면은 지금 세계인의 음식이 되고 있다. 조리하기 쉽고 유통기간이 길어 구호물자로도 인기다. 전 세계 빈민들의 소중한 식품으로 사용된다.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에서는 한국산 팔도 도시락 라면이 러시아 사람들의 국민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8개의 현지생산 라인을 가동할 만큼 도시락 라면은 인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시장 점유율도 갖고 있다고 한다. 전쟁과 가난을 극복하는 식품으로 시작한 라면이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최고의 식품이 됐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25

당선 인사, 낙선 인사

6·13 지방선거가 끝나자 지방선거용 홍보 현수막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당선사례와 낙선사례 현수막이 들어섰다.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유권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모두 담았다. 당선자는 “더 낮은 자세로 열심히 일 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히고, 낙선자는 “성원에 감사한다”라는 내용으로 자신의 소감을 전하고 있다. 당선자의 당선사례야 당연히 있어야 하는 절차라고 생각되지만 낙선자의 낙선사례도 의미있는 인사치레로 보인다. 속뜻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지역의 선거 판세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점에서 낙선자의 낙선사례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낙선 인사도 많아졌다. 적어도 이번 선거 판세가 차기를 도모해 볼만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당선사례나 낙선사례 현수막은 일종의 정치적 몸짓이다. 다음 선거를 겨냥한 또 다른 예고편이다.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많은 정치 지망생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꽤 많이 다졌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후보 나름으로 절치부심(切齒腐心)의 노력만 하면 차기 선거에서 승산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이르면 2년 후 총선에서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당선 및 낙선사례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의 표시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정치적 포석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그래서 정치가 발전하는 모양이다. 정치적 다양성이 높아진 우리지역 선거 판세가 당선 및 낙선사례 인사를 늘렸다고 본다. 긍정적 변화다.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했다. 7전8기끝에 정치적 소망을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번에 목적을 달성하는 이도 많다. 박 터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86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복불복이라고 해야 할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정치이다.유권자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은 당선자든 낙선자든 당연한 일이다. 당선 및 낙선 사례 현수막을 보며 차기 선거 출발점에서 서성이는 정치 지망생의 모습을 연상해 본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22

워크아웃 vs 기업회생

기업구조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일몰을 열흘 앞두고 있지만 국회가 공전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이 대거 생겼지만,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어려워 워크아웃을 통한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2001년 한시법으로 만들어졌으며, 5차례 재입법과 기한 연장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기촉법이 사라지면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100% 찬성해야 가능한 자율협약이나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기업회생)로 선택지가 한정된다. 기촉법이 사라지면 워크아웃을 통한 구조조정이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설 확률이 높아진다.20일 국회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촉법 연장을 위한 기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구조조정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과 법원 중심의 기업회생절차다. 기촉법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이 각각 적용된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이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한 뒤 부실기업을 공동으로 구조조정하는 제도다.2016년 3월 발효된 기촉법 현행법은 이달 30일 끝난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제도가 미숙한 상황에서 기촉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워크아웃은 통상 부실기업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고, 추가 자금 지원이 수월하다.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월 열린 ‘기촉법 성과와 평가’공청회에서 “기촉법은 늘어나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유용한 수단이자 위기 시 국가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을 지원하는 제도적 틀”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기촉법 연장에 사활을 걸었으나 지방선거 등으로 물 건너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기촉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국민 돈으로 부실기업의 손실을 떠안는 워크아웃은 ‘관치금융’으로 구조조정 과정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이다. 공적자금이 부실기업 회생보다 채권자 손실을 메우는 데 쓰이는 점도 문제다. 나라살림살이가 워크아웃과 기업회생 어느 쪽으로 쓰여야 하는지는 국민의 뜻에 맡겨져야 한다는데 이설이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21

마크롱의 정치

정치를 하는데 노련함이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젊은 역동성이 충만한 것이 더 나을까. 아마 다수 사람은 젊음과 노회함의 조화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중용이란 말을 이런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표현인지 모르나 모든 일에는 균형의 추가 있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판단이다. 균형을 잃으면 배가 기울듯이 어떠한 조직도 균형감각을 잃을 때 사고가 생긴다. 다수 쪽이 소수 쪽을 무시하거나 누르게 되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충돌이 생겨났다.나이가 많다고 정치를 다 아는 것도 아니며 젊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다.39세로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자주 세계인의 이목을 끈다. 짧은 정치 경력과 어린 나이 때문에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는 25세 연상의 여선생님과 결혼한 사실 또한 충격적이다. 그의 특이한 경력에도 프랑스 사람은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지금은 그의 역동적 정치력으로 프랑스 경제가 활기를 찾고 있다고 하니 프랑스인들의 선택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 마크롱은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 폴리시(FP)가 선정한 올해의 사상가 50인에 선정될 만큼 젊지만 영향력 있는 인사로 각인됐다. 한국과 프랑스가 가진 문화의 차이는 크다. 그것이 단순히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 말고도 정서적 차이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만약에 마크롱이 한국에서 정치를 했다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매우 낮다. 아직 한국은 정치인의 경력과 나이를 정치능력의 중요 잣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40살의 젊은이에게 나라를 맡긴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마크롱이 이번엔 프랑스 80년 고질병인 철도노조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또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임기 말에 가면 환갑이라 한다. 자칭 정치 9단이라며 노회함을 자랑하는 우리의 의원들 모습에서 국민들은 세대교체를 떠올린다. 30대가 겨우 두 명뿐인 우리의 국회를 보고 마크롱을 떠 올려본다. 선거에서 압승이냐 참패냐가 문제가 아니라 세대교체에서 새 정치의 길을 찾아야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20

J노믹스의 부활

J노믹스(J-nomics)는 문재인 정부가 시행하는 경제 정책을 가리키는 말로, 문재인 대통령의 이니셜 중 가운데 글자인 ‘J’와 경제학을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성한 용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위원회를 통한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한 4차 산업혁명 대비 △중소·벤처기업 육성 △대기업 지주회사 요건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세재 개편을 통한 소득 재분배 등을 주요 경제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고용지표가 나빠졌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이어지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J노믹스를 주창해 온 장하성 정책실장의 퇴진설이 한때 나돌아 J노믹스가 사실상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장하성 정책실장의 거취와 관련, “사의 표명은 근거 없는 오보”라며“(장 실장은) 촛불이 명령한 정의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경제를 이뤄낼 때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어려움과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성과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게 정부방침이라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었다. 이로써 지난 3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퇴 이후 금융권을 중심으로 불거졌던 ‘장하성 책임론’은 일단락됐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장 실장의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과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일자리 및 가계소득 양극화 문제부터 시작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청와대는 6·13 지방선거 압승을 등에 업고 경제 정책을 비롯한 국정과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남·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가 안정된 만큼 국내 현안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주관으로 조만간 부동산 보유세 개편 권고안 초안을 공개하는 것이나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도 그 일환이다. J노믹스의 부활로 더욱 속도를 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 나라 살림살이를 펴지게 만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19

정치와 막말

막말을 하는데 품위가 유지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막말을 할 때면 하는 그 사람의 품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양반이라서 상말을 못하겠다는 것은 이해되는 말이다. 고운 말과 인격은 비례한다.그런데도 정치인한테는 막말이 자주 터져 나온다. 막말을 해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은데 정치적 셈법으로는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치인의 막말을 우리는 많이 접해 봤다. 당장 욕을 먹기는 하지만 막말이 주는 뉘앙스가 어쩌면 유권자한테 더 빠르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좀 더 강력하게 부각하려면 당장 욕은 먹어도 막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계산이다.정치적 셈법이야 일반인의 셈법과는 다르니 서민들 입장에서는 그 셈법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6·13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마지막으로 막말 한번 하겠다”며 작심하고 일부 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한 데 대해 또한번 당내가 소란해졌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물러났으면 조용히 떠나는 게 도리인데 “막판 재 뿌리기냐”며 많은 의원들이 발끈한 모양이다.홍 대표가 그동안 쏟아낸 막말이 지방선거 패인의 결정적 원인이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중치 못한 그의 말이 국민의 강한 거부감을 받았던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당 대표로서 그간 뱉어낸 정치적 수사들은 좀 더 걸러지고 보다 전략적이어야 할 부분들이 부족했다는데서 아쉬움은 분명 있다. 선거가 망쳐진 지금에 와서 갑론을박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는 홍 대표의 막말을 문제 삼는 당내 의원들은 자성할 대목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홍 대표의 막말이 문제가 됐다면 미리 막았어야 할 사람이 바로 한국당 의원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이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습관이 되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경구처럼 말은 신중할수록 좋다.불가에서는 “사람의 입이 화를 부르기도 하고 복을 부르기도 한다”고 가르친다. 정치도 이젠 막말과 같은 잔꾀를 부려서는 먹혀들지 않는다. 정도(正道)의 정치가 새로 열려야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18

붉은 악마의 계절

19세기 말 영국에서 유행한 훌리건은 거리의 부랑자, 난봉꾼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본격적으로 ‘축구의 극성팬’이라는 뜻으로 사용된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당시 사회복지 정책에 불만을 품었던 실업자와 빈민계층이 찾아가 불만을 표출한 곳이 축구장이다. 그들은 축구경기가 끝나면 불만을 경기장 폭력으로 표출했다. 훌리건의 폭력은 갈수록 과격해지고 사회 문제화되기 시작했다. 훌리건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지금도 이들의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에 가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이 14일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조별 예선 3경기가 밤늦은 시간 벌어진다. 벌써부터 거리응원전 준비로 난리다. 한 여론조사에서 직장인의 66%가, 취업 준비생의 67%가 늦은 경기 시간이라도 관람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야식을 준비하는 업체들의 마케팅까지 가세되면서 거리 응원전은 점점 열기를 높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거리 응원에 나서는 붉은 악마의 열정적 응원은 2018 월드컵 축구 분위기 고조의 꽃이 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한국의 붉은 악마는 한국형 스포츠 응원문화다. 훌리거니즘과는 다르게 열정적이면서 질서도 정연한 자랑스러운 우리만의 거리응원 문화다.붉은 악마는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 축구대회 때 나온 별명이다. 당시 외신기자들이 다른 팀이 기피하는 붉은색의 유니폼을 입고 선전하는 한국선수들이 4강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자 이들을 레드 데블(Red Devil)이라 불렀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을 앞두고 탄생한 한국 축구 팬클럽이 단체의 이름을 정하면서 ‘붉은 악마’란 명칭을 따온 것이 시초가 된 것이다.대구시는 18일 오후 9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첫 경기인 스웨덴전을 대구 삼성라이온스 파크에서 거리 응원전 형태로 연다. 모처럼만에 등장하는 붉은 악마라 기대감도 크다. 스포츠는 승부보다 정신이라 했던가. 붉은 악마의 함성이 저 멀리 러시아까지 울렸으면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15

선거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효과

선거에서 표의 이합집산을 놓고 갖가지 심리적 효과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와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다.밴드왜건 효과는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으로, ‘편승효과’라고도 한다. 선거판에서 밴드왜건 효과는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밴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처럼 유권자의 사표(死票)방지 심리에 따라 승산이 있는 후보자를 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게 되는 쏠림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각 선거 캠프에서나 후보자 별 지지자들은 SNS 등을 통해 여론조사 결과 중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해 진짜 여론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다.반대로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는 투견판에서 지고 있는 개와 같이 스포츠 경기 등에서 약자의 편을 드는 것처럼 뒤지는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경향을 가리킨다.사실 밴드왜건 효과나 언더독 효과는 둘 다 국민의 진의를 왜곡할 수 있는 심리적 효과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일정기간 동안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 공직선거법 제 108조 1항에서는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이밖에 선거 여론조사에서 뒤쳐진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막판 대역전으로 당선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트루먼 효과(Truman effect)’란 말도 있다.1948년 미국 대선에서 모든 여론조사기관, 언론, 심지어 민주당 후보인 해리 트루먼 대통령 자신도 패배를 예측했지만 트루먼의 대역전 당선으로 이어지면서 나온 용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유권자들을 사로잡은 심리적 효과는 어떤 효과였을까 곰곰이 되짚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적 유희가 될 수 있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14

“포퓰리즘이야”

포퓰리즘(Populism)은 1890년 미국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생긴 인민당이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정책을 표방한 것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합리성을 결여한 대중 인기영합 전략이면서 실제로 권력을 거머쥐는 데는 이만큼 약발이 받는 정책도 드물다. 대중은 논리나 합리성보다는 당장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포퓰리즘으로 정권을 잡은 나라도 많다. 지금도 포퓰리즘이 먹혀들어 특정 정당이 정권을 잡는 사례는 여전히 있다. 이탈리아도 최근 반(反) EU 성향의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는 한국 돈으로 3천조 원에 달하는 국가채무에도 나랏빚을 줄이기는커녕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의 자본이 속속 빠져나가는 데도 국민은 손뼉을 친다. 유럽 금융시장이 공포에 빠져들고 있는데 이탈리아 국민만 모르는 것 같다.아르헨티나는 선심성 정책의 대표적 실패 국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단골이다. 최근에 또다시 아르헨티나는 5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았다. 중남미 국가들이 수난이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정권이 위기에 몰렸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던 니카라과는 포퓰리즘의 부메랑으로 유혈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6·13 지방선거에도 장밋빛 공약(空約)이 판을 치고 있다. 17개 광역단체장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일자리가 모두 합치면 256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4월 현재 우리나라 실업자 수 116만 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후보들이 말 한대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국가 최대 고민인 청년실업 문제는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상교육, 무상 수학여행 등 후보마다 내건 공짜 시리즈도 가관이다. 전국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겨우 50%를 넘는 수준인데 재원 대책 하나 없이 그들은 공약을 남발한다. 유권자가 꼼꼼히 따져야 한다.국민이 정신 차려야 한다. 자칫하면 우리 세대는 물론 후손까지 불행해질 수 있다. “공짜 좋아하다 망하지 않은 나라 없다”는 말 새겨 들어야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13

CVID와 CVIG

싱가포르에서 열릴 6·12 미북정상회담이 내세울 비핵화 성과를 가리키는 핵심적인 약어가 바로 CVID와 CVIG다.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란 뜻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바라는 비핵화방식을 가리킨다. 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는‘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체제보장’이란 뜻으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에 바라는 조건이다.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지막으로 결단해야 할 핵심내용이 바로 비핵화방식과 체제보장의 맞교환이다.미국은 자신을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ICBM에 탑재가능한 핵탄두의 우선적 폐기가 최우선 목표다. 미국이 요구하는 CVID는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인 ‘ICBM과 핵무기’ 폐기를 비핵화 초기단계에 의미있는 수준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비핵화 로드맵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선제조치로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괄식 해법’을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수용할 수 있느냐가 6·12 미북정상회담의 최대 관전포인트다. 여기서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을 한다해도 미국은 북한이 바라는 체제안전보장, 즉 CVIG를 두괄식으로 준비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종전선언에 이어 미북불가침협정, 평화협정, 미-북수교의 순으로 이어질 CVIG로드맵의 결론 부분인 미-북수교를 종전선언 앞에 두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다만 단계별로 대북제재 수위를 완화하는 방법을 병행하는 수단이 있을 뿐이다. 이런 정황을 생각하면 미북간의 CVID-CVIG 빅딜은 단 한번의 정상회담으로 해결될 수 없다.‘두괄식 CVID 비핵화’에 대응해 ‘미북 종전선언→미북 불가침협정→평화협정’의 로드맵이 2~3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기의 평화회담이 될 6·12미북정상회담이 알찬 결실을 맺어 한반도평화체제가 자리잡기를 온겨레와 함께 바라마지 않는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12

마약에서 기호품으로

세상이 급변하니 정신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사람의 미음이 변덕을 자주 부리면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고 한다. 요즘 세상이 조변석개같은 세상이다. 대마초의 합법화 논의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약류로 분류돼 우리에겐 매우 부정적 이미지의 대마초가 금세기에 와서는 개인의 선택적 권리에 맡기자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마리화나로 불리는 대마초가 미국에서는 이미 9개 주가 기호용으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의료용으로 합법화가 된 주는 29개 주에 달한다. 최근에는 캐나다 상원이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가결했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개인 용도로 최대 30g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G7 국가 중 최초라 한다. 남미 등 일부 나라에서는 이미 상당기간 전부터 마리화나가 우리처럼 부정적이지 않다. 일부에서는 마리화나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대마의 잎과 꽃대 윗부분을 건조시켜 담배 형태로 만들어 판 것이 마리화나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주한 미군부대 기지촌 중심으로 대마초 흡연이 성행했다고 한다. 1970년도 습관성의약품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규제됐다. 우리나라에선 유명 연예인이 간혹 이를 즐겨 피우다 신세를 망치는 경우는 종종 있어 왔다. 아직도 엄격하게 관리하는 나라다.그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월 의료용을 위한 대마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집회가 국회 앞에서 열렸다. 대마와 관련한 합법화 바람이 우리라고 예외가 아닌 것같다. 대마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대마의 환각성, 중독성, 건강 유해성, 범죄나 사건을 유발할 가능성 등이 법으로 규제해야 할 만큼 심각치 않다는 것이다. 술과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으면서 규제를 받는 것은 모순이며, 개인의 선택권 침해라는 논리다. 더 많은 논의가 진행돼야 하겠지만 어쨌든 합법화 논의는 확산일로에 있다.엄격한 사회적 규범도 공동의 이익을 위한 구성원의 동의가 있다면 바뀌어 지는 것이 현실이다. 마약이냐 기호품이냐도 따지고 보면 인식의 차이일뿐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11

온라인의 파워

미국의 인터넷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마케팅은 독보적이다. 세계 최초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이제 모든 물건을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그들의 생각을 현실화시켰다. 온라인 체제만으로 이 기업은 세계 곳곳에 모든 물건을 판다. 온라인 상거래를 예측한 창업주 ‘제프 베조스’의 생각이 적중하면서 그는 지금 세계 최고 갑부가 됐다.작년 그는 세계 경영자로서는 최초로 1천억 달러 갑부에 올랐다. ‘빌 게이츠’도 밀어냈다. 1995년 아마존을 창업할 당시 51만 달러(5억6천만원)이던 아마존의 매출액은 2013년에 745억 달러(약 82조원)로 급성장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기록이다.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제2 본사 유치전에 북미 238개 도시가 신청서를 낼만큼 아마존의 몸값은 치솟았다.최근 아마존은 무인매장 ‘아마존 고’를 개설하면서 또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just walk out’(그저 걸어 나가라)가 핵심 콘셉트인 미래형 매장이다. 소비자는 매장에 들어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잡고 그저 매장을 나오면 된다. 결제는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처리된다. 계산대에 서서 줄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계산대가 없으니 계산원도 없다. 그러나 온라인 상거래가 발전하면 많은 사람이 실직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남겨두고 있다.국내 온라인 상거래가 급성장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존립을 흔들 만큼 위협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78조 원으로 전년 비 19%가 증가했다. 2015년 50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17∼20%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가운데 모바일 쇼핑 거래액 비중이 61%로 나타났다. 모바일을 이용한 거래가 상상을 넘어 성장하고 있다.국내 유통시장의 공룡으로 통했던 백화점 및 대형마트 업계가 온라인 전자 상거래에 밀려 부진 점포 매각에 나선다고 한다. 시장 점유율도 이미 40%대 이하로 떨어졌다. 소리 없이 다가온 온라인에게 빈자리를 내주고 있다. 온라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08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지속하면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는 만큼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골자다. 논란의 발단은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기업 고용감소를 부추긴다는 KDI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지난 4일 KD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올린 미국과 헝가리의 연구 방식을 한국의 사례에 적용, 국내 임금근로자 수를 2천만명으로 설정하면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올해 고용 감소 규모를 3만 6천~8만4천명으로 추정했다. 또 최저임금이 15%씩 올라 1만원이 되는 과정에서 고용 감소 규모는 2019년에 9만 6천명, 2020년에 14만 4천명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고용 감소 폭이 최대 32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최저임금) 달성 시기를 2022~2023년으로 최소 5년 뒤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사업주의 수용성을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주장해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두고 지난달 29일 청와대 가계소득동향점검 긴급회의에서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실 지난달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소득하위 20%의 소득이 지난해보다 8% 감소했고,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격차가 벌어졌다”는 발표에 문재인 대통령이 “하위 20%의 가계소득 감소 등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자성의 소리를 낼 때만 해도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는 듯 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돌연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입장을 선회,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은 제자리걸음으로 돌아갔다. 국가경제정책을 둘러싼 핑퐁게임 또는 파워게임은 필연적으로 민초들의 살림살이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걸 이 정부는 진정 모르는 걸까.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07

헝그리 정신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은 요즘 젊은이에게는 대세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이미 일과 삶의 균형을 생활의 방식으로 채택하면서 이 말을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부터 이 용어가 본격 등장하고 있다. 가정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던 50~60세 이상의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생경스런 용어다. 요즘 젊은이는 일은 적게 하고 월급만 받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할 만한 표현이다.6·25 전쟁 직후 폐허가 된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까지는 ‘헝그리 정신’이 있었다. 기성세대가 그 정신의 주인공들이다. 배가 고파서 이빨을 깨물고 열심히 일을 했던 시절의 추억이다. 배고픈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눈에 독기를 품고 일했던 그 모습이 헝그리 정신이었다.1986년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 선수를 두고 당시 언론에서는 ‘라면 소녀’라 불렀다.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을 해 3관왕이 된 그녀의 헝그리 정신을 그렇게 표현했다. 라면만 먹고 달린 것처럼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었으나 헝그리 정신 그 자체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정신문화 유산이었다.대만에는 81년생 이후의 출생자에 대해 ‘딸기 세대’라 부른다. 운반과정에 쉽게 상처를 입는 딸기처럼 조금만 역경이 닥쳐도 쉽게 좌절하는 젊은이를 비하한 표현이다.배부르고 등 따스하게 태어난 요즘 젊은이에게 헝그리 정신은 없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 같이 악착스러울 이유도 별로 없다. 물려받은 유산을 잘만 관리하면 지금보다 더 잘 살수 있다는 생각인지 모른다. 그들에게 헝그리란 단어가 굳이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세대차라 보면 된다.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와 보수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했다. “진보는 헝그리 정신으로 뭉치고 선전에 능한데, 보수는 목소리를 잘 모으지 못하고 헝그리 정신도 없는 것 같다.”지금 우리시대 보수라 지칭하는 정치인들은 과연 배고파 본 기억이 남아 있을까. “헝그리 정신 없다”는 그의 말 새겨볼 만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06

탈코르셋운동

최근 온·오프라인을 통해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모습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탈코르셋’ 운동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탈코르셋은 말 그대로 ‘코르셋’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중세시대부터 여성들이 잘록한 허리라인을 만들기 위해 착용한 코르셋을 벗어던짐으로써 사회가 원하는 ‘예쁜 모습’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통칭한다. 예를 들면 늘 해 오던 화장을 지우고 렌즈 대신 안경을 쓴다거나 잘 길러 온 머리를 제멋대로 자르고, 편한 속옷을 입는 행위가 포함된다.사회적인 시선의 구속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의 운동이다보니 해프닝도 적지 않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 10명이 상의를 벗은 채 누드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몸에는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 여성의 나체 사진을 자유롭게 게시할 권리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현장이었다.참가자들은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현대판 코르셋 내 몸을 해방하라’ 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어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임을 보여주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황급히 여성들의 몸을 이불로 가리자 여성들은 “우리의 몸은 가려야 할 음란물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 탈의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시위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측이 이들의 반라 사진을 삭제한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날 항의 시위로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3일 삭제한 사진을 복원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 측은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귀하의 게시물이 당사의 오류로 삭제됐다. 해당 콘텐츠를 복원하고 관련 계정에 적용됐던 차단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탈코르셋 운동을 지지하는 이들은 “남성의 상반신 노출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여성의 상반신 노출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지워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바야흐로 ‘자기표현’의 시대, ‘자기개성’의 시대니 누가 이들을 말릴 수 있으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2018-06-05

교육의 質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50년만에 선진국 대열로 끌어올린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교육이다. 우리 국민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오늘날 한국을 일으키게 한 힘이 된 것이다.6·25 전쟁 직후 우리나라는 전란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불에 타거나 폭격으로 부서졌다. 학교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전쟁 직후 우리의 학교는 부서진 건물이 보수되고 새로 지어질 때까지 야외수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의자가 없어 가마니를 바닥에 깔았다. 그런데도 학교마다 학생 수는 넘쳐났다. 2부제 수업은 물론 심지어 3부제 수업도 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의 한 학급 학생 수가 100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당시 상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지금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 세계 1등 국가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고등교육 및 고교 이수율 등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전쟁 직후의 교육환경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등교육 국가로 바뀌었다. 치맛바람 등 극성적인 교육열이 긍정적 효과도 냈으나 학벌중시 풍조의 사회란 나쁜 결과도 만들었다. 학력이나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바람에 학생이 입시지옥으로 내몰렸다. 학벌중시로 인한 불평등 사회도 논란으로 등장했다.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의 과잉 교육열이 되레 청년 실업률을 유발했다는 비판적 기사를 썼다. 물론 정부의 잘못된 대학정책이 이를 부추겼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고학력 사회가 고학력층을 단순 육체노동자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었다.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2018년 세계 대학 논문 평가에서 서울대가 편수에서 세계 9위를 했으나 우수논문 평가에서는 603위로 밀려났다고 한다. 논문 양에서는 상위권이지만 우수논문 평가에서는 중하위권이란 해석이다. 오히려 편수에서 100위권에도 진입 못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우수 논문 평가에서 국내서는 유일하게 52위로, 100위권에 랭커됐다.전쟁의 폐허에서 나라를 일으켜 세웠던 우리 국민의 교육열, 이제는 양보다 질로서 본때를 보여줄 때가 됐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04

꿩 먹고 알 먹는 장학금

스웨덴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만들어진 노벨상은 학술 연구자이면 누구나가 염원하는 상이다. 상의 권위가 세계 최고인데다, 수상자의 치적이나 공로의 우수성이 이보다 더 확실하게 입증되는 상은 지구상에 없다. 물리학, 화학, 경제학, 문학 등 6개 분야에 걸쳐 수여되는 이 상은 메달과 함께 지급되는 상금 규모도 한화로 약 13억 원 정도에 달한다.세계적 학술 연구자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노벨상도 일종의 연구를 권장하는 장학제도의 하나다. 설립자 노벨의 유언처럼 인류의 복지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학술연구를 촉진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장학금(奬學金)은 본래 두 가지 목적으로 출발했다. 성적은 우수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재정적 지원을 주기 위한 것이 첫 번째다. 또 하나는 학문의 연구를 돕기 위해 연구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장학제도는 초창기에는 성적이 좋아야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성적 중심제가 대세였다.그러나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장학제도는 성적보다는 복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학생에게 굳이 장학금을 지불해야 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보다 학업의 기회를 평등하게 준다는 의미에서 복지적 성격의 장학금 운용 방법이 주목을 받았다. 미국 등 서구도 ‘니드 베이스(need based)’란 말처럼 필요한 학생에게 소중한 돈을 전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2009년 한국장학재단이 설립되면서 우리의 장학제도는 과거보다 훨씬 폭넓게 운영되고 있다.“세상은 넓고 장학금은 많다”는 말처럼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한다는 말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적합지 않는 일이 됐다. 취업마일리지 장학금, 건강관리 장학금, 고시반 장학금 등 학교와 기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장학금이 쏟아져 나온다. 보건의료 특성화 대학인 A대학은 6개월 간 금연에 성공한 대학생에게 금연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올해가 벌써 5년 째다. 과거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장학금이 흡사 신상품처럼 등장한다. 꿩 먹고 알 먹는 장학금 시대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