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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붉은 하늘 현상

저녁 노을이 지면서 하늘이 붉어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대낮에 붉은 하늘이 펼쳐지는 기현상이 지구촌에 발생했다. 붉은 하늘현상은 최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잠비주 무아로잠비군의 여러 마을에서 발생했다. 사진과 영상을 보면 통상적인 노을처럼 하늘만 붉은 것이 아니라 주변 사물이 모두 붉게 보여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붉은 하늘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BMKG에 따르면 잠비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373.9㎍/㎥으로 매우 나빴으며, 붉은 하늘은 미세먼지 입자 크기가 태양의 가시광선 파장과 비슷해‘미산란’(Mie scattering)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는 것. 미산란은 빛의 파장과 거의 같은 크기의 입자에 의한 빛의 산란을 뜻하며, 실제 자연에서 나타나는 ‘빛의 산란’의 대표적인 예다.구름을 형성하는 응집제 혹은 입자 역할을 하는 먼지, 꽃가루, 연기 및 미세한 물방울, 얼음 입자들도 미산란의 원인 물질이 된다. 미산란은 독일의 물리학자 구스타프 미(Gustav Mie)에 의하여 제시됐고, 1908년 그의 저명한 논문에서 콜로이드 금 입자를 이용한 색깔 효과(color effect)가 나타나는 것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산란 현상을 증명했다.인도네시아는 매년 건기가 되면 수익성이 높은 팜나무 등을 심으려고 천연림에 산불을 내는 데, 특히 식물 잔해가 퇴적된 이탄지에 불이 붙으면 유기물이 타면서 몇 달씩 연기를 뿜어내 미산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상이변이 인간에 의한 산불로 빚어졌다는 설명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온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23

물러설 때

작년 9월 중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히딩크(73) 감독이 취임 1년 만에 경질됐다. 중국축구협회는 “올림픽 예선 준비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공식 의견을 내놓았다. 이달 초 중국 올림픽 대표팀이 베트남에 0-2로 완패한 것도 경질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거스 히딩크는 축구감독으로서 세계적 명장이다. 특히 한국 사람은 그의 성공적 신화를 잘 기억한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이룩하고 한국 사람에게 “꿈은 이뤄진다”는 희망 메시지를 안겨준 감독이다.한국팀 감독 이후에도 그는 첼시와 FA컵 우승,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 등 유럽 명문구단 감독을 맡아 그의 축구 용병술을 마음껏 펼쳤다. 러시아 대표팀 감독에서 밀려난 뒤 내리막길을 걸었던 그에게 중국이 대표팀 감독을 제안한 것. 그는 중국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치른 12경기 중 단 4경기만 승리하는데 그쳤다. 한국에서와 같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데 대한 중국내 여론이 나빴다. 이유야 어쨌든 그의 경질을 두고 불명예 퇴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가 또다시 새로운 곳에서 옛 명성을 회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고령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인생에 있어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물러나라는 법 또한 없다. 진퇴(進退)를 잘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삶을 사는 지혜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히딩크는 선수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감독을 맡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세상은 그를 영웅시했다. 중국으로부터 불명예 퇴짜를 맞은 그도 물러설 때를 몰랐던 것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9-22

충신(忠臣)과 충언(忠言)

중국 고사에 잘 등장하는 충신으로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들 수 있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토벌하자 “천자를 공격한 신하는 섬길 수 없다”며 두 사람은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만 먹다 굶어 죽는다. 굶어 죽어도 신하된 도리는 다해야 하는 것이 충신이다.역사 속의 충신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바른말을 할 줄 안다. 임금이 올바른 정치를 하지 못할 때는 목숨을 걸고 바른 말을 하여 정사가 옳게 돌아가게 한다. 자신의 안위는 물론 돌보지 않는다.특히 충신은 한 나라가 망할 때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절개를 지킨다. 고려 말 정몽주가 대표적이다. 또 충신은 검소하고 청렴하다. 조선조의 최장수 재상인 황희 정승은 소신과 원칙을 견지한 인물로도 유명하지만 청백리로서도 더 잘 알려져 있다. 양녕대군의 세자 폐위를 끝까지 반대하다 유배를 당했지만 그는 오히려 세종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24년간 재상의 자리를 유지한다. 그의 탁월한 식견과 사리분별력 있는 충언 그리고 청렴성 등이 그를 명재상으로 있게 했다.충신과 간신(奸臣)은 항상 대립적 관계다. 한쪽은 국가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만 한쪽은 자신의 이익이 먼저다. 공자는 마음이 음험하고 혜택만 누리는 사람 등 간신의 유형을 다섯 가지 언급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시각이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충신을 등용한 임금은 성군(聖君)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의 대통령은 옛날의 임금과 같다. 대통령이 올바르게 국사를 하도록 목숨을 걸고 충언하는 신하가 많아야 나라가 잘 된다. 조국 장관 임명으로 바깥 민심이 소란한데도 대통령의 귀를 열어 줄 충신은 없는지 궁금하다. 몸에 좋은 약은 원래 쓴 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19

새 공보준칙의 허실

공보준칙은 공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되는 규칙을 말한다.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피의사실 공표가 논란을 불러일으킴에 따라 공보준칙 개정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새 공보준칙인‘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안)’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을 계기로 2010년 마련된‘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을 대체하는 새로운 법무부 훈령이다. 이는 피의자에게 불리한 일방적 혐의사실 등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돼 피의자가 재판도 받기 전에 수사과정에서 이미 범죄자로 확정되고마는 폐해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다만 새 훈령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기반해 공소제기 전 수사상황이나 혐의사실 등 피의사실 공표를 최대한 금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검찰도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울산지검이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입건한 바 있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약사면허증 위조 혐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수사 결과를 보도 자료로 언론에 배포했는데, 검찰이 이를 두고 재판에 넘기기에 앞서 피의사실을 알렸다며 문제삼은 것이다. 경찰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송치하는 단계에서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보도 자료를 배포하던 일반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문제는 이로 인해 일반에 알려야 예방 가능한 보이스피싱·이웃간 범죄·부동산 사기·인터넷 물품 사기 등 생활밀착형 범죄 정보마저 묻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새 공보준칙이 인권을 보호한다니 부작용을 없애는 방향으로 바뀌면 좋겠다. 또 누군가에게 특혜가 되지도 않는다니 반대할 일도 아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18

명절 설거지

설거지는 표기 방법부터 헷갈릴 때가 많다. ‘설거지’가 맞는지 ‘설겆이’가 맞는지 아리송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음식을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로 ‘설거지’라 표기하고 있다.설거지의 어원은 ‘설겆다’ 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이지만 설거지로 표현한다고 한다. 1988년 이전까지는 설겆이가 표준어였다.우리의 전통적 관습으로 볼 때 설거지는 아랫사람이 맡아 하는 일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맡기에 적합하다. 빨래 빨기와 비슷하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설거지는 여성이 하는 험한 일로 여겨져 왔다. 사회 관습적 용어에서도 “설거지 한다”는 말은 아랫사람이 나서서 수습한다는 말로도 통용된다. 군 생활과 같이 단체가 생활할 때는 반드시 식기를 치우는 설거지 당번을 별도로 정하는데, 이도 하찮은 일로서 서로 기피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추석 명절날 돌아오는 설거지는 항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많이 남겼다. 전통적 유교방식에 의해 지내는 명절문화 속에 설거지는 늘 며느리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남의 집 제사에 며느리가 왜 이런 덤터기를 써야 하는지 그녀들의 불만이 명절의 뒤끝을 늘 씁쓸하게 해주었다. 명절 후유증의 하나다.경북도가 “명절 설거지는 남자가”라는 릴레이 캠페인을 벌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설거지 릴레이 캠페인은 이강덕 포항시장, 윤종진 경북도 부지사, 이상길 대구시 부시장 등으로 이어지면서 1천여명에게 전파되었다고 한다.설거지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가족 공동체가 함께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한 의도다. 이 지사는 “남자의 설거지가 비록 작은 일에 불과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달았다. 세상은 바뀌어 가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9-17

탈코세대

탈코는‘탈코르셋’의 준말이다. 코르셋은 흉부를 압박하는 보정 속옷을 뜻하는데, 탈(脫)코르셋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예쁘게’ 혹은‘여성스럽게’ 꾸미는 것을 거부하는 여성주의 운동을 말한다. 2015년을 전후해 메갈리아·미투운동 등 20대 여성 위주의 2세대 여성운동이 활발해지면서‘탈코운동’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졌다.특히 탈코세대의 등장으로 화장품·헤어샵·성형외과 등‘꾸밈’과 관련된 업종에서 소비성향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통계청 빅데이터센터가 제공한 ‘현대카드 매출기록’분석 결과에 따르면 화장품·헤어샵·성형외과 등 ‘꾸밈’과 관련된 업종에서 20대 여성의 매출이 꾸준히 줄고 있는 반면, 그 대신 자동차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20대 여성의 소비 변화에서 ‘탈코’의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기존의 여성상을 탈피하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함에 따라 점차 남성과의 연인·결혼 관계에서도 벗어나는 모습이다. 의류 등 배달이 가능한 제품 뿐 아니라 배달이 불가능한 여성 미용실 등에서도 거의 대부분 품목에서 일관된 소비 감소세가 보이고 있고, 또 성형·피부과 병원 등 미용 관련 의료 서비스 소비도 일관되게 감소했다는 점은 탈코세대의 특징적인 경향이 뚜렷하다.심지어 대학교 교실에서 탈코운동에 합류하는 여학생들이 늘면서 누군지 못 알아볼만큼 차림새가 바뀐 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여성성을 강조하는 소비품을 하루라도 사지 말자’는 취지의 ‘여성 소비자 총파업 운동’이 있은 후부터 더욱 짙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탈코운동은 여성주의 운동에 실용적인 면이 접목되는 변화로도 해석될 수 있을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16

100세 삶과 과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100세의 삶이 실현돼 이목을 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일본의 100세 이상 노인인구가 7만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통계 시점은 다르나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 3천908명인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숫자다.일본은 1963년부터 100세 이상 초고령자 통계를 잡아 왔으나 첫해 153명이던 것이 1998년 1만명을 넘어섰고 이후 줄곧 증가세라 한다. 현재 7만명의 100세 이상 노인 중 여성 비율은 88%다. 남성을 압도한다.유엔은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호모 헌드레드’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100세의 삶이 보편화되는 시대라는 말이다. 당시 유엔 보고서에서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2000년 6개국에서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을 전망했다.사람의 수명은 18세기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크게 늘어난다. 그 이전만 해도 35세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의학의 발달로 늘어난 인간의 수명은 이제 일본처럼 100세 문턱을 넘보고 있다.2015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이 1970년보다 무려 20살이 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40년 동안 20살이 늘어난 것은 기적적 변화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평균 10년에 2.5년, 1년에 3달, 하루에 6시간 수명이 는다고 한다. 인간의 수명이 의학술과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장차 얼마나 더 늘지 알 수 없으나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는 틀림 없다.호모 헌드레드는 인간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뜻한다. 우리에게 닥친 100세 시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민거리다. 인생의 노후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15

조국 장관과 중국 고사

사실상 만신창이가 된 조국 후보자를 반대 여론이 우세한데도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기용했다. 조국 사태는 일시적 소강국면에 들어선듯하지만 지금부터 또다른 국면에 돌입할 것이다. 이것이 정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른다. 중국 고사를 통해 조국 사태의 의미를 한번 짚어 보았다.첫 번째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읍참마속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벴다는 뜻이다.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가장 가까운 친구의 동생인 마속을 군령 위반죄를 물어 참수형에 처한 것을 두고 나온 일화다. 더 큰 전쟁에 이기기 위해 불가피했던 결단이었다. 머리가 비상하고 군략에도 능한 젊은 장수의 목을 베면서 제갈량도 뒤돌아 눈물을 훔쳤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문 대통령도 조국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두고 밤새 노심초사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 향후 정국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제갈량의 선택과는 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두 번째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이다. 서로가 의지하고 있어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한쪽도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운 관계를 뜻한다. 조국과의 돈독한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결단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면 대통령에게도 역풍이 몰려 올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마지막은 권토중래(捲土重來)다. 항우가 유방과 패권을 다투다 패하여 자살한 것을 두고 당나라 시인 두목이 항우가 좌절을 딛고 훗날 새롭게 도모하지 못하였음을 아쉬워한 시에서 나온 고사다.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이 만약 성공한다면 이 고사는 조국 장관의 성공을 뒷받침할 고사가 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10

K-푸드

드라마·영화나 K-팝 같은 콘텐츠로 인한 한류열풍 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게 ‘K-푸드’ 열풍. 한국음식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미국시장에서 불고 있다.과거 미국에 알려진 우리 음식은 불고기와 김치 정도였고, 한국인 이민자들의 주요 정착지인 하와이나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빵, 라면, 만두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 대표 브랜드를 미국 어느 지역에서나 만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맛이 미국을 물들이고 있다.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는 CJ제일제당의 만두 ‘비비고’다. 비비고 만두는 미국 코스트코에서 중국 만두 ‘링링’을 제치고 만두부문 판매 1위에 올라섰다. 링링은 미국 만두시장을 25년간 독식해 온 브랜드인 데, 미국판 비비고 만두는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부추 대신 고수를 넣은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인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라면 중 매운 맛 브랜드도 인기다. 신라면, 육개장사발면 등 농심의 라면 브랜드들은 미국의 면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베이커리업계에서도 한국 맛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대표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SPC는 파리바게뜨 브랜드로 미국을 공략 중이다. 2005년 LA 코리아타운에 미국 1호점(웨스턴점) 오픈을 시작으로 맨해튼 핵심상권, 캘리포니아 주의 대표적인 주택가 등에 진출했다. 풀무원은 국내에서 생산한 김치를 미국 전역 대형 매장부터 슈퍼마켓까지 1만 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달 29일‘꼬북칩’(미국명 터틀칩스 ‘TURTLE CHIPS’)을 미국 코스트코에 입점, 본격적으로 미주시장 공략에 나서게 됐다. K-푸드의 한류열풍 합류는 세계를 한 울타리로 만드는 호재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09

가을 태풍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는 지난 3일 허리케인 도리안의 상륙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됐다. CNN은 “바하마에서 태풍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파괴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아바코와 그랜드 바하마에서는 전체 가옥의 절반인 1만3천 채가 파괴됐다. 주민은 섬 전체가 물에 잠길 것 같은 공포를 겪었다고 했다.가을 태풍은 대체로 역대급이 많다. 2013년 11월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하이옌은 430만명의 이재민을 내고 사망자만 1만2천명을 발생케 했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05m로 태풍사상 가장 강력했다.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태풍은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람의 세기가 하이옌만 못했으나 방글라데시의 취약한 사회기반으로 희생자는 더 많았다.우리나라도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태풍은 가을 태풍이다. 2002년 9월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당시 재산피해가 5조원이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849명의 목숨을 앗아간 1959년 태풍 사라도 추석 직전인 9월에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8월 중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피해는 9월 발생 태풍이 더 크다. 이처럼 가을 태풍이 강력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손꼽고 있다. 그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 해도 바람 세기와 비의 양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지난 100년 동안 해수면은 20㎝ 상승했다. 세계기상기구는 20세기 지구의 평균 기온이 1.8도 올랐다고 했다. 기온이 1도 오를 때 강수량은 5∼10%씩 상승한다. 점차 아열대기후로 바뀌어 가는 한국에도 겨울에 태풍이 찾아 올거란 예측이 나온다. 인간이 자초한 지구온난화의 대가가 가히 두렵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8

벌 쏘임

벌초는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후손이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을 제거하고 묘 주위를 정리하는 풍속이다. 대개 음력으로 팔월이 되면 일가들이 모여 벌초에 나선다.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처서를 기준으로 우리 최대 민속명절인 추석 전까지는 벌초를 모두 끝낸다. 벌 쏘임 사고는 벌초가 집중되는 9월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올해도 벌초를 하던 사람이 벌에 쏘여 숨진 사고가 몇 차례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전국에서 벌어지는 벌초 행렬은 한편으로는 벌과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대수롭잖게 생각한 벌에 대한 방심이 소중한 목숨을 잃게 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의하면 지난 2년 동안 벌 쏘임으로 119구급 활동에 의해 이송된 환자만 무려 1만3천여명에 달한다. 연평균 6천800명 꼴이다.지난 2년 동안 벌 쏘임으로 사망한 사람도 22명이나 된다. 단순한 벌 쏘임의 문제가 아니라 부주의로 인한 치명적 인명 사고다.벌은 곤충 중 가장 큰 무리다. 전 세계에 10만종이 넘는 벌들이 분포해 있다. 특히 말벌은 한 마리가 꿀벌 550마리의 독성을 갖고 있다.쏘이면 즉시 심한 통증을 느끼고 쏘인 부위가 부어 오르고 전신에 두드러기가 생긴다.2005년 중국 산시성에서는 대황봉(大黃蜂)이라는 맹독성 말벌의 공격으로 715명이 다치고 36명이 목숨을 잃었다.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벌들의 공격성이다.벌 쏘임 사고가 특히 8∼9월에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때가 벌의 산란기이기 때문이다. 가장 활동이 왕성하고 예민한 시기여서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벌초가 한창이다. 벌 쏘임이 인명을 다투는 문제로 인식할 때 사고도 줄일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5

미중무역전쟁

세계 양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표준시 기준으로 2018년 7월6일 오후 1시(미국 동부 시간 2018년 7월 6일 자정) 미국이 예고했던대로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818종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 등에 미국과 똑같이 340억 달러 규모로 25% 보복관세를 물리면서 시작된 양국간의 무역전쟁이다.중국의 환율조작 의혹, 특권 침해, 본국 투자 해외기업에 대한 기술력 갈취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계속 보호무역을 주장했고, 특히 중국을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보복관세 조치는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의 무역안보론을 도널드 트럼프가 채택하면서 발생했다. 무역안보론이란, 특정 국가가 지속적으로 다른 국가에서 무역흑자를 창출한다면, 그 국가는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는 논리다. 특정 국가가 지속적으로 다른 국가에서 무역흑자를 창출한다면 그것은 그 국가가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를 경제적 수단을 통해 침략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이 논리를 미국의 사례에 대입시켜 보면,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보는 국가들은 경제적 수단을 통해 미국을 침략하고 있는 미국의 적국이 되는 것이니 이러한 경제를 통한 침략 행위에 대해 미국이 자국을 수호하기 위해서 반격을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트럼프의 행동은 비핵화 문제와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동시에 연계시켜서 중국에게 압박을 가해 북핵 해결과 무역 격차의 해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 전쟁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04

여론과 민심

여론은 사회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인정되는 공통의 의견을 말한다. 특히 건전여론은 사회 구성원이 그 사회 전체의 이익이나 정의에 대해 동질적 관념을 가질 때 성취가 가능하다. 선진국일수록 건전여론 형성도가 높다. 현대사회가 여론을 중시하는 것은 민주적 이념과 맥을 같이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의견을 잘 받드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근본이 된다는 뜻이다. 현대 사회에서 여론조사가 활발히 활용되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잘 살펴보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여론조사는 사안에 따라 국론(國論)이라는 말로도 사용한다. 여론 청취만큼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한 일은 없다.옛날에는 이를 민심(民心)이라 불렀다. 백성의 마음이다. 민심보다 여론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요즘이나 과거나 그 중요성은 똑같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한 것은 하늘의 뜻만큼이나 백성의 뜻을 잘 살펴야 국가가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이다.서경에는 “군주가 선정을 베풀면 백성이 사모하고 악정을 하면 앙심을 품는다”고 했다. 민심을 얻는 것이 바로 천하를 얻는 것과 같다는 가르침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란 “백성은 강물이며 임금은 강물 위에 떠 있는 배”라는 뜻이다. 강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음을 이른 말이다.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이뤄졌던 그해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였다.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대통령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임명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은데도 아랑곳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정국의 앞날이 시계 제로 상태다. 민심을 제일로 살폈던 옛 성현의 지혜가 아쉬운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3

자동봉진의 스펙세습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스펙세습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된 게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이다. 이른바 ‘자동봉진’의 스펙세습이다.입시에서 합격기준이 아리송한 학생종합부전형, 이른바 학종을 통과하려면 ‘학생부에 기재하는 모든 항목이 번듯해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내신과 수상실적처럼 점수를 매기기 좋은 항목뿐 아니라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다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기록, 독서활동까지 빼곡히 적혀 있어야 한다.국회에서 열린 ‘특권층 대학부정입학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 1차회의에서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른바 스카이(SKY)대학에 들어간 기득권층 자녀가 4만7천여명이며, 재작년 서울대 입시에서 자동봉진을 통해 수시로 입학한 특목고·자사고 학생이 3분의 2에 해당하는 65%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전체 학생비율의 4.5%다. 95.5%의 약자집단 부모들에게는 3분의 1이 배당되고, 4.5%의 부모들에게 3분의2가 배당되는 시스템이라는 분석이다.그런데 자동봉진으로 들어가는 수시가 80%이고, 정시는 20%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자동봉진이란 기록이 스펙세습의 핵이 되고 있다. 이러니 조국 후보자 딸이 특혜입학 논란에 휘말려서가 아니라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설계된 입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현행 대학입시 전형이 이처럼 복잡하기 그지없고, 각각의 대학별 전형까지 감안하면 학부모들이 자녀의 대입에 훈수를 두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현실이 입시컨설팅이나 고액 입시 코디네이터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게 ‘자동봉진’ 스펙 논란을 지켜본 서민들의 씁쓸한 소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02

구미경제의 굴욕

경북 구미는 박정희 대통령이 조국의 근대화를 염두에 두고 일으켜 세운 도시다. 포항제철과 더불어 한국 근대화 기치의 중심지 역할을 한 도시다.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지목한 전자산업이 이곳에서 출발했다. 1988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를 구미산업공단에서 개발하면서 애니콜 신화가 이곳에서 탄생한다. 디지털 기술혁신의 본향인 셈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덩샤오핑조차도 경제 발전의 모델로 삼고자 했던 곳이 바로 구미였다.1973년 구미 1공단이 준공되면서 가난한 농촌마을은 상전벽해가 된다.공장이 들어서자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도시는 활기로 차고 넘쳤다. 1999년 구미공단은 전국 단일 공단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5년 수출 300억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전국 어느 도시도 넘나 볼 수 없는 최고의 수출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낙동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적어도 2010년 이전 만해도 울산시와 맞먹는 부자 도시였다고 모두가 자부했다. 잘 나가던 구미 경제가 심각한 곤경에 빠졌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LG 등 대기업의 해외 이전과 경기침체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통계상에 나타난 수치로 볼 때 구미의 경제는 이미 중증에 빠져든 것 같아 걱정이다.공단 근로자수 감소와 공장 가동률 전국 최하위, 실업률 전국 최고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다.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할 판이다. 공단 설립 50년 만에 구미 경제가 굴욕적 상황에 직면한 꼴이 됐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선두주자인 구미의 옛 명성을 회복할 묘책이 지금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01

영양의 ‘통곡’

전국에서 손꼽히는 오지 마을은 경북의 봉화(B), 영양(Y), 청송(C)이다. 세 곳의 영어 머리말을 따서 속칭 BYC라 불렀다. 그중에서도 영양은 오지 중 오지다. 전국 도시가 다 있는 교통 신호등이 영양에만 없다. 지금은 인근의 교통량 증가로 2개의 신호등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에서 4차선 도로가 없는 유일한 자치단체로 남아 있다. 그나마 있는 도로는 낙석과 선형 불량으로 주민의 통행을 심각히 위협한다. 주민이 옷 한 벌 사고, 병원 한번 가기 위해 인근 지자체까지 1시간 이상 가야하는 불편을 겪는다. 못사는 남의 나랏일 같다.군민이 교통문제를 민원 삼아 최근 궐기에 나섰다고 한다. ‘영양군민 통곡위원회’라 이름을 정하고 정부에다 호소문을 올렸다. 온 세상이 천지개벽할 만큼 바뀌고 있는 데도 영양군만 제자리 걸음이라는 안타까운 호소다. 국토균형 발전은 그들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다. 통곡(痛哭)이란 이름이 실감이 난다.영양군의 인구는 1만7천명. 울릉군을 빼고 나면 국내서는 인구가 가장 적은 자치단체다. 면적의 93%가 임야와 농지다. 초중고 모두 합쳐 학생수는 도시의 한 학교 규모만 하다. 군의 재정자립도는 겨우 4%다. 영양군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청정자연과 수려한 경관뿐이다. 군청 홈페이지나 홍보물에는 어김없이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강한 태양빛, 최상의 농산물 등이 소개된다. 이 덕에 영양군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협회로부터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지정을 받았다. 밤하늘의 투명도가 뛰어나 은하수나 유성 등을 육안으로 관측 가능하다는 말이다. 청정도 좋지만 주민의 편리성인 교통 문제도 중요하다. 군민의 통곡 소리에 정부가 답할 차례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8-29

흔들리는 수소경제

수소경제는 화석연료인 석유가 고갈되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미래의 경제를 말한다. 이 말은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워튼스쿨 교수인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2002)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리프킨에 따르면 2020년이면 전세계적으로 석유생산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고, 이로 인해 가격과 공급체계가 불안정해짐으로써 석유확보를 위한 분쟁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비해 우주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구하기 쉬우며, 고갈되지 않고 공해도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에디슨 전력연구소는 현재의 소비 추세로 간다면 2040년경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수소경제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수소 에너지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1999년부터 수소경제 프로젝트를 국책사업으로 채택했고, 미국에서도 수소 연료개발을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문재인 정부도 대통령전용차를 수소차로 선정하는 등 수소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않다. 수소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인프라인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해 설립된 하이넷(HyNet·수소에너지네트워크)이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출자사들이 출자 부담에 비해 정책지원이 미흡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속속 이탈하고 있다. 수소경제기본법 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가 정책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28

초대형 방사포

방사포는 다연장 로켓포의 북한식 명칭이다. 여러 개의 로켓탄을 한 번에 발사하여 특정지역을 제압하는데 쓰는 무기다. 로켓이나 제트엔진 등을 추진 동력으로 유도장치에 의해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히 부수는 미사일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북한의 방사포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사용한 신기전(神機箭)이 원조라 할만하다. 신기전 화차는 조선 문종 때 제작됐다. 직경 46㎜의 둥근 나무통 100개를 나무상자 속에 7층으로 쌓아 나무구멍에 신기전 100개를 꽂아 화약에 불을 붙여 동시에 화살을 날린 무기다. 우리보다 중국의 다발 화전이 앞섰다. 이를 더 발전시킨 것은 조선의 신기전이다. 신기전의 제작 설계도는 현존하는 것 중에 가장 오래라 한다. 북한의 방사포 이른바 다연장 로켓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본격 등장했다. 소련과 독일이 로켓탄을 개발하고 미국도 대규모 로켓탄을 제작 로켓 포병을 운용했다. 오키나와 전투나 인천상륙작전에 이를 사용,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지난 24일 북한이 새로이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무기”라며 크게 기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라고 이름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미사일급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리고 “북한이 사거리와 고도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단거리 타격 능력을 완성시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 북한 등 국제사회 안보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 대통령조차도 북한의 방사포 사격에 대해 남의 말 하듯 하니 세상이 달라진 것인지 어리둥절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반응은 유유자적이다. 정말로 이래도 되는 걸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8-27

인싸문화

인사이더의 줄임말인 ‘인싸’는 유행을 이끌고 친구가 많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 유행에 민감한 세대로 꼽히는 초등학생들이 학교 울타리를 넘어 유튜브를 통해 ‘인싸춤’, ‘인싸템’ 같은 유행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이들의 문화를 이른바 ‘인싸문화’라고 한다. 인싸문화의 대표적인 실례는 눈알젤리, 먹는 색종이같이 이름조차 난감한 군것질거리들이 초등학생들의 ‘인싸 간식’으로 떠오른 것이나, 15초짜리 동영상 편집 앱이 10대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등이다.실제로 여자 아이돌이 착용해 유행하기 시작한 ‘반짝이 붙임 머리’를 해 달라고 조르는 여학생이나 ‘인스’(인쇄소 스티커·가위로 하나씩 오려 사용하는 스티커)가 유행하자 예쁜 스티커들을 한가득 사다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초등학교 여학생들 사이에 궁극의 ‘인싸템’(유행 아이템)으로 꼽히는 건 ‘구관(구체관절) 인형’이다.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머리와 옷, 신발, 화장까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구관 인형은 키즈 유튜버들의 체험 영상 조회수가 100만건을 넘어선다. 특히 요즘 초등학생의 ‘인싸 문화’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파급력이 훨씬 크다. 대중문화계가 인싸문화에 반응해 마케팅에 활용하게 된 것도 전파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다.또래와 부대낄 기회조차 없는 어린이들이 서로 짧은 말과 영상으로 자극하는 문화에 갇히다보니 자연스레 유튜브에 몰입하고, 유행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모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대화로써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 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자녀교육만큼 어려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8-26

‘후흑학’

청나라 말 이종오가 쓴 ‘후흑학(厚黑學)’은 지금도 중국에서는 잘 팔리는 책 중 하나다. 후흑은 면후심흑(面厚心黑)의 줄인 말이다. 얼굴은 철면피처럼 두껍게, 마음은 음흉하게 하여 철저히 자신을 숨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계산되지 않은 감정 노출은 하수의 짓이다.후흑은 난세를 극복하는 일종의 처세술이다. 법치나 순리를 숭상한 중국의 전통 사상과는 배치되는 생각이지만 실용적 측면에서 공감대가 적지 않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는 조직이나 사람을 바꿔도 배신이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 승자의 역사를 만드는 것은 뻔뻔함과 음흉함에 있다고 가르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비굴해도 상관이 없고, 욕을 먹어도 상관이 없다. 대의명분을 쫓다 패가망신하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상이다. 삼국지의 조조와 유비가 대표적으로 후흑한 인물이며 손권과 사마의, 모택동도 그러하다고 했다. 중국 역사 속의 영웅호걸 치고 후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설명이다.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서 ‘후흑학’은 현실적 실천 방법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 “천하를 알려면 ‘삼국지’를 읽고 천하를 얻으려면 ‘후흑학’을 읽으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 한다.그러나 난세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후흑의 기술만 잘 익힌다고 성공의 열쇠를 거머쥐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순리라는 자연의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수단이 된다고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면 결과는 불행해진다.각종 의혹 제기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후흑학’에서는 역사의 승자는 사리사욕이 없어야 선한 결과를 얻는다고 했다. 청문회를 떠나 조 후보자의 정의롭지 못한 삶이 논란의 핵심이다. 덩달아 그의 정치 생명이 달렸기에 더 관심이 간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