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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산가족 울린 북한산 송이버섯

추석 연휴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측에 보내온 ‘송이버섯’선물이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송이버섯 2t(시가 18억원 상당)을 선물했다. 송이버섯은 소나무, 눈잣나무, 솔송나무,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 주변에서 채집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에서만 자란다. 동의보감에서는 송이를 ‘독이 없으며, 맛이 달고 향이 짙다’ ‘위의 기능을 돕고 식욕을 증진하며 설사를 멎게 하고 기를 더해준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송이버섯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항암작용에 탁월하다. 특히 항암성분인 ‘크리스틴’이 함유돼 있어 위암, 직장암 등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을 돕는다. 또한 면역력 증진 및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문 대통령은 북한 송이버섯을 고령자 위주로 선정한 미상봉 이산가족 4천여명에게 500g씩을 전달했다. 이산가족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2세의 우리 어머니!! 문 대통령을 통해 보내 온 김 위원장의 송이버섯 선물을 받았다. 고령자의 맨 꼭지점에 있을 우리 어머니는 북에서 온 선물을 받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북한이 송이버섯을 선물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0년과 2007년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각각 송이버섯을 선물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진돗개 두 마리와 60인치 TV 1대 등을 선물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풍산개 두 마리와 자연산 송이로 화답한 데 이어 같은 해 추석 때 특별기편으로 송이버섯 3t을 보냈다.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경남 통영 나전칠기로 만든 12장생도 8폭 병풍과 무궁화 문양 다기·접시, 전남 보성 녹차 등을 선물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송이버섯 4t으로 답례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이번에 김 위원장이 보낸 송이버섯은 모두 칠보산 송이버섯으로 알려졌다. 북한 송이버섯이 많은 미상봉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기를 소망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27

신라문화제의 부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흥준 교수는 “경주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한 달은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많은 유물을 두고 1박2일, 2박3일 다녀오고서 경주를 봤다고 말하는 것은 만용이라 표현했다.신라의 천년 수도였던 경주는 찬란한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란 별명을 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문화유적의 도시다. 땅을 파면 금방이라도 토기와 기왓조각 등 옛 유적이 나올 것같은 문화의 체온이 느껴지는 곳이다.수학여행이나 가족여행 등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본 경험이 있는 도시다. 그러면서도 언제 어느 때 다시 이곳을 찾아도 진한 역사의 향기에 젖어 신비함이 느껴지는 도시다.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 도시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경주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불국사 다보탑 등 국보만 67개, 석빙고 등 보물은 92개에 이른다. 사적으로 지정된 문화재도 76개에 이르며 중요민속자료나 시도 유무형문화재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끝이 없다. 1천년의 역사가 남겨준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000년에 와서는 경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신라시대 유적들을 성격에 따라 5개 지역으로 나눠 ‘경주역사 유적지구’로 통칭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5개 역사 유적지구는 신라불교의 보고인 남산지구, 신라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신라 왕과 왕비, 귀족들의 고분군인 대릉원지구, 황룡사지구, 왕성 방어시설인 산성지구 등이다.경주는 이처럼 문화 유적만으로 민족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곳이다. 신라 문화의 원류가 생성된 곳으로 그 정신은 영남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전국적 명성을 누렸던 신라문화제가 옛 명성 찾기에 나섰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1962년 시작한 신라문화제는 신라인의 문화적 정통성을 계승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전국적 주목을 받은 축제다. 전통과 문화는 다듬고 사랑할 때 더 빛난다. 신라문화제가 한국의 로마를 꿈꾸는 경주의 변화에 새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21

통계불신 시대

통계(statistics)는 일상생활이나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한 자료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수치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특히 사회집단 또는 자연집단의 상황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인구의 생계비, 한국 쌀 생산량의 추이, 추출검사한 제품 중의 불량품의 개수 등이 그것이다. 통계는 사회의 발전과 함께 발달해 왔는데, 최근 통계와 관련한 불신이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통계청이 국민들의 소득 분배지표가 최악으로 나타나 ‘소득주도성장정책 실패’논란을 부르자 ‘가계동향조사’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통계조작 논란이 일고있다. 개편의 핵심은 2020년 조사부터 ‘가계동향조사’만을 위한 별도의 표본을 만드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통계청이 하는 다른 통계 작업의 응답자들을 그대로 이용했는데, 앞으로는 이 조사를 위한 전용 응답자를 꾸리겠다는 게 골자다. 이렇게 하면, 고소득과 저소득 가구의 조사를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어 소득 분배 지표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이전 기간과의 비교도 더 정확해진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아울러 소득과 지출도 한꺼번에 조사해 가계 살림이 적자인지 흑자인지도 파악해보기로 했다. 통계청은 표본변경 이유에 대해 “가계수지 진단 및 맞춤형 정책 수립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초자료를 제공해 달라는 요구가 많이 있어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통계불신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다. 또 이럴 경우 표본의 잦은 변경으로 이전 기간과의 비교도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2017년 이전 자료, 2018, 2019년 자료 그리고 2020년 이후 자료 등으로 통계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시계열 상의 불연속성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통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계동향 소득조사’에서 분배 지표 악화로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논란을 일으켰고, 통계청장 경질 논란으로 이어지자 정치권에서 ‘통계불신 시대’란 탄식이 터져나온다.사회과학에서 정책검증의 최후 수단인 통계가 불신의 늪에 빠진다면 무슨 수로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20

명절 증후군 퇴치법

우리 민족의 으뜸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으나 명절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사람도 많다. 명절증후군을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생기는 병으로 우리나라 고유문화에서 파생한 독특한 증상이다. 외국에는 이 같은 현상은 없다.명절 때 일을 많이 해야 하는 한국의 며느리에게 주로 발생했으나 요즘은 남편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일어나 병원을 찾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한국의 산업화 이후, 가정이 핵가족화되면서 생겨난 신종 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 여성에게 집중된 육체적 노동과 남편 집 조상에 제사를 지내면서 시집의 눈치를 봐야하는 정신적 고통 등으로 여성이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거나 온몸에 힘이 쑥 빠지는 증상이다. 명절 이후에도 목이 뻐근하거나 배가 아프거나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들이다.남편도 증상은 비슷하다. 장시간 귀향에 따른 운전과 극도로 날카로워진 아내의 기분을 맞추느라 스트레스가 생긴 것이다. 고향 친지를 만나보겠다는 기대감도 잠시고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편치가 않다. 이런 스트레스성 증상으로 명절 후 병원을 찾는 환자는 평소보다 크게 는다. 명절 이후 부부관계가 갑자기 냉전 상태로 돌아선 집도 많다고 한다. 2016년 통계지만 설·추석 전후로 하루 500건이 넘는 이혼신고가 접수돼 평소의 배를 넘었다고 한다.명절증후군을 가볍게 볼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명절증후군 퇴치를 위한 기업의 마케팅이 등장했다. 여행사의 명절 전후 특가 이벤트가 나왔나 하면 제약회사에서는 명절증후군 타파를 위한 영양제를 개발, 선보였다. SNS 상에서는 ‘명절 제사 없애는 방법’이 네티즌 사이에 인기라고 한다.즐거워야 할 명절이 명절증후군으로 망쳐서는 안 된다. 가족 간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필요하다. 우리 고유의 명절이 가지는 의미를 되살리는 정신운동이 필요하다. 꼭 제사를 지낼지도 생각해 봄직하다. 가족이 모여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면 명절의 의미는 충분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19

종부세 폭탄론의 허실

정부가 9·13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등 주택 가격 상승 지역의 다주택자 세부담을 늘리는 종부세법 추가 개정안을 발표하자 ‘종부세 폭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아파트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집값 상승분과 비교해 종부세·재산세는 미미하게 늘어나는 사례가 많다. 그 결과 ‘종부세 폭탄론’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추가 개정안에서 3주택자 이상과 서울·세종 등 집값이 급등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 참여정부(3.0%) 때보다 높은 최고세율(3.2%)을 매겼다. 다만 최고세율 적용 대상은 매우 적다. 과표 94억원이 넘는 3주택자·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종부세는 1주택자 기준으로 공시가격 9억원(다주택자는 6억원)까지 공제된다.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1주택자는 공제액인 9억원을 뺀 뒤 세금 할인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해 과표를 산출한다. 아울러 주택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대비 60∼70%에 형성되기 때문에 실제 시세가 17억∼18억원이 돼야 신설된 과표의 적용을 받는다.종부세 인상이 1주택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도 사실과는 다르다. 종부세는 현재 인별 합산과세가 된다. 예를 들어 부부가 공시가격 12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어도 공동명의로 50%씩 소유하면 각각 최대 6억원씩 공제받아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게다가 1주택자는 전년 대비 보유세 부담 상한선도 150%로 유지해 정부의 종부세 인상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9·13대책에서 정부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도 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늘어나고, 재산세액이 증가하는 게 사실이다. 종부세 폭탄론이 불거진 이유다. 하지만 현재 고가 단독주택이나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아파트는 시세의 60% 이하에서 공시가격이 형성돼 있고, 일반 아파트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시세 대비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시가격의 현실화가 얼마나 형평성있게 실현될 지 지켜볼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18

음주운전

술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인은 술에 관해 대체적으로 관대하다. 술로 인한 실수는 사람탓보다 술탓으로 돌려 버리면 대강 넘어간다. 술을 잘 마셔야 직장이나 사회생활이나 잘 한다는 평판을 듣는다. 손님 대접을 할 때는 술 접대를 잘해야 잘 대접했다고 여긴다. 세계적으로 고급술이 잘 팔리는 나라로 알려진 것도 이런 음주문화가 한 몫한 탓이다. 지나친 음주는 담배보다 개인의 건강에 더 나쁘다. 국민의 습관성 음주는 국가적 차원에서 부담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모든 질병에 알코올이 기인하는 수준이 4%에 달한다고 했다. 수명단축뿐 아니라 고통도 수반한다. 또 알코올은 폭력사고와 같은 타인에 미치는 폐해도 많다. 반면에 담배에 비해 규제는 느슨하다. 정부가 내놓는 술에 대한 규제라고 해봐야 ‘적당한 음주’ 캠페인이 고작이다.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5번째로 술 소비가 많은 나라다.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12.3ℓ다. 아시아권에서는 최고다. 술 소비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도 따지고 보면 술에 대한 관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얼마 전 국가 공무원의 음주운전 현황 자료가 국회에서 발표됐다. 공직사회의 음주운전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보고서다. 2017년까지 최근 5년 간 국가직 공무원 3천655명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 매년 6백여 명 정도가 반복적으로 음주운전하다 적발되고, 징계를 받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징계된 공무원의 소속도 부처별로 다양했다. 공직사회 전체가 음주운전에 대한 ‘주의’ 인식이 매우 낮음을 짐작케 한 자료다. 특히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공무원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공무원까지 음주운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공직자의 각성이 절실하다. 음주운전은 무고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연간 수 백 명이 음주운전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좀 더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겠다. 국가에 따라 음주운전자에 대한 제재가 각양각색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주운전자가 기혼일 경우 배우자도 함께 수감한다고 한다. 우리도 더 단단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17

공직자의 도덕성

공직자의 주요 덕목으로 손꼽으라 하면 청렴성과 도덕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공직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에 사인(私人)과는 근본적 생각과 자세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이 그런 정신이다. 도덕심이란 선과 악을 구분하여 선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컫는다. 정상적 사고의 사람이라면 당연시하는 규범이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솔선돼야 할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은 본래부터 사람의 마음은 착하게 태어난다는 천부적 도덕심에 근간을 둔 학설이다. 맹자는 어린아이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본 사람은 칭찬이나 혹은 주변의 비난이 두려워서 아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사람의 본성이 착하기 때문에 행한다고 설명한다. 맹자의 성선설은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실천적 근거로 활용되면서 유교사상을 더욱 발전시키게 된다.우리 사회가 유난히 도덕적 규범을 엄하게 요구하는 시대적 배경에는 유교적 영향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덕심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훌륭한 정신적 가치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나 경제 그 어떤 분야의 활동이든 도덕심을 잃어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얻기가 어렵다.도덕심이란 측면에서 보면 서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유럽의 도덕적 가치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설명하지 않아도 동서고금은 도덕성을 절대적 가치로 삼는 생활의 윤리기준을 갖고 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위장전입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매번 청문회마다 똑같은 일들이 반복된다는 사실에 국민이 느끼는 혐오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왜 국가경영에 참여하겠다는 후보들이 도덕적 책무에 소홀한지에 대한 거부감이다. 위장전입을 하고도 자기 나름의 이유가 변명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전쟁에 나서 오십보 도망간 군사가 백보 도망간 군사를 비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위장전입이 공직자 임명의 강제적 기준은 안 된다하더라도 그 사실을 불가피성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수용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14

돌아온 메르스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약칭으로, 지난 2012년 4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감염자가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을 가리킨다. 전염은 환자가 기침·재채기를 하거나 말할 때 나오는 침에 바이러스가 묻어나와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비말 감염으로 알려졌다. 보통 환자와 접촉한 후 2~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치는데, 잠복기 기간에는 아무 증상도 없고 전염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메르스의 증상으로는 38℃ 이상의 고열, 기침, 호흡 곤란 등이 있으며, 만성 질환 혹은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의 경우 폐렴, 급성 호흡 부전, 급성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어 예후가 좋지 않다.지난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된 뒤 2015년 12월 말까지 총 186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38명이 사망해 국내 메르스 치사율은 20.4%로 나타났다. 당시에는 메르스 발병후 10일 가까이 확진판정을 받지 못한 환자가 병원을 드나들면서 메르스 전염이 확대됐고, 보건당국이 확진자가 내원한 병원이름을 공개하는 데만 확진환자 판정후 18일이 소요되면서 전염이 더욱 증폭됐다. 메르스의 전염에 처음 대처해본 방역당국의 시행착오가 메르스의 전염을 부추겼다는 비판까지 나왔다.이처럼 온 나라를 전염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가 최근 국내에 유입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메르스 확진 환자인 A씨는 지난 달 16일 출장차 쿠웨이트를 방문해 22일간 머물렀고, 지난 6일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비교하면 보건당국의 대처는 신속했다. A씨는 한국에 도착한 뒤 하루만에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귀국직후 택시로 이동해 지역사회 2차 감염우려도 크게 덜었다.그래도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공항검역단게에서 아무런 의심없이 입국장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해도 결국 사람이 위기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깨우침을 주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13

천고마비 계절

천고마비(天高馬肥)는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이 계절적으로 매우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을이 좋은 이유는 무더운 긴 여름을 거쳤기 때문이다. 특히 111년 만에 찾아온 악몽같은 올여름 폭염을 겪어 본 사람은 가을이 이처럼 반가울 수 없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만으로 온 몸의 기분이 상쾌해진다. 가을은 24절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입추에서 동지까지를 이르나 기상학적으로 보면 9월부터 11월까지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절기상 입추(양력 8월7일 내지 8일경)라고 하지만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입추를 가을로 간주하기에는 성급함이 있기 때문이다.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는 하늘이 높고 푸르기로 유명하다. 간혹 태풍이 지나가 피해를 안겨줄 때도 있으나 논밭 곡식이 무르익는 모습에서 가을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그래서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시기다. 인심도 좋을 수밖에 없다. 추분(秋分)을 즈음하여 논밭의 곡식을 거둬들이고 고추를 따서 말린다. 잡다한 가을걷이 일들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두가 분주해지는 때다. 수확의 고마움을 나누는 추석이 있어 더 좋다.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고도 부른다. 가을 밤은 시원하고 상쾌하다. 등불을 가까이 하기에 좋으니 책 읽기가 좋다는 말이다. 요즘은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며 책 읽기를 권장한다. 가을이 독서하기가 좋은 것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 탓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자 삶을 풍요롭게 하는 힘이다. 가을이 제격인 것이다.가을의 한복판에 들어 선 추석명절은 가을을 대표하는 민속 축제이다. 수확이 있기에 축제가 즐겁고 부담스럽지 않다. 조상에게 수확에 대한 고마움을 전할 수 있어 더 좋다. 우리의 조상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 했다. 한가위에 대한 만족감을 최고로 표현한 말이다.가을은 풍요와 수확, 축제 등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된 계절이다. 올가을은 혹독한 더위에 지친 마음이 위로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12

인사청문 기준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는 데, 우리나라에서는 제16대 국회가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됐다. 인사청문회 절차를 보면 정부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 처리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위해 구성되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3명으로 구성되며, 교섭단체 등의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국회의장이 선임한다.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되, 인사청문회의 기간은 3일 이내로 한다.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청문회 때마다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부적격 기준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총리 후보자의 결정적 낙마 이유가 위장전입이었고, 노무현 정부 시절 현재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인 김병준 총리 후보자는 논문 표절을 이유로 낙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는 한번이라도 어긴 사람은 모두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여기에다 △음주운전 △성범죄를 추가해 ‘7대 기준’으로 바꾸었지만 세부 기준은 다소 완화했다. 예를 들면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의 경우 인사청문회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투기와 자녀 선호학교 진학 목적인 경우에 한정하기로 한 것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내정된 일부 장관들과 헌법재판관들이 기준에 벗어난 위장전입으로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인사청문회는 청렴하고 능력 있는 고위 공직자를 골라 쓰겠다는 국민의 염원이 담긴 제도다. 따라서 인사청문회는 업무에 대한 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 정파적 이해에 따른 평가에 좌우되는 청문회는 절대로 환영받지 못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11

신라금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금관이 발견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21년 9월의 일이다. 경주 노서리에 있던 어느 주막집 공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분에서 금관 등이 쏟아졌다. 구슬 종류만 3만 개가 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금관뿐 아니라 금제 장식구 등도 무더기로 발굴됐다. 이름도 없이 내던져진 이 고분은 이후 금관총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당시 이 고분은 훼손도 많았다. 전문가에 의한 발굴이 아니라 고분의 구조나 유물의 출토상황 등도 정밀하게 진단되지 못했다. 그러나 고분에서 금관이 나오면서 금관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켜 신라시대 고분 발굴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신라시대 고분에서 공식적으로 발굴된 금관은 모두 5개다. 국가가 압수한 도굴된 금관 1점을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모두 6점의 금관을 보유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고대금관 13개의 절반 가량이 신라금관이다. 신라금관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경주 고분에서 발굴된 신라시대 금관은 1천500년의 긴 세월을 보냈지만 여전히 금빛 찬란함을 뽐내고 있다. 뛰어난 세공기술과 화려한 장식으로 외국인까지도 그 수려함에 감탄한다.그렇지만 신라금관에 얽힌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아직도 많이 풀리지 않고 있다. 금관을 실제로 사용했는지 혹은 장례 의식용으로 만들었는지조차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다. 금관 형태가 뜻하는 상징성도 학설이 구구하다. 금관의 기원을 두고 북방설과 고유설이 맞서고 있다. 5∼6세기에 만들어졌던 금관이 어느 시점에서 홀연히 사라진 것도 알 수가 없는 일이다.경주 대릉원 금령총이 94년만에 재발굴에 들어간다고 한다. 금령총은 금관총보다 늦은 1924년에 발굴을 했으나 역시 일제 강점기 때여서 종합적이면서 정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발굴된 금관은 금제방울이 달려있다 하여 금령총 금관이라 한다. 다른 금관에 비해 크기가 가장 작아 왕자의 무덤일 것이라는 학설도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사업으로 이곳 유적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 파악이 있을 것이라 했다. 신비에 싸인 신라의 비밀이 얼마나 더 풀릴까 궁금하다./우정구 (객원논설위원)

2018-09-10

사회복지의 날

세계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였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8천 달러로 31위를 유지했다. 한 나라의 경제활동 능력을 가리키는 GDP를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상위권 경제 국가로 분류할 수 있다. GDP가 한 국가의 경제활동을 살펴보는 지표로는 유익한 자료이나 GDP만으로 그 국가 국민이 행복하다고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행복지수는 나라별 GDP와 사회지수, 기대수명, 부패지수, 자유 등 각 항목을 종합해 평가한 수치다. 2018년 ‘세계행복 보고서’에서 한국은 57위를 마크했다. 핀란드가 1위를 차지했으며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이 그 뒤를 이었다.행복에 대한 가치 개념은 천차만별이다. 한때 아시아 국가 중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으나 유엔 자료에 의한 평가에선 97위로 나타났다. 부탄 자국민에게 적용되는 기준만으로 상대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자국민 스스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는데 굳이 다른 나라가 아니라고 말할 이유도 없다.사람이 느끼는 삶의 질을 포괄적 상황을 고려해 측정한 행복지수는 국가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개인별 편차도 크다. 경제적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 직업유무, 자부심, 희망, 사랑 등 개인감정에 따라 행복의 무게도 제각각이다. 행복을 객관적으로 계량화한다는 것은 이만큼 어렵다.그러나 유엔 발표에 따르면 복지 선진국이 대체로 행복지수도 높다. 국가의 복지정책 수준이 국민의 행복지수에 비례한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도 복지 분야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우리사회의 어둡고 힘든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에겐 희망으로 다가가는 정책이다.7일은 제19회 사회복지의 날이다. 국민의 사회복지 사업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복지사업 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선 우리에게 사회복지에 대한 참 의미를 새겨보는 날이기도 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07

생활 SOC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은 항만·도로·철도·전기·가스, 공중보건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 등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직접 사용되지는 않지만 생산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반시설을 말한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규모가 크고, 투입된 자본의 회수에 오랜 기일이 소요되며, 그 효과가 사회 전반에 미친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개인이나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나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다.1929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 때 루즈벨트 대통령이 제창한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후버 댐 공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해 실업자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 최초의 국가주도 SOC투자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경부고속도로를 시발로 항만과 공항 건설 등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왔다.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4대강사업과 같은 대규모 SOC 투자는 않겠다며 SOC 예산을 줄여왔다. 그러나 최근 고용지표 악화와 함께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서울의 한 도서관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생활형 SOC’를 강조했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기반 시설을 과거 대규모 토목 SOC와 차별화하여‘생활 SOC’라 부르기로 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었다.과거에는 주로 도로와 철도, 공항, 항만에 투자해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발전시켰으나 상대적으로 우리 일상에 필요한 생활 기반 시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경로당이나 어린이집, 보건소, 도서관, 체육관 등의 시설을‘생활 SOC’란 이름으로 크게 확충하겠다는 얘기다.문 대통령은 이날 160개의 주민 체육센터의 설치와 모든 시군구에 도서관 설치를 언급했다. 이로 인해 전국에 243개의 작은 도서관이 생기고 50여개의 도서관은 리모델링이 추진된다. 어린이 돌봄센터 역시 200곳 추가 설치되고, 지역 공공의료기관 41곳은 그 기능이 보강된다.보수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나온 현 정부의 생활SOC 사업이 찌들어가는 우리 경제에 마중물이 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06

나잇값

키덜트(Ki-Dult)라는 이색 용어가 있다. 어린이를 뜻하는 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adult가 합쳐진 합성어다.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한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 20, 30대 성인 계층이 유년시절 즐겨 놀았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등에 향수를 느껴 그런 것들을 다시 찾아 즐기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키덜트 문화라는 이름으로 시장도 엄청 커졌다고 한다.자칫하면 정신적 퇴행으로 비칠 행동이 지금은 당당한 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문명 뿐아니라 생각과 인식의 개념도 급변하는 세상이다. 옛 어른이 보았으면 “나잇값 못 한다”고 혀를 끌끌 찰 일이다.나잇값이란 나이에 걸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나잇값을 하는 것인지 애매하다. 어른이 향수를 쫓아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에 흠뻑 빠져 놀아도 나잇값하고는 상관없는 일이 돼 버린 세상이다.공자는 15살에 학문에 뜻을 세워 70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더라고 했다. 그는 40살(不惑)이 돼서야 세상의 미혹을 물리칠 수 있었고, 50살(知天命)에 가서는 분수를 알겠더라 했다. 60살(耳順)에는 관용이 생기고 70살에는 종심(從心)을 한 것이라 했다.공자의 가르침대로 모두가 그렇게 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깨달음에 더 가까이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옛날부터 어른들은 집안 대소사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앞장서 해결하는 지혜를 보였다. 나이가 들어도 존경을 받고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것이 바로 나잇값이다.어른이 돼도 나잇값을 못하면 철없다는 소리만 듣는다.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힘이 부족한 어른이라는 뜻이다. 국회가 3일부터 100일간의 정기국회 일정에 들어갔다. 여야 대치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곳곳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생문제를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회기만큼은 나잇값 제대로 하는 국회였으면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05

‘오락가락’ 임대주택정책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 ‘임대등록 활성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취득세·재산세 감면 △임대소득 과세 완화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 세제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신,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료 인상률이 연 5% 이내로 제한되고, 최대 8년간 의무임대가 적용돼 세입자를 함부로 내쫓을 수 없게 했다.그랬던 장관이 8개월만에 정책을 180도 바꾼 것이다. 정부가 현재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으로 꼽는 종부세 합산배제·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서울·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에만 제공된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상당수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요지의 고가 아파트에서 임대사업 등록이 늘고 있는 것은 전용 85㎡ 이하 주택이라면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어도 양도소득세는 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임대주택 사업자는 총 8만539명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 수(5만7천993명)를 넘어섰다. 과거에도 세제혜택이 있었는데도 임대등록이 저조하다가 올해 들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전산망 통합 등으로 정부 감시를 피해 임대소득을 얻기 어려워진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임대등록이라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어쨌든 임대시장을 준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임대 주거권을 강화하자던 장관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의 신뢰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짓이다. 임대사업자는 전월세 공급을 확대해 임대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는데, 세제혜택을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전월세 물량 감소로 임대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최대한 축소하고, 6억원 초과 임대등록자에게 부여하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9-04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가 이상형 사회복지를 말할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을 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이 내세운 사회복지 정책의 슬로건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최소한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뜻이다. 영국의 학자 베버리지가 주창한 ‘베버리지 보고서’에 나오는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혼란했던 사회를 다시 재건하는데 적합한 이론으로 당시 영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베버리지 보고서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은 정액 보험료를 부담한다”와 “재정은 피보험자와 고용주, 국가 3자가 공동 부담한다”는 내용이 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국민연금제와 비슷한 취지의 정책 내용을 담았다. 유럽 국가들이 일찍 국민연금제 등이 발달하고 복지 선진국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이를 본 따 ‘태내에서 천국까지’라는 말로 국민 복지를 찬양했다. 국가가 국민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나라를 복지 국가라 부른다. 국민의 생활을 얼마나 높게 또는 질 좋은 보장을 해주느냐에 따라 복지 선진국 여부를 따진다.유럽의 핀란드는 복지 선진국이다. 국민이 어떤 병으로 아프더라도 의료비 걱정이 별로 없는 나라다. 학비도 자신이 공부하고 싶으면 대학원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한다. 반면에 국민은 다른 나라보다 많은 세금을 낸다. 공동분담에 의한 사회복지 실현이라는 점에서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다.우리나라도 내년도 예산을 사상 최대치인 470조5천억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복지 비중을 35%로 잡았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국민 삶의 질 개선 등에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많은 복지예산 투입에도 국민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행복지수는 그렇지 못한 것같다. 특히 최근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이 떨어지고 연금료 인상 불가피성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많다. 1988년 첫 시행 후 전 국민연금시대를 열었으나 노후의 안정을 담보할 국민연금 자금 운용에 대한 확실한 좌표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민연금 운용 방식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찾는 것이 급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9-03

산아제한의 추억

인위적으로 출산을 억제하는 산아제한(産兒制限)의 출발점은 영국의 인구학자 멜더스의 ‘인구론’이 이론적 배경이다. 멜더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기근과 빈곤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세계는 과잉인구에 대한 대책으로 산아제한이라는 인위적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한동안 정부차원에서 산아제한 운동을 벌였다. “아들 딸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홍보 포스터가 전국 곳곳에 붙었던 시절이 있었다.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갔다가 정관수술 받고 훈련을 면제받았던 코미디같은 추억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지금 우리나라는 합계 출산율(한 여자가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작년 기준 1.0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국으로 손꼽힌다. 2001년 이후 줄곧 초저출산국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는 인구감소로 인한 사회문제도 도처에서 발생한다. 급속한 고령사회 진입으로 일할 사람보다 부양해야 할 사람이 많아지는 등 국가의 생산동력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지방의 소도시들이 소멸위기에 처하고, 대학들은 정원을 못 채워 폐쇄 위기에 몰리고 있다.지금 전 세계는 인구감소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선진국일수록 더 심각하다. 전 세계 국가의 절반이 현재의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임여성의 출산율이 2명 이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산아제한은 인구증가 억제책에서 비롯됐으나 지금은 출산과 육아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의 권익향상 운동 차원으로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이름도 산아제한보다 가족계획으로 불리고 있다.세계 최다의 인구 보유국인 중국이 산아제한 정책을 철폐한다는 소식이다. 중국정부는 인구 억제를 위해 1979년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으나 고령화로 노동력이 감소하고 경제둔화가 우려되자 2016년부터는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했다. 유엔은 중국이 7년 내 인구 1위 자리를 인도에 내줄 것이라 예측했다. 중국이 저출산 문제로 고민할 지 그 누가 짐작했을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8-31

슈퍼예산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대폭 확대해 470조5천억원의 초(超)슈퍼예산을 편성했다.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2% 늘려 23조5천억원을 투입한다. 복지·보건·노동 예산과 혁신성장 연구개발 예산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내년 예산증가율은 9.7%로, 경제성장률 전망치 4.4%의 2배를 넘고, 재정수입 증가율 전망치인 7.6%보다도 훨씬 높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대 증가율이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까지 재정지출을 연평균 7.3% 늘린다는 방침이다. 2020년 예산은 500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일자리 확대 등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초슈퍼예산 편성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재정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정수입이 지출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대로라면 2020년부터 지출이 수입을 앞지르고, 적자폭이 계속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세수증가가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기댄 세수호황은 길어야 내년까지라는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력산업 대부분이 하향추세여서 세수 기반은 갈수록 약화될 전망이다. 재정적자가 이어지면 국가채무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올해 708조2천억원인 국가채무는 2022년 900조원에 육박하고, 국내총생산(GDP)에서의 비중도 41.6%로 늘어난다. 더구나 지속적인 팽창예산은 필연적으로 재정을 악화시킨다. 특히 급속히 증가하는 복지예산이 문제다.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예산은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이다. 2022년까지 17만4천명 늘리겠다는 공무원 인건비도 큰 부담이다.나라 곳간인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려면 경제활성화로 세수기반을 확충하는 길밖에 없다. 더구나 국민혈세로 조성되는 재정은 경기부양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주도할 카드로 써서는 안된다. 민간기업의 생산적 투자가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슈퍼예산 편성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8-30

아파트 값 폭등

얼마 전 천정부지 치솟는 홍콩의 집값에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는 이른바 ‘맥난민’이 급증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홍콩 언론은 홍콩 내 110개 맥도날드 매장에서 최소 3개월 동안 밤을 보낸 홍콩인이 334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맥난민 53명을 심층 인터뷰해 보니, 응답자의 57%가 취업자였고, 71%가 세입자이거나 집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면 이들은 왜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야 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으로 밝혀졌다고 한다.홍콩의 중상층 거주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평(3.3㎡)당 1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값이 치솟아 비싼 임차료를 내고도 많은 주민이 창문이 없는 열악한 환경의 좁은 방에서 더운 여름을 보내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는 것. 한 맥난민은 “사는 아파트 방에 창문이 전혀 없는 데다 주인이 터무니없이 비싼 에어컨 사용료를 요구해 시원하고 안락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여름 밤을 보낸다”고 말했다.서울의 아파트 값이 평(3.3㎡)당 1억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잠잠하던 서울의 아파트 값은 박원순 시장의 용산, 여의도 개발계획 발표로 불붙기 시작해 지금은 집값 상승 열풍이 서울 전역과 수도권까지 확산될 추세다. 평(3.3㎡)당 1억 원짜리 아파트가 남의 나라 일인양 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 됐다. “서울 집값이 미쳤다”는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법하다.우리나라 총 주택 수의 60%가 아파트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단독주택이 15.7%, 다세대 주택이 12% 정도다. 아파트의 편리성과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맞아떨어지면서 아파트가 우리 시대 대표 주거문화가 됐다.그러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지나치게 치솟으면서 아파트 가격 편차가 또 다른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극명한 차이점이 바로 주택소유 여부다. 비싼 집값 때문에 결혼조차 기피해야 하는 젊은이한테는 ‘집값 폭등’은 나쁜 뉴스다.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가 박탈된 기분이다.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8-29

풍선효과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하면 다른 현상이나 문제가 새로이 불거져 나오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모습에 빗댄 표현이다.‘풍선효과’라는 말은 주로 남미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마약 생산 및 유통을 근절하려는 미국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마약 제조 및 밀매, 돈 세탁 등의 거점이 상대적으로 단속이 약한 지역으로 그때그때 옮겨 다니는 현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데서 많이 쓰였다.요즘엔 경제정책 분야에서도 풍선효과란 표현이 자주 쓰인다. 특히 정부가 시장의 과열 양상, 불평등 고용계약 등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 타개를 위해서 법, 시행령, 행정지도 등 공권력을 동원하더라도 인위적인 정책만으로는 시장에 존재하는 수요와 공급의 근본적 힘을 거스를 수 없다는 비판적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문제되는 시장의 일부를 규제하게 되면,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곳으로 시장 수요와 공급이 이전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것은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행된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는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를 가져와 특히 사회초년생같은 저임 근로자의 실업을 늘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저임금을 감수하더라도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가 존재하고 생산을 위해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존재하는 한, 최저임금제의 취지가 무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합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암시장(black market)에서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수준의 고용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규제를 강화하면 투기수요가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부동산시장의 반응도 풍선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주 비근한 사례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들 수 있다. 정부가 특정 지역의 부동산 과열 양상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투기수요가 이전돼 다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온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이처럼 우리 사회나 경제에 만연한 풍선효과가 나라를 멍들게 하고 있는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직도 참으라고만 한다. 풍선효과는 허구가 아니라 우리 이웃에 닥친 참담한 현실이란 점을 왜 모르나.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