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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무궁화 사랑

우리나라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근화(槿花)라고도 부른다. 신라시대 효공왕 때 외국에 보내는 국서에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으로 표현한 글이 나오는데, 이는 ‘무궁화가 많이 피는 땅’이라는 뜻이다. 그밖에도 우리의 옛 문헌에는 근원(槿原) 혹은 근역(槿域)으로 표현한 글이 나오나 이는 ‘무궁화 땅’이라는 의미다. 우리 민족 스스로가 무궁화 땅에 살고 있음을 알린 표현들이다.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도 한반도에는 무궁화가 많이 자라고 있는 곳이라 소개하고 있다.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국화가 된 배경에는 이 같은 오랜 역사적 연결고리가 있음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무궁화가 나라꽃이란 말은 법령 어느 곳에도 없다. 애국가나 태극기와 같이 나라의 상징인 표상물이면서 법령에 명기되지 않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그냥 자연발생적으로 국민 다수가 국화로 여겨왔던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이홍직의 국어대사전에도 “무궁화는 구한국시대부터 우리나라 국화가 되었다. 국가나 일개인이 정한 것이 아니고 국민 대다수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무궁화가 국화로 본격 인정된 시기는 일제 강점기다. 일제의 침탈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국화가 자주 사용되면서다. 애국가의 후렴에 무궁화가 등장하고, 독립투사들이 무궁화를 우리나라와 일체화하는 글을 많이 남기면서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무궁화 꽃은 우리 겨레의 민족성을 나타내는 꽃이라 한다. 단결성과 협동심을 상징하기도 하고 인내와 끈기로도 표현한다. 꽃 말도 ‘일편단심’이다. 변하지 않는 민족의 마음과 통한다고 한다.한 때 국가의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우리나라는 무궁화 꽃으로 애국심을 가르쳤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이라는 노래도 부르고 학교와 직장 곳곳에는 무궁화 꽃을 심어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시켰다. 나라 꽃 하나로 애국심을 똘똘 뭉치게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쯤 곳곳에 활짝 피어 있어야 할 무궁화 꽃이 구경하기조차 어려워졌다고 한다. 애국정신이 그만큼 희미해진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7-23

페미니즘과 펜스룰

펜스 룰은 지난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발언에서 유래된 용어다. 미국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2002년 당시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발언에서 비롯된 용어다. 이는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 외의 여성들과는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펜스 룰은 페미니즘으로 인한 미투운동이 크게 활성화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와 성차별을 타파하고, 여성의 성적 자율권과 주체성 확보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 정치적 운동을 뜻한다.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 숙명여대 강사 ‘펜스룰’ 논란이 있었다. 숙명여대에 출강했던 한 남성 A강사는 지난달 9일 자신의 SNS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 사진과 함께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고개를 돌린다”며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다. 더욱이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숙명여대 학생회는 A강사에게 입장문을 요구했다. A강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안 사게 주의하는 행동으로 바닥을 보고 다닌다는 내용이었다. 오해를 사서 안타깝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학부는 교수회의를 열고, 지난 15일 A강사의 2019년도 계약은 유지하되 2학기 강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과도한 처사’란 의견과 ‘펜스 룰’이란 보도가 뒤따르면서 논란을 빚었다. 여기서 펜스룰은 남성들이 여성과의 자리 자체를 피하는 것으로 여성을 사회에서 배제시키는 또 다른 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A강사의 발언은 펜스룰이 아닌 여성을 향한 성적대상화이므로 강단에서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페미니즘이 미투운동을 낳고, 거기에서 빚어진 펜스 룰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면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22

공시생의 범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15∼29세)을 의미하는 취준생이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그 숫자가 무려 71만4천 명에 달했다.놀라운 것은 그 중 30%인 21만9천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라 한다. 일반 기업체 입시 준비생(16만9천 명)보다 무려 5만 명이 더 많다는 통계다. 경기 침체로 인한 왜곡된 고용시장의 한 단면으로 보아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꽤 있어 보인다.공무원을 하겠다는 젊은이를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왜 공시생의 길을 집요하게 선택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그 까닭을 한번쯤 따져 보는 것이 옳다.특히 젊은이가 세상을 향해 품어야 할 원대한 뜻이 고작 공무원 정도라면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미래의 길을 잘못 가르쳐 준 거나 다름없다. 시대정신이나 가치관에 대한 고뇌보다는 직장인으로서 자녀의 안정성만 내다본 부모들의 생각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전통 유교문화권에서 가장 후진적 병폐라 하면 대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관존민비(官尊民卑)와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사상이다. 관리를 높게 보고 백성을 낮게 보는 사회적 풍토와 남녀 불평등의 오랜 고정 관념이 이 것이다. 두 가지 사상은 사실상 조선시대를 지배해 왔으면서 한편으로는 조선의 멸망을 재촉한 낡은 시대적 유물이라는 비판을 떨칠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시대의 공시생 양산현상이 혹시나 관존민비의 잔재적 사고에 기초한 것은 아닌지 괜스레 걱정이 된다. 물론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가진 건전한 젊은이도 많이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도전보다 안주를 선택하는 젊은이가 늘어난다면 국가의 장래를 봐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태산처럼 많은 지금이다. “한국에서 공무원이 되는 것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외국인의 비아냥을 따갑게 들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의 도전 정신은 이 시대를 살릴 유일한 기백(氣魄)이다.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정부가 심각히 고민하고 앞장서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21

군인 정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군인이기에 또는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본분의 문제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국민의 안위를 수호해야 하는 군인으로서 상명하복의 군인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충실히 임무를 수행한 그들의 희생에서 국방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존재하는 것이다.많은 사람이 보았을법한 영화지만, 이야기는 라이언가 4형제가 전쟁에 참전하면서 시작된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라이언가 4명의 형제 중 3명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한꺼번에 세 아들이 전사했다는 비보를 접한 어머니는 실의에 빠져들고 그러면서 하나 남은 막내아들의 생사를 걱정하게 된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미 육군 참모총장은 마지막 남은 막내아들을 살려서 집에 보내자고 판단하고 8명의 라이언 일병 구출팀을 전쟁터로 보낸다.라이언 일병 한명의 목숨이 여덟 명의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지 혼란스럽기도 한 영화이지만 전쟁이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발생한 극적 분위기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전쟁이 부른 비극적 현실과 전쟁을 통한 인간애, 군인정신이어서 가능했던 임무 그리고 애국심 등의 모습을 잘 보여준 영화다.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오로지 그들의 희생정신에서 나온다. 군이 오합지졸(烏合之卒)이니 당나라 군대같다는 비난을 들으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최근 북한 어선의 해상 노크 귀순 등으로 경계에 실패한 우리 군의 모습을 본 국민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해군 2함대 경계병 이탈사건과 사건 조작을 둘러싼 군의 막장 드라마 같은 모습에서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개탄스럽고 착찹했다. 오죽했으면 군의 기강 해이를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에 비견하는 글들이 나왔을까 안타까울 뿐이다.정경두 국방장관의 해임을 둘러싸고 여야가 기 싸움이다. 야당은 해임을 촉구하고 여당은 해임 사안은 아니라고 한다. 논란을 더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군인정신 살려 장관 스스로가 물러나는 것이 뒤늦었지만 당당한 모습일 것같은데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7-18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대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자동차보다 크기가 작고,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을 가리킨다. 젊은 직장인이 많은 경기 성남시 분당, 판교지역이나 서울 서대문구·마포구 대학가 일대에서 볼 수 있는 전동킥보드, 전동휠, 전기자전거 등이 대표적이다.대형차량과는 달리 구매 또는 관리비용이 저렴한 데다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고속성장해 2022년에는 시장규모도 약 6천억원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현재 국내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만 해도 15곳에 이른다. 특히 올해 정부가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에 얽혀 있는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PUMP는 최근 ‘씽씽’이라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시했다. 매스아시아의 ‘고고씽’도 올해 초 투자유치를 받아 지난 4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울룰로가 서비스하기 시작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의 경우 3월만 해도 3만명이었던 가입자 수가 지난 달 15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최초 전기자전거 공유시장을 연 일레클은 올해 4월 서비스 시작 3주만에 재사용률 70%를 달성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인천 연수구와 경기 성남시에 분포돼 있는 1천대의 전기자전거를 연내 3천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새로운 형태의 이동수단이지만 카풀 등 차량공유 서비스와 달리 기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은 만큼 시장을 형성해나가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관련 법제 등이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불법인 인도주행이 잦고, 헬멧 등 안전장치가 부족하고, 인도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전동 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때문에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잦다.제도 개선이나 제안을 하려해도 정부 어느 부처에 얘기해야 할 지 모르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 바야흐로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듯 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17

불국사역

역(驛)은 고대부터 동서양의 중요한 교통수단을 담당하던 장소다. 교통수단이라고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이곳에서는 역마를 갈아타기도 했고, 인마(人馬)와 마차(馬車)가 머무는 여관의 역할도 했다. 또 통신을 전달하는 일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조선 후기 공무로 급히 가는 사람이 타는 말을 파발마라 했는데, 역은 지친 파발마를 바꿔 타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우리나라에 기차가 들어오자 철마(鐵馬)라 불렀다. 옛날부터 말이 사람을 태어 나른다는 데서 유래한 탓이다. 나라의 재정에 관한 내용을 수록한 조선시대 ‘만기요람’에는 전국의 역마 수가 504군데 5천380필에 달한다고 했다. 교통수단으로서 역의 중요성을 잘 대변해주는 수치라 하겠다.지금은 철도역으로 의미가 대폭 축소됐지만 60대에 접어든 기성세대한테는 그래도 기차역은 추억이 서린 정겨운 장소로 기억된다. 대중교통이 원활치 못하던 그 시절 우리지역의 역은 내 고장의 모든 관문 역할을 맡았다. 지금으로 말한다면 역과 고속터미널, 소규모 공항의 역할을 몽땅 담당한 장소다. 그 시절의 모든 만남과 이별은 이곳에서 이뤄졌다.철도가 고속화되면서 우리 주변의 수많은 간이역들이 사라지고 있다. 중앙선 이설로 간신히 남았던 불국사역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야 할 운명에 처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인 1918년 11월 1일 영업을 시작한 불국사역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조선시대 건축물로 지어져 코레일은 이를 철도기념물로 지정하고 있다.2020년 신노선이 개통되면 철로 폐선으로 불가피하게 불국사역도 인적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 불국사역은 인근에 위치한 불국사와 석굴암 등을 찾는 관광객과 수학여행 학생들로 많이 붐벼 한 때는 전국 최고의 관광명소라고 이름을 날렸다. 관광도시 경주의 상징인 불국사역을 살리자는 2천여 주민의 건의서가 관계기관에 전달됐다고 한다. 많은 이들은 아직도 수학여행, 추억여행하면 경주 불국사를 손꼽는다. 낭만과 향수, 추억과 역사가 뒤엉킨 불국사역을 테마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좋을듯 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16

선글라스의 과학

여름철 뙤약볕 아래서 눈을 보호하기 위한 선글라스는 과학문명의 산물이다. 여름철 자외선은 염증 반응과 광산화 반응, 광화학 반응 등을 일으켜 결막, 수정체, 망막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고 대사 노폐물 생성을 촉진시킨다.이에 따라 광각막염, 결막주름, 익상편, 백내장, 황반변성 등의 안과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여름 눈 건강을 위해서는 선글라스가 필수다.각막을 보호하는 색소상피와 맥락막의 멜라닌 성분이 나이가 들수록 더 약화돼 고령자일수록 햇빛이 강한 날에는 반드시 선글라스를 써야한다.어떤 선글라스를 고를까. 우선 자외선 차단율이 100%인 렌즈가 좋다.단, 렌즈 착색 농도는 70∼80% 정도가 좋다. 너무 짙은 선글라스는 오히려 동공이 빛을 받기 위해 커지기 때문에 좋지 않다. 렌즈 크기가 커서 렌즈의 옆 공간으로부터 들어오는 자외선도 차단되는 형태가 좋다. ‘UV400 인증’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이는 400㎚ 이하 파장을 가진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한다는 의미여서 지표에 도달하는 UV-A와 UV-B를 대부분 차단할 수 있다.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지수는 가장 높은 수치인 100%가 가장 좋고, 최소 90% 이상은 돼야 한다. 또 UV-A와 UV-B 코팅이 돼 있는 멀티코팅이면 더욱 좋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UV-C(100-280㎚), UV-B(280-315㎚), UV-A (315-400㎚)로 구분되며, UV-C는 대부분 오존층에서 흡수되지만, UV-B 일부와 UV-A는 지표면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렌즈 색상에 따라 기능이 약간씩 다르다. 가장 많이 쓰는 검정색이나 회색, 갈색은 운전할 때나 자외선이 강한 바닷가에서 쓰면 좋다. 회색은 명암이나 색을 왜곡시키지 않아 자연색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녹색렌즈는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색으로 시원해 보이는 효과가 있고, 붉은색 계통의 렌즈는 사물과 주변 환경이 또렷하게 보여 자전거 탈 때나 골프 칠 때 적당하다. 미러렌즈는 백사장이나 스키장 등 자외선 반사가 심한 곳에서 착용하면 좋다. 과학문명이 눈을 보호하는 선글라스 하나에도 짙게 반영돼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15

94세 총리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 꾼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사람을 보냈다. 그러나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그도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불세출의 재간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람의 수명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인간의 한계다. 예로부터 사람은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인간의 가장 소중한 소망으로 삼았다. “사람의 목숨이 길고 짧은 것은 하늘에 달렸다”는 인명재천 의식 속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아프지 않고 오래 살도록 희망을 갈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00세 시대라 하지만 실제로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 건강하게 일한다는 것은 천운(天運)이라 할 만큼 행운이다. 올해 100세를 맞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를 70세”라 했다. 그는 “100세 나이까지 일할 수 있고 그것이 자신을 건강하게 하는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막상 90세를 넘겨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건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 나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김 교수처럼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그리 간단한 일이 결코 아니다.KBS 전국노래자랑 대회의 사회를 맡는 송해 선생의 경우도 이례적이다. 93세의 고령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활약하는 그가 우러러 보이는 것도 나이를 초월한 그의 열정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없었던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88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그는 “내가 하는 일과 나와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말해 아직 현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말레이시아 국가 정상인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최근 94회 생일을 맞았다는 외신이다. 93세가 되던 지난해 5월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던 그는 현재 세계 최고령 국가 정상이다.말레이시아 장수포럼에서 장수의 아이콘으로 추대받을 만큼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세계는 지금 100세 시대를 실감케 하는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 돌입을 앞두고 인간의 한계 극복을 위한 현상들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14

홍콩의 민주주의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기로 한 중국은 3가지 원칙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일국양제(一國兩制)와 고도자치(高度自治) 그리고 항인치항(港人治港)이 바로 그것이다.일국양제는 하나의 나라에 2개의 체제를 뜻한다. 즉 국가는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이지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에 따른 각종 제도를 홍콩의 것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을 말한다. 고도자치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홍콩 스스로가 자율권을 행사한다는 것. 항인치항은 홍콩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 통치하는 것을 뜻한다. 당시 중국의 덩샤오핑과 영국의 대처 수상은 이 같은 3가지 원칙을 50년간 유지하기로 확약했다.알다시피 덩샤오핑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 오늘의 중국경제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중국 개방 경제정책의 상징이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설파한 인물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론으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자는 것이 그의 경제개발 논리였다.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중국식 사회주의가 탄생한 것은 덩샤오핑의 ‘신의 한수’가 있었던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2013년 시진핑 취임 후 홍콩에 대한 중국의 생각은 달라졌다. 이같은 협약에도 홍콩을 중국화하기 위한 중국의 내정간섭과 압박은 이어졌다. 송환법을 둘러싼 홍콩의 대규모 시위의 배경에는 중국과의 투쟁이 숨겨져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백기 선언으로 홍콩의 시위는 일단 한 숨을 돌리게 됐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후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앞으로 28년만 지나면 홍콩의 운명은 중국의 지배하에 놓인다. 영국의 지배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경제체제에 익숙해진 그들이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에서 보았듯 민주주의에 대한 홍콩사람의 열망은 절박하고 간절하다. 그러나 홍콩을 길들이려는 중국 정부의 대응 또한 만만치 않다. 홍콩의 민주주의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인의 이목이 모아지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11

반일(反日) 감정

한국과 일본 국민 간의 나쁜 감정은 케케묵은 숙제처럼 오래된 일이다. 나라와 나라 간 국민적 나쁜 감정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한 국가 안에서 지역감정이 심각한 대립을 보이는 것을 보면 국가 간 감정 대립은 그냥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이다. 반일 감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하에 있던 국가나 대립관계에 있던 국가 사이에 생겨난 현상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 러시아 사람들에게도 이런 감정은 있다.우리나라 국민의 반일 감정은 주로 역사적 요인에 의해 해석된다. 임진왜란이나 고려 말부터 조선 중기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왜구의 습격과 침탈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 피해, 36년의 일제 강점기 통치,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교과서 왜곡 등 꽤 많은 분야에서 문제가 야기된다. 특히 일제 강점기 중 일본이 보인 한국인에 대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약탈적 식민지 정책들은 아직까지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으로 우리 국민에게 작용하고 있다. 쪽바리, 왜구, 왜놈 등 일본에 대한 멸시적 표현도 이런 연유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국민여론 조사에서도 일본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주변국 중에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나라로 응답자의 60%가 일본을 꼽는다.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른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경제적이나 안보적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러나 오랜 반일 감정에 얽힌 국민적 정서 때문에 가깝게 느끼기엔 여전히 먼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일본의 보복성 무역 조치가 시작되면서 나라 안팎이 시끌하다. 정부의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으나 반일을 둘러싼 대응책을 두고 갑론을박도 많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불매운동과 같은 민간 차원의 대응으로는 양국민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 실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얼마나 냉정하고 지혜로운 묘방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손자병법에 이르길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 했다. 국민들은 우리 정부의 대응만 주목할 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09

비정규직의 중규직화

최근 공공부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시위에 나섬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 중에는 교육기관부터 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에서 일을 하지만 반쪽 짜리 정규직이란 뜻에서 이른바 ‘중규직’으로 불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일자리 질보다 실적 달성 위주로 추진되면서 임금과 신분차별이 여전한 데 대해 노동자들의 분노가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문재인 정부는 출범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목표로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18만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결정됐고, 이중 14만여 명이 실제 전환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40여 만명 중 절반이상이 정규직 전환대상에 빠졌다. 일례로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은 아예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배제됐다. 또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공기업 등은 파견·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시 직접 고용 혹은 자회사 설립에 따른 간접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화근이 되고 있다. 조직규모·업무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실상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니 이 역시 중규직의 양산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약속한 정규직으로 실제 전환했지만 정규직과 처우가 다른 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을 샀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소속으로 노동조건이 일반적인 정규직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만 예산이나 재원의 한정속에 일단 고용안정은 보장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안이한 태도가 일선 기관에는 비정규직을 ‘무늬만 정규직화’로 해도 괜찮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져 비정규직의 중규직화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정책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와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08

식견(食犬) 문화

여름철이면 보신용으로 각광받았던 보신탕 먹기가 시들하다. 보신탕은 원래 개고기를 넣어 끓였다하여 개장국으로 불렸으나 혐오식품으로 눈총을 받기 시작하자 보신, 보양, 영양탕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 개고기를 파는 보신탕집은 이제 어림잡아 봐도 절반 이상은 없어졌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 물론 반려견 1천만 마리 시대에 역행하는 음식문화란 점에서 식견문화의 퇴조는 예견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보신탕은 조선시대 평민들이 즐겨 먹던 고기였다고 한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했던 시절 서민이 몸을 보신하기 위해 개고기로 요리한 개장국은 보양 음식으로서는 최고였다. 특히 체력 소모가 많았던 여름철이면 개고기를 잡아먹는 풍속이 있었다. 삼복날 보신탕집을 찾아가는 것은 이런 풍속에서 유래한 것이다.한자어로 개는 두 가지가 있다. 견(犬)과 구(狗)다. 견은 개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구는 글자 왼편에 있는 개사슴록 변에 (句)라는 발음이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다. 같은 개를 뜻하지만 쓰임새는 많이 다르다. 견은 긍정적일 때 사용된다. 충견(忠犬), 애완견(愛玩犬) 그리고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미의 견마지로(犬馬之勞) 등에서 알 수 있다. 반면에 구는 주구(走狗)와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 ‘교활한 토끼를 잡고나면 충실했던 사냥개가 쓸모없게 돼 잡아 먹는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 등에 사용된다. 특히 먹는다는 말을 할 때는 구탕이나 양두구육처럼 구가 들어간다.오는 12일은 초복(初伏) 날이다.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가 시작된다는 날이다. 우리의 조상은 삼복에는 복달임이라 하여 이 날은 몸을 보하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곳을 찾아가 더위를 이겨내곤 했다고 한다. 복날의 복(伏)자는 사람이 개 옆에 있는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더운 날에는 개처럼 엎드려 더위를 피하라는 뜻인지 알 수 없으나 복날과 개는 상관관계가 꽤 깊어 보인다. 그러나 개고기를 먹는 식견(食犬) 문화도 이젠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든다.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가 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7-07

청송군과 ‘지오 투어리즘’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서 관광도 분야별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일부 유명 관광지는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바람에 관광혐오증(투어리즘 포비아)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인구 5만 명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는 연간 2천5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소음, 물가, 쓰레기 등의 문제가 야기돼 주민들이 관광객 유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이를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이라고도 부른다.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으로 비극적 역사를 교훈으로 삼는 관광이다. 지오 투어리즘은 지형 지질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으로 지형 지질을 뜻하는 Geo와 관광의 Tourism이 결합한 용어다. 관광객에게는 지형 지질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장을 제공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농촌 체류형 관광으로 그린 투어리즘이란 표현도 생겨났다.청송군이 최근 국가지질공원으로 재인증받았다. 국가지질공원은 지질학적 중요성뿐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국가가 인증해 주는 제도다.이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보존가치가 높고 교육 및 관광을 통해 지속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임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청송군은 2014년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은데 이어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청송군, 무등산권 3곳만이 유네스코 인증의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돼 있다. 청송군의 주산지 등 전체 24곳이 지질명소로 지정돼 있다.청송군은 과학적 중요성은 물론 고고학적, 문화적, 역사적, 생태학적 가치와 미적 가치까지 국제적 명성을 가진 곳이라는 의미다. 우리지역 최대 명승지로 손꼽아도 손색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 내륙지에서는 가장 지오 투어리즘의 개념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다만 아직 청송이 지닌 가치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이제 청송군은 군의 내재적 가치를 잘 알려 지오 투어리즘을 통한 명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7-04

투키디데스의 함정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는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세력 판도를 흔들면 결국 양측의 무력충돌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이다.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가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처음 언급했다. 기원전 5세기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결국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 투키디데스는 이같은 전쟁의 원인이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여기에서 유래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미국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2017년에 낸 저서 ‘불가피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부터다. 앨리슨은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16차례였고, 이 중 12차례가 전면전으로 이어졌다고 집계했다. 경제적으로는 2014년 이미 미국보다 몸집이 커진 중국의 도전, 헤게모니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 그리고 두 거대국가를 이끌고 있는 시진핑과 도널드 트럼프, 둘 모두 ‘위대한 국가’를 외치며 충돌하고 있어 17번째 전면전 가능성이 ‘심각(grim)’해졌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야망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중국에 1등 앞자리를 내주고 2등 뒷자리에 만족하겠다고 물러서지 않는 한 무역분쟁, 사이버공격, 해상에서의 충돌 등은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최근에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조치를 취한 것 역시 한일판 미니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경제제재에 나선 일본이 괘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본이 이렇게 견제구를 던지고 나올만큼 우리 국력도 많이 커졌다고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도 갖게된다. 다만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나라들의 끝이 패망이었다는 해묵은 교훈을 생각해 한시빨리 한일 관계를 복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03

베이비부머의 위력

출생률이 다른 시기에 비해 현저히 상승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을 베이비부머라 한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6·25전쟁 이후인 1955년생부터 1963년생 사이에 태어난 사람을 말한다. 나라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다. 그들은 막강한 인구수로 국가 성장의 기둥이자 동시대 사회를 주도한 세력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미국의 베이비부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이며 미국 전체 인구의 26%를 차지한다. 그들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세대라 평한다.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며 사회 및 문화운동에 앞장 선 사람들이다. 히피문화와 록 음악이 그들을 대표하고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반전운동에도 앞장 선 사람들이다. 일본은 단카이 세대라 부르며 1947년부터 1949년 사이 출생한 사람들을 일컫는다.한국 베이비부머 세대도 이제 대거 은퇴 길로 접어들었다. 올해만해도 연간 80만 명이 넘는 사람이 60세 정년을 맞는다고 한다. 일하는 인력이 줄어들고 복지비용은 증가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인구는 총인구의 14%다. 인구수로 700만 명을 상회한다. 막강한 인구로 우리사회와 경제에 미친 영향력도 매우 컸다. 그들에게는 가난이란 기억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겪어야 했던 피폐한 삶을 아직 기억하는 세대다. 1958년생이 초등학생일 때는 콩나물 교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실이 꽉 차 오전반 오후반으로 쪼개어 수업을 받았다. 부모를 마지막으로 모시는 세대이면서 자식에게 부양받기를 포기한 세대다. 그러면서 자신의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세대다. 부포족, 낀 세대라 부른다. 베이비부머의 대거 은퇴가 귀농 귀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17년 51만 명에 달했던 귀농 귀촌인구가 지난해부터 50만 명대가 무너지는 등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귀농 인구가 줄어든 것도 베이비부머의 이동과 유관하다는 분석이다. 올 초 한국의 베이비부머 은퇴로 60세 정년 연장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의 베이비부머의 위력이다. 당분간 그들의 영향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7-02

키코(kiko) 분쟁조정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무려 732개 기업이 3조3천억원 상당의 피해를 보는 사태를 빚은 금융상품이다.당시 피해기업 상당수는 은행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3년에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이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는 대신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 직후 키코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오는 9일, 늦으면 16일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재조사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이번 분쟁조정 대상은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로, 피해금액이 총 1천50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번 재조사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부분, 즉 불완전판매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키코 상품 판매를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피해액의 20∼30%를 배상하라는 권고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다만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큰 경우 배상비율이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이 부담할 배상액은 300억∼450억원선이 된다.문제는 은행들이 권고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 손해배상에 대한 소멸시효(손해 발생일로부터 10년)가 완성된 상태여서 은행이 분쟁조정안을 거부하고, 피해기업들이 이후 소송을 걸어도 승산이 희박하기 때문이다.은행들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처럼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업이 150곳(피해금액 2천억∼4천억원 추산)에 달해 전선이 확대될 경우 피해 규모가 조 단위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선무당 사람잡는다’더니 어설픈 금융상품 한 번 잘못 판매한 것이 뼈아프다.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상품이나 경제정책은 파급효과가 큰 만큼 더욱 더 신중하게 수립·시행할 필요가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7-01

달성공원

대구 달성공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성이면서 보존 상태도 가장 좋다. 삼한시대 부족국가인 달구벌의 옛 성읍 중심지다. 신라시대 때 달구화(達句火) 혹은 달불성 등으로 불린 것은 달구벌에서 유래한 탓이다. 신라시대 경덕왕 때 달벌을 한자명으로 고치면서 대구(大丘)로 바뀌었다. 지금의 대구(大邱)는 조선시대 와서 사용된 명칭이다.1천800년 전 토성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달성공원은 대구의 뿌리이자 본류라 할 수 있다. 고대 시대부터 우리 선조들의 생활 중심지며 터전이다. 달구벌이란 명칭이 지금까지 어어져 온 것만으로 대구의 정체성 등이 집약된 장소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고려 이후 달성 서씨가 대대로 살아 왔으며 조선 세종 때 서씨 문중이 이 땅을 국가에 헌납하였다.1905년 고종 때 공원으로 처음 만들었다. 일제강점기에 대구신사가 이곳에 들어섰으나 해방 후 곧 철거되었다. 1967년 대구시가 이곳에 새로운 공원조성 계획을 세워 만든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대구의 최초의 공원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시설이 낡아 젊은이들도부터는 비교적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대구의 본류답게 대구를 상징하는 문화와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어 달성공원의 가치성은 높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토성이란 의미와 함께 상주에 있던 경상감영이 대구로 이전하면서 처음 자리를 잡았던 역사성도 간직한 곳이다. 대구읍성이 헐리면서 정문인 관풍루가 이곳으로 옮겨져 와 있다. 달성 서씨 유허비, 동학혁명의 최제우상, 일제시대 순종이 다녀간 비운의 길과 이야기, 키다리 문지기 아저씨, 동물원 등 숱한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곳이다.세계적 명성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중 두 명이 대구 출신이다. 뷔와 슈가가 바로 그들이다. 그 중 뷔의 고향이 대구 달성공원 인근 동네이며, 그는 유년시절을 보냈던 달성공원에서의 추억들을 SNS에 소개해 화제가 됐다. 최근 일본의 모 잡지는 ‘한국에 가면 꼭 봐야할 BTS성지 순례지’를 소개하면서 대구 달성공원과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 해안 등 우리지역 두 곳을 포함시켰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감안한다면 달성공원 등이 관광지로서 대박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6-30

망전필경(忘戰必傾)

영국은 우리의 현충일을 포피 데이(Poppy Day)라 부른다. 포피란 길고 가느다란 줄기 끝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개양귀비 꽃을 말한다. 개양귀비는 중국에서는 항우의 애첩 우미인의 무덤에서 피었다 하여 우미인초라 한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를 벌여 수많은 젊은이의 목숨이 사라져간 플랜더스 벌판에 핀 개양귀비의 꽃에서 이름을 따와 기념일에 새겼다. 이 날은 모두가 꽃을 가슴에 달고 전쟁 영웅의 정신을 추모한다.나라마다 현충일을 정해 엄숙한 국가적 의식을 치르는 것은 국민에게 나라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가치 있는 공동체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조선시대도 공신에 관한 사무를 관장했던 관서로 공훈부를 두었다. 시대에 따라 나라마다 공훈의 의미는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이 끝난 후 전사한 전몰장병 합동 추도식을 거행하다 1956년부터 국가 기념일을 지정했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졌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호국정신을 추모하고 기리자는 뜻이다.예로부터 우리의 조상은 24절기 중 9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일을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에 가장 좋은 날로 꼽았다. 좋은 날이라 하여 이때쯤 제사를 지내는 풍습도 많았다. 망종은 음력 5월로, 양력으로는 대체로 6월 6일 무렵이다. 현충일이 제정된 것도 망종날을 기준으로 삼았다.호국보훈의 달인 6월도 다 지나간다. 이 달은 현충일과 6·25 한국전쟁, 6·29 제2연평해전 등이 있은 달로 우리가 이런 일로 희생된 많은 이들의 호국정신을 깊이 새겨야 하는 달이다. 그러나 이러함에도 올 호국보훈의 달은 유난히 안보를 우려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해 국민의 걱정을 키웠다.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 논란이나 최근 일어난 북한 어선의 삼척항 접안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이런 것들이다.북한과 중국은 시진핑의 방북을 계기로 새로운 밀월시대를 선언했다. 안보 불안을 두고 논란을 벌일 만큼 우리의 처지가 여유롭지 않은 때다. 전쟁을 망각하면 나라가 위태롭다(忘戰必傾)는 말 되새겨야 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6-27

스몸비족

스몸비족은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성한‘스몸비(smombie)’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이 말은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가리킨다.스몸비족은 특히 스마트폰 화면에 눈길을 빼앗긴 탓에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가 잦아 문제가 되고있다. 실제로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보행 중 주의분산 보행사고로 접수된 사건은 모두 6천340건인데, 이 가운데 6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다 차량과 충돌하는 등 휴대전화 사용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 중 사고뿐 아니라 뒷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길 한복판이나 지하철 환승통로 등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천천히 걷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겨울철에는 미끄러운 빙판길을 보지 못하고 넘어지는 등의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낮아지며 ‘스몸비 키즈’까지 증가하고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3월 시 조례에 ‘모든 시민은 횡단보도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한 곳곳에는 일명 ‘바닥 신호등’이 설치됐으며, 횡단보도에는 스마트폰 사용에 주의를 당부하는 표지판이 설치됐다. 서울시는 버스와 지하철에 공익광고를 게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해외에서도 스몸비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가 모바일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최초 적발 시 15~35달러,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75~99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경우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서는 바닥에도 신호등을 설치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아예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전용도로를 만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6-26

스포츠 스타의 몸값

토트넘 소속 손흥민 선수의 몸값이 화제다. 박지성 선수 이후 한국 선수로서는 두 번째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던 손 선수의 몸값이 한화로 1천억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독일의 축구 이적 전문사이트 ‘트랜스퍼 마르크트’가 밝힌 손 선수의 시장가치(예상 이적료)는 8천만 유로(약 1천52억 원)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축구선수 50명 중 33위다. 손 선수는 2018∼2019년 시즌대표팀과 소속팀 토트넘을 오가며 모두 20골을 터뜨리며 몸값을 높였다.운동선수의 몸값은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만하다. 적정성에 대한 시비는 여전히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 선수의 몸값도 1천억 원을 육박한다는 보도가 얼마 전 있었다.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스포츠 스타의 수입(연봉+광고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는 축구선수 출신 3명이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다. 바르셀로나 소속의 메시(31)가 한화로 1천5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던 것으로 발표했다. 그동안 12번 수입 1위를 차지했던 프로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는 올해 11위에 머물렀다.구직난에 시달리는 한국의 젊은이한테 스포츠 스타들의 연봉 얘기는 별천지 사람 일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의 시장은 본인이 하기에 따라 그 대가는 상상을 불허할 만큼 지불되는 요지경 속이다. 한국의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한국의 구직 젊은이가 받고 싶은 희망 연봉이 평균 2천981만 원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어려운 구직난을 반영한 탓인지 우리 젊은이가 받고 싶은 연봉액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의 최고 연봉으로 받고 싶은 금액을 1억 원 정도라 했다. 전체 응답자의 51%는 실제로 꿈의 연봉인 1억 원을 평생 받아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 대답했다.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천정부지 치솟는 스포츠 스타들의 몸값 소식이 이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질까. 세상은 여전히 공평치 않은 것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