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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할매할배의 날

경북도가 4년 전 제정한 `할매할배의 날`은 제정 취지에 비해 활성화가 안 돼 아쉬움이 큰 사업이다. 물론 취지가 좋다고 성과가 반드시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활성화가 됐으면 하는 사업으로 본다면 `할매할배의 날` 만한 것도 잘 없다. 도로를 내주거나 주민의 숙원을 풀어가는 예산투입 사업은 아니지만 가정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정신문화 운동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는 의미다.당면한 노인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도 `할매할배의 날` 지정은 매우 바람직하다. 경로사상을 고취할 수 있을뿐 아니라 가정의 공동체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노인세대와 손자세대간 소통은 외로워지기 십상인 노인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자녀들의 인성 교육에도 좋은 결과를 준다. 예로부터 내려온 격대교육(隔代敎育)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맡아 생활을 같이하며 교육시켜 온 것이 우리의 관습적 교육 형태였다. 이를 우리는 무릎교육이라고도 부른다. 손자손녀들이 할머니 무릎에 앉아 생활 예법을 배운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지금 우리사회는 급격한 노령화로 노인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노인부양 문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두명 중 한명이 빈곤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반면에 연금소득 대체율은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인세대가 가질 희망이라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자식과의 가족공동체적 관계가 끈끈히 유지될 수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할 것이다.`할매할배의 날`은 위기에 선 우리의 노인에게 큰 기쁨이 될 유익한 수단이다. 경북도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하고 온 가족이 노부모를 찾아보도록 권장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만이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는 인정이 솟구치면 좋겠다는 뜻이다. 봄날을 맞아 가족동반 외출 시간이 많아졌다. 할매할배를 찾아보는 넉넉한 마음의 시간도 가져보자./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02

불평등 사회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는 그의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인간 불평등의 기원은 사유재산 제도에 있다”고 했다. 사유권을 두고 부자의 횡령과 빈자에 대한 약탈이 시작되는 등 무서운 전쟁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지금 우리사회가 부의 축재와 성공을 위한 경쟁적 구도로 치닫는 것이 이와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서울대학교 연구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 우리사회의 불평등 원인으로 `상속증여`(34%)를 가장 많이 꼽았다. 부의 축재로 성공한 부모들로부터 물러 받은 재산이 불평등을 초래하는 큰 이유로 본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정책`이다. 정부정책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세 번째는 `교육기회 격차`다. 이 역시 가진 자가 유리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답변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개인의 노력을 통한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70%이상이 `보통이하`로 답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대체로 한국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2000년대 들면서 우리사회에는 불평등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많이 탄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갑질`이다. 갑을관계에서 나온 말이다. 대리점 점주에게 우유를 강매한 `남양유업 사태`나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등에서 많이 쓰였다. `금수저와 흙수저`도 불평등을 풍자한 용어다. 수저계급론이라 부른다. 부모로부터 물러 받은 부가 사회적 계급을 결정한다는 자조적 표현이다.`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돈이 사람의 형량까지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풍자한 말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이 말에 국민의 80%가 동의한다고 응답해 모두를 놀라게도 했다. `빈익빈 부익부`도 가진 자의 부의 세습을 통한 불평등을 꼬집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세상이다. 어느 정도의 필요 수단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최근 한국건강 형평성학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소득상위 20%가 하위 20%보다 기대수명이 6.5년이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유전무병 무전유병(有錢無病 無錢有病)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30

위수령 보도 논쟁

촛불시위 당시 정부가 위수령(衛戍令)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위수령은 긴급사태라고 판단할 경우 육군참모총장의 승인이나 국회 동의 없이도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이다. 논란의 요지는 JTBC가 지난 20일 박근혜 탄핵촉구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했다고 보도하자 SBS에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의 요청에 의해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한 것인 데, 핵심전제를 빠트리고 보도했다고 반박했고, 이를 다시 JTBC가 재반박한 끝에 언론중재위원회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다.위수령의 기원은 1965년 4월 한일협정 및 한일기본조약이 가조인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생 및 대학생들의 반대데모가 폭발, 4월 17일에는 데모사태가 폭동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고, 8월 26일 경찰병력으로 치안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서울특별시장 윤치영의 요청으로 서울 일원에 위수령이 발동됐다. 고려대와 연세대에 휴업령이 내려지고, 정치교수라는 이름으로 일부 교수가 학원에서 추방됐다. 이 사태를 계기로 위수령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1970년 대통령령 제4949호로 본문 22개조와 부칙으로 된 위수령이 제정됐다. 위수사령관은 치안유지에 관한 조치에 관해 시장·군수·경찰서장과 협의해야 하며, 병력 출동은 육군참모총장의 사전승인을 얻어야 하나 사태가 위급한 경우 사후승인도 가능하도록 했다. 병기는 자위상의 필요, 진압·방위 등의 필요가 있을 때에 사용하며, 사용했을 때는 즉시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이 법에 따른 최초의 위수령은 1971년 10월 15일 각 대학에서 반정부시위가 격화됐을 때 서울 일원에 발동,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10개 대학에 휴업령이 내려지고 무장군인이 진주했다. 군사독재정부의 자의적 권한집행을 상징하는 위수령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대통령령으로 유보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같이 전근대적인 위수령 규정이 아직도 대통령령에 남아있다는 사실만 해도 관련 책임자들의 무신경과 직무태만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29

총기의 나라 美國

서부극은 미국 영화가 자랑하는 대표적 장르다. 미국의 서부지역을 무대로 펼쳐지는 서부개척 시대의 이야기가 배경이 된 영화다. 다른 나라에는 볼 수 없다. E.S 포터 감독의 `대열차 강도`(1903년)가 효시다. 이후 미국에는 수많은 서부영화가 제작됐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화다. 꽤 인기도 끌었다. 게리 쿠퍼, 존 웨인, 헨리 폰다 등 유명한 서부극의 주인공은 우리의 기성세대한테도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들이다. 서부극의 기본 구성은 남성적이면서 개척자 정신을 가진 주인공의 맹활약에 있다. 서부지역 개척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애와 권선징악적 요소를 감안한 스토리가 주제로 다뤄진다. 영화로서 매력은 총격 장면이다. 악당과 벌이는 결투 장면이 항상 클라이맥스로 처리된다. 미국의 서부극을 본 따 이탈리아에서도 서부극을 만들었으나 서부개척의 내용은 없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불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황야의 무법자`가 대표적인 영화다.미국의 총기문화는 서부극에서처럼 서부 개척시대의 자기 방어적 수단으로 시작했다. 미 대륙에 발을 디딘 정착 주민들에게 총은 중요한 생활필수품이었다. 야생동물이나 인디언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했으며, 사냥을 통해 부족한 육류원을 조달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미국은 총기소지 권리를 헌법이 인정하는 나라다. 미국에서 합법적인 면허를 가진 총기 취급상이 약 15만 명에 달한다. 서점이나 학교 수보다 오히려 많다. 미국 가정의 3분의 2가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 20초에 1명이 총기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다고 하니 미국은 세계 최고의 총기 보유국가이자 총기 재난국가다.그러면서 총기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오랜 세월 생활과 밀착한 총기문화 때문이다. 미 국민 대다수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최종적 수단으로 여전히 총기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지난 주말 미 전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 총기반대 시위가 있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경한 분위기라 전미총기협회를 긴장케 했다고 한다. 미국의 총기딜레마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궁금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28

선거의 비례성 원칙

선거에는 소위 4원칙이 있다.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이 4원칙 외에 선거와 관련한 원칙 가운데 `선거의 비례성 원칙`이란 말이 있다. 이는 투표자의 의사가 국회의원 의석비율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리킨다. 이는 사실 주권재민이란 민주국가의 기본원칙에 해당하지만 선거구제에 따라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방식 역시 선거의 비례성 원칙에 다소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과다한 사표를 발생시키고, 정당득표와 의석비율의 불일치로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대 총선의 경우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합산득표율은 65% 정도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80%가 넘었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합산득표율은 28% 정도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15%가 채 되지 않았다. 이는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대표제가 결합된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가 소수 정당에 불리하다는 결과를 드러내 보여준 결과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개헌안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되어야 한다`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했다. 이에 따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얻는 쪽으로 선거법을 개정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만든 셈이다. 선거 비례성 원칙은 소수정당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이 대통령 개헌안에 호응할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표를 받은 만큼 의석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말처럼 그리 간단치 않다. 세계 각국에서 실시하는 선거제도는 굉장히 다양하며 표의 비례성을 실현하는 방안 역시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개혁의 핵심은 정당 지지도를 넘어서는 거대 양당의 과대 대표를 억제하고 양당이 포괄하지 못하는 제3·제4 세력에게 지지율에 부합하는 정당한 대표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선거 비례성의 원칙이 최대한 보장되는 선거제도 개혁문제는 시급하지만 다양한 대안을 고려하고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할 과제라는 게 정치권의 일관된 목소리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27

솔로의 시대

10여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 싱글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의미로만 사용됐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에서 싱글은 미혼뿐 아니다. 비혼, 돌싱, 싱글 맘, 싱글 대디 등 많은 상황을 포함한 개념으로 통용된다.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관념으로 바뀌어 간다. 하나의 트렌드적 현상이다.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가 내년에는 부부와 자녀가 같이 사는 가구 수를 앞지를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우리 사회의 가파른 노령화가 한 몫을 했지만 젊은 층의 비혼(非婚)도 1인 가구 증가의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홀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솔로사회란 말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솔로사회를 상징하는 혼밥, 혼술 등의 외식 트렌드도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업계서는 이 같은 트렌드를 쫓아 각종 상품개발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가전업계는 소형 냉장고나 세탁기, 미니 밥솥, 미니 가습기 등을 내놓고 있다. 혼밥 및 혼술족을 위한 편의점의 증가도 눈에 띄는 변화다. 김밥, 떡볶이, 햄버거 등 간편식의 매출도 점차 늘어난다.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가 197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건수는 26만4천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7천200건이나 줄어들었다. 2012년 이후 6년 연속 감소한 것이다. 남녀 평균 초혼 나이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다. 남자는 32.9세, 여자는 30.2세로 10년 전 보다는 남자 1.8세, 여자 2.2세가 증가했다. 만혼시대로 접어드는 양상이다.이 상태로 가면 출산율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게 뻔해 국가적으로도 적잖은 부담이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솔로의 시대에 정부는 어떤 정책과 철학을 구상하는지 궁금하다.청년실업 해소와 같은 대책은 오히려 단기적 처방에 불과할지 모른다. 우리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는 사회적 관심과 정책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우정구(객원 논설위원)

2018-03-26

안동의 문화가치

안동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자처하는 데는 몇 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다. 먼저 유교문화의 최대 보존지란 점이다. 예절과 학문이 왕성한 추로지향(鄒魯之鄕)의 전통이 살아 남아있는 도시다. 그리고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 속에 선비정신이 잘 이어져 오는 것도 정신문화 도시로서 특징을 자랑한다. 또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최초 발상지이자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안동은 시대정신이 그때 그때마다 살아왔던 고장이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당 시대의 정신을 앞장서 실현한 고장임을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정신문화의 본향으로서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살아 숨 쉰다고 믿는 도시다. 그래서 한국 안에서도 가장 한국적 도시로 손꼽히는 고장이다.우리나라 최초로 지역학인 안동학(安東學)이 출발을 했고, 연구 성과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도 안동이 지닌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1999년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을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가 안동을 방문했던 것도 이러한 풍부한 한국적 콘텐츠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유홍준 박사는 그의 책에서 “안동의 문화권에는 유교, 불교, 민속 등 전통적 삶의 형식이 모두 잘 보존돼 있다”는 말로 이곳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유네스코는 1972년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인간의 부주의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유산협약을 만들었다. 유산의 성격에 따라 세계유산과 인류무형유산, 기록유산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2010년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안동지방의 문화적 가치가 국제적으로 처음 인정받는 계기였다. 2015년에는 국학진흥원이 보관 중인 조선시대 유교책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경사를 맞았다. 지금 이곳은 `하회탈춤`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준비 중이다. 만약 이것이 성사된다면 안동은 명실상부한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의 보고가 된다. 안동의 문화가치라 할 만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23

태움문화

대형병원의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태움 문화`로 인한 비극적 사건이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주로 대형 병원의 간호사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의미한다. 명목은 교육이지만 실상은 과도한 인격 모독인 경우가 많아서 간호사 이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란 직업의 특성상 조금의 잘못도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간호사 간의 위계질서와 엄격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폭력이나 욕설, 인격 모독 등이 가해지면서 `태움 문화`라는 고질적 병폐를 낳았다는 지적이다.태움문화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제도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앞으로 의사나 간호사가 태움·성희롱 등 인권 침해 행위를 하면 면허정지 등 제재를 하도록 하고, 태움 문화의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간호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2022년까지 10만명의 신규 간호사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확정했다. 대책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 교육에 가이드라인이 생긴다. 신입 간호사 교육 전담자를 두되 교육 기간에는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 또 신규 간호사가 업무를 충분히 익힌 뒤 실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3개월 이상 교육을 받게 유도할 계획이다. 또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까지 신규 간호사 10만명을 추가로 양성하기로 했다. 국내 인구 1천명 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5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기관 내 인권침해 대응체계도 처음으로 마련된다. 간호협회 내에 `간호사 인권센터`를 두고 성희롱 등 인권침해 신고를 받고,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권위주의와 위계 문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직장내 괴롭힘 또는 왕따문화의 일종인 태움문화가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다. 긴 호흡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을 수 있는 꾸준한 노력이 후진적 태움문화를 뿌리뽑는 지름길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22

맹모와 사교육

자식에 대한 부모의 교육열을 나무랄 수는 없다.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를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인간의 성장에 있어 환경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지만 본질적 시각에서 보면 자식에 대한 부모의 교육적 관심이다. 맹자 어머니의 교육적 가르침에서 따온 `맹모단기(孟母斷機)`란 말이 있다. 맹자가 고향을 떠나 공부를 하던 어느 날 기별도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때마침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하던 맹자의 어머니는 반가운 마음을 뒤로하고 아들에게 물었다. “공부가 어느 정도 됐느냐”. 맹자는 대답했다. “아직 미치지 못 하였습니다”. 이 때 맹자의 어머니는 짜고 있던 베틀의 실을 끊고 “네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내가 지금 짜고 있는 베의 실이 끊어지는 것과 같다”고 꾸짖었다. 이 말에서 유래해 `단기지교(斷機之敎)`라는 말이 생겨났다. 맹자 어머니의 교육열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작년 사교육비가 또다시 늘어났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작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무려 18조6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3.1%가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70.5%), 참여 시간(6.1시간)도 늘어났다.원래 사교육은 공교육에 배치되는 개념으로 1960년대 초반 무렵 우리 사회에 처음 등장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경쟁에서 보충교육 형태로 보편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또 고액 과외의 등장으로 입시경쟁의 불공정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그렇다고 사교육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부족한 공부를 따라 잡아주거나 아이에 따라 재능을 키워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최근 베트남 젊은 부모의 교육열이 한국을 뺨친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 종전 후 태어난 세대가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나라 80년대와 비슷한 양상이라 한다.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교육적 열의는 어쩌면 당연하다. 다만 이런 사회적 욕구를 채워줄 공교육의 수준이 문제인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21

예술단 방북공연

남북 화해무드가 본격화하면서 우리 예술단의 북한공연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한과 북한이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한 예술단 평양공연과 관련 실무접촉을 열게 됨에 따라 남한예술단 구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측 실무접촉 대표단은 예술단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작곡가 윤상을 포함해 통일부 박형일 국장, 청와대 통일비서관실 박진원 선임행정관으로 구성됐다. 북측은 실무접촉 대표단으로 삼지연관현악단 현송월 단장과 김순호 행정부단장, 안정호 무대감독 등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남측 예술단의 북한 공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지난달 9일 강릉아트센터와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방남 공연에 화답하는 형식이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이 실현되면 2002년 9월 KBS 교향악단의 공연 이후 16년 만에 열리게 된 셈이다.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측 예술가들은 북한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펼쳤다.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는 패티김·태진아·설운도 등 중장년 가수 외에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이 출연했다. 2002년 9월 평양에서는 KBS교향악단이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연합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무대에 올랐고 같은 달에 평양에서 이미자·윤도현밴드 등이 공연했다. 2003년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열린 `평양노래자랑`은 코미디언 송해와 북한 여성방송원 전성희가 공동으로 진행, 남북이 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2005년에는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조용필콘서트가, 2006년에는 금강산에서 윤이상평화재단 주최로 열린 남북 음악인들이 합동으로 참여한 `윤이상 기념음악회`가 열린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 등에서 비핵화를 둘러싼 합의나 협상이 급진전되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여의치않다면 정서적인 교감을 앞세우는 문화예술교류를 하는 것이 남북 긴장완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평화든, 통일이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묵묵한 우보로 뚜벅뚜벅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20

수달의 도시

수달은 족제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더 크다. 몸길이가 65~75㎝ 정도이며 꼬리 길이가 몸길이의 3분의 2정도 차지한다. 야행성이며 물가에 서식굴을 가지고 있다. 육식성이다. 주로 어류를 섭식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조류, 포유류, 양서류까지도 먹는다. 하천 생태계의 최상의 포식자이며 핵심종 역할을 한다고 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유라시아, 아프리카, 북미 등 13종의 수달이 있다. 한국에 서식하는 수달은 유라시아종이다. 과거에는 한국에서도 수달을 전국에서 볼 수 있었으나 모피용(毛皮用)으로 남획되고 하천이 황폐화되면서 그 수가 확 줄었다.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 제 330호로 지정되고,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수달은 해당지역 수환경의 건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수환경의 지표종이라 보고한다. 수달의 서식은 그 지역 생태환경의 바로미터인 셈이다.대구에서는 2005년 1월 4마리의 수달이 신천에서 처음 발견됐다.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이후 대구시와 환경단체의 보호를 받은 수달은 다음해 11월 조사에서 최소 16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 주최로 민간 야생동물단체가 오랜 시간 연구해 보고한 내용이다. 개체 수 증가와 함께 서식지도 금호강을 지나 신천을 거쳐 가창댐으로 이어지는 전 지역을 이용한다고 보고했다. 작년 8월 수성못에서도 수달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수달의 서식 영역이 그만큼 넓어진 것으로 해석된다.올 들어 대구시 북구 팔거천에서도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구시가 매우 고무되고 있다. 신천에 이어 팔거천에서도 수달 서식이 확인되면서 친환경도시 대구를 알리는 데 수달을 적극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수달도시 대구`를 관광 상품으로 연계하는 방법도 모색키로 했다.작년 12월 수달 이모티콘을 자체 제작해 배포한 대구시는 최근에는 이모티콘의 저작권과 상품권 특허를 신청했다. 이제 수달이 청정도시 대구를 알리는 홍보대사가 됐다. 반갑다 수달./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19

`리틀 블랙 드레스`

패션이란 유행, 풍조, 양식 등의 개념을 담고 있다. 주로 의복이 중심이 되는 유행을 의미하나 요즘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광범위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패션은 논리적이지 않다. 감성적이고 기발하다. 사소한 일에서도 출발할 수 있다. 그래서 패션은 파격적일 때가 많다.오늘날에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과거 우리 선조가 옷을 통해 신분과 계급을 구별했다면 지금은 옷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이미지를 표현한다.`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는 짧은 기장의 이브닝 가운이나 칵테일 드레스의 일종이다. 심플하고 우아한 디자인이 다른 패션 아이템과는 잘 어울릴 뿐 아니라 편안한 자리든 격식적인 자리든 활용하기가 쉽다. 패션 전문가들은 1926년 샤넬의 작품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으나 상징적 의미로 본격 알려진 것은 오드리 햅번이 등장한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에서다. 가련하면서 심플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그녀에게 검정색 드레스는 절묘한 결합이었다.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이 옷은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특히 블랙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받쳐준 진주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업스타일 헤어, 버그아이 선글라스는 기막힌 조화로 그녀를 불멸의 영화배우로 기억하게 한다.지금도 리틀 블랙 드레스는 패션용어로 자리를 잡았고 패션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자 기본공식으로 통한다.오드리 햅번이 입고 출연한 검정색 드레스를 디자인한 이는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다. 그가 91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지방시는 생전에 블랙 드레스를 세 번 카피했다고 한다. 첫 번째 것은 마드리드 의상 박물관에 있고, 다음은 크리스티 경매에서 92만 달러에 팔렸다고 한다. 마지막 하나는 지방시 패션하우스에 보관돼 있다.의상 디자이너 한 사람이 남긴 문화적 흔적에서 우리는 매우 흥미로움을 느낀다. 이것이 문화적 가치이자 예술의 힘이 아닐까 싶다.우리에게도 언젠가 이런 문화적 힘을 가진 디자이너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실감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16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과 유족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연금, 비서관 임명, 경호 등의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우선 전직대통령에 대하여는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 연금지급액은 지급 당시 대통령 월급의 95% 상당액으로 한다. 2016년 기준으로 하면 연금액수는 연 1억4천853만원에 달한다. 즉 매월 1천237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전직대통령의 유족중 배우자에 대해서는 유족연금을 지급하되, 그 연금액은 지급당시의 대통령 보수년액의 70% 상당액으로 한다. 전직대통령의 유족중 배우자가 없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연금을 전직대통령의 30세 미만의 유자녀와 30세 이상의 유자녀로서 생계능력이 없는 자에게 지급한다. 또 전직대통령은 비서관 3명을 둘 수 있다. 비서관은 전직대통령이 추천하는 자중에서 임명하되, 1명은 1급 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으로, 2명은 2급 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으로 한다. 전직대통령 또는 그 유족에 대해서는 필요한 기간의 경호와 경비, 교통·통신 및 사무실의 제공 등 전직대통령으로서의 필요한 예우를 할 수 있다. 경호는 대통령 경호실법에 따라 7년간 청와대가 맡는다.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권리가 정지되거나 제외되는 경우도 규정돼 있다. △재직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그리고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정부에 대하여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경우 등이다.현재 전직 대통령으로서 생존해 있는 사람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명. 이 가운데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금고이상의 형을 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재직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에 해당돼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받을 자격이 박탈됐다. 따라서 현재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고 있는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그런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의 소환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 앞에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검찰 수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이야말로 참담하기 그지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15

중국 시황제(始皇帝)

서양인에게 중국사에 가장 영향력을 미친 인물을 꼽으라 하면 진시황(秦始皇)과 마오쩌둥(毛澤東) 두 사람을 가장 많이 든다. 마오쩌둥은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를 완성시킨 인물이고, 진시황은 중국 자체를 만든 인물이다. 특히 진시황이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통일하지 않았다면 중국은 유럽처럼 여러 개의 나라로 쪼개져 발전해 왔을지도 모른다. 세계사가 달라졌을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천체물리학자인 마이클 하트가 쓴 `세계를 움직인 100인`은 세계 역사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인물 100인의 삶과 사상, 업적 등을 소개한 책이다. 동양인으로서 7명의 인물이 소개됐다. 그 중 진시황이 17위, 마오쩌둥은 89위에 올랐다. 1위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 2위가 만류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영국의 뉴턴이다. 등위는 별로 중요치 않아 보인다.중국의 진시황제는 중국 천하를 최초로 통일하고 중앙집권적 국가를 세웠다. 자신의 공덕을 뽐내고 지고무상한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스스로를 황제라 칭했다. 진시황은 봉건정치의 부활을 막기 위해 각종 제도 개혁에도 앞장섰다. 심지어 봉건제도를 뒷받침해 온 유교철학을 없애기 위해 유학책을 불태우고 400여 명의 유생을 산채로 묻는 분서갱유를 일으켰다.진시황은 우리에겐 불로초로 잘 알려진 왕이다.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우리나라까지 신하를 보냈다. 그러면서 본인은 정작 49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은 지 2천20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또다시 `시황제 시대`의 개막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 이목을 모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배체제 부활에 대한 외신들의 곱지 않은 평이다.종신집권까지 가능케 한 헌법 개정은 향후 중국 정국에 커다란 변수로 떠올랐다. 단기적으로 부패척결 등 난제를 푸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독주는 필연적으로 역풍을 만날 수밖에 없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도 2대를 못 넘겼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14

자동차와 기차의 차이

현대사회에서 대중교통수단인 자동차와 기차는 여러모로 다르다. 그 중 안전벨트의 유무가 특징적이다. 자동차에는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차량에 탑승한 사람 모두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기차에는 안전벨트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다. 기차에 안전벨트가 없는 이유는 몇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제동거리가 다르다. 안전벨트는 차량이 갑자기 급제동을 할 경우 차 안의 사람들이 받게 될 충격을 줄여주고, 급제동으로 자동차 앞유리를 깨고 사람이 튀어나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하지만 열차는 급제동을 해도 자동차처럼 한 순간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속 300㎞의 KTX열차의 경우 급제동을 해도 바로 제동이 되지 않고, 1분 가량 지난 후에야 정지한다. 제동거리가 무려 3㎞가 넘고, 제동이 걸리는 1분 동안 승객은 시속 10㎞를 달리고 있다고 체감하기 때문에 급제동에 따른 피해를 막는 안전벨트가 필요없게 된다. 두번째는 차량 무게의 차이다. KTX는 차체 무게만 362t에 달한다. 즉, 기차는 웬만한 물체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열차가 아니라 부딪힌 쪽이 날아가 버리거나 찌그러지게 된다. 또 무거운 차체가 충격을 자체 흡수해 사고의 충격이 승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세번째는 사고시 조치의 신속성을 위해서도 안전벨트를 설치하지 않는다. 기차 승객이 안전벨트를 맨 상태에서 기차가 탈선하거나 다른 물체와 충돌해 사고가 발생하면, 대피하거나 구조작업을 방해해 승객의 위험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기차 사고는 자동차 사고처럼 사람이 밖으로 튕겨져 날아가버리거나 차체안의 충격으로 다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차 차량이 찌그러지면서 의자에 앉은 채 압사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기차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을 경우 유사시에 승객이 신속히 대피하는데 방해요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열차에서도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지 않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장비가 어떤 경우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역설의 당위성이 당연한 듯 흘러가는 인간사, 다시 한 번 짚어보게 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

2018-03-13

새 학기 증후군

스트레스라는 말이 우리의 일상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도 안 된다. 캐나다의 어느 내분비 학자가 처음 명명함으로써 사용되기 시작한 이 단어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외래어 가운데 1위의 자리를 점령했다. 스트레스가 우리 생활에 이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될 줄 당시만 해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현대인의 일상이 복잡다단해진 측면도 있으나 우리 일상에서 콕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스트레스는 사람이 심리적 혹은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불안감이나 위협의 감정을 말한다. 외부 자극에 의해 겪게 되는 근심, 걱정, 긴장, 불안 등의 반응을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반응이 반응에 그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게 되는데 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존재하고 있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데 현대인의 고민이 있다.휴일이 끝나고 평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이 되면 괜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월요병이 있다. 월요병은 사람이 이유도 없이 무력해지거나 피곤함, 우울함을 느끼는 부정적 심리상태를 말한다. 질병인듯 하지만 질병이 아니다. 영어로는 우울감 정도인 먼데이 블루(monday blue)로 표현한다.영국의 어느 대학 조사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호르몬이 토·일요일 보다는 월~목요일 기간에 더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평일 업무 중 스트레스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어떤 이는 휴일이 끝나는 일요일 오후부터 무력감에 빠지는 일요병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가 안겨주는 증후군들이다.새 학기를 맞으면서 `새 학기 증후군`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다. 새 학기 증후군은 방학을 신나게 보낸 아이들이 학교에 갈 시기에 갑자기 감기가 들거나 머리나 배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다. 신학기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한 탓이라 한다. 부모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12

`펜스 룰` 논란

과전이하(瓜田李下)는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시구(詩句)에서 유래한 말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을 줄인 말이다. 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군자는 불필요한 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세상을 처신하는 군자의 올바른 몸가짐을 가르치는 교훈적 용어다.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은 일곱 살이 되면 남녀가 한자리에 앉지 않는다 뜻이지만 이때부터 남녀가 엄격히 구별돼야 할 나이가 됐음을 가르치는 말이다. 이 말은 유교사상이 강했던 조선시대에 와서는 남녀가 자리를 같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져 남녀 간에 밥상도 함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이나 장유유서(長幼有序)처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부부와 남녀 간에는 물론이요, 군자의 처세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엄격한 사회 법도가 있어왔다. 전통적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지금의 시각에서 본다면 고리타분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그러나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 법도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도 복잡한 요즘 세상사는 방법이 된다.성 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이 운동을 얼마나 슬기롭게 수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바뀌고 양성평등의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 지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미투운동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펜스 룰(pence rule)이 네티즌 간 논란이다. “아내가 없는 자리라면 다른 여성과는 일체의 술자리를 갖지 않는다”는 미국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서 따온 이 말이 남성들의 미투 방어용 처세술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는 여성과의 동행 출장 거부나 여직원을 뺀 회식하기 등이 등장해 오히려 남녀 간 갈등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과전이하`는 군자로서 올바른 처세의 원칙을 가르친 말이다. 과도한 여성경계 태도가 미투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9

정치인의 이미지메이킹

선거철이 다가오면 표를 얻어야 하는 숙명에 처한 정치 후보자는 좋은 이미지 창출에 목을 멘다. 정치 후보자의 좋은 이미지란 바로 유권자들이 바라는 능력과 자질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고 확신시키는 데서 형성된다. 정치 후보자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고 또 형성된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도 않는다. 또한 정치 후보자의 크고 작은 삶의 모습,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다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삶을 세심하게 다듬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이미지메이킹은 기본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유지·강화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는 제거·축소·완화·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정치 후보자가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많은 스킬이 필요하다. 우선 선거 캠페인 초반의 인상이 중요하다. 주요 이슈의 바른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옹호해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즉, 주요 이슈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상대방 후보자에 앞서 바른 방향에서 정의해야 한다. 이슈를 선점해 상대방을 수세에 놓거나 뒤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또 정치 후보자의 옷차림은 방문하는 시간, 장소, 유권자에 부합해야 한다. 유권자와 접촉할 때는 남의 말을 열심히 들어 주는 자세를 취해야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남에게 설교하고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 올바른 방법으로 악수하며 가능한 한 많은 유권자와 개인적으로 접촉해야 한다. 어떤 장소에서든 짧게 많은 사람과 악수하고 대화하도록 한다. 악수를 잘 하려면 악수의 네 가지 요소인 악력, 눈 맞춤, 손 흔들기, 대화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이 어려운 것은 나쁜 이미지는 좋은 이미지에 비해 쉽게 형성된다는 점 때문이다. 또 좋은 이미지도 방심하면 순식간에 나쁜 이미지로 바뀔 수 있다. 후보의 신중하지 못한 처신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정도라면 모르지만 `미투운동`의 타깃이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해명이나 변명, 항변의 기회를 얻기 힘들고, 설령 무고하다 한들 이미 선거가 끝난 뒤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 일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함께 존재하는, 양면성을 가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08

노인세대의 파워

우리나라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있다면 일본은 `단카이 세대`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194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약 800만명 정도다. 이들 세대는 급격한 인구증가로 진학, 취업, 혼인, 주택 등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매사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성장한 세대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경쟁이 일본 경제를 고도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우리나라 고령층의 특징과 소비구조 변화`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고령층의 소비가 2020년부터 양적 팽창과 함께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은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다. KIET는 “앞으로의 고령층은 학력이 높고 문화적 개방도가 높으며 개인적 성향이 강해 취미와 건강관리 등 자신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고령 친화산업이 성장하고 고령층이 내수를 주도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금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령층의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예측한 조사여서 주목받을 만한 내용이다.특히 이 보고서는 향후 우리나라 고령사회에 베이비붐 세대(약 700만명)에 이어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까지 가세된다면 한국내수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이라 전망했다.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 규모는 956만명으로 베이비붐 세대보다도 크다.2013년 일본 단카이 세대가 포함된 60~69세 가구의 소비 증가율이 2.7%였다. 일본 전체 소비증가율 1.1%보다 훨씬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고령세대 소비가 일본 전체 가계 소비액의 4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일본 노인들의 파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KIET 조사에서 한국사회도 노인 세대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베이비붐 세대가 그 출발점에 섰다. 더 이상 뒷방 늙은이가 아닌 노인들의 당당한 삶이 시작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7

깡통전세와 전세금 반환보증

대구·경북 등 지방 주택시장 침체와 아파트 입주 급증 등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부동산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깡통전세는 집값이 주택담보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럴 경우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서 전세보증금을 제때에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껴 전세금 반환보증상품의 가입을 서두르게 된다.`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집값 하락, 집주인의 과도한 빚 등으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에 전세금 반환을 책임져주는 상품이다. 한마디로 전입일자나 확정일자만으로 전세금 전액을 쉽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들어낸 보험상품으로, 최근 보증가입대상 한도액이 수도권은 7억원, 비수도권은 5억원까지 늘어나 더 큰 인기를 끌고있다. 실제로 지난 해 한해동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건수를 보면 4만3천여 건, 금액으로는 9조4천여 억원에 달한다. 이는 그 전해 가입건수 2만4천여 건, 금액5조 1천여 억원에 비해 대폭 급증한 수준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이는 최근 몇년간 전세를 끼고 여러 채의 집을 사는 `갭투자`가 유행했는 데, 집값이 떨어지면 캡투자자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와 함께 입주물량 증가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이 함께 하락하는 지역에서는 이같은 불안감이 더욱 크다.한국감정원은 올들어 경북지역의 아파트 매매값과 전세값이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막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지 아직은 확신하기 힘들다. 다만 갭투자가 적지않은 상황에서 `깡통전세`나 `역전세난`이 닥칠 경우를 대비해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을 담보하려면 전세보증금 상환보증 상품 가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