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엑소더스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특정 장소에서 떠나가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말로 굳이 표현한다면 대탈출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청년들의 일본 기업 취업 움직임이 전례 없이 러시를 이룬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 청년의 일본 유학 및 취업 신청자가 사상 처음으로 2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일단 희망을 찾기 위한 젊은이의 선택이라 보지만 고국을 떠나는 청년의 입장에서는 비장한 각오가 선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발을 들여 놓은 직장에서 빠져나오기란 여간 쉽지 않다는 관점에서 쳐다보면 한국 청년의 일본 기업 취업은 고국을 떠나는 엑스더스처럼 보인다. 부모의 입장도 딱하다. 취직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할 말은 못하겠지만 한국을 떠나 혼자 지내야 하는 자식의 처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편치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 경제의 심각한 취업난이 낳은 또 하나의 어두운 단면이다.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한국의 청년 인재를 데려다 가는 일본의 입장과 청년을 바깥으로 내보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은 분명 다르다. 한국 내 취업 사정이 호전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 제조업체의 해외 직접투자가 전년보다 92.8%나 늘었다고 한다. 금액으로 보면 163억 달러(약 18조 규모)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투자액과 증가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투자 증가는 국내의 낮은 생산성과 높은 임금, 반기업적 정서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다.
같은 기간 한국 내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1.6%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제조업의 ‘탈 한국’ 현상이 아닐까 싶다.
최근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포털 사이트 이민 카페에는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특히 어린아이를 둔 젊은이가 이민 문제로 상담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한다. 경제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지금의 탈한국적 분위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어쩐지 불편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