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 없는 젊은 세대에도 큰 충격을 준 게 분명해 보인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판문점에 나타나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와 함께 포옹을 나누고, 얼굴을 맞댄 채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은 분단시대를 살아온 장년층들은 물론이고 젊은 층들에게 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징후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핵실험과 미사일도발 등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노력에 힘입어 올들어 급작스레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선언’등 파격적인 내용이 판문점 선언으로 합의돼 통일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던 청년층들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이들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군대·취업·입시·여행 등 분야다. 이들 청년세대들이 맞닥뜨린 현실적 고민들이 해빙 무드가 시작된 대북 관계와 연결되면서 갖가지 핑크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가시적인 반응이 나타난 곳은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대표적인 것이 ‘종전선언이 되면 예비군 훈련을 축소·폐지하자’ ‘평화협정을 맺으면 군복무 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행도 새로운 화두가 됐다.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트레킹이 소원”이라고 얘기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 여행이 향후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선언문에 동해선과 경인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시너지효과를 불러온 듯 싶다. 남북 관계 개선은 학생들의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이색적이다. 토목공학과와 건축공학과, 북한학과가 인기 학과로 부상할 것이란 얘기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대형 토목 및 건축공사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북한 전문가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청년층들의 반응과 관련, “청년층은 진보·보수라는 이데올로기보다 개인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통일 무관심세대인 청년층들이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남북통일로 나아가는 길 초입에서 빚어지는 현상일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5-01
작년 한 포털 사이트에서 알바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름철에 생각나는 음식을 손꼽아 보라”고 물어 봤더니 응답자의 59.8%가 냉면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빙수와 아이스크림, 삼계탕 순으로 답했다. 언제부터인가 북쪽지방에서 유래한 냉면이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음식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냉면의 원조는 평양냉면이다.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동국세시기’에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로 말고 돼지고기와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 기록이 나온다. 관서지방을 중심으로 한 음식문화이며, 그 중 평양냉면의 맛이 가히 일품이라고 했다. 동국세시기에는 냉면을 11월 동지 날에 먹는 음식으로 설명하고 국수에 메밀이 많이 함유됐다고 했다.문헌 기록에 의하면 18세기 이후 냉면이 본격 등장했다. 북쪽지방의 음식이었던 냉면이 남한에 퍼지게 된 것은 6·25 전쟁을 전후해 남쪽으로 넘어온 피난민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평양의 명물로 감홍로, 냉면, 비빔밥을 들었다. 40도가 넘는 독주인 감홍로를 마시고 다음날 숙취 해소는 냉면을 먹고 속을 풀었다고 한다. 여기서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평양에는 냉면이 해장국 역할을 한 풍속이 있었던 모양이다.남북 정상회담이 있던 날 평양냉면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으로 평양냉면이 알려지면서 외신들의 관심을 크게 자극했다. 미국 CNN 뉴스는 남북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음식으로 냉면을 소개했다. 남북정상 간 대화 중 화제로 떠오른 한국의 독특한 음식인 평양냉면이 알려지자 각국 취재진이 평양냉면 소개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연출됐다. 중국에서는 중국식 표현인 ‘조선냉면’이란 이름으로 포털 사이트 이슈 검색순위 10위에 올랐다.남북정상이 만나던 날 서울 등지 냉면 집들도 냉면을 먹으러 찾아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남북정상 회담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한 현상이다. 비빔밥, 불고기, 삼계탕 등으로 알려진 한국의 대표 음식 반열에 평양냉면도 이름을 올려야 할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30
기업에서 광고의 목적은 상품의 특징을 어떻게 잘 드러내서 주목도를 높이느냐에 있다. 글이나 그림, 사진, 소리 등은 이 같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사용하는 재료다. 기업이나 단체, 개인이 사용하는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도 비슷하다. 타깃으로 하는 사람의 행동을 자극할 수 있어야 성공적이다. 사람은 늘 논리적 판단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때로는 감정이나 정서에 의해 움직이는 일도 많다. 광고 때 사용되는 그림, 음악 등은 이를 자극하는 충족적 요소다. 정치에 있어 제대로 된 슬로건 하나는 수많은 공약보다 투표율에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정치인이 유권자를 향해 던지는 슬로건은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생각과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슬로건은 이해가 쉽고, 표현은 단순하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가야 한다.2008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예스, 위 캔(Yes, We Can)’이란 슬로건을 사용했다. 미국의 변화와 희망을 담은 메시지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후보이면서도 거부감 없이 미국인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절제되고 적확한 느낌의 슬로건을 전달한 때문이라 본다. 두산그룹 이미지 광고로 “사람이 미래다”고 한 광고카피가 있다. 광고로서 평가도 좋았다. 그러나 광고의 내용에 부합하는 기업의 실행력이 뒤따르지 못해 이미지가 구겨진 일이 있다. 기업이 내건 슬로건과 기업의 정책은 상호일치 될 때 광고로서 가치도 살아난다. 문재인 대통령도 슬로건처럼 쓰는 구호가 있다. “사람이 먼저다”다. 문 대통령은 구호에 맞는 철학과 소신을 몸소 실천할 수 있어야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슬로건은 언행이 일치될 때 비로소 빛이 날 수 있는 것이다.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고 발표했다. 문 정부 정책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경계한 슬로건이다. 한국당이 내건 슬로건이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먹혀들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결과는 슬로건을 선택한 한국당의 몫이 될뿐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2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오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때 즐길 만찬 메뉴가 복잡미묘한 정치적 함의를 담고있어 화제다.남북 정상회담 당일 만찬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 뜻을 담아 준비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찬 메뉴는 역사적 인물의 고향 식재료를 사용한 것, 양 정상을 상징하는 것, 남북 교류를 상징하는 것 3가지 콘셉트로 구성됐다. 우선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음식으로는 김대중 대통령 고향인 전남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 등을 가공한 민어 해삼 편수, 노무현 대통령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 농법으로 수확한 쌀로 지은 밥이 오른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데 착안해 충남 서산 한우를 이용한 숯불구이, 그리고 작곡가 윤이상씨 고향인 경남 남해에서 난 문어 냉채도 곁들여 진다. 양 정상을 상징하는 음식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 시절을 보낸 부산의 대표 음식 달고기 구이와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한 것을 고려해 스위스 감자요리‘뢰스티’를 우리식으로 조리한 감자전도 올라온다. 정상회담 만찬의 주요리는 남북교류를 상징하는 음식인 ‘평양 옥류관 냉면’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북측에 전달됐고, 북측은 흔쾌히 수락했다. 북측은 신선한 옥류관 냉면을 위해 제면기를 판문점 통일각에 설치, 통일각에서 뽑은 냉면을 만찬장인 남측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바로 배달할 수 있도록 했다. 1·2차 남북정상회담의 메뉴에는 모두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 포함됐다. 2018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에도 비무장지대 산나물로 만든 비빔밥과 쑥국이 오른다. 만찬주로는 면천 두견주와 문배술이 선정됐다. 면천 두견주는 진달래 꽃잎과 찹쌀로 담근 향이 짙은 술이다. 문배술은 고려시대 이후 1천년의 맥을 이어온 술로서 중요무형문화재다. 문배술의 고향은 평안도이지만 남한의 명주로 정평이 났다.한반도 평화통일의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남북정상회담 첫날 만찬에서 엿보이는 만찬의 정치학은 우리 민족의 여망을 다시한번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26
마이크로소프트사 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1년에 2주일은 ‘생각하는 주간’으로 정해놓고 이 기간 동안은 외부와 단절한 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생각주간에는 오직 책만 읽고 사색을 하고, 자기성찰의 시간으로 보낸다. 생각주간 읽은 책으로 아이디어를 얻고 회사 운영에 관한 고민에도 몰입해 본다고 한다.위대한 성공을 일군 리더들한테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의 자기 훈련법이 있다. 빌 게이츠는 독서와 사색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해 냈다.책과 독서는 인류의 문명사회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었다. 많은 위대한 성인들이 책을 읽고 책을 저작해 내면서 인류에게 깨달음의 철학을 전달했다. 인류의 문명사는 책과 독서가 만들어 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오늘날에 있어서도 그 진리는 통하고 있다. 독서는 여전히 우리에게 유익한 자기 수양과 발전의 수단이다. 모바일 문화가 확산되면서 화려한 영상 콘텐츠에 밀려 비록 그 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지만 모바일이 독서의 본질을 뺏을 수는 없다.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포한 ‘책의 해’다. 지난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로서 우리나라 책의 해와 겹치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문광부는 ‘책의 해’에 맞이하는 ‘세계 책의 날’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지역 초중고 학교에서만 책과 관련한 1천800여 개의 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서울 중심의 행사란 점에서 지방도시의 소외감이 없지 않으나 책의 날 이미지 확산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로 봐야 한다.문광부는 2012년에도 ‘독서의 해’를 지정한 바 있다. 올해 책의 해도 국민독서 분위기 조성과 출판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기획한 범국가적 행사다. 국가가 나설 만큼이나 책 읽는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해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독서율(1년간 일반 독서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은 성인 59.9%, 학생 91.7%였다. 2015년보다 성인은 5.4% 포인트, 학생은 3.2% 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모바일 문화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 책의 힘을 생각할 때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25
최근 ‘미투(#Me Too)’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고발이 늘면서 가해자를 편드는 ‘성폭력 가해자 변호’시장이 크게 활개를 치고있다. 아예 ‘성범죄 전문’을 표방하는 한 법무법인은 이렇게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강간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면 아주 적극적인 법적 자기방어가 필요합니다. 우리 변호인단은 경찰, 검찰 출신의 변호인들로 구성되어 찾아오시는 의뢰인들께 적극적인 상담과 더불어 변호를 진행합니다. 성폭력, 적절한 대응을 통해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실명만 지운 성공사례 판결문 1천여 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강제추행부터 성희롱, 준강간까지 각종 성폭력가해자가 이곳 변호사들로 인해 구원받고 감사의 말을 남긴 ‘후기 게시판’도 방문객이 넘친다. 이같은 현상은 미투운동의 활성화로 인한 성폭력 고발이 그만큼 크게 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성폭력으로 고발된 피의자들을 돕기 위한 변호사들의 소송 수주경쟁이 펼쳐지고, ‘성범죄 전담변호사’ ‘성범죄 전문변호사’ ‘성범죄 전담센터’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무수한 광고가 떠오른다. 이들은 아동성추행, 강간범죄, 기타 성범죄 등을 예시로 들며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끈다’는 과장광고까지 서슴지 않았다가 논란이 커지자 광고판을 철거한 경우도 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엄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예전같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행위에 대한 과도한 처벌 우려도 늘었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는 매우 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범죄에 연루된 일반인은 어떤 행동이 강제추행 등의 성폭력 혐의로 처벌 될 수 있는 범죄인지 예측하지 못해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성범죄전문 변호사들은 “강제추행은 그 중에서도 어떤 행위가 혐의로 성립할 수 있고 어떤 행위가 그렇지 않은지 예측하기 어려운 죄목”이라며 “예컨대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해 판결에 대한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이래저래 미투운동의 반작용이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24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정부는 국가 경영능력이 우수한 정부다. 한 국가가 잘 경영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세금 납부가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자 권리가 되는 이유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 얼마나 잘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나라가 잘 지켜지고 국민이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것은 선진국의 기준이다. 세금을 집행 감시하는 국회의원과 공직자의 판단에 따라 예산은 효율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낭비가 되는 것이 현재의 국가 시스템이다.올 한해 우리나라 소요 예산이 400조 원을 넘었다. 이 예산은 국가 정책 등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적절하게 투입된다. 특별히 올해는 복지 관련 예산 비중이 우리나라 예산의 34%를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선진국처럼 복지 비중이 높아져 예산투입에 따른 국민적 만족도가 어떨지도 요즘의 관심사다.예로부터 세금은 민심의 잣대 역할을 해왔다. 공평한 잣대에 의해 세금이 매겨지고 잘 사용되느냐에 따라 민심이 오락가락했다는 뜻이다. 공자가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한 것도 관리의 세금 착취를 경계한 말이다. ‘백성이 살아가기 힘든 정치'를 말할 때 옛 성현들은 가렴주구(苛斂誅求)라고 표현했다. 조선시대 후기 있었던 백골징포(白骨徵布)는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등록해 가족들에게 세금을 내도록 한 악질적 폐해였다. 결국 이것이 발단되어 민란이 일어난 것이다.최근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저지하던 주민과 택배사 간에 마찰이 발생했다. 중재에 나선 국토부가 세금지원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다 이 사실을 안 국민들이 국민청원에 나서는 바람에 백지화됐다고 한다. 특정 아파트의 문제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민원 해결을 하겠다는 관료들의 발상이 한심하다. 요즘은 툭하면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다. 국민의 세금이 무슨 봉이나 된 듯하다. 왜 국민 세금을 혈세(血稅)라 부르는지 관직에 계시는 분들은 곰곰이 곱씹어 볼 일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23
섀도보팅과 스튜어드십 코드는 모두 주식시장에서의 의결권 행사방식에 대한 전문용어다. 우선 셰도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를 대신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참석한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불참 주주들이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는 슈퍼주총데이에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일을 방지하는 등 ‘경영효율성’ 명분으로 1991년 도입됐다. 하지만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면서 주주의 동의나 위임이 없어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지 못하는 데다, 일부 기업들이 최대주주나 경영진 등 소수를 위해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논란 속에서 금융당국이 2014년 말 폐지를 결정했지만 3년간 유예됐다가 올해부터 폐지됐다.또 최근 삼성증권 ‘배당 사고’에 이어 대한항공 ‘갑질 논란’까지 기업들의 돌발 이슈들로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의미한다. 이를 도입할 경우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이 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전략을 취할 경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해 기업 가치 하락을 미연에 방지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수 있다.18일 현재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참여한 자산운용사, 자문사,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는 총 34곳이다. 이 중 28곳이 자산운용사로 운용사를 제외한 증권사, 보험사 등 대부분의 금융투자사들은 아직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삼성증권이나 대한항공 등과 관련해서도 연기금과 대부분의 금융투자기관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면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요구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훼손을 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기관투자자들이 예전처럼 기업을 단순 매매 투자하는게 아닌 중장기적으로 가치를 제고하도록 노력하고, 투자한 기업에 대해 재무 이슈만이 아니라 내부 통제, 경영 승계 등 비재무 이슈에 대해서도 적절한 의견을 제시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19
농사를 주업으로 해왔던 우리의 선조들은 해마다 4∼5월이면 춘궁기(春窮期)를 겪는다. 지난해 거둔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를 않아 식량이 궁핍했던 봄철에는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나 나무껍질로 연명을 했다. 초여름 보리가 수확될 때까지 버텨야 했기에 이 시절을 조상들은 보릿고개라고도 불렀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0년대 한 조사에 의하면 당시 우리나라 농민의 절반가량이 춘궁기 시절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먹을 식량이 없어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잇는 초근목피의 생활은 당시 서민층에겐 고달픈 삶의 한부분이었다.이 시절이 찾아오면 걸식을 하는 유랑민이 늘어났고, 굶주려 죽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니 당시의 궁핍했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다.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초근목피로 연명하여 얼굴이 붓고 누렇게 된 부황증을 앓는 사람을 거리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보릿고개를 벗어나게 된 것은 1960년대 후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실시되면서 부터다.우리나라가 살아가는 근본적 문제 가운데 하나인 식량 문제를 해결한 것은 불과 50년 전 일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식량문제는 백성의 생사를 가를 만큼 심각한 범국가적 고민거리였다.그 시절 우리조상이 보릿고개를 겪었다면 지금 우리의 젊은이한테는 청년실업이란 지난한 현실이 막아 서 있다. 먹고사는 문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국가적 재앙 될 만큼 범국가적 현안이라는 점에서도 보릿고개와 비견할만하다.젊은이에게 취업이란 삶을 영위하는 수단이기에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다. 취업이 됨으로서 누리는 개인적 행복은 국가의 활력소로서도 충분하다. 이는 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국가의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다.1970~80년대 경제성장의 후광을 업고 높은 출생률을 보였던 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올해부터 취업시장에 대거 쏟아진다고 한다. 거듭되는 청년실업난을 헤쳐 갈 국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18
인터넷 댓글조작혐의로 구속된 김모(48)씨의 닉네임 ‘드루킹’이 4월 임시국회를 뒤흔드는 파괴력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원인 그는 2009년부터 인터넷공간에서 쓰는 자신의 닉네임을 ‘드루킹’으로 써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와우)’에 나오는 ‘드루이드(고대 유럽의 마법사)’에서 따왔다고 보고 있다.드루킹은 ‘드루이드의 왕(King)’이라는 의미로 풀이되며 김씨의 트위터 계정 역시 ‘D-ruking’으로 개설돼있다. 김 씨는 최근까지 ‘이니(문재인 대통령의 애칭)하고 싶은 거 다 해’ 등의 제목으로 친여권 성향의 시사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드루킹 사건이 알려진 것은 지난 1월 인터넷 포털에서 집중적으로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을 쓰고 해당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3명이 민주당 당원으로 밝혀지면서부터다. 이 가운데 주범 격인 김 씨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김경수 의원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야당에서 여권발 댓글조작의혹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진 김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가 지난 대선 당시 자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알리는 온라인 활동을 벌인 뒤 자신에게 무리한 인사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반감을 품고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현 정부를 악의적으로 비난한 것이 이 사건 본질”이라고 언급했다.경찰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탄핵으로 대통령에서 파면된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국민적 비난을 샀던 것을 생각하면 한점 의혹없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치홍보 기법으로 SNS를 활용하는 방법이 여러 모로 활용돼 왔지만 이번 드루킹 사건처럼 몇몇 인물들의 고의적인 댓글조작 사건이 경찰에 의해 단속되고, 피의자가 정권의 핵심인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벌써부터 SNS에서는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속담에 빗대 ‘댓글로 흥한 자는 댓글로 망한다’는 비아냥이 전파되고 있다. 민심은 천심이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가 있어선 안 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17
미국의 공화당 폴 라이언(48) 하원의장의 정계은퇴가 화제다. 특히 그의 은퇴 배경이 남편과 아버지로서 가정에 충실하기 위한 결심으로 알려지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계속 정계에 머물면 아이들이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며, 나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미 의회 내 공화당 최고의 권력자이며, 미국 보수 세력을 이끄는 40대의 촉망받는 잠재적 대권주자다. 현재 미국의 권력순위로 보면 3위 자리에 있다. 그래서 그의 은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좌절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평소 주말이면 워싱턴에서 1천100km나 떨어진 자신의 자택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던 그의 행적에 비춰보면 그의 설명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도 폴 라이언이 자기 집이 있는 위스콘신주 제인즈 빌에서 자주 목격됐다고 보도했다.우리나라 정치인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은퇴 이유여서 그의 은퇴선언이 국내에서 더 많이 설왕설래되고 있다. 70이 넘은 고령에도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노욕을 부리는 한국의 정치풍토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우리나라도 가족이 있는 삶이 젊은이를 중심으로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 보수만 따지지 않는다. 물론 돈을 많이 주면 좋겠으나 요즘은 ‘복지제도’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워라밸(Work and Balance)이란 용어도 그래서 새롭게 생겨난 것이다.이른바 휴식이 있는 삶을 최우선 가치로 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선공후사(先公後私)란 사회적 가치가 점차 쇠약해지고 개인의 권리가 앞서는 시대 양상이다.가족 때문이라면 그 어떤 영광도 내려놓겠다는 라이언의 결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먼저 가족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또 하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영광이나 명예를 스스럼없이 던질 수 있는 지도자가 왜 우리에게는 없는지를 생각케 한 점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16
1968년 제9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한 안동차전놀이는 대통령상을 수상한다. 1천년 가량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가 사라질 위기에서 복원되는 순간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협동 단결의 정신이 담긴 안동차전놀이는 일제 강점기에 강제 중단되고, 1936년을 마지막으로 전승이 끊어졌다. 해방을 맞고도 한동안 명맥을 유지하기 힘겨웠던 안동차전놀이는 1966년 안동중학교 개교 20주년 기념행사에 째기동채(소규모 차전)를 이용한 차전이 재현되면서 등장하는 계기를 맞는다. 이후 안동지역의 뜻있는 이들의 여망에 의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두 차례 출전하게 되고, 드디어 대통령상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다. 다음 해인 1969년 1월 안동차전놀이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24호로 등재된다.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예술들이 명맥을 이어져 오게 되는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굴곡의 역사가 있다.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는 1958년 정부수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으로 출발했다. 이 사업은 사라져가는 전통민속예술의 발굴과 보전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1999년 이 사업은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면서 이름도 한국민속예술축제로 바뀌었다. 한국민속예술축제는 행사를 치르면서 그동안 국가무형문화재 36종, 시도무형문화재 103종 등 모두 139종의 무형문화재를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안동차전놀이는 놀이에 동원되는 도구가 큰 지게 모양으로 생겨 동채싸움, 동태싸움으로 불렸다. 우리나라에서 전승되는 동채놀이 중에는 가장 오래됐으며 규모도 가장 크다. 전쟁과 연관된 상무정신이 깃든 남성들의 놀이로서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하다고 한다. 특히 두 팀이 오랜 시간 힘을 겨루는 이 경기는 협동, 단결, 화합을 상징으로 하는 것이 뜻 깊다.뉴질랜드 오클랜드 한인회는 오는 14일 한인의 날 기념으로 안동차전놀이 초청 공연을 가진다고 한다. 현지교민 300여 명이 공연에 직접 참가한다고 한다. 한인회는 우리민족의 자랑스런 문화를 현지에 알리는 계기로도 삼겠다고 하니 우리고장 안동의 문화가 또한번 국위선양한다니 자랑스럽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13
오는 4·27일 남북정상회담 의제중 하나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포함하는 방안을 청와대가 검토하면서 지난 해 4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 등장했던 ‘프라이카우프(Freikauf)’가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용어는 독일어로 ‘자유를 산다’는 뜻이다. 통일전 서독이 동독에 있던 정치범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현금과 현물을 제공했던 전략을 말한다.독일의 프라이카우프는 1963년 시작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26년간 진행됐다. 서독은 3만3천755명의 정치범과 25만명에 달하는 그들의 가족 송환대가로 동독에 34억6천400만 마르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환율로 4조원이 넘는 돈이다. 그러나 동·서독 정부 차원이 아닌 교회 등 민간이 주도했고, 서독 언론도 사업과정에 대해 철저한 비밀에 부치는데 동의한 상태로 진행됐다.일명 ‘한반도 프라이카우프’가 실현될 수 있을 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실향민 가족 출신인 문 대통령은 6만명에 달하는 이산가족(상봉신청자) 전원의 상봉을 추진한다는 것이 자신의 대선공약이었다. 그래서 취임 이후 줄곧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해왔다. 지난 해 7월 ‘베를린 선언’에서 고향 방문단 형식의 상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거절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0월 20차 행사를 끝으로 3년간 중단됐다. 현재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13만여명으로 이중 생존자는 6만명이 되지 않는다. 생존자중 64.5%는 80세이상의 고령자들이다.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한반도 프라이카우프’란 표현은 사라졌다. 대신 “국군포로·남북자 문제는 송환을 포함해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추상적 표현으로 바뀌었다.아마 문 대통령 취임후에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퍼주기 논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분단으로 빚어진 민족의 비원인 ‘이산가족 상봉’이 어떤 방식으로든 하루속히 이뤄지길 기원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12
중국에서는 늙은 까마귀가 제 구실을 못하면 자식 까마귀가 먹을 것을 물어다가 제 어미에게 먹인다고 하여 까마귀를 자오(慈烏) 혹은 반포조(反哺鳥)라 불렀다. 어버이 은혜에 대한 자식의 지극한 효도를 반포지효(反哺之孝)라 부르는 것은 이 말에서 유래했다. 까마귀라는 하찮은 미물조차 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데, 사람의 도리로서 효(孝)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뜻이다.부모에 대한 효심은 동서고금에서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유교사상에 들면 더욱 그렇다. 부모에 대한 효는 도덕적 규범의 기초이다. 살아생전에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은 물론이요, 돌아가서도 부모의 편안함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린다. 제사는 효 사상에서 출발한 조상에 대한 도덕적 예의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해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는 날로 삼아왔다. 그러나 해가 지나면서 ‘아버지 날’이 없다는 여론이 일자 1973년부터는 5월 8일을 어머니 아버지를 포함한 ‘어버이 날’로 명칭 변경하고 법정 기념일로 지내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어버이 날’의 공휴일 지정에 대해 네티즌 간 찬반 논쟁이 뜨겁다는 소식이다.공휴일 지정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오면서 찬성여론과 더불어 반대여론도 만만찮음을 짐작케 한다. 아직은 이렇다 할 정부의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찬반논란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괜히 자식에게 짐이 되는 듯 한 기분이라 생각에 찬반논쟁 자체가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사회적 갈등보다 ‘어버이 날’의 참의미를 기리는 날이었으면 더 났지 않을까 싶다.“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그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옛 선현들의 말처럼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를 자주 찾아 뵙지 못해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좋은 미풍양속 잊지 않는 우리의 전통을 살리는데 논쟁의 중심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11
삼성증권이 지난 6일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천원 대신 자사주 1천주로 잘못 지급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삼성증권의 전체 발행주식이 8천930만주이고, 이 발행주식을 훨씬 많은 주식이 전산상으로 발행됐고,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이 501만2천주(시가 2천억원 상당)를 팔아치우는 사상 초유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잘못 입고된 유령주식 28억주의 환산가액은 무려 112조원에 달한다. 이번 사고로 자신의 주식이 아닌 유령주식을 배당받은 삼성증권 직원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유령주는 주식회사를 설립하거나 신주를 발행할 때 발기인 또는 이사가 주식을 인수하거나 주식을 납입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가장하여 발행한 주식을 말한다. 상법에서는 유령주의 발행 및 거래를 막기 위해 주식 인수인으로 하여금 금전출자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납입금 보관에 관한 여러 조항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회사를 설립할 때, 주식 인수인은 발기인이 지정하는 날까지 인수가액의 전액을 납입해야 한다(상법 305조 1항)거나 이를 어길 때 발기인은 강제집행뿐 아니라 실권절차도 취할 수 있다(307조)는 조항이 그것이다. 또 신주를 발행할 때, 주식 인수인은 주식 청약서에 적힌 납입기일까지 인수가액의 전액을 납입해야 하고(421조), 이를 어길 때에는 실권한다(423조)고 규정돼 있다.금융당국은 이번 삼성증권의 소위 ‘유령주식’거래 사태를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증권계좌 관리실태를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반장으로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해 주식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고,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돼 있으며, 주식 없이 매도가 먼저 이뤄지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이같은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해서는 증권사에서 매도하려는 주식이 확보돼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로 하는 방향의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10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신문은 1883년에 발행된 한성순보를 꼽는다. 그러나 한성순보는 정부가 발간한 신문이었고, 한문만으로 기사를 작성해 일반 대중화에 이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정부 발행의 한성순보를 일각에서는 관보적 성격으로 보는 관점도 있으나 근대 신문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최초 민간신문은 독립신문이다. 1896년 4월 7일 창간됐다. 서재필과 개혁파가 합작하여 창간한 이 신문은 순수 한글로 만들어 신분의 귀천에 상관없이 누구나가 읽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신문으로서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다.처음에는 국문판과 영문판으로 구성돼 만들었으나 나중에는 영문판만 별도로 발행했다. 격일간지로 출발하여 일간지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신문 역사에 여러 신문이 창간되는 계기를 만든 신문이여서 역사적 의미도 있다. 초창기 이 신문의 크기는 가로 22㎝, 세로 33㎝의 타블로이드판이며, 모두 4면을 발행하였다.특히 초창기 독립신문은 만민평등과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삼아 당파를 초월한 엄정 중립의 보도자세를 견지했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개방정책이 막 시작될 무렵이어서 신문이 국민계몽에 앞장서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정부정책을 국민에게 해설하고 전달하였으며, 국민의식과 사상 변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주말인 지난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의 창간 일에 맞춰 1957년 한국신문협회는 이 날을 ‘신문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행사를 가졌다. 올해도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공동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62회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신문협회는 “신문은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대표적 공공재”며 “신문의 공익성은 어느 매체도 대신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신문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신문의 위기가 신문 본질의 기능적 위기로 이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신문 산업의 분발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08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준 말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용어다. 처음에는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개념으로 통용됐으나 요즘에 와서는 남녀 불문하고 사용된다. 휴식이 있는 삶으로 풀이하면 적당하다. 요즘 젊은이한테는 최고의 가치다.2016년 OECD 고용동향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년 평균 근로시간은 2천69시간으로 세계 2위다. OECD 평균 1천763시간에 비하면 306시간이 많고, 가장 일하는 시간이 적은 독일에 비하면 706시간이 많다. 706시간은 거의 한 달과 맞먹는 시간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이 많은 시간 일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통계다. 우리나라가 아직 선진국 문턱에 도달하지 못해 근무를 많이 해야 될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나 단순 비교로 보면 일 많이 하는 나라는 분명하다.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한다. 얼마 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혼인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인구 1천명 당 혼인 건수를 따지는 조혼인율이 5.2건으로 통계청 통계 작성이후 최저다. 지난해 혼인건수가 전년보다 1만7천200건이나 감소했다. 마이너스 6%지만 젊은이의 혼인 기피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은 인구감소의 문제부터 결혼 적령기 청년이 받는 정신적 고통 등은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을 요소로서 충분하다. 직장을 못 구한 미혼의 젊은이한테 워라밸은 어쩌면 다소 호사스런 용어일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직장이라도 먼저 구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통계청은 혼인율이 떨어지는 이유로 청년실업 문제 외에 집값 상승과 같은 경제적 요인도 다수 있다고 했다. 결혼은 독립된 생계를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경제적 이유는 당연하다.최근 KB은행이 발표한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7억원을 돌파했다. 2008년 통계 작성 후 최고가다. 신혼을 꿈꾸는 젊은이가 서울에서 가정을 출발한다고 했을 때 월급으로 내 집 마련은 절대 불가능하다. `집값 충격` 청년들은 뭐라고 대답할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06
80학번·60년대생 정치인을 가리키는 `86세대 정치인`이 우리 정치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86세대란 말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를 일컫는 `386세대`에서 비롯된 용어다.`386`세 숫자에는 각각 뜻이 들어 있어, `3`은 1990년대 당시 30대를, `8`은 1980년대에 대학에 다닌 1980년대 학번을, `6`은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즉,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1990년대에 30대였던 세대가 바로 386세대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2018년이니 30대를 뜻하는 3을 떼고, `86세대`로 불리는 것이다.30년 전 `민주화 주역`이던 86세대들 가운데 안희정이 첫 대선주자란 신분으로 우리 사회의 리더 그룹에 올라선 것은 일대사건이었다. `산업화 시대`의 막을 내리고 각종 권력 지형과 이념 지형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킨 셈이다. 그랬던 그였기에 그의 몰락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또 다른 86세대 선두주자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2인자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남지사 선거 출마로 사실상 차기 대선주자의 길을 걷게 됐다.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서울 송파을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인 최재성 의원 역시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이다.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그 역시 전대협 간부 시절 두 번 투옥돼 94년 늦깎이 졸업을 한 후 정치의 꿈을 키워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 3선의원을 지냈다. 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냈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권 도전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같은 86세대 정치인들로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는 데 비해 대구·경북을 텃밭으로 한 자유한국당에서는 눈에 띄는 86세대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새로운 인물이 새 시대를 이끌어 가련만 참신한 86세대 정치인의 육성·발굴이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05
사람이 직업을 가지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업을 선택하게 되지만 직업의 선택에 따라 사람마다 얻는 결과는 서로 다르다. 직업을 통해 얻는 수입에서도 편차가 많이 나지만 자신의 적성 정도에 따라서도 개인별 만족도가 큰 격차가 생긴다.학부모가 자녀의 진학에 성공시켜 놓고도 진로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말은 뼈있는 인생교훈이다. 진학과 진로를 결정할 때 인생이란 긴 세월을 내다보고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을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과학이 발달하고 경제성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은 무한히 넓어졌다. 이 세상에 사람이 할 수 있는 직업을 손꼽으라 하면 하루 종일 시간을 허비해야 할지 모른다. 직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기도 오락가락했다. 어떤 직업은 한 시대 반짝하고 영원히 사라지기도 했던 것이다.1950년대 우리나라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고 난 뒤끝이라 군인이 최고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다. 1960년대 들면서 택시운전사와 버스 안내양 등이 새로운 인기 직종으로 부상했으며, 특히 버스안내양은 9급 공무원보다 높은 임금을 받아 부러움의 직종이었다고 한다.1970년대는 무역업 종사자가, 1980년대는 증권 금융인과 프로그래머 등이 인기직종으로 등장했다.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0년대는 경영컨설턴트 등이 인기직종으로 나타났다. 공무원과 교사가 인기직종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2000년대는 IT 전문가, 헬스매니저, 공인회계사 등 다양한 직군들이 새로운 인기직종으로 등장한다. 그 당시 시대상황을 인기직종이 대변한 셈이다.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시대에 생존직업 1위에 연예인, 사라질 직업 1위에는 번역가라고 한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생존직종으로 남고 대부분의 영역은 퇴출 직종으로 분류되는 모양이다.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이 일할 영역이 얼마나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4-04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텐궁 1호가 통제력을 벗어난 채 추락했다. 지난 2011년 9월 발사된 텐궁 1호는 무게 8.5t, 길이 10.5m, 지름 3.4m에 이르는 거대구조물로서 2년전부터 중국의 통제력을 벗어나기 시작해 2일 오전 중 한반도 상공을 지나 남태평양 해상에 추락했다.우주정거장의 추락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1979년 7월 미국의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이, 1991년에는 당시 소련(현 러시아)의 살루트 7호가, 2001년에는 러시아 미르호가 지구로 떨어진 바 있다.우주정거장은 사람이 우주공간으로 진출하기 위해 지구에서부터 사람이나 기자재를 우주왕복선으로 우주정거장까지 옮긴 뒤 다시 정비해 우주항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주 진출의 전초기지인 셈이다. 최초의 우주정거장은 러시아의 살류트(Salyut)로서 1971년 4월에 발사돼 궤도를 돌고 있는 소유스 10호와 결합해 무게 26t, 길이 23m의 우주정거장을 이뤘다. 총 22명의 승무원이 탑승해 1천600회의 각종 실험과 관찰을 해 인간이 장기적으로 우주공간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의 최초 우주정거장은 스카이랩(Skylab)으로서 1973년 5월에 발사됐다. 스카이랩은 무중량상태에서 인간활동에 대한 실험과 지구와 우주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한 후 1980년 7월 지구 대기권에 돌입돼 분해된 후 인도양으로 가라앉았다. 1986년 2월에 발사된 2세대 우주정거장인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Mir)는 모두 6개의 접속장치를 가지고 있고 3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는 총 길이 13m에 지름 4.2m, 총무게 21t의 대형 우주정거장이다. 유리 로마넨코가 326일간을 체류하는 기록을 세움으로써 인간이 우주공간에서 영구히 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주정거장에서는 지구중력의 약 100만분의 1인 마이크로 중력(거의 무중량상태)을 가지며 이러한 무중량상태를 이용, 지구상에서는 지구중력 때문에 불가능한 순도 100%의 결정체를 만들 수 있으며 새로운 재료의 합성이나 신의약품 제조에 활용된다. 우리에게 아직도 너무 멀게 느껴지는 우주시대의 얘기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