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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과 나라 빚

등록일 2019-04-04 20:06 게재일 2019-04-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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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 남는 게 빚밖에 없어도 나눌 것은 나눠야 한다”는 요지의 내용으로 판결을 했다.

부부라면 빚이든 재산이든 공동 책임이 있다는 양성평등 의식을 강조한 판결로 유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빚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을 좀 더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부채가 빛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말 우리나라 가계 빚은 1천534조 원에 달했다. 2007년 631조 원과 비교하면 무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국민 10명 중 4명이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빚은 필연적 유통 구조라 한다. “자본주의가 빚을 먹고 산다”는 말은 이런 뜻의 의미다. 은행은 개인이나 기업에 빌려준 돈의 이자로 수입을 올리고, 돈을 빌린 사람은 그 돈으로 재산을 불려나간다.

“돈은 빌려 써야 제 맛이 난다”는 것도 이런 유통구조 때문에 생긴 풍자어다.

빚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한몫 한다. “빚도 재산이다”라고 한 것이나 “빚지는 것도 능력이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빚이 우리 경제 흐름에 중요한 입장에 있지만 빚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결코 아니다. “빚이 약이 되느냐 독이 되느냐”는 빌린 돈을 얼마나 잘 쓰야 하는데 달려있다.

요즘 세상에 집을 사는데 빚내지 않는 사람 있을까만은 빚은 감당할 만큼 쓰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과도한 빚으로 망한 사람이나 기업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빚이 무슨 공짜처럼 인식되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생각부터 사라져야겠다.

개인이나 국가나 부채가 많다면 그 경제가 건전할 수가 없다. 특히 국가부채는 뒷날 우리 후손의 짐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면 국가 재정 운용은 신중해야 할 일이다. 국가 부채가 사상 최초로 1천7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개인 총 부채보다 조금 더 큰 규모다.

공무원과 군인연금 충당분 때문이라는데 당분간 좋아질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옛말에 하늘은 근면 검소한 사람에게 복을 내린다고 했다. 국가나 개인할 것 없이 절제있는 씀씀이가 있어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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