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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令和) 시대’

등록일 2019-04-02 20:02 게재일 2019-04-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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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와 어떤 관계의 나라로 볼 것인가. 멀고도 가까운 나라일까. 조선시대 우리를 침범했던 임진왜란이나 36년의 강점기 등 과거사를 되돌아보면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 두 나라의 관계다. 그러나 두 나라는 지난해 852억 달러 규모의 무역을 할 정도로 경제적 교류가 왕성하다. 양국을 오가는 국민의 숫자가 연간 1천만 명을 넘는다. 국민적 감정만 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지금도 양국 사이에 벌어진다.

일본이 오는 5월 1일부터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즉위하면서 새로 쓸 연호를 ‘레이와’(令和)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이 30년 사용해 왔던 ‘헤이세이’(平成) 연호는 이날부터 사라진다. 레이와는 평화와 조화의 뜻을 가졌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개개인이 희망의 꽃을 피우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연호는 원래 군주국가에서 군주가 자기의 치세연차(治世年次)에 붙이는 칭호다. 중국 한(漢)나라 무제 때 처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에 사용됐던 것으로 사료로 확인된다. 고구려 광개토왕이 영락(永樂)이라는 연호를 사용한 것이 비문으로 확인됐다. 일본은 서력(西曆)과 함께 연호를 함께 사용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관공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연호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신분증과 여권 등은 서기를 사용하지만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등이 발행하는 각종 증명서에는 연호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후 연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단군기원을 공용 연호로 사용했다. 1961년부터 국제 흐름에 따라 서력 기원을 공용연호로 사용 중이다. 일본의 연호 사용은 자국민의 불편함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645년 다이카(大化)라는 연호를 채택한 이래 오늘까지 사용되고 있다. 일본인들의 독특한 국민성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단면이다. 어쩌면 국수적일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을 읽어 볼 수도 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크게 불편해진 지금이다. 새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왕의 ‘레이와 시대’가 이름처럼 양국 간에 새로운 협력관계의 전기가 될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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