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영세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은 업계의 고충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식 정책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영세 자영업체 중 외식업계는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현재 6천470원보다 16.4% 인상하면 경영이 어려운 상황인데,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지면 더 이상 경영은 힘들 것이라고 자포자기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현재 정부는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을 대비해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등 준비에 나섰지만 문제는 대응능력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체들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도 문제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만성적인 구인난 탓에 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체 대표인 A씨는 주야간 12시간 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8시간 3교대로 생산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현재 추가 고용해야 할 인원이 30명에 달하지만 인건비는 차치하고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편의점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동안 본인이 8시간 가량 근무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활용해 운영해 350만원 가량 수익을 올려왔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본인이 12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200만원도 안되는 수익구조로 바뀌게 돼 폐업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취지는 저소득 근로자들의 수익을 올려주거나 장시간 근로를 강행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해주려는 것일게다. 하지만 경제현장에서 들려오는 영세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의 한숨어린 탄식은 왜 못들은 척 하는 걸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10-31
오래전 군 생활을 한 사람들에겐 화랑담배는 추억거리로 충분하다. 담배 잎을 썰어 담배종이에 포장한 볼품없었던 담배였지만 한때는 군인들의 애용품으로 인기가 좋았다. 필터도 없다. 지금과 비교하면 담배 맛이랄 것도 없다. 쓰고 거칠고 독한 맛이다. 1949년 군용으로 첫 보급된 화랑담배는 이후 30여 년간 군인들의 사랑을 받고 사라졌다. 담배 유해론이 확산된 탓인지 알 수 없으나 군수품으로 적절치 못한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6·25전쟁 와중에도 많은 군인의 사랑을 받았던 화랑담배는 노랫말처럼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져 버렸다. 과거에는 담배를 못 피웠던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담배를 배워 오곤 했다. 성인이 되는 과정처럼 그들이 군에서 배운 담배는 어른들도 관례처럼 용인했다. 당시 군대서 제공되는 화랑담배는 공짜였다. 1인당 보급량이 많지는 않으나 무상으로 보급되는 것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훈련 중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담배 일발 장전”이란 구호가 자연스레 나오고 화랑담배 한입을 문 장병들은 쌓였던 피로를 연기 속에 날려 버렸다.금연 클리닉이 운영되는 요즘 군대와 비교하면 세상이 완전 바뀌었다. 화랑담배도 없어졌지만 부대 내 금연 클리닉까지 운영되고 있다니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얼마 전 모 공군부대에 걸 그룹이 등장해 군인들로부터 금연 서약서를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군인들의 호응도 좋아 100명이 넘는 장병들이 한꺼번에 담배를 끊겠다고 서약했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금연 클리닉에 성공하면 휴가가 포상으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3개월 금연이 확인되면 포상 휴가 하루, 6개월까지 금연을 유지하면 추가로 하루를 더 준다고 한다. 현대화된 군 풍속도다.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해마다 600만명의 사람들이 흡연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성인 남성 흡연율이 OECD 국가 중 1위다. 매년 5만4천명의 사람들이 흡연관련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장병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흡연과의 전쟁에서 필승은 당연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30
한국의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인들은 “결혼은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는 인식이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혼 여성 가운데는 46.7%가 그렇게 생각하고 미혼 남성도 38.9%가 같은 생각이다. 여성이 남성보다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을 덜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2015년 기준 전체 1인가구의 절반이 여성으로 조사됐다. 혼자 사는 여성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 평등 지수는 꾸준히 개선되고는 있다. 그렇지만 2015년 기준 70.1이다. 아직은 남녀 간 차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고용률은 2015년 최초로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64.1%에 머물고 있다. 각종 지수에서 보면 아직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유리천장이란 말은 1979년 미국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여성이나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란 뜻으로 통용화 됐다. 미국도 한때 여성들에 대한 성차별 해소를 위해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지난달 한국을 방문했던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은 마치 집단적 자살 사회와 같다”는 말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방문을 통해 느낀 소감을 이렇게 표현한 그녀의 본 뜻은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유리천장에 갇힌 존재와 같다는 말이다.한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직장의 중단이요, 경력의 단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이것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라 진단했다. IMF 사상 첫 여성총재이자 프랑스 변호사 출신이며 G7 국가 중 처음으로 재무부 장관을 지낸 그녀의 지적이라서 더욱 따갑다.“한국은 재정 여력을 저출산 문제에 투입해 여성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라”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27
블랙리스트(Black List)는 일반적으로 노동계에서 `요주의 인물명부`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노동계의 은어로 사용해 왔다. 사용자(회사)는 노동조합의 조직활동에 대항해 조합 조직책의 인물명부 작성을 흥신소 등에 의뢰하고, 그 명부를 이용해 조직화에 대응하곤 했는데, 그 인물명부가 블랙리스트다.IT업계의 용어로는 상업적인 스팸을 보내는 인터넷 정보 제공자(ISP)의 주소 목록을 가리킨다. 스팸 메일, 악성 코드를 유포하는 IP 주소, 피싱을 조장하는 허위 사이트 등을 포함한다.이에 반대되는 개념인 화이트리스트(White List)는 유명하고 안전한 IP 주소를 따로 분류, 이 주소에서 보내는 메일은 모두 안정성 있는 내용으로 취급해 수용하도록 하는 목록을 말한다. 불법 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새롭게 업데이트하는 것이 한계에 이르면서 등장했다.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메일만 받아볼 수 있게 설정하면 역으로 악성 메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정치판에 등장한 블랙리스트는 정권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터져나온`문화계 블랙리스트`만 해도 박근혜 전 정부에 통렬한 도덕적 타격을 입혔다. 반면에 정치판의 화이트리스트는 IT업계에서 쓰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뉘앙스로 등장했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사건은 박근혜 정부 시절 `관제시위`에 나선 보수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라고 대기업을 압박한 단체나 개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검찰이 `화이트리스트 의혹`사건 조사를 위해 전 국정원 간부와 전 청와대 비서관, 재향경우회 등 관변단체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이 이어지던 시절, 친정부 시위에 열을 내는 관변단체나 특정 보수단체들의 활동재원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 추측이거나 소설에 가까운 주장, 막연히 이랬으리라고 짐작했던 사실들이 `화이트리스트`사건을 계기로 벌거벗은 몸을 백일하에 드러낼 모양이다.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둘 다 반드시 척결해야 할 권력형 범죄의 흔적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10-26
고려시대 음서제는 문벌 귀족들에게 주어진 특권 제도다. 5품 이상 관리의 자식은 과거시험 없이 관리가 될 수 있게끔 특채의 기회를 제공해 준 공인된 제도다. 고려시대는 통일신라가 무너지고 호족세력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된다. 호족세력의 등장은 귀족중심의 문벌체제가 강화되는 전기가 된다. 부모의 음덕으로 자식이 득을 보는 음서제는 대표적인 귀족 우대정책이다. 당시 나라는 이들 문벌귀족들에게 공음전(功陰田)이라는 토지를 하사했다. 이것 또한 자식들에게 세속을 허용한다. 부와 권력의 세습은 불공정 사회를 만들고 민심을 떠나게 한다. 백성을 섬기는 목민의 정치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신분제로서 악명이 높다. 타고날 때 자신의 신분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운명을 결정한다. 사회신분의 세습이다. 지금은 폐지되었으나 인도는 신분제 악습의 영향으로 아직까지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제도의 선진화가 이래서 중요하다고 한다.최근 국감에서 드러난 강원랜드의 채용 비리는 이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후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끄러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500명이 넘는 신입직원들이 지속적으로 부정청탁의 방법으로 채용돼 왔는데도 우리 사회의 감시가 없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현대판 음서제란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 강원랜드는 1998년 폐광지역 경제 회생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설립한 회사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포함, 호텔, 스키장, 리조트 등을 운영하는 산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작년기준으로 매출 규모가 1조6천900억원 정도이며, 영업이익이 6천억원을 넘는다.특히 내국인을 상대로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돈 잘 버는 공기업으로 소문나 있다. 직원들의 복지도 우수해 젊은 사람들의 로망이 되는 직장이다. 강원랜드의 직원채용 비리는 취업절벽에 허덕이는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일벌백계의 수사가 필요하다. 일반기업도 아닌 공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25
블라인드(Blind) 채용은 입사지원서에 신체 조건이나 학력 등을 기재하지 않는 등 선입견이나 차별적 요소를 배제하고 채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통상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신규사원을 채용할 때 입사지원서나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 지역이나 신체 조건, 가족관계, 학력 등 인적사항을 신청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그랬던 것이 요즘에는 개인에 대해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신상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대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채용 방식이 인기를 끌고있다. 가장 앞장선 것은 바로 정부다. 정부는 지난 7월 5일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7월부터 322개 공공기관 전체가 블라인드 채용 전면 시행에 들어간 데 이어 8월부터는 149개 지방 공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됐다. 7월 12일에는 663개 지방 출자·출연기관을 포함한 지방 공공기관 전체에 9월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 시행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공공기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바탕을 둔 채용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력서 등에 출신지와 출신 대학, 신체적 특징 등 차별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전형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블라인드 채용 방침이 발표되자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학연, 지연, 혈연 등이 중시되는 비합리적인 사회 환경이 변화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스펙 경쟁에서 벗어난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많이 등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반면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인 학력·학점을 표기하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의견이다. 여기에는 원칙이 필요하다. 노력과 관계없는 학연·지연·혈연은 배제하는 게 옳다. 그러나 노력의 소산인 학력·학점 등은 반영하는 게 맞다. 열심히 노력한 삶의 징표를 깡그리 무시하고, 인재를 뽑으라는 것은 취직시험 자체의 공신력만으로 `맹인 코끼리 더듬기`식 인재선발을 강행하라는 억지정책이 될 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10-24
2013년 제정된 문화기본법에는 국민의 문화권을 광범위하게 개념하고 있다. 이 법에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화의 가치와 위상을 높여갈 것을 약속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정부는 5년 단위로 국가차원의 문화진흥 계획을 수립하고 문화융성 비전을 제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도서구입비와 공연관람비를 연 100만원까지 추가 공제해 주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 8월 발표했다. 관련업계는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크게 환영했다. 정부도 국민의 문화향유 확대를 위한 조치라며 그 의미를 부여했다.문화는 한 나라가 가진 정신적 보루며 동일 집단의 특정한 생활방식을 규정한다는 데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문화를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가치로써 인간에게 주는 중요성은 인정된다. 특히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문화적 기대감은 커진다. 국민 모두가 골고루 문화적 권리를 누려야 하는 이유가 이런데 있다고 보면 된다최근 국감자료에서 밝혀진 문화 예술 활성화를 위해 지원되는 정부 지원금이 중앙에 과대 편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문화재재단의 최근 5년간 지역별 예산지원 현황에 따르면 총 지원예산 1천356억 원의 62%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 인프라도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은 상대적으로 문화 향유 기회가 박탈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에 영화관이 없는 시군구가 66곳에 달했고 경북지방에도 13개 시군이 영화관이 없는 곳으로 밝혀졌다. 이곳 주민들은 영화를 보러 인근 대도시로 나가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 국립오페라단 등 5대 국립예술단의 올해 공연 횟수 317회 중 310건이 서울에서만 열렸다.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문화적 권리가 지방은 사실상 소외당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가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데 있다. 중앙 권력의 독점적 지위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선진국이라 말할 수 없다. 지방에 대한 푸대접은 언제쯤 개선될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23
노숙인 문제는 도시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많은 도시가 노숙인 문제로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 이른바 지상낙원이라 일컬어지는 하와이도 증가하는 노숙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외신이 보인다. 프랑스 파리를 다녀온 한국의 여행객 가운데는 샹젤리제 거리나 에펠탑으로 연상되는 파리에 대한 낭만적 생각이 그곳 지하철에서 만난 부랑자들 모습 때문에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도 1997년 IMF 이후 대량 실직사태가 벌어지면서 노숙인 문제가 공식 제기됐다. 그 이전에도 역이나 지하도 주변 등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노숙인으로 분류되기는 이때부터다. IMF 직후인 1999년 우리의 노숙인 숫자는 공식적으로 6천 명을 넘어섰던 것으로 조사됐다. 노숙의 원인은 다양하다. 도시의 경제적 사정이나 허술한 사회 안전망 등을 이유로 꼽는다. 개인적으로는 실업과 사업의 실패에 따른 경제적 문제가 원인일 때가 많다고 한다. 총체적으로는 그 도시의 불량한 경제적 환경이 원인이기도 하나 꼭 그것을 당연한 이유로 꼽기에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국감자료에서 밝혀진 `2016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현황`에서 대구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노숙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1만 명당 노숙인 수는 4.39명으로 서울(3.61), 경기도(1.2명)를 앞질러 충북(4.65명)과 세종시(4.61명) 다음으로 많았다. 단순 노숙인 수도 서울(3천591명), 경기도(1천522명) 다음 많은 1천92명으로 집계됐다.대구는 왜 타도시보다 노숙인이 많을까 하는데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노숙인이 많음이 드러나면서 대구의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을 한다. 대구시민이면 그런 외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가뜩이나 GRDP(지역 내 총생산) 전국 꼴찌의 불명예가 부담스러운 판에 노숙인 최다 도시가 웬 말일까 싶다. 대구의 도시 이미지 개선에 좀 더 노력해봐야 할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20
정부가 부동산 이상과열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 신(新)DTI(Debt to Income: 총부채 상환비율)와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DTI는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채무자의 소득으로 대출 상환 능력을 점검하는 제도이고, DSR은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을 모두 더해 매년 갚아야 할 빚의 정도를 평가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장래소득 증가·감소 가능성 등을 반영하는 신 DTI가 적용되고, DSR은 2019년부터 전면 도입할 예정이라는 게 최근 국회에 출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설명이다. 신 DTI는 대출 심사 시 해당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원리금뿐 아니라 기존 주담대의 원리금 상환액까지 반영한다. 또 소득의 지속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을 경우 일부분만 소득으로 인정하고, 장기대출의 경우 연령대를 감안해 장래 소득을 산출하는 방식도 적용된다. 신 DTI보다 한층 더 강력한 대출 규제인 DSR은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제도권 내 모든 빚이 총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대출자의 대출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내놓을 신 DTI와 DSR은 모두 대출자(차주)의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대출한도를 새로이 산정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나선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현금자산이 부족한 30~40대 직장인들이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이다. 신 DTI나 DSR의 도입은 이들에게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여 내집을 마련하기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융권의 자율판단능력과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는 것은 산업연관효과가 큰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함께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정책을 쓰는 데는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 하나를 잡으면 또 다른 하나가 문제되는 풍선효과가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10-19
지난 15일 유럽 원정 평가전을 마치고 귀국하던 한국축구 대표단 일행은 뿔난 팬들의 항의성 시위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축사국) 회원들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귀국하는 신태용 감독 등을 기다리며 “한국 축구 사망했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대한축구협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신태용 감독 일행은 팬들의 항의를 피해 당초 계획한 인터뷰도 취소하고 다른 출국장을 통해 빠져나왔다고 하니 한국축구가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국제축구연맹(FIFA)의 랭킹 발표가 있어 한국축구는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FIFA는 10월중 한국축구의 랭킹을 62위로 발표했다. 9월보다 11단계나 떨어졌으며 러시아행에 실패한 중국(57위)보다 뒤쳐져 국내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특히 중국보다 랭킹순위가 뒤쳐진 것은 1993년 FIFA가 랭킹을 도입한 이래 처음이라 팬들의 자존심을 무척 상하게 했다. 아시아지역에서도 이란(34위), 호주(43위), 일본(44위), 중국(57위)에 이어 다섯 번째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이 확정된 23개국 가운데 개최국 러시아(65위), 사우디아라비아(63위)와 함께 꼴찌에 머물러 있다.1906년 서울에서 열린 대한체육구락부와 황성기독청년회간 시합이 한국축구의 첫 경기란 기록으로 보아 한국축구도 벌써 100년 역사를 가진다. 국제적 규칙으로 본격화 된 것은 1920년대며 제1회 전 조선인축구대회가 1921년에 열렸다. 당시 축구는 일제식민지 아래에서 쌓인 울분을 풀어줄 유일한 스포츠로 젊은이에게 청량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해방 후 1956년과 1960년 아시안 컵 대회에서 연이어 우승을 하면서 한국 축구는 아시아권 챔프에 올랐다.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에서 세계 최강의 국가대표팀을 누르고 당당히 4위에 올라선 한국축구는 명실공히 국민 스포츠로서 자랑거리였다.최근 한국 축구가 보여준 실망스런 결과에 대한 팬들의 노여움은 이 같은 한국 축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해가 간다. 자존심 상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18
`치믈리에`는 닭에 밀가루를 입히고 튀겨 만든 요리인 치킨(chicken)과 서양 음식점에서 손님이 주문한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을 손님에게 추천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소믈리에(sommelier)란 단어가 합쳐진 신조어다. `치킨 감별사` 또는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치킨의 맛과 향, 식감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치킨 전문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우선 치킨이 `국민 먹거리`이자 `국민 자영업`이 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성장과 함께 양계업이 발전하면서 유통되는 닭 값이 싸졌고, 1971년 해표에서 식용유를 출시하자 닭을 기름에 튀겨먹기 시작했다. 식용유가 팔팔 끓는 가마솥에 닭을 통째로 넣고 튀긴 일명 `가마솥 통닭`에 맥주를 곁들여 파는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1970년대 말부터 이런 가게가 프랜차이즈로 진화하면서 기름에 튀긴 치킨, 즉 프라이드 치킨을 그냥`치킨`이라고 불렀다. 양념 치킨은 1980년대 초 등장했다. 이후 한국의 치킨은 이 두 가지 치킨을 중심으로 발전했다.치킨은 맥주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아예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로 떠올랐다. 2014년 방송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전지현)가 “눈 오는 날엔 `치맥(치킨+맥주)`”이라고 말한 대사가 아시아를 강타한 것이다. 드라마가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인기를 끌며 이제 `치맥`은 한국에 왔을 때 꼭 즐겨야 하는 대표 음식이 됐다. 대구에선 2014년부터 매년 `치맥 페스티벌`을 열어 관광상품화 하고 있다.이쯤되자 지난 7월 국내 1위 배달앱으로 알려진 `배달의민족`이 국내 최초의 치킨 능력평가 대회인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이날 시험 합격자에게는 배달의민족에서 인증하고 발급하는 `치믈리에 자격증`을 수여했다. 전문적인 자격증이라기 보다는 치킨 애호가들끼리 재미로 치른 시험이었지만 `치믈리에`란 신조어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그러나 세태의 변화가 어떻게 흘러갈 지 누가 알랴. 재미삼아 따둔 치믈리에 자격증이 귀한 자격증으로 각광받는 날이 오지말란 법도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10-17
중국은 패권 국가를 꿈꾼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권력을 잡으면서 그런 양상은 더욱 강해졌다.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것은 물론이요 미국과의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2012년 11월 시진핑이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하고 일성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었다. 지난 5년간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맞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한국의 사드배치에 반대한 중국의 경제적 제재도 숨은 배경에는 패권주의가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수년 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시진핑 특집을 하면서 그를 시황제라 표현했다. 중국 최초의 황제이면서 절대 권력자인 진시황(秦始皇)을 연상케 하는 호칭이었다.지난 6월 중국은 중국 독자기술로 최신형 고속철인 푸싱하오(부흥호)를 선보이고 북경~상해간 노선을 개통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속 400km의 고속철이다. 넓은 중국을 하나로 묶기 위한 수단으로 빠른 고속철만한 것도 없을 것이란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흥미로운 것은 기존의 300km 속도의 고속철 이름 `화해호`가 `부흥호`로 바뀐 점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정치구호인 `조화사회`에서 나온 열차 이름이 정치 지도자가 바뀌면서 이름도 바뀐 것이다. 이 고속철은 북경~상해 간을 논스톱으로 달린다면 4시간이면 운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중국의 고속철도 노선은 2008년 북경~천진 노선이 개설되면서 처음 도입한 이래 현재 2만2천km에 달하고 있다. 전 세계노선의 3분의 2 수준이다.오는 18일은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자 대회가 열린다. 중국 공산당 최상위 회의체인 이 대회에서는 앞으로 5년간 중국을 이끌 최고 정치권력 집단을 뽑게 된다. 세계 패권국을 자처하는 중국의 이번 주 전국대표자 회의가 각별히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시진핑이 미칠 중국 패권주의에 대한 파장을 예의주시하기 때문이다.북핵을 둘러싼 국제정세 속의 한국의 입장에서도 이번 전국대표자 회의는 예민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16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가을철 단풍놀이가 최고의 검색어로 뜬다. 10월 초 설악산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단풍은 이때부터 남하하기 시작, 하순경이 되면 전국을 붉게 물들이게 된다. 주말이면 단풍을 즐기려는 인파들의 발길로 온 국토는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 한다. 단풍으로 곱게 물들여진 산이 온통 붉다 못해 불타는 듯하다 하여 이렇게 불린다.우리나라 단풍은 동양 3국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단연 으뜸이다. 단풍이 아름다우려면 일교차가 커야 한다. 충분한 햇빛을 받아야 색깔이 고와진다고 한다. 한라산 단풍이 설악산, 내장산 단풍보다 아름다움이 떨어지는 것은 이런 기후 변화에 적응 못한 탓이다.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C 아래로 떨어지면 물들기 시작한다. 잎과 가지사이에 떨켜층이 형성돼 광합성으로 생긴 영양분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에 남게 된다. 이때 푸른빛을 띈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 단풍이다. 단풍은 하루에 20~25km의 속도로 남하한다. 중부지방은 이달 19일, 남부지방은 이달 11일~22일에 단풍이 관찰되는 것은 이런 단풍의 남하 속도에 따른 것이다.기상청은 올해 단풍은 이달 18일~26일 사이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 전망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산의 80%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자태를 뽐낼 것이다. 우리지역도 대구 팔공산과 포항 내연산, 청송 주왕산 등이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악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바위산이다. 기암괴석이 많아 단풍 명승지로 전국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역시 가을은 단풍놀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바람은 서늘하다. 어느 쪽으로 발길을 돌려도 분홍색의 산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20일부터 11월 5일까지를`가을 여행주간`으로 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라는 뜻으로 여행주간 동안 각종 시설의 할인 혜택도 준다고 한다. 만산홍엽의 풍광을 몸으로 느껴보는 재미도 솔솔할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13
세이프가드(safeguard)란 특정품목의 수입이 급증하여 국내 업계에 중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그 우려가 있을 경우 GATT 가맹국이 발동하는 `긴급 수입제한조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불공정 거래행위가 없어도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하면 발동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도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심각한 피해`등 일정 조건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인정해 주고 있다. WTO 세이프가드협정에서는, 세이프가드는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거나 치유하고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는데 필요한 정도로만 취해져야 하며, 수입국은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경우 원산지에 관계없이 해당 물품의 수출국에게 협의할 기회를 제공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협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당해 물품의 수출국이 수입국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세이프가드제도는`불공정무역행위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과 `WTO 세이프가드협정` 및 1994년도`GATT 제19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운영되고 있고,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가 조사 및 판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외무역법에 근거해 어떤 품목의 수입이 급증, 피해를 보고 있다는 국내업자의 제소가 있으면 무역위원회가 피해 여부를 조사한다. 조사 결과 국내 산업에 피해가 있다고 판정한 때에는 그 판정일로부터 45일 이내에 당해 산업을 관장하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회·조합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관세율의 조정 등 구제조치를 건의한다.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가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판정, 오는 19일 수입제한조치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 공청회에서는 관세할당, 수입물량제한 등의 조치가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 데, 추후 연 1조원에 달하는 대미 세탁기 수출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될 예정이어서 업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지구촌에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전쟁의 전운이 흐르고 있다. 민관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만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10-12
마태효과(Matthew Effect)란 부유한 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점점 더 가난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성경 마태복음 25장 29절에 나오는 “있는 자는 받아 더 넉넉해지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다. 우리말로는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다. 세상은 공평한 것 같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공평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든다.역대 가장 긴 이번 추석연휴도 `빈익빈 부익부`였다는 평가가 있다. 대기업 직장인과 중소기업 직장인의 비교에서도 그렇다. 상여금과 연휴 쉬는 날도 대·중기업 간 극명한 차이가 났다. 세상은 가진 자 쪽으로 기우는 성향이 있다. 과거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격차도 점차 커진다. 상여금만 해도 5년 사이 50%가량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한다.이탈리아의 한 경제학자는 20대 80의 법칙을 주장했다. 이탈리아 땅의 80%를 인구 20%가 소유하고 있다는데서 착안한 주장이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 법칙이 깨지고 있다. 20대 80이 아니라 10대 90, 5대 95로 독점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태효과가 정보와 교육, 언어, 디지털 등 첨단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확대되고 있다. 우리사회의 문제다.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캡 제미니`가 `세계 부` 보고에서 작년 전 세계 백만장자 수를 1천650만 명으로 발표했다. 미국이 가장 많았고 일본과 독일이 뒤를 이었다. 한국이 13위를 마크했다. 금융자산만 11억 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를 백만장자로 분류했고 한국에는 처음으로 그 숫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만 100만 달러(약 11억원)이상을 보유한 사람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 실제 재산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연평균 2%대 성장에 멈추고 있고 11년째 국민 총소득이 2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다고 보면 우리사회의 부익부 현상은 더 심화됨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우리의 참다운 의식이 더 절실해지는 때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11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초기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소셜 펀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크라우드 펀딩은 종류에 따라 △후원형 △기부형 △대출형 △지분투자형(증권형) 등으로 나뉜다. 후원형은 대중의 후원으로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방식으로, 공연과 예술 분야에서 많이 활용된다. 기부형은 보상을 조건으로 하지 않고 순수한 기부 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출형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이뤄지는 금융으로, 소액 대출을 통해 개인 혹은 개인사업자가 자금을 지원받고,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다시 상환해 주는 방식이다. 지분투자형(증권형)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비상장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형태다.세계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은 지난 2005년 영국에서 시작된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ZOPA.COM(조파닷컴)이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2007년 영국의 크라우드큐브(crowdcube.com)가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8년 미국에서 최초의 기부형(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Indiegogo)가 출현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이란 용어가 널리 알려졌다.우리나라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이 2011년 후원·기부·대출형을 시작으로 정착되기 시작했고, 2016년 1월에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도입됐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개인 투자자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업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에 연간 최대 500만 원을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91개 기업이 92건의 크라우드펀딩으로 120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으며, 자금유치 성공률은 64.3%로 나타났다. 10곳 중 6곳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국회에서도 최근 크라우드 펀딩 투자한도를 확대하고, 투자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온라인을 통한 금융기법의 발달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더욱 빨라지게 하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10-10
과거 추석명절이면 으레 나돌았던 귀성객을 상대로 한 귀성열차 암표거래가 요즘은 싹 줄어들었다. 자가용 보급 등 교통편이 다양화되면서 귀성객을 노려 터미널 등에 등장했던 암표상들의 모습은 이젠 아련한 추억거리가 돼 버렸다. 그러나 누가 암표를 `필요악`이라고 했던가. 지금도 인기 공연에는 암표상들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주 공간이 인터넷상으로 바뀌면서 암표 거래는 엄연히 존재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서 발생하는 암표는 자연스런 현상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유명 연예인의 공연이 인터넷을 통해 단 2초 만에 매진되는 것을 보면 공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일부는 거래되는 가격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다. 경제학적으로는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현상을 초과수요 상태라고 한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나타나는 기능이 암표인 것이다. 암표 거래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아 국가에 따라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암표를 팔다 적발되면 경범죄 처벌을 받는다.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암표가 극장 객석의 점유율을 높이는 긍정 효과도 있다고 한다. 암표상은 아무리 막아도 또다시 등장하며 철저히 현금 거래하기 때문에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도 없다.3일 은퇴하는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고별경기 티켓이 완전히 매진되면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암표가 나오고 있다. 블루존 내야석 4장(정가 6만원)을 50만원에 판다는 내용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승엽 선수 은퇴경기 입장권 2만4천장이 매진된 상태라고 했다. 11년 만에 무대에 서는 가수 나훈아의 컴백 공연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암표 티켓이 고가로 나돌고 있다고 한다. 정가보다 3배나 높은 20만~40만원에 팔린다는 것이다.가난했던 시절 고향 길 열차 표에 목을 메야 했던 우리들이 이제는 여유와 즐김의 문화에서 암표를 구한다. 암표도 생활 변천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10-02
추석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연중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중국의 중추절, 미국의 추수 감사절과 같은 날이다. 한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고 풍성한 수확 앞에 감사의 마음을 신과 조상에게 전하는 날이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자연이 안겨다 준 신성한 결실 앞에 인간은 그냥 숙연하고 감사할 뿐이다. 추석(秋夕)은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이다.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다.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가위는 8월의 가운데라는 말이고, 한은 크다는 뜻이니 추석날을 일컫는다. 추석에 대한 유래는 명확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삼국사기 등 문헌자료를 살펴보면 신라시대부터 명절에 버금가는 행사가 이어져 온 것으로 짐작된다.보름달은 밝음의 상징이다. 전기가 생산되지 않았던 시절 한 밤중을 훤히 밝히는 보름달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보름자정을 전후해 마을의 평온을 비는 제사를 올리는 게 보통이다. 정월 대보름이나 음력 8월 대보름이 명절이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우리 속담에 추석날을 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한다. 햇곡식과 햇과일 등으로 풍성히 차려진 음식을 먹고 밤낮으로 놀이를 즐기는 민속절의 기쁨이 오래 오래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청년 실업난에 허덕이는 요즘 젊은이에게 추석은 마냥 즐거운 날이 아니다. 올 추석 연휴가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함에도 홀로 추석을 보내겠다는 젊은이가 많다는 여론조사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전문 포털인 `알바천국`이 전국 20대 청년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10명 중 6명이 혼자서 추석을 보내겠다는 `혼추족`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로 아르바이트(27%), 친척 및 가족들의 잔소리(23%), 취업 및 시험준비(17%) 등이 손꼽혔다. 요즘 젊은이의 고단한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진다.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 입장에서도 마음 아픈 일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실현될 날을 기다려본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9-29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는 금전을 요구하거나 이별을 빌미로 협박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성폭력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가`리벤지 포르노`라 불리는 보복성 성적 영상물을 유포할 경우 무조건 징역형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즉, 리벤지 포르노 범죄의 경우 이유불문하고 `5년 이하의 징역형`만으로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촬영하여 판매, 유포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이를 통해 영리를 취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행법상 스스로 찍은 촬영물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제3자가 유포해도 성폭력 범죄에 해당하지 않고, 명예훼손죄만 적용된다니 피해자 입장에서는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서울 지역 법원의 1심 판결 결과를 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몰카 범죄에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음란물 유포죄의 경우에도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는 5.8%에 그쳤다. 반면 벌금형의 비율은 60~70%에 달했다. 심각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경미했다는 지적을 정부가 받아들인 셈이다.리벤지 포르노는 주로 남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당시 찍은 성적 사진이나 영상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했을 성적 영상물은 두 사람이 헤어질 경우 한 쪽(주로 남자쪽)이 다른 한 쪽에게 배신감에 휩싸이면서 보복 수단으로 전락해 SNS상에 공표되는 경우가 많다. 성생활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우리 사회 분위기상 리벤지 포르노 피해 당사자는 큰 타격을 받게된다. 연예인이거나 공직자, 저명인사일 경우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본인 동의 없이 개인의 명예와 프라이버시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리벤지 포르노`는 엄벌해야 마땅한 중범죄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 명예도 지켜줘야 한다. 정부의 조치를 환영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9-28
피아노는 이탈리아의 크리스토포리라는 사람이 처음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가문 `메디치`를 위해 건반악기를 제작한 그는 1710년경에 3대의 피아노를 완성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유럽의 부유한 귀족들은 그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해 피아노를 발명했고 그 피아노는 세월이 흘러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됐다.피아노는 서양을 대표하는 악기다. 서양음악의 꽃이란 별명도 있다. 피아노가 서양음악의 꽃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피아노만이 가지는 특징적 소리의 강약 조절 때문이다. 그래서 피아노는 독주로도 연주되고 다른 악기 연주의 반주로도 많이 애용되고 있다.대구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00년 3월 26일이다. 대구 최초이면서 우리나라 최초이기도 하다. 피아노가 한국 땅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된 곳은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다. 선교사인 리차드 사이드보텀 부부가 선교를 목적으로 도입한 피아노는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일본과 부산을 거쳐 낙동강 하류인 사문진으로 옮겨진다. 당시 사문진 나루터는 영남권 물류 요충지며 대구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다. 경부선 철로가 없었던 시절로서는 열악한 육로교통보다는 짐배를 통한 수로가 수월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주민들 사이에는 이런 피아노는 `귀신통`으로 통했다. 벌써 100여 년 전 일이다.대구에 처음 들어온 서양음악은 찬송가나 손풍금 등 선교활동으로 주민들과 만났다. 박태준, 현제명 등 대구출신 음악가들이 일제 강점기에도 그나마 음악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종교적 이유가 있었다. `달성 피아노 100대 콘서트`가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안고 문화 콘텐츠로 변신한 게 올해로 6년째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대구 사문진에 들어온 피아노는 시간과 역사의 옷으로 갈아입고 `100대 피아노`로 부활했다. `100대 피아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지역대표 예술 공연으로 우뚝 섰다. 작년에는 이탈리아 `PIANO CITY MILANO 축제`와 교류를 시작하면서 세계무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피아노의 화려한 부활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