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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미소

등록일 2018-10-08 20:54 게재일 2018-10-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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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진리를 설명하는 것 중에 가장 압축된 말은 염화시중의 미소다. 본래 불교는 ‘말이나 관념을 떠나 존재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부처님이 설법을 하던 중 연꽃을 들고 대중에게 보였다. 아무도 그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가섭이란 제자만이 부처님의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하여 염화미소라는 말이 생겼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미소라고도 한다. 불교에서 선(禪)의 기원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이야기다.

미소란 말을 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몸짓의 언어다. 웃음 속에 담긴 뜻이 알듯 말듯 하지만 마음이 통했다는 사인임을 서로가 안다. 그것이 어떤 장소든 상대가 누구든 시대가 어느 때든 상관이 없다. 미소 자체로 부처님의 마음을 안 가섭처럼 말없는 모두의 마음이 미소로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라 천년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가 보물로 지정됐다. 천년의 세월을 미소로 지켜왔던 수막새의 ‘작은 웃음’이 드디어 국가 보물로 인정받은 셈이다. 기와 유물 자체가 보물로 지정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예술성과 문화재적 가치가 보물로 지정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틀에 찍어 낸 것이 아니라 섬세한 손으로 빚은 잔잔한 미소의 수막새는 신라인의 체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문화유산이다. 수막새는 중국 전국시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나 백제 미륵사지, 신라 유적지 등에서 발견돼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일제 강점기인 1934년 경주 흥륜사 터에서 지금의 수막새는 발견됐다. 당시 일본인 의사에 의해 일본까지 반출됐으나 박일훈(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이라는 분의 끈질긴 노력으로 1972년 국내로 돌아왔다. 우리 문화를 지키겠다는 한 사람의 집념과 노력으로 오늘의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아동문학가 이봉직은 ‘웃는 기와’란 동시에서 “기와는 금이 가도 신라 사람의 웃음은 깨지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신라의 미소’가 이젠 이심전심으로 널리 퍼질 모양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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