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가 넘은 노인이 사업용 택시를 운전한다고 하면 우리가 이를 단순히 노익장(老益壯)의 한 단면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까. 사람의 건강이야 개인별로 천차만별이기에 꼭 나이 많은 노인이라고 해서 택시 운전을 못 할 것은 없다. 현행법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택시운전을 제지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택시의 운전자 연령이 90세를 넘어섰다면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일이 된다.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90세라는 노령의 연령으로 택시를 모는 것은 어째 불안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90세가 넘은 노인이 사업용 택시를 몰고 있는 숫자가 전국적으로 237명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에서만 110명이 현재 운전 중에 있으며, 대구서도 17명의 90세 이상 노인이 택시 영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에 제출된 국토교통부 자료에서 밝혀진 것이니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자료에 따르면 80~89세의 택시 운전자도 전국에 533명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사회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설명할 수 있으나 그냥 넘기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자료를 넘겨받은 국회의원도 고령화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자격증 유지 검사를 좀 더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치매환자인 60대 후반 여성이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사망케 한 사고가 났다. 일본에서는 치매환자의 11%가 여전히 운전 중에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한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고령자 운전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운전면허 반납 캠페인 등 다양한 계몽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10년 사이 65세 이상 고령자의 교통사고가 2.6배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정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해 고령 운전자 사고는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령자 운전도 대책 마련이 절실해졌다. 정부의 대응 노력으로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