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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화 강기동 박사

등록일 2018-11-23 20:24 게재일 2018-1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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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점이 중국으로부터 목화씨를 몰래 들여왔다면 반도체를 한국에 들여와 전파한 사람은 강기동 박사(84)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강 박사의 근황이 소개됐다. 강 박사는 현재 미국 네바다주 리노라는 외곽 주택가에 살고 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토로라에서 반도체를 만들며 일하던 그는 1974년 모국인 한국 땅에 반도체 회사를 설립했다. 문익점이 추위에 떠는 백성이 입어야 할 옷을 걱정했던 것처럼 그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반도체라는 황금 거위를 한국에 가져 온 것이다.

그가 세운 한국반도체(주)는 국내 최초로 반도체(손목시계용 칩)를 만들었다. 중동 전쟁으로 유류 파동이 나면서 이 회사는 1년만에 파산한다. 삼성이 인수했다. 이것이 오늘날 삼성반도체의 시작이다. 일간지는 그가 갖고 왔던 원천기술이 한국반도체의 모태가 됐다고 소개했고, 그를 한국 반도체의 신화라 했다. 그는 최근 ‘강기동과 한국 반도체’라는 자서전을 냈다. 출판기념회 참석차 지난 11월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크게 일군 삼성의 공로를 고마워했다. 이 책에서는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한국으로 가져오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경제를 버티는 튼튼한 버팀목이다. 나라 전체 수출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나 된다. 올 들어 10월 현재 국내 반도체 수출 누적액은 전년보다 10% 정도 늘었다. 단일품목으로 최초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20%를 우리가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최근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소식이 잦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국인 중국이 한국을 견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반도체 착시라 할만큼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반도체 산업에 불황이 닥치면 우리경제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강 박사처럼 한국의 반도체를 지키려는 누군가의 의지가 필요하다. 신화는 원래 숨어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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