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고향인 자치단체의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본인은 세금 혜택을 받게 되는 제도가 고향세의 취지다. 고향세는 산업의 발달로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면서 농어촌 지방의 부실해진 재정과 도시 재정 간의 균형을 잡아보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제도다.
우리보다 먼저 농촌의 위기를 경험한 일본은 2008년부터 고향세를 도입해 재정확보 등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과 2011년 등 국회에서 고향세법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아직 입법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연고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다수의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경주에 모인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은 고향사랑 기부금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방분권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 확충이 필수적이며 그 방안으로 고향세 도입을 요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향세 도입은 다수의 농민단체들도 찬성의 뜻을 보이고 있다. 국감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도 농어촌의 어려움을 고려, 고향사랑 기부금의 조기 도입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도시민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고향에 기부금을 내면 10만원까지 전액 세금을 공제해 주는 대선 공약을 낸 적이 있다. 약화된 농어촌의 재정을 고려하면 고향세 도입이 절박하다. 그러나 도시마다 또 정치인마다 이해가 달라 당장 입법화는 안 될 전망이다. 지금 우리의 농촌은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촌에서 아기 울음 소리가 끊어진지 오래됐다. 저출산에다 청년층마저 떠나 농촌의 고령화는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 소도시가 통째로 사라질 위기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40% 가까이가 재정자립도 20%에도 못 미친다. 자생력이란 말을 붙일 수도 없을 처지다. 중앙의 눈치를 살펴 예산을 잘 따오는 것만이 최선일 뿐이다.
새 정부가 공평과 지방 균형을 통치 이념으로 삼고 있으나 정작 지방과 중앙은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낮잠자는 고향세라도 빨리 법제화시켜야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