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판 로또 복권인 메가 밀리언 당첨을 두고 지구촌이 떠들썩했다. 미국 복권 사상 가장 큰 규모의 돈이 누구에게 돌아갈지에 대해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1조7천억원의 주인공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첨자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미국민 사이에는 한동안 복권열풍으로 요란을 떨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복권열풍이 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걸고 복권 판매소를 찾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직장인 가운데 본업에도 열심히 일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은 꼭 복권을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복권에 당첨만 되면 단번에 벼락부자도 될 수 있으니 한번쯤 투자해 볼만한 일이다.
눈먼 돈이라는 말이 있다. 돈에 눈이 없으니 아무렇게나 굴러들어 온 돈을 뜻한다. 사전에서는 ‘임자 없는 돈’ 혹은 ‘우연히 생긴 공돈’으로 풀이한다. 복권 당첨금도 노력없이 생긴 공돈과 비슷해 얼핏 눈먼 돈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공익적 목적을 둔 복권 사업에 투자해 생긴 돈은 눈먼 돈보다는 오히려 행운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요즘 국가 돈이 눈먼 돈 노릇한다는 비아냥이 많이 나돈다. 국가가 용도에 맞게 사용하라며 지원한 예산을 마치 내 돈인양 마구잡이로 사용하다 적발된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싼 사립유치원 비리가 그런 경우다. 사립유치원 원장의 개인 비리라고 할 수 있으나 이를 관리 감독하는 행정기관의 무방비가 국민 혈세를 눈먼 돈으로 만들었다는 책임도 면키 어렵다.
이번에는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국가 돈을 빼먹다 경찰에 무더기 붙잡혀 역시 국민 세금은 눈먼 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있음이 확인된 사건이다.
선진국과 후진국 국민이 갖는 세금에 대한 인식은 내가 낸 세금을 되돌려받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 한다. 후진국 국민은 세금을 되돌려받기보다 뜯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 세금을 도둑질하는 사람에 대한 엄벌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관리 잘못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세금에 대한 불신은 빨리 막아야 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