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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펜스 룰` 논란

과전이하(瓜田李下)는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시구(詩句)에서 유래한 말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을 줄인 말이다. 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군자는 불필요한 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세상을 처신하는 군자의 올바른 몸가짐을 가르치는 교훈적 용어다.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은 일곱 살이 되면 남녀가 한자리에 앉지 않는다 뜻이지만 이때부터 남녀가 엄격히 구별돼야 할 나이가 됐음을 가르치는 말이다. 이 말은 유교사상이 강했던 조선시대에 와서는 남녀가 자리를 같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져 남녀 간에 밥상도 함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이나 장유유서(長幼有序)처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부부와 남녀 간에는 물론이요, 군자의 처세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엄격한 사회 법도가 있어왔다. 전통적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지금의 시각에서 본다면 고리타분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그러나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 법도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도 복잡한 요즘 세상사는 방법이 된다.성 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이 운동을 얼마나 슬기롭게 수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바뀌고 양성평등의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 지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미투운동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펜스 룰(pence rule)이 네티즌 간 논란이다. “아내가 없는 자리라면 다른 여성과는 일체의 술자리를 갖지 않는다”는 미국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서 따온 이 말이 남성들의 미투 방어용 처세술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는 여성과의 동행 출장 거부나 여직원을 뺀 회식하기 등이 등장해 오히려 남녀 간 갈등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과전이하`는 군자로서 올바른 처세의 원칙을 가르친 말이다. 과도한 여성경계 태도가 미투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9

정치인의 이미지메이킹

선거철이 다가오면 표를 얻어야 하는 숙명에 처한 정치 후보자는 좋은 이미지 창출에 목을 멘다. 정치 후보자의 좋은 이미지란 바로 유권자들이 바라는 능력과 자질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고 확신시키는 데서 형성된다. 정치 후보자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고 또 형성된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도 않는다. 또한 정치 후보자의 크고 작은 삶의 모습,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다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삶을 세심하게 다듬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이미지메이킹은 기본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유지·강화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는 제거·축소·완화·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정치 후보자가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많은 스킬이 필요하다. 우선 선거 캠페인 초반의 인상이 중요하다. 주요 이슈의 바른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옹호해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즉, 주요 이슈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상대방 후보자에 앞서 바른 방향에서 정의해야 한다. 이슈를 선점해 상대방을 수세에 놓거나 뒤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또 정치 후보자의 옷차림은 방문하는 시간, 장소, 유권자에 부합해야 한다. 유권자와 접촉할 때는 남의 말을 열심히 들어 주는 자세를 취해야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남에게 설교하고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 올바른 방법으로 악수하며 가능한 한 많은 유권자와 개인적으로 접촉해야 한다. 어떤 장소에서든 짧게 많은 사람과 악수하고 대화하도록 한다. 악수를 잘 하려면 악수의 네 가지 요소인 악력, 눈 맞춤, 손 흔들기, 대화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이 어려운 것은 나쁜 이미지는 좋은 이미지에 비해 쉽게 형성된다는 점 때문이다. 또 좋은 이미지도 방심하면 순식간에 나쁜 이미지로 바뀔 수 있다. 후보의 신중하지 못한 처신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정도라면 모르지만 `미투운동`의 타깃이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해명이나 변명, 항변의 기회를 얻기 힘들고, 설령 무고하다 한들 이미 선거가 끝난 뒤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 일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함께 존재하는, 양면성을 가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08

노인세대의 파워

우리나라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있다면 일본은 `단카이 세대`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194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약 800만명 정도다. 이들 세대는 급격한 인구증가로 진학, 취업, 혼인, 주택 등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매사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성장한 세대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경쟁이 일본 경제를 고도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우리나라 고령층의 특징과 소비구조 변화`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고령층의 소비가 2020년부터 양적 팽창과 함께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은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다. KIET는 “앞으로의 고령층은 학력이 높고 문화적 개방도가 높으며 개인적 성향이 강해 취미와 건강관리 등 자신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고령 친화산업이 성장하고 고령층이 내수를 주도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금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령층의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예측한 조사여서 주목받을 만한 내용이다.특히 이 보고서는 향후 우리나라 고령사회에 베이비붐 세대(약 700만명)에 이어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까지 가세된다면 한국내수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이라 전망했다.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 규모는 956만명으로 베이비붐 세대보다도 크다.2013년 일본 단카이 세대가 포함된 60~69세 가구의 소비 증가율이 2.7%였다. 일본 전체 소비증가율 1.1%보다 훨씬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고령세대 소비가 일본 전체 가계 소비액의 4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일본 노인들의 파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KIET 조사에서 한국사회도 노인 세대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베이비붐 세대가 그 출발점에 섰다. 더 이상 뒷방 늙은이가 아닌 노인들의 당당한 삶이 시작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7

깡통전세와 전세금 반환보증

대구·경북 등 지방 주택시장 침체와 아파트 입주 급증 등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부동산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깡통전세는 집값이 주택담보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럴 경우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서 전세보증금을 제때에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껴 전세금 반환보증상품의 가입을 서두르게 된다.`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집값 하락, 집주인의 과도한 빚 등으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에 전세금 반환을 책임져주는 상품이다. 한마디로 전입일자나 확정일자만으로 전세금 전액을 쉽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들어낸 보험상품으로, 최근 보증가입대상 한도액이 수도권은 7억원, 비수도권은 5억원까지 늘어나 더 큰 인기를 끌고있다. 실제로 지난 해 한해동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건수를 보면 4만3천여 건, 금액으로는 9조4천여 억원에 달한다. 이는 그 전해 가입건수 2만4천여 건, 금액5조 1천여 억원에 비해 대폭 급증한 수준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이는 최근 몇년간 전세를 끼고 여러 채의 집을 사는 `갭투자`가 유행했는 데, 집값이 떨어지면 캡투자자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와 함께 입주물량 증가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이 함께 하락하는 지역에서는 이같은 불안감이 더욱 크다.한국감정원은 올들어 경북지역의 아파트 매매값과 전세값이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막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지 아직은 확신하기 힘들다. 다만 갭투자가 적지않은 상황에서 `깡통전세`나 `역전세난`이 닥칠 경우를 대비해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을 담보하려면 전세보증금 상환보증 상품 가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3-06

대구 근대역사 길 걷기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3·1운동은 대구에서는 일주일 뒤인 3월 8일 거사가 일어난다. 서울에서 3·1운동이 비밀리에 준비되고 있을 때 대구에서는 기독교 유지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준비했다. 일본 순사의 경계를 피해 많은 사람이 모여야 했기에 토요일이면서 대구 최대 시장인 서문시장 장날인 토요일(3월 8일)을 선택했다.기독교 인사들과 계성학교, 대구고등보통학교, 신명여학교 학생과 교사가 중심이 돼 전개됐다. 학생들은 일본순사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교복 대신 장사꾼 복장으로 갈아입고 장터로 나섰다. 지금 대구시 중구 동산동에 있는 90개 계단으로 이뤄진 `3·1운동 길`은 당시 학생들이 거사를 준비하며 다녔던 길이다. 서문시장에서 만세를 외친 사람이 1천명을 넘었다. 운동에 참여한 157명이 일본 순사에 체포되고 그 중 76명이 형을 선고 받았다.90계단 길에서 제중원(현재 동산의료원)을 거쳐 서문시장으로 이어지는 이곳에는 당시 기독교 전파를 위해 한국에 왔던 선교사들이 살던 집들이 남아 있다. 가곡 `동무생각` 속의 청라언덕도 만날 수 있다. 대구의 몽마르뜨 언덕이라 부른다. 작곡가 박태준 선생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이곳은 3·1운동의 역사가 스며있는 곳이다.100년 전 대구에 처음 들어 와 대구를 사과나무 고장으로 알렸던 사과나무가 보존돼 있다.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독립 유공자 명패도 보인다.90계단 길을 따라 내려오면 길 건너 편에 우뚝 선 성당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나라 3대 성당의 하나인 계산 성당이다. 서울의 명동 성당처럼 대구가톨릭 역사를 대변한다. 그곳을 따라 걷다보면 독립 운동가이며 민족시인인 이상화 선생의 고택을 만나 볼 수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통해 국가를 잃은 우리 민족의 설움과 분노를 표현한 그분이 태어났던 생가다. 대구시민의 서명으로 생가는 간신히 보존될 수 있었다. 3월 8일은 대구시민이 일제의 침탈에 항거해 독립만세를 처음 부른 날이다. 3·1절의 의미를 대구의 근대 역사 길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5

봄(春)

오는 6일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이다.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날로 동면하던 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오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때쯤 되면 개구리 알을 찾아 잡아먹기도 하고,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셔 몸을 보신했다. 겨울철 움츠렸던 몸을 추슬러 농번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매실 주산지인 경남 하동에는 벌써부터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3월 중순에는 만개할 것이라 하니 또다시 봄은 우리 곁으로 오는 모양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꽃이 일찍 핀다하여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선비들이 유난히 좋아했던 꽃이다. 추운 날씨에도 굳게 피어나는 기개와 은은하게 배어나는 향기 때문이다.이제 얼어붙은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봄을 알리는 꽃들의 향연도 머잖아 열리게 된다.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미선나무와 살구나무, 왕벚나무, 분홍색의 진달래 등 한국을 대표하는 봄꽃들이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의 기억들은 어느 듯 사라지고 말 것이다.봄은 꽃들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봄의 기운을 느낀다.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식단의 반찬에서도, 거리의 표정에서도, 내 이웃의 얼굴에서도 우리는 봄을 만날 수 있다. 이해인 수녀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란 제목의 시에서 봄이 왔음을 이렇게 표현했다.“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있었구나…”라고 숨어 있던 내 마음속의 봄의 존재를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봄은 사계절의 첫 번째이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새로운 생명의 계절이다. 그래서 봄은 늘 희망과 미래를 상징한다. 엄동설한의 겨울을 참고 견디어 냈던 생명력에 대한 경이로움의 표시런지도 모른다. 또다시 맞이하는 봄이지만 여전히 반갑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3-02

망월(望月)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수천 년 간 인류의 신비와 동경의 대상이었던 달이 과학에 의해 점령되던 날이었다. 당시 우주선을 탔던 `닐 암스트롱` 선장은 “한 인간에게는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인류의 오랜 동경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그의 말에서 우리는 달의 신비가 조금이나마 벗겨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도 느꼈다.달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으로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다. 지구로부터 거리는 약 38만 4천km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400분의 1이라 한다.2009년에는 미국 나사(NASA)가 달의 남극 부근에 충돌을 일으켜 달에도 물의 존재가 있음을 확인했다. 앞으로 달에 대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만큼 인류가 가진 달에 대한 낭만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먼 옛날에는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었고 옥토끼도 살았다. 이태백이가 놀던 달에 양친 부모 모셔 천년만년 살고 싶었던 곳이다. 노랫말뿐 아니라 달을 주제로 한 시조나 이야기도 수없이 많이 전해졌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 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다. 전래 풍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만나볼 수 있다.보름달을 만월(滿月) 또는 망월(望月)이라고도 부른다. 휘영청 밝은 대보름달은 세상 구석구석을 밝혀 어둠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모든 부정과 사악함이 달을 통해 빌면 사라져 정화될 것이라 믿었다.우리의 정월 대보름이 설 명절만큼이나 큰 명절로 이어져 오는 것도 달에 대한 동경심과 신비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8월 보름날인 추석도 수확의 고마움을 기리는 전래 행사다.한해의 편안함을 기원하는 우리의 명절이 과학의 힘으로 정체가 드러나더라도 우리에겐 낭만과 신비가 숨겨있는 보름달로 기억되면 좋겠다. 대보름날 오곡밥도 지어먹고 부럼도 깨고 귀밝이 술도 먹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번 대보름날 달집태우기 구경이라도 가보자./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28

블로그마케팅

블로그마케팅은 한마디로 블로그를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마케팅기법을 말한다. 블로그(blog)는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자료를 뜻하는 `로그(log)`의 합성어인 `웹로그(weblog)`의 줄임말이다. `1인 미디어`라고도 불리는 블로그를 이용한 블로그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인터넷의 발달과 쌍방향성의 강화로 인해 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신개념의 소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활용한 마케팅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블로거들이 주로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모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블로거들에 의하여 입소문이 나고 좋은 인식이 형성되면 홍보효과가 커진다. 즉,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 비용대비 효과가 크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들을 통해 형성된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입소문을 내고, 이러한 반응을 통한 제품 홍보효과는 일반 광고를 통한 파급효과보다 크다는 것이다. 블로그마케팅은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을 때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는 지, 고객이 검색하는 단어를 많이 알아두고 그 키워드에 블로그 컨텐츠를 노출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또 키워드를 검색한 고객은 노출된 컨텐츠를 살펴보기 시작할 때 상단에 있는 콘텐츠부터 보기 때문에 자신의 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되도록 해야 고객들의 눈에 띄기 쉽고, 고객이 클릭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때 블로그탭에서 첫번째 페이지, 혹은 1~5위권안에 노출되는 것을 `상위노출`이라고 하는 데, 고객들은 상위노출된 글 중 제목과 섬네일 이미지 등을 확인해 본인이 찾고 있는 글이라고 판단될 때 클릭해서 보게 된다. 또 아무리 상위노출됐다 해도 블로그 글 내용이 성의가 없으면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없고, 매출로 연결되기 어렵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해당 주제에 관해 고객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작성해야 한다. 특히 블로그 콘텐츠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게된 고객은 사용 후기를 찾아보는 데, 실제 이용한 사람들의 후기나 평가는 큰 역할을 하게된다. 그래서 오랜 기간 좋은 평가를 받은 블로그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신뢰의 힘을 쌓은 파워블로그의 당연한 권리행사일지도 모른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27

문화의 힘

세계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대표 문화콘텐츠는 무엇일까. 근대사적 관점에서 보면 한류(韓流) 열풍을 쉽게 손꼽아 볼 수 있다. 이를 좀 더 구체화 시킨다면 케이팝(k-pop)이나 한류 드라마 등이 아닐까 싶다. 케이팝은 넓게는 한국의 모든 대중음악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널리 보편화된 케이팝의 명성은 2000년대 중반 이후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대중가요를 즐기기 시작한 것을 케이팝의 원류로 보는 것이다. 2005년 일본에서 `보아` `동방신기` 등이 `오리콘 차트` 상위권을 선점한 것이 계기가 된다고 본다. 케이팝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세계의 젊은이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단연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다.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가 한류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만찬에 참석한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케이팝(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 파티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한국을 방문토록 하겠다”고도 말했다.각국이 가진 문화는 그 특성에 따라 외교적 관계에서 매우 유용한 매개 역할을 한다. 어느 한국전문사이트가 미국인 1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41%가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또 26%가 한국음식을 맛보게 됐고 16%는 “한국제품을 구입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대중문화를 통한 국가에 대한 호감이 생활문화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나라가 보유한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대목이다.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우리고장 출신의 컬링선수를 두고 외신들이 올림픽의 `케이팝 스타`라 했다. 케이팝을 한국문화의 일반적 특징으로 이해하는 모습이다.한국에 K팝이 있으면 일본에는 J팝이 있고 중국에는 C팝이 있다. 국가 간 문화 경쟁도 치열하다. 국가를 대표할 문화의 힘을 키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26

선거와 무상(無償)복지

옛날 어느 나라 왕이 늙고 병들어 왕위를 물려주어야 할 때가 됐다. 그러나 평소 공부를 싫어했던 왕자에게 지식을 물려줄 궁리로 학식이 높은 부하 선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한권의 책에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담아 오라고 했던 것이다. 선비들은 한권에 절대 담을 수 없다고 반대했으나 왕의 준엄한 명령을 거역 못해 한권의 책을 만들었다. 왕은 이마저 많다 싶어 이를 줄여 한쪽 아니 한 문장으로 만들라 다시 명령했다. 명령을 어기면 목숨을 뺏겠다고 했다. 목숨이 두려운 선비들은 머리를 맞대 이렇게 적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음력 윤달을 두고 우리 민족은 여럿 호칭으로 불러 왔다. 공달, 남의 달, 가웃달, 그저 달, 덤 달, 여벌 달, 우외 달, 없는 달, 공짜 달 등 정말로 다양하다. 윤달은 태음력에서 계절의 추이를 맞추기 위해 평년의 12개월에다가 한 달을 더 보탠 달을 말한다. 호칭에서 느끼듯 윤달은 그저 생긴 달이라 하여 이달에는 무슨 일을 하던 재앙이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 놓아도 아무 탈이 없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공짜 싫어할 사람 있을까 만은 따지고 보면 공짜도 경계해야 할 이유가 많다.“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지만 공짜를 좋아하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살면서 종종 본다. 세상의 일은 노력하는 만큼의 댓가가 발생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란이 또 등장했다. “복지냐 포퓰리즘이냐” 유권자들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경기도 광명시가 전국 최초로 중고교 신입생에게 교복비를 무상으로 지원키로 했다. 덩달아 경기도내로 확산돼 내년에는 도내 전학교가 교복무상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도 청년수당 대상을 올 4월부터 2천 명 더 늘렸다. 성남시는 도시개발 사업으로 생긴 이익금을 시민배당으로 되돌려 준다고 했다. 재정 여력이 좋은 지자체에서 시작된 무상복지에 대해 재정이 취약한 지방의 자치단체는 어떤 생각일까. 무상복지, 꼭 선거 앞에 해야 하나./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23

범프 스탁 규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범프스탁(bump-stock)을 규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했다고 한다.`범프스탁(bump-stock)`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고 재장전되는 반자동 방식의 총에다 설치할 경우 방아쇠를 누르고만 있어도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해지는 기계장치를 가리킨다.미국에서 이처럼 총기규제 목소리가 커진 것은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부터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남학생이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1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미국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고, 그 때마다 총기 규제 강화 여론이 들끓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실질적인 정치권의 움직임이나 정책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총격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느슨한 총기 규제보다 총격범의 `정신 건강` 문제로 지목해 학생들의 분노를 샀다.미국, 그중에서도 특히 플로리다주는 총기 소지나 구매에 관한 한 남용에 대한 부작용보다 `자기방어`와 `무장의 자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행 플로리다주 총기 구매 규정에 따르면 권총은 21세이어야 구매가 가능하지만, 반자동 소총은 18세 이상이면 살 수 있다. 권총은 구매 전 3일 동안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반자동 소총은 중범죄나 가정폭력 유죄 평결 기록이 없고, 정신과 상담을 받겠다는 서약만 하면 누구나 총기상에 들어가 몇 분만에 살 수 있다. 총기소지 또한 자유롭다. 공개된 상태(open carry)로는 갖고 다닐 수는 없지만 보관함 등에 가려진 채로 소지하고 다니는 것은 허용된다. 박스에 넣어 차량에 싣고 다닐 수도 있고, 주립공원 등에도 가방 등에 넣어 소지할 수 있다.총기사고로 인한 총기규제 강화시위와 미 정부의 무신경한 대응태도가 숨바꼭질하듯 되풀이되는 걸 보노라면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정쟁을 지켜보는 듯한 기시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니 이 대목에서 “바보야, 문제는 총기 자체야”라고 콕 꼬집어 말하고 싶은 것은 정의감일까, 오지랖일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22

유명세 탄 의성 마늘

경북 의성은 조선 중기 1500년대부터 마늘을 재배해 온 오랜 전통의 마늘 고장이다. 의성읍 치선리에 김해 김씨와 경주 최씨 두 성씨가 터전을 잡으면서 마늘을 재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의성은 토양이 비옥하고 부식토로 덮여 있어 이곳에서 재배된 마늘은 단단하고 쪽수가 6쪽정도로 적다. 육쪽 마늘이라 하여 인기도 좋다. 즙액이 많고 매운 맛이 강하며 살균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김치 담글 때 사용하면 김치 맛이 좋고 맛도 잘 변하지 않는다. 의성 마늘은 전국적으로 생산량은 많지는 않으나 이 같은 맛과 질로서 판매량이 급증한다. 흑마늘, 마늘즙 등 마늘을 상품으로 한 제품의 출시도 왕성하다.마늘은 예로부터 강장제로 잘 알려져 있다. 마늘의 원산지인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피라미드 축조에 동원된 노예에게 마늘과 양파를 먹여 원기를 회복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늘은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 하여 예로부터 일해백리(一害百利)라 불렀다. 마늘에는 강력한 살균작용을 하는 알라신 성분이 다량 함유돼 항암효과와 피로해소, 면역력 강화 등에 큰 도움이 된다.2018 평창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컬링여자 대표 선수를 두고 외신들이 `갈릭 걸스`(garlic girls)라고 부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늘 소녀`란 뜻으로 이같이 호칭하며 “불과 몇 년 전 컬링에 빠진 소도시 출신 소녀들의 집념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극찬했다. 우승 문턱까지 진입한 한국 컬링 여자팀은 김민정 감독을 비롯 김은정, 김초희, 김선영, 김경애, 김영미 선수 등 모두가 경북 의성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의성여중고 동문인데다 성씨까지 똑같아 외신들은 이들을 두고 `팀 킴`(Team Kim)이라 한다.“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크기가 작아도 큰 사람보다 오히려 단단하고 재주가 뛰어날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작은 마늘이 연상되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말처럼 들린다. 마늘 소녀들의 활약으로 의성 마늘이 유명세를 탔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21

미투운동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전반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미투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달아(#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또는 운동을 가리킨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2017년 10월 15일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성범죄를 당한 모든 여성이 `나도 피해자(Me Too)`라며 글을 쓴다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다. 미국에서는 미투 캠페인을 제안한지 24시간 만에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하며 지지를 표했고, 8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MeToo`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성폭행 경험담을 폭로했다. 특히 미국의 체조 금메달리스트 맥케일라 마루니가 미투 캠페인에 참여하며 팀닥터 래리 나사르 박사에게 13살 때부터 성추행을 당해온 사실을 고백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메릴 스트립, 리즈 위더스푼, 숀다 라임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 영화, TV, 연극 분야에서 활동하는 300여명의 영화인은 1천300만 달러를 모금해 성 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에 맞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법 지원 펀드 `타임즈업`을 발족해 `타임즈업 운동`이라고도 불린다.대한민국에서도 지난달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8년 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려 미투운동이 본격 시작됐다. 이어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연극계의 거장인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연이어 `미투 운동`에 동참함에 따라 한국극작가협회가 이윤택을 회원에서 제명하기에 이르렀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높은 고은 시인도 최영미 시인의 작품 `괴물` 속에서 성추행을 일삼는 원로 시인 `En 선생`으로 지목당했다.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고발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시작된 미투운동이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권력에 의한 폭력·위압·강압을 없애는 데 하나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20

덕담(德談) 사회

올 설날에도 우리는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으로 내려온 설날 덕담을 많이 나눴다. 윗어른은 물론이요 가족친지, 친구와 아랫사람에게도 한햇동안 좋은 일들이 많기를 기원해 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이 이런 덕담의 대표적 표현이다.설날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으나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낯설다는 말에서 파생했다는 것과 나이를 의미하는 살에서 나왔다는 견해, 장이 선다는 의미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낯설다는 말이 새롭기 때문인 것처럼 새롭다는 의미가 모두 내포된 공통점이 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과 새로운 한해의 장이 시작한다는 뜻이 그렇다. 설빔도 새로운 몸가짐을 다짐하자는 뜻에서 새 옷을 입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유래는 비슷하다.새해에 나누는 덕담은 어느 민족이나 비슷하다. 우리와 인접한 중국도 음력 1월1일을 춘절이라 부르며 우리처럼 연휴를 즐긴다. 그들의 덕담도 돈 많이 벌고, 건강하며 복이 넘치는 한해를 기원한다. 수복강령(壽福康)은 우리의 조상이 즐겨 사용하는 어휘다. 인간의 행복 가운데 가장 중요한 `오래 살고` `복 받으며`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언령(言靈) 사상`이라는 게 있다. 소리 내어 말하는 사람의 언어가 실제 현실에서 무언가 역할을 해준다고 믿는 관념이다. 좋은 말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나쁜 말을 하면 나쁜 결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언어에 주술적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상이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것 등이 언령적 의미를 갖고 있는 표현이다.좋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언령 사상을 떠나 우리사회의 밝고 부드럽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언어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면 우리가 즐겨 쓰는 덕담은 사회를 건전하게 이끄는 힘이 된다. 남의 입장을 배려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덕담은 나에게도 좋은 습관이 된다. 설날에 나눈 덕담이 내내 우리 사회에 번져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8-02-19

현대판 기우제(祈雨祭)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민족이 가지는 공통된 제의(祭儀)다.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농경 사회일수록 비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풍백, 우사, 운사만 봐도 비의 중요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 마을단위 혹은 나라 차원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왕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부족해 농사가 흉년 들고 민심이 흉흉해지면 이것은 왕의 부덕(不德)의 소치라 생각하고 속죄 의례를 행하기도 했다. 또 죄수를 사면하거나 조세감면 등의 선정을 베풀곤 했다.기우제는 기우제의 방식이나 주체들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 왔으나 지금은 기우제의 의미가 거의 퇴색하고 지역에 따라 상징적 의미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대구 수성구청이 대구 경북일대의 심각한 가뭄에 대한 간절함을 모아 기우제를 올린 것이 이런 케이스다. 작년 7월 경북지역이 한창 가물었을 때도 포항과 경주 등지에서는 이런 맥락에서 기우제가 올려졌다.기우제가 비를 내리게 하는 영험이 있지 않다는 것은 현대 과학으로 이미 입증된 마당이다. 민간에서 이뤄지는 이런 기우제는 간절함에 대한 마음을 기우제 형식을 빌어 표현한 것이다.미국 애리조나 지역의 호퍼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한다. 그 사연을 알아보니 이 인디언족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호퍼 인디언 정신`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인간이 불굴의 신념으로 일을 하면 무슨 일이든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인디언 기우제`라는 책까지 나왔다. 불굴의 정신으로 인생을 살아 성공한 사례들을 엮었다.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처럼 궁하면 살길이 열릴지 모른다는 인간의 심리가 기우제 속에는 숨어 있는 듯하다.현대판 기우제이지만 비가 내리길 바라는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과학이 아직은 비를 내리게 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현실이 오히려 우리 고유의 기우제를 유지하게 해 다행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14

징벌적 배상제도

외국영화를 보다보면 개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민사소송에서 상상이상의 엄청난 금액을 선고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1760년대 영국 법원의 판결에서 비롯됐으며, 이후 미국에서 도입 시행되고 있다.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있을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그래서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는 실제 피해액과 무관하게 엄청난 고액이 부과된다. 보상적 손해배상 만으로는 예방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액의 손해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장래에 그러한 범죄나 부당 행위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또는 기업)이 그러한 부당 행위를 범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에 주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수년 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제안이 꾸준히 제기돼왔는데, 이번에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으로 기술탈취 뿌리 뽑기에 정부와 여당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우선 가해혐의 대기업에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에 도입한다. 이로써 기술침해혐의 기업은 자사(自社)의 기술이 피해당한 기업의 기술과 무관함을 해명해야 하는 `입증책임`을 갖게된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기술탈취 관련 5개 법률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대기업의 갑질 횡포를 조금이나마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13

`앙코르 라이프 플랜`

은퇴자의 천국이라고 지목되는 곳은 대체로 기후가 온화하다. 알맞은 온도와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 또한 잘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은퇴마을로 손꼽힌다. 은퇴자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너 `힐튼 헤드 섬`은 기온이 겨울에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한 여름에는 30도까지 올라가지만 저녁이면 곧 선선해져 휴식을 취하기가 적당하다. 은퇴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섬에 조성된 대단지 리조트형 주택은 대부분 은퇴자를 위해 설계돼 있다.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테니스장 등 레저시설이 골고루 갖춰져 있고 숲과 호수, 골프장이 단지와 인접해 있다. 축제와 각종 이벤트가 연중 내내 열리는 곳이다.우리나라도 노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퇴 후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인생은 60부터다`라는 말이 실감하는 시대가 됐다. 은퇴이후 생활에 대한 준비와 각자의 생각들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은퇴 후 행복한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숙제가 있다. 경제적 여유와 건강한 몸의 상태다.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은 2014년 기준으로 31.3%로 OECD 34개 국가 가운데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OECD 평균 고용률 13.4%의 2.3배다. 75세 이상 고용률은 19.2%로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들의 취업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역동적인 삶을 살 수만 있다면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의 높은 고용률은 생활비 충당에 목적이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공적연금이든 사적연금이든 연금을 받는 사람은 노인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고 해결을 위해 노인들이 취업 현장으로 내몰리는 현상이다.보건복지부가 최근 `앙코르 라이프 플랜`을 발표했다. 중장년층의 은퇴 없는 삶을 돕기 위한 계획이다. 2022년까지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양질의 노인 일자리 80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내놓은 정부 계획이라 미심쩍은 구석이 없지 않다. 노인들을 위한 `앙코르 라이프 플랜`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 과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12

항생제 소비 1위인 나라

한국 사람은 대체로 성격이 급하다. 버스가 도착하기 전부터 일어나 내릴 준비를 한다. 외국인이 보기에는 뭔 일이 생겼나 싶어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커피 자판기에 물이 내려오기도 전에 자판기 구멍으로 손부터 먼저 들어간다. 컵라면에 물 붓고 3분을 못 기다려 계속 젓가락으로 뒤적인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빨리 빨리 문화`가 있다.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할 때도 `빨리` 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는다. 이런 한국인의 조급성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장점일 때도 많다. 특히 상대와 경쟁을 벌일 때는 한국 사람의 조급성이 돋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짧은 시간 내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급한 성격이 한 몫한 탓이라 봐도 좋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 된 것도 국민성과 연관이 있다.그러나 급한 성격으로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부실공사가 자주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교통사고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 자살률도 OECD 국가 최고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좋은 장점을 잘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다.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은 20세기 의학의 기적으로 평가된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발견되기 전에는 영유아가 10세가 되기 전 절반가량 사망했다. 천연두, 홍역, 말라리아 콜레라, 폐렴 등 인간의 수명을 노린 질병으로 사람의 평균 수명도 30-40대가 고작이었다.최근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항생제 소비량이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1위를 했다고 한다. 1천 명당 하루 34.8명이 항생제 처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평균의 1.6배 수준이다. 잘 알다시피 이제 항생제 남용의 문제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균의 등장으로 인류의 각종 감염질환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전 세계가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추세에 한국인의 항생제 소비 1위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 국민의 조급성이 한 몫한 것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09

`피터팬 증후군`

우리 가정과 사회에서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은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가리키는 용어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카일리(Dan Kiley)가 1983년 자신의 저서 `피터팬 증후군`에서 신체적으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했다. 우선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는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 어른이 되어도 취업을 못하는 경제적 상황 때문에 사회 진출과 결혼을 미루며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가정이 성년이 된 아이들을 피터팬이 된 것처럼 돌봐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환경·임금 분야 규제가 크게 확대되면서 산업계에도 피터팬 증후군이 심각하다. 일부 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졸업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각종 지원이 사라지고 조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외형확대 포기와 사업 부문 매각 등으로 성장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산업계에 나타나는 `피터팬 증후군`이다. 실제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초기 중견기업(매출 3천억원 미만)의 8%가 중소기업으로 회귀 의사를 밝혔는데, 그 이유가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지원은 급감하고 규제가 급증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이에 따라 정부가 최근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 성장에 따른 조세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등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매출 3천억 원 미만의 초기 중견기업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고졸 인력도 연구전담 요원으로 인정하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기술사업화 금융지원 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부정과 퇴행을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피터팬 증후군은 이상은 높지만 이를 현실에서 실천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사회적 폐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2-08

입춘 소망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난다. 지난 4일 입춘(立春)이 지났어도 영하 10도가 넘는 겨울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혹독한 추위로 사람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어 도심의 거리마저 썰렁한 분위기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날로부터 봄이 시작한다고 믿었다. 근데 요즘의 날씨로 보아 봄은커녕 한겨울도 이보다 추울까 싶다. 이럴 때 생각나는 고사성어가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이 말은 중국의 절세미인 왕소군(王昭君)이 어쩔 수 없이 흉노족 왕에게 시집을 가야했던 딱한 사연을 두고 동방규라는 시인이 지은 시에서 따온 것이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 딱히 사용하기 적당한 고사다.봄은 희망의 상징이다. 봄은 새로움과 다시 시작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봄을 이야기할 때는 꿈과 희망을 떠올린다. 긴 추위 끝에 찾아온 따사로움에 대한 반가움이다. 만물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싹을 피우는 자연 섭리에 대한 경외심과 믿음이다.우리의 조상들은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입춘 날 각 가정마다 입춘축(立春祝)을 붙였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국태민안(國泰民安) 등이 그런 것이다. 가정마다 복이 많이 들어오고 좋은 일들이 올 한해 가득하길 바라면서, 나라와 백성이 편안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번 하는 것 보다 낫다”는 말을 했다. 해마다 되돌아오는 봄이지만 올해도 똑 같은 희망을 염원하는 것이 봄이 갖는 의미다.민족시인 이상화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염원하면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노래했다. 지금 비록 아직 추운 겨울을 넘어서지 못했으나 봄을 희망한 것이다.곧 다가올 봄을 맞아 올해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하는 봄다운 봄이 찾아오면 좋겠다. 봄의 소망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