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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할배의 날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8-04-02 21:04 게재일 2018-04-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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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가 4년 전 제정한 `할매할배의 날`은 제정 취지에 비해 활성화가 안 돼 아쉬움이 큰 사업이다. 물론 취지가 좋다고 성과가 반드시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활성화가 됐으면 하는 사업으로 본다면 `할매할배의 날` 만한 것도 잘 없다. 도로를 내주거나 주민의 숙원을 풀어가는 예산투입 사업은 아니지만 가정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정신문화 운동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는 의미다.

당면한 노인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도 `할매할배의 날` 지정은 매우 바람직하다. 경로사상을 고취할 수 있을뿐 아니라 가정의 공동체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노인세대와 손자세대간 소통은 외로워지기 십상인 노인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자녀들의 인성 교육에도 좋은 결과를 준다. 예로부터 내려온 격대교육(隔代敎育)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맡아 생활을 같이하며 교육시켜 온 것이 우리의 관습적 교육 형태였다. 이를 우리는 무릎교육이라고도 부른다. 손자손녀들이 할머니 무릎에 앉아 생활 예법을 배운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급격한 노령화로 노인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노인부양 문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두명 중 한명이 빈곤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반면에 연금소득 대체율은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인세대가 가질 희망이라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자식과의 가족공동체적 관계가 끈끈히 유지될 수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할 것이다.

`할매할배의 날`은 위기에 선 우리의 노인에게 큰 기쁨이 될 유익한 수단이다. 경북도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하고 온 가족이 노부모를 찾아보도록 권장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만이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는 인정이 솟구치면 좋겠다는 뜻이다. 봄날을 맞아 가족동반 외출 시간이 많아졌다. 할매할배를 찾아보는 넉넉한 마음의 시간도 가져보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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