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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꿈

등록일 2018-04-16 21:39 게재일 2018-04-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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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화당 폴 라이언(48) 하원의장의 정계은퇴가 화제다. 특히 그의 은퇴 배경이 남편과 아버지로서 가정에 충실하기 위한 결심으로 알려지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계속 정계에 머물면 아이들이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며, 나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 의회 내 공화당 최고의 권력자이며, 미국 보수 세력을 이끄는 40대의 촉망받는 잠재적 대권주자다. 현재 미국의 권력순위로 보면 3위 자리에 있다. 그래서 그의 은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좌절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평소 주말이면 워싱턴에서 1천100km나 떨어진 자신의 자택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던 그의 행적에 비춰보면 그의 설명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도 폴 라이언이 자기 집이 있는 위스콘신주 제인즈 빌에서 자주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정치인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은퇴 이유여서 그의 은퇴선언이 국내에서 더 많이 설왕설래되고 있다. 70이 넘은 고령에도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노욕을 부리는 한국의 정치풍토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가족이 있는 삶이 젊은이를 중심으로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 보수만 따지지 않는다. 물론 돈을 많이 주면 좋겠으나 요즘은 ‘복지제도’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워라밸(Work and Balance)이란 용어도 그래서 새롭게 생겨난 것이다.

이른바 휴식이 있는 삶을 최우선 가치로 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선공후사(先公後私)란 사회적 가치가 점차 쇠약해지고 개인의 권리가 앞서는 시대 양상이다.

가족 때문이라면 그 어떤 영광도 내려놓겠다는 라이언의 결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먼저 가족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또 하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영광이나 명예를 스스럼없이 던질 수 있는 지도자가 왜 우리에게는 없는지를 생각케 한 점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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