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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의 나라 美國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8-03-28 21:02 게재일 2018-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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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은 미국 영화가 자랑하는 대표적 장르다. 미국의 서부지역을 무대로 펼쳐지는 서부개척 시대의 이야기가 배경이 된 영화다. 다른 나라에는 볼 수 없다. E.S 포터 감독의 `대열차 강도`(1903년)가 효시다. 이후 미국에는 수많은 서부영화가 제작됐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화다. 꽤 인기도 끌었다. 게리 쿠퍼, 존 웨인, 헨리 폰다 등 유명한 서부극의 주인공은 우리의 기성세대한테도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들이다.

서부극의 기본 구성은 남성적이면서 개척자 정신을 가진 주인공의 맹활약에 있다. 서부지역 개척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애와 권선징악적 요소를 감안한 스토리가 주제로 다뤄진다. 영화로서 매력은 총격 장면이다. 악당과 벌이는 결투 장면이 항상 클라이맥스로 처리된다. 미국의 서부극을 본 따 이탈리아에서도 서부극을 만들었으나 서부개척의 내용은 없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불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황야의 무법자`가 대표적인 영화다.

미국의 총기문화는 서부극에서처럼 서부 개척시대의 자기 방어적 수단으로 시작했다. 미 대륙에 발을 디딘 정착 주민들에게 총은 중요한 생활필수품이었다. 야생동물이나 인디언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했으며, 사냥을 통해 부족한 육류원을 조달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미국은 총기소지 권리를 헌법이 인정하는 나라다. 미국에서 합법적인 면허를 가진 총기 취급상이 약 15만 명에 달한다. 서점이나 학교 수보다 오히려 많다. 미국 가정의 3분의 2가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 20초에 1명이 총기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다고 하니 미국은 세계 최고의 총기 보유국가이자 총기 재난국가다.

그러면서 총기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오랜 세월 생활과 밀착한 총기문화 때문이다. 미 국민 대다수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최종적 수단으로 여전히 총기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미 전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 총기반대 시위가 있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경한 분위기라 전미총기협회를 긴장케 했다고 한다. 미국의 총기딜레마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궁금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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