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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ICBM

북한이 발사한 ICBM급 탄도미사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밤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이 만약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는 1만㎞ 이상일 것이라고 한다. 미국 알래스카는 물론 뉴욕과 워싱턴까지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사일 사거리 기준으로 보면 ICBM급 탄도미사일이 명백하다. ICBM은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의 약자로, 대륙간탄도탄이라고도 한다. 액체·고체 연료를 사용한 다단식 로켓으로 1천500~3천500㎞의 고공에 쏘아 올려지고, 400~500㎞의 거리에서 레이더에 의한 제어가 가해지면 엔진의 가동이 중단되고, 그 이후는 속도벡터에 의해 역학적으로 결정되는 탄도를 비행하여 목표에 도달한다.탄도미사일의 종류는 사정거리에 따라 나뉜다. 5천500㎞ 이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3천~5천500㎞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 1천~2천500㎞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Medium-range Ballistic Missile), 1천㎞ 이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Short-range Ballistic Missile)로 분류한다.또 발사방식에 따라 공중발사탄도미사일(ALBM; Air-launched Ballistic Missile)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다만 북한이 ICBM의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재진입 시험에 성공했음을 입증하려면 탄두가 마하 24~25(음속의 24~25배)로 낙하하면서 생기는 7천~8천도의 고열을 견뎌낸 점을 보여줘야 한다.미 정보당국은 이르면 1년 내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이은 대륙간탄도탄 도발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의 평화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8-01

`내로남불` 논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앞머리를 딴 `내로남불`은 1990년대 정치권에서 유행한 뒤 꾸준히 회자하는 풍자적 표현이다. 주로 남이 할 때 비난하는 말로 남에게는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자비로운 태도를 보일 때 쓰는 말이다. 자기 합리화를 비꼬는 말이다. 요즘 정치권을 보고 있으면 누가 로맨스고 누가 불륜인지 헷갈린다.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시절 보인 무조건식 반대 태도가 지금은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따라하는 듯하다. 여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 라고 비난하는 것도 닮았다. 또 과거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결정이 지금은 민주당도 답습한다.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거나 원전폐쇄와 같은 주요정책들이 여과 과정 없이 결정되는 모습을 보니 여야의 이율배반적 태도가 우습다. 최근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도 그렇다. 문 대통령의 후보시절 큰소리쳤던 `공직불가 5대 원칙`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실망이다. 정치권은 `그 나물에 그 밥` 인가 싶어 실소를 금치 못한다. 이번엔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담뱃세 인하를 두고 또 시끄럽다. 2년 7개월 전 담뱃세 인상을 추진했던 자유한국당이 새 정부 들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 자가당착적 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여당은 새 정부의 증세 정책에 훼방을 놓기 위한 의도라며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의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치가 정략적일 때도 분명히 있다. 불가피하게 독단적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판단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민이 있어야 한다. 최근 정치권의 내로남불 논란의 근간에는 여야 정치권이 가진 잣대의 이중성에 문제가 있다. 동일 사안을 보는 여야가 다름보다는 틀렸다는데 초점을 두고 싸우는 모습이다. 여야의 위치가 뒤바뀌었다고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반대 켠에 서는 자기 모순적 태도가 내로남불을 남발한다. 국민은 애초부터 안중에 없다. 정치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걱정이다. 우리 사회에도 내로남불이 번질까 하는 말이다. 국민의 일상이 나쁜 정치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31

빈집 쇼크

우리나라 인구는 2031년이 정점이 된다. 통계청이 예측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1년 5천296만 명으로 꼭짓점이 되고 하락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대략 50년 뒤인 2065년에는 사람 수가 4천300만 명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또, 1천만 명 가까운 숫자가 줄어든다. 2029년부터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좀 더 구체적 전망치를 살펴보면 2015년 43만 명이던 출생아가 2065년에는 26만 명으로 준다. 사망자는 2015년 28만 명에서 2065년 74만 명으로 는다. 고령인구 비율은 2026년 20%, 2037년 30%, 2058년은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최근 “인구 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빈집 쇼크` 현상에 눈길이 갔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빈집문제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팔리지 않는 빈집 상속은 자식들에게 되레 짐이 된다. 지자체나 공익재단 등에 기부해도 가치가 없다며 거부당하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한은의 이번 보고서는 우리도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 이 같은 빈집 쇼크가 우려된다는 분석이다.현재 우리도 시골집을 중심으로 빈집이 늘어나는 추세다. 멀지 않아 노후 아파트의 빈집 전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빈집 수는 106만호로 20년 전 1995년보다 70만호가 늘었다. 수도권과 5개 광역시를 제외하면 지방의 빈집은 현재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일본의 사례를 몹시 닮고 있다니 걱정이다. 문제는 빈집 증가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다. 2015년 현재 우리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주택 수가 가구 수를 앞선 것이다. 그런데도 아파트 건립은 계속 이어지니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통계에 의하면 30년 후 대구 인구는 지금보다 32만 명이 감소한다고 한다. 대구 동구만한 인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도시의 공동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빈집 쇼크가 헛말이 아닌 것이 실감나는 시절이 오고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28

슈퍼리치 증세

문재인 정부의 공약실현을 위한 세금정책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새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소요 재원이 178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하자 정치권에서는 “소요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문재인 정부도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거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여당은 `슈퍼리치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득 2천억원 이상 초대기업과 소득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려 증세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소득세는 과세 표준 △1천200만원 이하 6% △1천200만~4천600만원 15% △4천600만~8천800만원 24% △8천800만~1억5천만원 35% △1억5천만~5억원 38% △5억원 초과 40%이다. 첫 번째 방안은 5억 초과 구간의 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2%포인트 올리는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최고구간을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수정한 후 42%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안은 3억 초과 5억 미만 구간을 현행 38%에서 40%로 2% 포인트 올리고, 5억원 초과 구간을 현행 40%에서 42%로 또 2%포인트 올리는 것이다.각 방안의 세수 효과는 5억원 초과 42%는 연간 약 1조800억원, 3억원 초과 42%는 연간 약 1조1천억원, 3억~5억 40%, 5억 초과 42%는 연간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모두 연간 약 1조원대의 세금을 걷을 수 있다.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의 경우 과세표준 2천억 초과 기업에 22% 세율을 3%포인트 올려 25%로 만들 경우 연간 2조7천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따라서 슈퍼리치 증세로 연간 4조원 정도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여당은 `슈퍼리치 증세` `핀셋 증세` `존경 과세` `사랑 과세`라며 적극 추진할 태세다. 이에 맞서 야당은 `세금폭탄`이라며 반대한다. 그러나 `슈퍼리치 증세`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도입을 주장했던 `부자증세`의 일환이다.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시행해 마땅한 증세방안을 마냥 반대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7-27

`로봇` 세상

인천공항은 `스마트 공항`을 꿈꾼다. 올해부터 공항 터미널에 LG전자가 개발한 인공지능 에스코트 로봇 `에어스타`가 등장했다. 고객이 위치 등을 물으면 가까운 탑승구까지 로봇이 직접 안내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국어를 동시 인식한다. 공항 내를 청소하는 청소용 로봇도 개발돼 터미널 곳곳에서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앞으로 면세점에 짐을 대신 들어 주는 로봇이나 라운지에서 음식을 날라주는 서빙 로봇도 선보일 예정이다. 공항 내 곳곳에 로봇이 배치돼 승객들의 수속을 돕는 로봇이 전 방위로 등장하면 그야말로 인천공항은 `스마트 공항`이 된다.작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있은 후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의 폭발적 위력에 깜작 놀랐다.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머릿속이 잠시 복잡해졌던 적이 있다. 옥스퍼드대학 칼프레이 교수는 `고용의 미래`라는 자신의 논문에서 2010년 직업군 중 47%가 20년 안에 컴퓨터 자동화의 영향으로 줄어들거나 사라질 거라 전망했다. 펀드 메니저, 약사, 운전기사, 변호사, 세무사, 번역자 등등이 거론됐다.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의 범주가 보이기 시작 한 것이다. 자동번역기 시대에 외국어를 굳이 지금처럼 배워야 할지도 의문이 생겼다.로봇이란 말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한 작가 희곡에 등장한 로보타(인조인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로보타(Robota)는 체코어로 강제노동의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대신해 어려운 일을 하는 기계`라는 로봇의 사전적 의미와 유사하다. 인간의 편의성을 위해 개발한 로봇이 이제 사람들의 일거리를 잠식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로봇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올까 두렵다.로봇이 사람을 대신한다면 편리는 하겠으나 사람과의 영역 구분만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저 임금제의 대폭적 인상으로 산업계는 무인화와 자동화라는 대안 마련으로 분주해 질 것이란 소식이다. 인간의 존재를 생각나게 하는 시대 변화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26

`레밍` 논란

레밍은 쥐목 쥐과의 포유류로, 몸길이는 약 7~15cm이며, 몸무게는 약 30~110g이다. 앞발의 발톱은 크고 튼튼하며, 구멍파기에 알맞다. 몸은 뭉툭하고, 귓바퀴는 짧아 털에 가릴 정도이며, 밭쥐를 닮았다. 몸윗면의 앞쪽 반은 검고, 뒤쪽 반은 노란빛을 띤 갈색이며, 아랫면은 칙칙한 노란빛을 띤 갈색으로 윗면보다 엷다.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이 있어서 일명 `집단자살 나그네쥐`라고 불린다. 사람들의 맹목적인 집단행동을 부정적으로 말할 때 종종 빗대어 인용된다.레밍이 논란의 대상에 오른 것은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국민을 레밍에 빗대면서부터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충북 청주가 최근 폭우로 22년 만의 물난리를 겪였다. 그 와중에 충북도의회 도의원 4명이 유럽출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자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와 관련, 김학철 의원은 “이번 연수는 구제역과 조기대선 등으로 두번 연기했다가 진행된 것”이라며 “이대로 돌아가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해외연수도) 선진사례 정책개발이 필요해서 도입된 제도인데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하면) 사실상 돈만 날리고, 욕은 욕대로 얻어먹는 것”이라며 귀국을 거부하며 버텼다. 그러면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김 의원은 24일 자신의 SNS에“(당시) 시차적응도 아직 안 되서 심신이 매우 피곤한 상태라 논리나 어휘가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미치지 않고서야 어느 선출직 의원이 국민을 들쥐, 설치류라고 말하겠느냐”고 해명했지만 비난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있다.레밍 논란은 지난 해 “민중은 개 돼지와 같으니,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가 파면된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막말 발언의 최고봉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이란 사람들이 국민이나 민중을 개돼지나 쥐새끼로 욕한 셈이다. 이런 공직자들은 영원히 공직에서 퇴출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7-25

천민 출신 대통령

인도는 아직도 세습제 신분격인 카스트 제도의 영향이 많이 남아있다. 인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등 인종차별적 사건의 상당 부분은 신분제와 연관 있는 일이라 보면 된다. 2014년 인도 내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일 4명 이상의 `달라트`라는 신분의 여성이 성폭행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달라트는 인도사회 신분제인 카스트의 4단계 신분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최하위 천민계층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접촉만 해도 오염되거나 더럽다고 여겨지는 천민이라는 뜻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인도에서 이런 달라트 계층은 인구의 약 15%에 달한다고 한다. 인도에서 신분은 숙명적이다. 결혼, 직업,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신분에 따른 사회적 제약을 받는다. 다른 카스트와는 음식조차 나눠먹지 못하도록 사회 관습이 가로막고 있다.불가촉천민 출신의 임베드 카르(1891~1956)는 인도의 간디만큼이나 존경받았던 인물이다. 미국의 흑인 해방가였던 루터 킹에 버금가는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불가촉천민 출신이면서 불굴의 노력으로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 영국에서 변호사와 박사학위를 얻어 네루 내각의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무엇보다 불가촉천민들의 해방을 위해 엄청난 인생 역정들을 펼쳐낸다. 그의 노력 등으로 1950년 인도에서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이 완전 철폐된다. 네루는 임베드 카르 박사를 두고 “힌두사회의 모든 억압에 항거한 혁명의 상징 인물”이라고 평했다.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은 없어졌다지만 사회적 관습에 의한 차별적 행위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인도는 최근 달라트 출신의 대통령을 새로 선출했다. `람 나트 코빈드` 새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층민의 지지로 주지사까지 지냈던 그가 정작 달라트 등 카스트 하위계층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의 당선이 인도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인도에서 천민들의 숙명적 시련이 아직도 미완성의 일로 남을 것인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24

탕평정치에서 배우자

조선시대 영조 왕은 붕당(朋黨)정치의 결과로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붕당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기에 왕위에 오른 영조로서는 탕평책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영조의 뒤를 이은 정조도 당쟁의 폐해를 막고자 탕평책을 쓴 아버지의 정책을 이어받는다. 정조는 국왕에 즉위한 1776년 9월 `탕평윤음`이라 불리는 자신의 정치이념을 발표한다. “탕평이란 곧 편당(偏黨)을 버리고 상대와 나를 잊는 이름인데 위에서 본다면 균등한 한 집단의 사람들이고 다 같은 동포이다. 지금 이후로 무릇 나를 섬기는 조정 신하는 노론이나 소론 할 것 없이 모두 대도(大道)에 나오도록 하라. 오직 그 사람을 보아 어진이는 등용하고 몹쓸 사람은 버릴 것이다”라고 했다.탕평(蕩平)이란 서경에 나오는 왕도탕탕(王道蕩蕩) 왕도평평(王道平平)에서 따온 말이다. 임금이 지켜야 할 법도를 이른다. 임금은 치우침이 없이 공정 무사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여 감싸서도 안 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서 물리쳐서도 안 된다. 그것이 임금님의 도리다.역사 속에서 우리는 붕당정치로 인한 갈등과 분열의 시대상을 많이 보았다. 사색당파라 불렀다. 노론 집안은 노론 집안끼리만 혼사를 맺었다. 노론과 소론 집안 아낙네들은 치마 둘러 입는 방법도 서로 달리했다. 머리 묶는 법도만 보아도 분파가 서로 다름을 알았다 하니 붕당정치가 낳은 폐해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간다.역사에서 배우는 교훈을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부른다.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익힌다는 것으로 과거의 역사를 교훈삼아 올바른 지식을 행한다는 뜻이다. 역사는 우리의 거울과 같다. 과거 없는 현재가 없듯이 역사가 주는 교훈은 언제나 위대하다. 역사에서 보았듯이 영원한 것이란 없다.새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여가 흘렀다. 초심은 있는지, 협치의 정신은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나 홀로 과속 질주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역사 속 탕평의 철학이 지금의 대통합 정신과 다름이 없는게 아닌가 싶어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21

디터우족(低頭族)

중국에서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이른바 `디터우족(低頭族)`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전 스마트폰을 하다 육교를 내려오던 여성이 발을 헛디뎌 숨진 사고가 있었다.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육교를 내려오다가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계단에 머리를 부딪친 뒤 육교 밑까지 떨어졌다. 이 여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또 다른 10대 청소년은 스마트폰을 보며 공원을 산책하다가 호수가 있는지도 모르고 물에 빠졌다. 인적이 드문 밤 시간대여서 주변의 도움도 받지못해 갓 중학교를 졸업한 이 남학생은 결국 물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보행자는 물론 운전자까지 스마트폰을 보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잦다. 차량이 도로로 진입하는데 왼쪽에서 직진하던 오토바이가 그대로 부딪치는 사고를 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몇 미터를 날아가 떨어졌지만 가까스로 생명은 건졌다. 경찰 조사결과 오토바이 운전자는 운전 중에 고개를 숙인채 연신 휴대전화를 쳐다보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당국은 이처럼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디터우족이 보행 중 스마트 폰을 보는 것을 하지 말라고 막을 방법은 없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터우족들은 길을 건너면서 메시지를 보내고, 게임을 하고, 심지어 인터넷 쇼핑까지 처리한다. 그만큼 중국인들도 스마트기기에 대한 의존율이 높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상반기 중국의 휴대폰 중 스마트폰 사용비율이 이미 62%에 도달했으며, 이는 유럽의 평균 수준인 55%를 이미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우리나라도 중국 못지않게 높은 스마트폰 사용비율을 자랑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2015년 공개한 `무선통신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사 가입자는 약 5천8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스마트폰 가입자는 4천230만 명에 달했다. 디터우족이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7-20

왜 지방정부라 할까

요즘 지역언론에서 지방정부란 말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니고 지방정부여서 그 의미가 사뭇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대칭되는 개념이다. 중앙과 지방이 동등한 입장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가발전을 이끌고 갈 축으로서 동등하다는 것으로 앞으로 지방의 역할이 커짐을 예고한다. 문재인 정부의 큰 화두 중 하나가 지방분권이다. 대통령도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 분권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방분권을 간절히 희망했던 지방으로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가울 뿐이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지방분권형 제도가 확실히 뿌리를 내리길 기대하고 있다. 지방정부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 있다.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방정부의 개칭이야 말로 지방분권 개헌의 첫 걸음”이라 했다. 지방이 하나의 정부로서 인정을 받는 것인 만큼 개칭의 의미가 크다는 말이다. 지방자치 정치를 하는 나라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라는 호칭을 쓰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선진국은 주정부라든지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를 한다고는 하나 아직 권력의 분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권력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이른바 중앙집권적 체제가 유효한 나라이다.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됐으나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은 없었다. 여전히 수도권으로 모든 분야가 쏠리고 있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몰렸다. 수도권은 만원이 된 지 오래다. 경제와 교육, 문화, 대기업의 본사 등 어느 하나 수도권에 쏠리지 않은 것이 없다. 그 결과 지방은 인구이탈로 인한 소멸 예상지역이 늘고 있다. 젊은층의 도시탈출로 급격한 노령화에도 허덕이고 있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키 위한 국가적 결단이 곧 분권형 개헌이다. 권한의 지방 분산이 필수적이다. 지방정부가 이래서 필요하다. 요즘 등장하는 지방정부란 표현 속에는 지역의 간절한 희망이 녹아져 있는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19

최저임금제의 양면성

문재인 정부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대통령공약에 맞춰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 2016년 시간당 6천30원에서 2017년은 7.3% 상승한 6천470원이었고, 2018년 최저임금은 16.4% 인상한 7천530원으로 결정됐다.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1인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최저임금은 노사공익대표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하면 고용노동부장관이 8월5일까지 결정해 고시한다. 사용자는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최저임금액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해 무효가 되고,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최저임금액 이하일 경우 사업장 관할 지방노동관서 근로감독과에 신고해 권리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그러나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일자리 정부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 정책의도와 달리 일자리를 줄이는 극약처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살펴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의 임금상승 압박이 커지면 경영악화로 인한 도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비근한 예로 알바생보다 수입이 적은 편의점 사장도 생길 수 있다. 경기는 2% 상승하는데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으니 시장전반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이나 금융·세제, 카드 수수료 인하를 포함한 간접지원 방안,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영업 여건 강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직접지원은 형평성때문에 한계가 있고, 간접지원은 발이 늦을 수 있다.근로자들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최저임금제도의 양면성을 정부가 잘 극복해주길 바랄 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7-18

“나이롱 세상”

얼마 전 금융감독원은 상습적으로 허위·과다입원을 하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 사기혐의자 189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들이 편취한 보험 사기금액이 무려 457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일가족, 또는 같은 마을주민 수십 명이 보험 여러 개를 가입하고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방법을 동원했다고 한다. 전직 보험설계사, 병원 사무장, 의사, 환자 등이 함께 짠 사기극이다. 이런 사건에 관여된 환자를 우리는 `나이롱 환자`라 부른다. 가짜거나 엉터리 환자라는 뜻이다. 왜 `나이롱`이라고 불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천연섬유가 아닌 합성섬유 나일론에서 따온 말인 듯하다. 천연섬유에 비해 나일론은 그야말로 가짜인 셈이다. 그렇지만, 나일론은 20세기 최고 발명품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끼친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푸대접을 받는 꼴이다.미국의 한 화학자에 의해 발명된 나일론이 첫 제품화 된 것은 칫솔이다. 그러나 나일론의 명성을 올려준 상품은 여성용 스타킹이다. 1945년 나일론 스타킹이 시판되자 백화점 앞에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여성들로 장사진을 이뤘다.하루 수십만 개가 동나고 어쩌다 스타킹을 구입한 여성들은 기뻐서 즉석에서 치마를 끌어올려 신어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천연섬유보다 튼튼하고 탄력이 있으며 색깔이 고운 나일론은 이후 낙하산, 텐트, 밧줄 등 군사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상품화된다. 나일론 스타킹은 얇고 투명한 특징 때문에 여성들의 애호를 받았다. 여성들이 다리의 털을 밀고한 것도 나일론 스타킹이 나오면서부터라고 한다.환자가 아니면서 환자인 척하는 사람을 우리는 `나이롱 환자`라고 익살스럽게 표현해 부른다. 세상이 자꾸 `나이롱`화 돼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가짜가 판친다는 말이다.가짜 환자, 가짜 돈, 가짜 명품, 가짜 뉴스까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세상을 바로 쳐다볼 수 있는 맑은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해도 진실은 변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나이롱 환자`들은 알고나 있을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17

팥과 삼복더위

그저께가 초복이었다.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된다는 날이다. 삼복(三伏)날은 초복으로 시작해 중복, 말복으로 이어지는데 10일 간격으로 복날이 들어 모두 20일이 걸린다. 1년 중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날이다. 복날에는 예로부터 몸보신을 위해 개장국이나 삼계탕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더위에 지친 몸을 보양하는 음식으로 지금도 개장국과 삼계탕은 복날 즐겨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이 복날 몸보신을 위해 즐겨 먹었던 음식 중에 팥죽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팥의 원산지는 동양이다. 오랫동안 재배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만 재배되는 특이한 작물이다. 우리 선조들은 팥의 효능을 잘 알아 잡곡으로 밥에 섞어 먹거나 죽 또는 떡의 고물, 속 재료로도 많이 사용했다. 특이한 것은 팥을 질병이나 귀신을 쫓는 식품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것도 팥을 통해 질병이나 귀신을 내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팥을 문짝 등에 뿌려 액운을 쫓는 풍습도 같은 이유로 전래됐다. 이런 팥에 생물학적으로 몸에 이로운 다양한 성분들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팥은 탄수화물,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 영양가가 풍부한 식재료다. 19세기 이전 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한 각기병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인들이 잘 걸리는 병이다.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비타민 B1이 제거됐기 때문인데, 팥이 이 병의 예방에는 최고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팥의 효능을 열거하면 이렇다. 피로회복, 혈관질환 예방, 당뇨개선, 탈모개선, 부종완화, 변비개선, 다이어트 등이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되풀이되는 행사가 있다. 초복을 사흘 앞둔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개고기 식용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열렸다. 동물보호단체들의 개고기 반대 캠페인이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참여시민들도 늘고 있다. 팥은 삼복날 우리 조상들이 즐겨먹던 보양식 중에 가장 오래된 음식이다. 팥의 효능을 믿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팥을 재료로 한 새로운 보양식을 개발해 보면 어떨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14

열대야

물폭탄처럼 퍼붓던 비가 그치자 폭염이 계속된다. 밤에도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 열대야는 밤에도 온도가 내려가지 않고 25℃ 이상일 때를 말한다. 평균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7~8시간,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9~10시간 정도 잠자는 게 좋다. 수면부족은 낮에 깨어 있어야 할 순간에 자주 졸게 만든다. 이런 주간졸음증은 작업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학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운전자의 경우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열대야는 몇가지 생활수칙을 지키면 쉽게 이길 수 있다. 가장 먼저 생체시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더위에 지쳐 밤을 지새웠더라도 아침엔 일정한 시간에 깨어 활동해야 한다. 밤에 늦게 잤다고 늦잠을 자면 안 된다. 다음날 잠자는 시간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좋다. 사람은 잠들 때 체온이 떨어지면서 잠드는 데, 밤에도 대기온도가 25℃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에는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잠들기 어렵다. 따라서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해 몸을 식히고 피로를 풀어주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다만 잠자기 직전 목욕을 하거나 너무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면 잠드는 데 방해가 된다.침대 위에서는 스마트폰을 자제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LED 디스플레이어에는 380~500nm의 파장인 청색광(블루라이트)이 많이 방출돼 깊은 잠에 들기 어려워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 홍차, 초콜릿, 콜라, 담배는 각성효과가 있어 수면을 방해한다. 과식도 피해야 한다. 더워서 잠들기 힘들다고 에어컨을 장시간 강하게 틀어놓고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온도를 너무 낮추지 말고 에어컨을 약하게 여러 시간 틀어놓는 편이 낫다. 낮에 적당한 운동을 하면 밤에 잠을 잘 자는데 도움이 된다. 야간 운동은 저녁 식사 후 산책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 좋다. 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7-13

여름철 복병 `졸음운전`

졸음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발생한 광역버스의 다중 충돌사고도 졸음운전이 원인이라고 한다. 1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이 사고는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사고 장면이 공개되면서 또 한번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추돌사고를 당한 승용차가 차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들었기 때문이다.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관광버스의 승용차 추돌사고도 졸음운전으로 인한 참사였다. 앞서 가던 승용차에 타고 있던 20대 여성 4명이 숨지고 버스승객 등 38명이 다쳤다.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사고의 위험도가 더 높다고 한다. 음주운전은 경찰의 단속이나 대리운전과 같은 제어 할 방법이라도 있다. 그러나 졸음운전은 운전자의 의지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기 때문에 예측이 되지 않는데다 사고가 났다하면 대형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할 경우, 뇌에서는 그 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블랙아웃` 현상은 술을 마시는 사람이 중간에 필름이 끊겨 기억을 못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의식이 없는 무방비 상태의 운전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상황에서 3초 동안 졸음운전을 했다고 가정하면 차는 83m를 이동하게 된다.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짐작케 하는 가정이다.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교통사고는 2천241건이고 사망자는 414명이었다. 치사율이 18.5%다. 과속사고 치사율 7.8%의 2.4배 수준이다. 졸음운전이 무서운 이유가 이런 수치에서도 알 수 있다.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다. 가족과 함께 모처럼 맞은 휴가로 고속도로 운전 기회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무더위와 열대야로 밤잠을 설쳐야 하는 등 운전자의 체력 소모가 많아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운전자들 스스로가 과중한 운전을 피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잠이 오면 가까운 휴게소에 내려 잠시 쉬는 게 최상이다. 여름철 복병 `졸음운전` 퇴치에 우리 모두 앞장서 보면 어떨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12

장마

예부터 `오뉴월 장마`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태양태음력(太陽太陰曆), 즉 음력에 의하여 유래된 말이기 때문에 양력으로 말하면 6·7월을 가리킨다. 장마의 어원과 관련한 옛말에 `장마가 짧으면 북한의 관북지방 갑산(甲山) 색시들은 삼(麻)대를 흔들며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장마가 짧으면 삼이 덜 자라고, 흉마(凶麻)가 되면 삼베 몇 필에 오랑캐에게 몸이 팔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장마가 생기는 원인은 기상학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즉, 서로 성질이 다른 두 공기 덩어리 사이에는 전선(前線)이 형성되는 데 성질 차이가 크면 클수록 전선은 강화되면서 비나 폭풍우, 뇌우, 강풍을 동반하는 기상현상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여름철에 독특한 기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장마다. 여름철에 영향을 주는 장마는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이나 대륙성고기압 사이에 형성된 전선이 우리나라 부근에 위치하면서 시작된다. 남쪽과 북쪽의 강한 두 공기덩어리의 힘이 엇비슷해지는 6월말부터 7월 중순까지 어느 한쪽도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간에 만들어진 전선은 정체한다. 이 전선을 장마전선이라고 부르는데, 동서로 길게 형성된 것을 장마전선대라 부른다. 장마 전선대를 따라서 기압골이 이동하면서 흐리고 비오는 날씨를 약 한달 동안 반복하게 된다. 장마전선은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반도를 거쳐 북상하여 소멸된다. 장마전선이 완전히 상륙하게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으로부터 고온다습한 열대기류가 전선상에 흘러 들어오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다.전국이 장마로 인한 물폭탄으로 난리북새통이다. 이런 날은 침수가 예상되는 곳의 지하에 주차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특정 지역에 시간당 20~30㎜ 안팎의 비가 쏟아지는 게릴라성 호우가 잦기 때문이다.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날씨가 된다. 또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서 불쾌지수도 높아진다. 실내에선 적당한 냉방으로 습도 조절이 필요하다. 비가 안와도 걱정,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이다. 인생사 고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7-11

“힘내라 영양군”

경북 영양군이 인구회복을 위한 비상작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구 지킴이 민간공동체 대응센터`를 건립하고 지역공동체 커뮤니티를 통해 육아문제 완전 해결을 선언했다. 대응센터에는 `키즈카페`를 비롯한 지역 맞춤형 보육 인프라를 구축해 자녀양육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영양군은 이보다 앞서 신생아 육아양육비 지원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기도 했다.영양군 인구는 전국 243개 기초자치단체 중 울릉도를 제외하고는 가장 적다. 작년 말 기준으로 1만7천713명이다. 1973년 전체 인구가 7만명을 상회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7월11일은 세계인구의 날이다. 1987년 7월11일 전 세계 인구가 50억명을 돌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에 유엔개발계획(UNDP)이 제정한 날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헤리 텐트는 `인구절벽`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이다. 생산 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인구절벽이 발생하면 생산과 소비가 줄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돼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5년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이 2018년 인구절벽에 직면, 경제 불황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 바 있다.세계적인 인구 증가에도 불구, 우리나라는 인구감소로 인한 소멸위기 지역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80군데가 소멸위기 지역으로 조사됐다. 소멸위기 지수 계산은 20~39세 여성인구수를 65세 이상 노인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0.5 이하면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영양군은 당연히 소멸위기 지역에 포함된다. 올해 1월 태어난 아기가 10명 미만인 전국 시·군·구를 조사해 보니 영양군이 상위 10위 안에 있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7명, OECD 국가 중 최하위다.도시로의 이주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면적의 90%인 농어촌 지역의 인구가 19%에 그치고 있다. 영양군이 2025년까지 인구 2만명 회복을 선언했다. 영양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양군의 파이팅은 우리 모두의 파이팅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10

대구 `달서맥주` 아세요

우리나라에 맥주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76년 무렵이라 한다. 개항으로 일본인들의 거주가 많아지면서 맥주가 한국에 상륙하게 된 것이다. 처음 들어온 맥주는 삿뽀로맥주라 한다. 그 이후 일본 기린맥주가 서울에 총판회사를 설립하였고, 1933년에는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일본인 자본으로 우리나라에 설립하게 된다. 해방 후 맥주는 미 군정청의 관리를 받다가 1952년 민간으로 넘어가 오늘에 이르게 된다.요즘 수제맥주(크래프드 맥주)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2014년 주세법의 완화로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맥주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일 향이 나고 홉의 쓴 맛이 짙게 배어 나오는 등 각기 개성만큼이나 독특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수제맥주 축제도 열린다. 이런 추세라면 수제맥주는 10년 후쯤에는 시장 점유율이 10%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맥주 양조기술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그리스, 로마로 그 기술이 전수되고 다시 독일과 벨기에 등을 거쳐 영국으로까지 건너갔다고 한다. 독일이 맥주의 본고장처럼 알려진 것은 맥주 제조 과정에 최초로 홉을 넣어 쓴맛과 방향이 강한 맥주를 개발했기 때문이다.대구 달서구 지명을 딴 수제맥주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CU는 지난 4월 수제맥주 `달서맥주`를 출시했다. 지역특화 마케팅을 내세워 출시한 이 맥주는 이름의 본고향인 달서지역에서 제법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달서맥주` 병 포장에는 이 지역 명소인 두류공원과 83타워, 대구수목원 등이 그려져 있다. 두류공원은 매년 대구 치맥페스티벌이 열려 맥주의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달서구에서는 `달서맥주` 판매량이 대구 전체 `달서맥주` 판매량의 32%에 이른다고 한다. 달서구민들의 애정이 돋보인다. 주세법 완화로 `달서맥주`처럼 강서지역의 이름을 딴 강서맥주, 해운대 등의 제품도 생겨났다. 앞으로 더 다양한 맥주의 등장이 예상된다. 우리사회가 개성과 다양성을 뽐내면서 세상은 자꾸 바뀌어 가고 있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07

햄버거병

햄버거병을 아십니까. `햄버거병`은 의학용어로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불리는 병으로, 급성신부전 등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집단으로 발생돼 처음 알려졌다. 이후에도 미국에서는 계속 환자가 발생했고, 유럽 여러국가에서도 집단발생되고 있다. 이 질환은 주로 대장균이 감염된 소에서 생산된 우유 또는 그 소고기를 제대로 익혀 먹지 않을 경우, 그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섭취한 대장균에서 독성물질인 쉬가톡신(Shiga toxin)이 분비되고, 인간 신장세포에 결합해 세포속으로 침투한다. 이후 세포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세포를 죽여 신장을 파괴한다. 그래서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급성신부전을 야기하는, 매우 무서운 병이다. 주로 어린이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이처럼 무서운 병이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은 아이에게 발생해 충격을 주고있다. 맥도널드 한국지사는 햄버거 속 덜 익은 고기패티로 인해 HUS(용혈성 요독 증후군)에 걸리게 했다는 혐의(식품안전법 위반 등)로 5일 고소당했다.고소인 측 법률대리인 황다연 변호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햄버거를 먹기 전까지 건강했던 A양(4)이 덜 익힌 패티가 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HUS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고소인 측에 따르면 작년 9월 A양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고 2~3시간 뒤 복통을 느꼈다. 증세가 심해지고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자 3일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HUS 진단을 받았다. A양은 2달 뒤 퇴원했지만, 신장이 90% 가까이 손상돼 배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하루 10시간씩 복막 투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맥도날드 측은 기계로 조리하기 때문에 덜 익힌 패티가 나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그릴의 설정이 잘못되거나 잘못 가열하는 경우 제대로 조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고소인측의 주장이다. 우리 아이들이 즐겨 먹는 햄버거, 자제하라고 권고해야 할 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7-06

포니 대령과 인연의 끈

흥남부두 철수작전은 알아도 그 당시 미10군단 참모부장 겸 탑재참모였던 애드워드 포니 대령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10만 피난민의 목숨을 건진 전쟁영웅이자 지금의 포항 해병사단을 있게 한 미국 장교가 포니 대령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또 얼마나 될까. 포항 해병대 1사단은 2010년 포니 대령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서문에서 본부앞 네거리까지의 중심도로를 포니로(路)로 명명했다. 포니 대령과 포항해병대 1사단과의 깊은 인연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1950년 12월, 흥남부두 철수작전은 역사적으로 많은 기록을 남겼다. 세계전쟁사상 가장 인도주의적 작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10만 명의 피난민을 싣기 위해 35만 t의 전쟁 물자를 내려두고 떠났던 당시 군 지휘관의 인도적 결심을 두고 한 말이다.이 작전에 마지막으로 투입된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정원 60명의 화물선. 선원 47명이 이미 타고 있어 사람이 탈 자리라고는 13자리 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물자를 내리고 10만명의 피난민을 이 배에 태운다. 정원의 무려 230배가 넘는다. 역사는 단일 선박으로 가장 큰 규모의 구조작전을 성공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한다. 이날 흥남부두를 떠나는 장면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그 상황들이 묘사됐다.에드워드 포니 대령은 당시 미 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을 설득해 10만명의 피난민을 수송선에 태울 수 있도록 한 인물이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그는 한국에 돌아와 해병대 사령부 수석고문으로 더 일한다. 경기도 금촌에 창설된 해병대 1사단을 포항에 이전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최근 미국 방문 길에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이 맨 먼저 들린 장진호 기념비는 흥남부두 철수작전을 성공케 한 전투로 유명하다. 중공군 12만 명에게 포위당한 미군 1만7천명이 17일간 치열한 싸움을 벌인 전투였다. 포니대령의 후손이 해병대 초청으로 포항을 방문했다. 외손녀 엘리스 크루그(60)와 증손자 벤 포니(31)다. 포니대령이 만든 인연의 끈이다. 포항과의 기분 좋은 만남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