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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지속하면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는 만큼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골자다. 논란의 발단은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기업 고용감소를 부추긴다는 KDI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지난 4일 KD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올린 미국과 헝가리의 연구 방식을 한국의 사례에 적용, 국내 임금근로자 수를 2천만명으로 설정하면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올해 고용 감소 규모를 3만 6천~8만4천명으로 추정했다. 또 최저임금이 15%씩 올라 1만원이 되는 과정에서 고용 감소 규모는 2019년에 9만 6천명, 2020년에 14만 4천명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고용 감소 폭이 최대 32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최저임금) 달성 시기를 2022~2023년으로 최소 5년 뒤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사업주의 수용성을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주장해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두고 지난달 29일 청와대 가계소득동향점검 긴급회의에서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실 지난달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소득하위 20%의 소득이 지난해보다 8% 감소했고,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격차가 벌어졌다”는 발표에 문재인 대통령이 “하위 20%의 가계소득 감소 등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자성의 소리를 낼 때만 해도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는 듯 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돌연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입장을 선회,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은 제자리걸음으로 돌아갔다. 국가경제정책을 둘러싼 핑퐁게임 또는 파워게임은 필연적으로 민초들의 살림살이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걸 이 정부는 진정 모르는 걸까.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6-07

헝그리 정신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은 요즘 젊은이에게는 대세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이미 일과 삶의 균형을 생활의 방식으로 채택하면서 이 말을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부터 이 용어가 본격 등장하고 있다. 가정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던 50~60세 이상의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생경스런 용어다. 요즘 젊은이는 일은 적게 하고 월급만 받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할 만한 표현이다.6·25 전쟁 직후 폐허가 된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까지는 ‘헝그리 정신’이 있었다. 기성세대가 그 정신의 주인공들이다. 배가 고파서 이빨을 깨물고 열심히 일을 했던 시절의 추억이다. 배고픈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눈에 독기를 품고 일했던 그 모습이 헝그리 정신이었다.1986년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 선수를 두고 당시 언론에서는 ‘라면 소녀’라 불렀다.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을 해 3관왕이 된 그녀의 헝그리 정신을 그렇게 표현했다. 라면만 먹고 달린 것처럼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었으나 헝그리 정신 그 자체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정신문화 유산이었다.대만에는 81년생 이후의 출생자에 대해 ‘딸기 세대’라 부른다. 운반과정에 쉽게 상처를 입는 딸기처럼 조금만 역경이 닥쳐도 쉽게 좌절하는 젊은이를 비하한 표현이다.배부르고 등 따스하게 태어난 요즘 젊은이에게 헝그리 정신은 없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 같이 악착스러울 이유도 별로 없다. 물려받은 유산을 잘만 관리하면 지금보다 더 잘 살수 있다는 생각인지 모른다. 그들에게 헝그리란 단어가 굳이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세대차라 보면 된다.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와 보수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했다. “진보는 헝그리 정신으로 뭉치고 선전에 능한데, 보수는 목소리를 잘 모으지 못하고 헝그리 정신도 없는 것 같다.”지금 우리시대 보수라 지칭하는 정치인들은 과연 배고파 본 기억이 남아 있을까. “헝그리 정신 없다”는 그의 말 새겨볼 만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06

탈코르셋운동

최근 온·오프라인을 통해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모습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탈코르셋’ 운동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탈코르셋은 말 그대로 ‘코르셋’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중세시대부터 여성들이 잘록한 허리라인을 만들기 위해 착용한 코르셋을 벗어던짐으로써 사회가 원하는 ‘예쁜 모습’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통칭한다. 예를 들면 늘 해 오던 화장을 지우고 렌즈 대신 안경을 쓴다거나 잘 길러 온 머리를 제멋대로 자르고, 편한 속옷을 입는 행위가 포함된다.사회적인 시선의 구속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의 운동이다보니 해프닝도 적지 않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 10명이 상의를 벗은 채 누드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몸에는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 여성의 나체 사진을 자유롭게 게시할 권리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현장이었다.참가자들은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현대판 코르셋 내 몸을 해방하라’ 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어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임을 보여주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황급히 여성들의 몸을 이불로 가리자 여성들은 “우리의 몸은 가려야 할 음란물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 탈의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시위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측이 이들의 반라 사진을 삭제한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날 항의 시위로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3일 삭제한 사진을 복원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 측은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귀하의 게시물이 당사의 오류로 삭제됐다. 해당 콘텐츠를 복원하고 관련 계정에 적용됐던 차단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탈코르셋 운동을 지지하는 이들은 “남성의 상반신 노출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여성의 상반신 노출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지워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바야흐로 ‘자기표현’의 시대, ‘자기개성’의 시대니 누가 이들을 말릴 수 있으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2018-06-05

교육의 質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50년만에 선진국 대열로 끌어올린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교육이다. 우리 국민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오늘날 한국을 일으키게 한 힘이 된 것이다.6·25 전쟁 직후 우리나라는 전란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불에 타거나 폭격으로 부서졌다. 학교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전쟁 직후 우리의 학교는 부서진 건물이 보수되고 새로 지어질 때까지 야외수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의자가 없어 가마니를 바닥에 깔았다. 그런데도 학교마다 학생 수는 넘쳐났다. 2부제 수업은 물론 심지어 3부제 수업도 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의 한 학급 학생 수가 100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당시 상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지금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 세계 1등 국가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고등교육 및 고교 이수율 등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전쟁 직후의 교육환경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등교육 국가로 바뀌었다. 치맛바람 등 극성적인 교육열이 긍정적 효과도 냈으나 학벌중시 풍조의 사회란 나쁜 결과도 만들었다. 학력이나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바람에 학생이 입시지옥으로 내몰렸다. 학벌중시로 인한 불평등 사회도 논란으로 등장했다.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의 과잉 교육열이 되레 청년 실업률을 유발했다는 비판적 기사를 썼다. 물론 정부의 잘못된 대학정책이 이를 부추겼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고학력 사회가 고학력층을 단순 육체노동자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었다.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2018년 세계 대학 논문 평가에서 서울대가 편수에서 세계 9위를 했으나 우수논문 평가에서는 603위로 밀려났다고 한다. 논문 양에서는 상위권이지만 우수논문 평가에서는 중하위권이란 해석이다. 오히려 편수에서 100위권에도 진입 못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우수 논문 평가에서 국내서는 유일하게 52위로, 100위권에 랭커됐다.전쟁의 폐허에서 나라를 일으켜 세웠던 우리 국민의 교육열, 이제는 양보다 질로서 본때를 보여줄 때가 됐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04

꿩 먹고 알 먹는 장학금

스웨덴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만들어진 노벨상은 학술 연구자이면 누구나가 염원하는 상이다. 상의 권위가 세계 최고인데다, 수상자의 치적이나 공로의 우수성이 이보다 더 확실하게 입증되는 상은 지구상에 없다. 물리학, 화학, 경제학, 문학 등 6개 분야에 걸쳐 수여되는 이 상은 메달과 함께 지급되는 상금 규모도 한화로 약 13억 원 정도에 달한다.세계적 학술 연구자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노벨상도 일종의 연구를 권장하는 장학제도의 하나다. 설립자 노벨의 유언처럼 인류의 복지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학술연구를 촉진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장학금(奬學金)은 본래 두 가지 목적으로 출발했다. 성적은 우수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재정적 지원을 주기 위한 것이 첫 번째다. 또 하나는 학문의 연구를 돕기 위해 연구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장학제도는 초창기에는 성적이 좋아야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성적 중심제가 대세였다.그러나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장학제도는 성적보다는 복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학생에게 굳이 장학금을 지불해야 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보다 학업의 기회를 평등하게 준다는 의미에서 복지적 성격의 장학금 운용 방법이 주목을 받았다. 미국 등 서구도 ‘니드 베이스(need based)’란 말처럼 필요한 학생에게 소중한 돈을 전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2009년 한국장학재단이 설립되면서 우리의 장학제도는 과거보다 훨씬 폭넓게 운영되고 있다.“세상은 넓고 장학금은 많다”는 말처럼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한다는 말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적합지 않는 일이 됐다. 취업마일리지 장학금, 건강관리 장학금, 고시반 장학금 등 학교와 기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장학금이 쏟아져 나온다. 보건의료 특성화 대학인 A대학은 6개월 간 금연에 성공한 대학생에게 금연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올해가 벌써 5년 째다. 과거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장학금이 흡사 신상품처럼 등장한다. 꿩 먹고 알 먹는 장학금 시대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6-01

GTR(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

GTR(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는 1980년에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공무원들이 해외 출장을 갈 때 국적기를 이용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정부는 1980년 8월 대한항공과 처음 계약했고, 1990년 8월에는 아시아나항공과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정부나 항공사가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3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 GTR은 항공편 출발 5일전 요청시 예약이 보장되고 출발직전까지 취소나 변경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운임이 다소 비싸게 책정된다.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0~2014년 대한항공의 10대 노선 GTR 항공권 판매 실적은 1천797억원에 달했다. 이를 이용한 공무원은 21만2천574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보다 크게 적은 425억원, 이용 공무원 수는 3만6천56명이다. 해당 항공권의 가격은 일반 항공권에 비해 훨씬 비싸다. 지난해 이용호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수기 이코노미석 기준(대한항공)으로 인천~뉴욕간 왕복 항공권이 일반권인 경우엔 111만여원이지만 공무원들은 2.7배 비싼 302만여원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왕복권 티켓도 232만여원으로 일반권의 2배가 넘었다. 국외출장에 대비한 예산편성을 위해 마련된 기준가격이지 실제 지급된 운임과는 차이가 있다지만 GTR이 일반항공권보다는 훨씬 비싼 게 사실이다.이 제도가 최근 폐지여론에 휩싸이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갑질논란’이 말썽이 되면서부터다. 대한항공이 GTR 판매실적의 85.4%를 차지해 정부가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대한항공에 국민세금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쏠리고 있다.정부는 국적항공사 외에도 LCC(저비용항공사)등 7개 국제항공운송사업자 참여하도록 GTR 대상 항공사를 확대하거나 정부와 항공사간의 운임책정시 결정하게 돼 있는 할인요율(10~45%)을 더 높이는 방안 등을 협의중이다. 특히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해 항공권 예약과 변경이 쉬워진데다 수수료도 많이 낮아져 현실적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아래 GTR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있는 자들, 그들만의 리그를 국민세금으로 지탱하게 해서는 안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5-31

평생직장

입사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계속 근무하는 것이야말로 직장의 보편적 관념이다. 일본은 이런 평생직장의 사회적 인식이 다른 나라보다 강했다. 일본에서는 신입으로 취업하면 평생 그곳에서 보내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직장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도와 평생직장은 함께하는 일종의 모범적 사회규범과 같은 것이다.경제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도 평생직장 개념이 보편화된 사회다. 한번 입사하면 직장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잦은 이직은 이직자의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요사이 일본기업들이 신입사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평생직장의 관념이 강한 일본 젊은이 사이에서 새로운 변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평생직장에 만족했던 일본의 젊은이도 조건만 좋으면 언제든지 직장을 떠날 수 있다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일본의 한 취업정보회사가 지난해 입사했던 직장인 4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43%가 “현재 다른 직장을 구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라고 했다.일본 경제 전문가는 “많은 신입사원이 입사 첫해부터 전직을 고민하는 데는 회사가 아닌 구직자에게 유리한 고용시장의 상황이 반영돼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올봄 대졸자의 98%가 졸업 전에 직장을 구했다고 한다. 일본의 고용시장이 40여년 만에 활황세를 보이면서 직장에 대한 관념도 달라지고 있는 풍경이다.한국도 IMF 사태 이후 희망퇴직제가 도입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많이 퇴색됐다. “나를 끝까지 책임질 직장은 없다”는 생각으로 퇴직 후 제2의 직장 선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게다가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정년이 퇴직 이후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도 늘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다.신입사원 이탈방지에 애쓰는 일본 기업의 모습에서 부러움이 느껴진다. 일본은 지금 지원자 100명 당 일자리가 158개로 사상 최고 호황을 누린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는 한국과는 딴판의 세상이다. 우리의 젊은이에게도 일본처럼 이런 날이 올까 궁금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30

포괄임금제 논란

국내기업 절반 가량이 도입한 포괄임금제가 멀지않아 폐지될 전망이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포괄임금제란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에 제 수당을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산정방식으로, 대법원 판례에 의해 인정되기 시작했다. |이는 연구개발직, 영업직, 운송직 등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원칙적인 임금산정 방식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기본임금을 정하고 이에 연장근로수당ㆍ야간근로수당ㆍ휴일근로수당 등의 시간외 근로수당을 합산해 지급하는 것이다.포괄임금제는 근로형태, 업무의 성질에 따라서 근로시간이 불규칙하거나 노동자가 재량으로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경우에 시간외근로수당을 명확하게 확정짓기 어렵기 때문에 인정된다. 또한 계산의 편의 또는 직원의 근무의욕 고취를 목적으로도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하지만 이 제도는 일부 야근이 잦은 직종에서는 사실상 임금 제약, 장시간 근로 강제 등 악용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세계 노동법은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고, 그 시간을 넘겨 일을 시키면 사업주가 처벌을 받는다. 노동자의 기본적인 휴식권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기 위한, 근대 이후 가장 기본적인 규제다. 이 기본의 예외가 필요하다면 정말 불가피한 경우만 인정해주는 것이 맞다.바로 포괄임금제가 그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계산상 편의나 초과근로 예정 등의 이유로 광범위하게 포괄임금제가 이용되면서 전근대적인, 합법적 노동착취가 이어져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체에서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은 무려 55%를 넘는다.근로시간 단축을 국정기조로 세운 문재인 정부가 마침내 내달 중 사무직 근로자에 대해 포괄임금제 적용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한다. 근로자의 복지를 보장하는 복지국가 이념과 기업의 발전을 유도해야 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이념이 갈등과 마찰을 빚는 것은 노동자와 자본가가 서로 대립하는 민주국가의 한 속성일 수밖에 없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5-29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세상

양극화는 서로 다른 계층이나 집단이 점점 더 멀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으로 설명되는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계층 간 이동을 가로막는 주요한 이유다.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사회구조는 부의 대물림 혹은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자본주의 경제의 필연적 결과물이지만 이를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복지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은 가난한 사람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도 신분의 이동이 불가능하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2000년 이후 한국도 OECD 회원국 중 소득 불균형이 심화된 상위권 국가다. 우리나라 상위인구 10%가 전체소득의 48%를 점유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명문대학 학생의 대부분이 상위계층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젊은이 가운데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자조적 표현도 나왔다. 사회적 경제란 말이 등장한 것도 이런 시대적 배경에 있다.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적 조직이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올 1분기 가계소득 동향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동비용을 높여 양극화를 줄여 보겠다는 정부의 의도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타나 충격이다. 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낮은 하위 20% 가구의 한달 소득은 전년보다 11만원이 줄어든 128만원이었고, 상위 20% 가구의 한달 소득은 전년보다 9%가 늘어난 1천15만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하위계층의 감소폭도 통계작성 이후 최대지만 상위계층의 한달 소득이 1천만 원을 넘어선 것도 최초라 한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정부 정책이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나쁘게 작용한 것 같다고 한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고령화 인구 증가에 원인이 있다고 하나 학자들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사회로 간다면 젊은이에게는 미래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우리사회 양극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28

65세 정년시대

지난 22일 서울 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는 교통사고 피해자(29)와 그 가족이 전국버스 운송사업조합 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1심보다 280만 원이 많은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가동 연한을 65세로 보고, 일 실수입을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가동 연한은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다. 그동안 육체 노동자의 가동 연한을 60세로 보아왔던 법원의 통상적 판결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판결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법원은 지난 30년 동안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60세 기준으로 보아 왔다.이날 재판부의 ‘65세 정년’ 판결은 육체 노동자의 실질 근로를 65세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판결 배경으로 재판부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수명이 늘어났고, 공무원과 민간기업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난 것 등을 근거로 삼았다. 특히 국가에서 연금수령 연령을 65세로 잡은 것은 그 이전까지 돈을 벌수 있다는 정책 판단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맞는 일본은 65세 정년이 보편화됐다. 일본 후생성 자료에 의하면 정년제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올린 기업은 2017년 기준으로 전체의 17.8%로 집계됐다. 전년보다는 6.2%포인트가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숙박 및 음식서비스업이 29.8%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일본은 25~44세의 노동력 인구가 2017년 경우 전년보다 43만 명이 감소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를 정년 연장으로 풀어가고 있는 사회구조다.우리도 지난 2013년 ‘정년 연장법’ 개정 후 유예기간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부터 정년 연장이 확대 실시되고 있다. 60세 정년 연장은 청년취업을 가로막고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여론과 고령화 문제해결의 적절한 처방이란 찬반 논쟁을 야기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60세 정년 연장법이 그런대로 자리를 잡았다.65세 정년시대. 시니어 세대의 근무기간을 늘려야 하는 시대적 요청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도 대세가 아닐까 싶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25

집스타그램

SNS에서 집스타그램 컨텐츠가 인기다. 집스타그램은 소셜네트워크 인스타그램에서 각자 사용자의 집을 보여주는 사진을 포스팅하는 것을 말하는 데, 집+인스타그램에서 비롯된 신조어다. 이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인스타그램에만 197만개의 홈 인테리어 게시물이 쏟아진다. 현재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요즘, 가장 오래 머무는 집이 소비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집스타그램을 놓고 전문가들은 ‘3만 달러 소득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1인 국민소득 1만 달러엔 차를, 2만 달러엔 집을, 3만 달러엔 인테리어를 바꾼다는 법칙이다.실제로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은 2009년 1만 8천256달러에서 2017년 2만 9천745달러로 3만 달러에 가까워졌다. 홈퍼니싱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국내 가구, 인테리어 시장의 규모는 2008년 7조원에서 2016년 12조 5천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2023년에는 18조원, 2025년에는 20조원을 넘길 것이란 예상이다. 백화점의 리빙 부문 매출 성장도 눈에 띄게 늘었다.한 백화점의 리빙매출은 2014~2017년 3년 동안 10.1~15.8% 성장했다. 같은 기간 패션 부문 매출이 1.9~4.7% 늘어난 것에 비해 무서운 성장세다. 한 백화점은 지점 한 곳의 9층 전체를 홈퍼니싱 전문관으로 오픈했다. 또 다른 백화점은 가구 브랜드와의 협업을 시작해 5년 내에 72개 매장을 160여개 지점으로 늘리고, 현재 1천200억원대 매출을 1조원대로 성장시킬 계획이다.온라인 인테리어 업계도 인기다. 인테리어 매거진 앱 ‘오늘의 집’은 총 사용자 147만명, 월 사용자만 110만명에 달한다. 제품을 바로 살 수 있는 스토어 서비스의 누적 거래액은 2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대표 가구 브랜드의 온라인 몰 역시 매출이 1년 만에 2배로 뛰며 작년 2천억원을 달성했다. 집스타그램 열풍 덕분에 가정에서도 쉽게 가구 조립이나 인테리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입문자용 전동 공구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인터넷과 SNS가 우리 사회 전체에 얼마나 깊고 넓게 영향을 미치는 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5-24

100세 시대

한 나라의 평균 수명은 그 나라의 경제력과 위생 상태 등을 종합평가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평균 수명이 길다. 위생 관념이 희박한 후진국의 수명과 선진국의 수명 격차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조금은 오래된 통계이지만, 2000년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평균 수명은 당시 25.9세에 불과했다. 이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도 766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지금처럼 올라선 것도 불과 60여 년 만의 일이다. 조선시대의 서민층 평균 수명은 40세를 채 넘기지 못했던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1956년 공식 집계된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42세였다. 1960년 53세, 1970년대 들어서 겨우 60세를 넘겼다. 50년대 한국전쟁의 혼란과 60년대 한국 경제의 궁핍성이 극복되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평균 수명도 조금씩 늘어났던 것이다.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1세다. 북한은 우리보다 10세 이상 낮은 69.5세로 알려져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지구촌 곳곳의 사람 수명은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지역에 따라서 수명의 격차도 많이 다르다. 이를 우리는 건강불평등이란 말로 표현한다.100세 시대를 앞두고 모두가 장수가(長壽歌)를 노래하고 있으나 과연 우리는 장수시대를 살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1세라 하나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건강수명은 73세에 머물러 있다. 건강수명은 단순히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을 의미한다. 선진국에서는 평균 수명보다 건강수명을 더 중요한 자료로 인용한다고 한다.여기에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고 살아갈 경제수명까지 감안하면 아직도 우리나라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다.재벌닷컴이 우리나라 60대 대기업 총수의 수명을 조사해 보니 평균 77세에 그쳤다고 한다. 재벌 총수라고 반드시 오래 사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도 73세의 나이로 타계했으니 말이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 새삼 실감난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23

캥거루족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젊은이를 ‘부메랑 키즈’라 부른다. 우리 사회의 ‘캥거루족’과 같은 의미를 가진 용어다. 학교를 졸업해 직장을 가져야 할 나이임에도 취직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는 캥거루족은 지구촌 나라마다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프리터라 한다. 자유(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다. 돈이 급할 때 임시 취업하고 정식 직장을 구하지 않는 젊은이다. 영국에서는 부모님의 연금을 빼먹는다고 하여 키퍼스라 부른다.요즘 EU 회원국에서도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28개 EU 회원 국가의 25∼34세 젊은이 4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캥거루족이라 한다.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그리스, 몰타,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 쪽일수록 더 심해 미취업 젊은이의 절반 가량이 캥거루족으로 분류된다. 유럽쪽 부모도 우리의 부모와 마음이 같다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일거라 짐작된다.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직장인 가운데 자신이 캥거루족이라 생각하는 젊은이가 3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거를 포함해 경제적 의존이 79.3%, 정신적 의존 41.2%였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월급이 적어서’가 64%로 가장 많았고, ‘목돈 마련을 위해서’가 31.7%로 다음을 차지했다. ‘지출이 커서’, ‘빚이 있어서’ 등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유로 조사됐다.2000년대 들면서 청년 취업이 힘들어지고 취업이 사회 문제화 되자 우리 사회에도 ‘캥거루족’이란 용어가 생겨났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청년실업으로 인한 ‘늦은 결혼’ 등 사회적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나 막상 청년실업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눈길을 끄는 것은 캥거루족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40대가 20.3%, 50대가 15%에 달했다. 이들은 20-30대보다 독립할 의사도 희박하다. 캥거루족에 대한 새로운 진단과 대책 마련이 있어야겠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21

학벌주의 퇴장

2016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던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쳤던 예상과 달리 알파고의 완승으로 바둑이 끝나자, 허탈함과 동시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의 가슴을 두들겼다. 과연 장차 인간은 인간이 개발한 기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몸으로 체험했던 것이다.미국 NBC방송은 일자리 특집 방송을 하면서 로봇에게 빼앗길 직업 9가지를 발표했다. 4차 산업의 발달로 기계에게 인간이 내줘야 할 직업에는 약사, 변호사, 운전기사, 우주비행사, 점원, 군인, 베이비시터, 재난 구조사, 스포츠 기자 등이 포함됐다.그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면서 우리나라도 인기 직업의 부침이 요란했다. 6·25 전쟁이 끝난 50년대에는 군장교가 최고 인기 직업인이었다. 60년대는 택시운전사, 70년대는 무역업 종사자, 80년대는 금융인, 90년대는 벤처 기업가였으며, 2000년대 들어와서는 공인회계사, 사회복지사 등이 인기 직업군으로 떠올랐다.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달려가던 길목에서 과거 우리 사회는 필연적으로 학벌과 학력이 우선되는 사회현상을 겪어야 했다. 얼마만큼 교육을 받았는지, 어느 학교 출신인지 등이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학력과 학벌이 우선시되는 풍토가 자리를 잡았고,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로 대별되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신분도 만들어졌다. 엄격히 말해 학벌과 학력은 구별되는 용어이나 능력보다는 학맥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한 사회에서 능력과 학벌, 학력의 삼자가 동등하게 나눠질 때 우리는 능력중심 사회라 한다. 직업의 귀천도 이런 데서는 차이가 날 수 없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가 선발하는 환경미화원 모집에 학력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얼마 전 경북 구미시 환경미화원 공개 채용의 경쟁률이 17대 1을 보였다. 전체 지원자의 41%가 대졸 출신이라고 한다. 불황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학벌을 내세우는 우리사회도 이젠 한물 갈 모양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18

영일만 친구 야시장

원래 야시장(夜市場)은 중화권 화교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서 볼 수 있는 생활 풍경이었다. 화교권에서는 그냥 야시로 부르고 있으나 우리나라에 와서는 야시장으로 호칭하게 됐다. 이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야시장 형태로 발전하였고,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야시장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특히 관광지를 낀 홍콩, 대만, 중국,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의 야시장은 그곳의 문화와 현지인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우리나라도 야시장 개장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과 부산, 제주 등 전국 어디서나 야시장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부산의 깡통시장 야시장이 원조라 한다. 전국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인기를 모으고 있다.대구에는 전국 3대 시장으로 손꼽히는 서문시장이 지난 2016년 6월 야시장을 개장했다. 총길이 350m의 대형 야시장으로 문을 연 서문시장 야시장은 그해 여름 휴가철에만 130만 명의 인파가 몰려와 후발 야시장으로서 자리 매김에 성공했다. 휴가철 기간 동안 이곳을 찾은 방문객이 지출한 소비 활동 추정액도 350억 원에 달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거뒀다.대구시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서문시장 야시장은 전체 방문객의 35%가 외지 방문객으로 알려졌다. 경북은 물론 경남, 경기, 서울, 울산, 부산 등 전국에서 방문한 것으로 조사돼 야시장이 외지 방문객을 유인하는 장소로도 매우 유용한 것으로 분석됐다.특히 야시장 개장은 사업권 부여에 있어 지역의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과정도 있어 지역에 따라 야시장의 개장이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다. 요즘은 취업난의 청년을 위한 장소로서도 야시장의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포항의 대표 시가지 중앙상가 활성화를 위한 야시장 준비가 한창이다. 행정안전부 2018년 전통시장 야시장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영일만친구 야시장’ 개장을 앞두고 상인들의 기대감도 높다. 야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다. 포항의 특징을 잘 찍어낼 야시장 개장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16

핵실험장

세계 최초의 핵실험은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중인 1945년 7월 16일 이뤄졌다. 독일 출신의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은 1939년과 1941년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빨리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히틀러의 독일이 핵폭탄을 만들고 있으니 미국이 보다 빨리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핵무기를 만드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3년의 노력 끝에 맨해튼 프로젝트팀은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 앨라모고도(Alamogordo) 사막에서 세계 최초의 핵실험을 실시했다.이 핵실험에는 ‘트리니티(Trinity)’라는 암호명이, 폭탄에는‘가제트(Gadget)’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류 최초의 핵폭발은 12km 상공까지 버섯기둥을 만들었다. 가제트는 TNT 20킬로톤(kiloton)의 위력을 가진 것으로 증명됐다.핵무기가 처음으로 실제 사용된 곳은 일본 히로시마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은 1945년 5월 7일 항복을 선언했지만 일본은 끝까지 연합군과 대치했다. 미국은 핵무기를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투하했다. ‘리틀보이(Little Boy)’라는 이름의 이 폭탄은 히로시마 600m 상공에서 폭발, 당시 사망자만 8만 명, 이후 방사능 오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수십만 명에 달했다.8월 9일에는 일본 나가사키에 두 번째 핵폭탄 ‘팻맨(Fat Man)’이 투하돼, 첫 넉 달 동안에만 6만~8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그해 8월 15일 항복을 선언했다.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폐쇄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3일 6차 핵실험까지 모두 6차례의 핵실험을 치른 곳이다.지하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이어서 각종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핵실험 장소로서 안성맞춤이란 평가를 받아온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는 한반도 비핵화에 한 걸음 나아갔다는 낭보로 여겨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5-15

복부인

우리나라에 복부인(福婦人)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다. 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시작한 경제개발 정책으로 농촌 인구 이탈과 함께 대도시 집중화가 본격화된다. 강북 중심의 서울 도심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자 정부는 늘어나는 인구수용을 위해 서울 강남을 개발키로 한다. 서울 강남은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맞물리면서 토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년 사이 10배가 오르는 등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졸부가 대거 등장한다. 토지 투기에서 시작한 부동산은 70년대 중반 아파트로 옮겨 붙으면서 부동산 열풍을 더욱 진작했다. 75년 분양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대표적 투기 아파트다. 복부인이라는 신조어도 이때 생겨난다. 당시 언론에서는 투기를 위해 복덕방을 들락날락하는 상류층 부인을 복부인이라 지칭했으나 이후 이 말은 부동산 투기의 대명사로 변모한다.한국에 복부인이 있다면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이 있고, 중국에는 ‘다마’가 있다. 중국의 다마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큰엄마란 뜻을 가진 단어이나 ‘중국형 복부인’이다. 다마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한국의 복부인이 부동산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의 다마는 세계 각국의 경제를 뒤흔들 정도의 엄청난 경제파워를 과시한다. 2013년 4월 국제 금 가격이 폭락했을 때 중국의 다마가 금을 사들이기 시작해 불과 열흘 만에 국제 금값을 정상화시켰다. 당시 다마가 사들인 금의 양이 300t에 달했다. 전 세계 연간 금 생산량의 10% 수준이어서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2014년~2015년 우리나라 제주도의 주택가격과 땅값 상승을 끌어올린 것도 중국의 복부인 다마의 자금이었다고 한다. 대구법원이 옮겨갈 대구시 수성구 연호동 일대가 투기꾼들이 몰려 야단법석이라고 한다. 법원이 옮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50여명이 살던 조용한 마을에 갑자기 건축 붐이 이는 등 투기열풍이 한창이라고 한다. 개발이익을 노리는 투기꾼의 장난으로 이 일대 땅값이 오르면 그 피해는 서민 몫이 되게 마련이다. 당국이 복부인들 단속 좀 해야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14

내 고장 영주 부석사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것은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다. 중국의 전진(前秦)왕 부견이 승려 순도를 시켜 불상과 불경을 고구려에 보내면서부터다. 이후 그 영향으로 백제와 신라도 불교를 받아들이게 된다. 신라는 법흥왕 때 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국교화하는데까지 이르게 된다.불교가 이처럼 오랫동안 우리민족의 종교로 자리 잡으면서 한반도에는 불교와 관련한 많은 유물과 유적이 남아있다.영주 부석사와 양산 통도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가 이제 곧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란 소식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처음은 아니지만 우리민족의 문화가 세계 인류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애초 ‘한국의 산사’라는 이름으로 7개 사찰을 신청했으나 세계문화유산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 유적협의회)는 4개 사찰에 대해서만 세계유산위원회에 등재를 권고할 모양이다.이 중 영주에 소재한 부석사(浮石寺)는 우리 고장의 사찰이란 점에서 더욱 반갑고 자랑스럽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들어 세운 절이다. 우리에겐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 무량수전이 있는 절로서 잘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 10대 사찰의 하나일 정도로 소문난 절이다. 국보 5점과 보물 6점, 유형문화재 2점 등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예사롭지 않는 절이다. 또 열손가락이 채 꼽히지 않는 고려시대 목조건물 가운데 두 동이 이 곳 부석사에 남아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부석사는 건축가 200명의 설문에서도 우리나라 고건축물로서 가장 잘 지은 건축물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방랑시인 김삿갓도 극찬한 부석사가 오늘날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우리 모두가 축하할 일이다.오는 22일은 불기 2562년의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이와 관련한 봉축 점등식이 막 시작되면서 부처님 오신날 기념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을 때다. 부처님 자비의 뜻이 널리 퍼져가는 시기에 부석사 등 4대 사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또 다른 축복의 소식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11

미아방지 지문등록제

가정의 달을 맞아 나들이가 많아지면서 어린이를 잃어버리는 사례가 잦다. 미아 방지를 위해 정부에서는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미리 지문, 사진, 보호자 인적사항 등을 등록해 놓고, 실종되었을 때 등록된 자료를 활용해 신속히 보호자를 찾아주는 제도다. 지문사전등록대상은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과 치매질환자 중 보호자가 원하는 사람이다. 신청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안전Dream 사이트(www.safe182.go.kr)에서 등록하는 방법인 데, 지문등록은 방문해야 가능하다. 또 하나는 경찰서 지구대나 파출소에 방문하여 등록하면 된다. 어린이 지문등록이 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어린이를 찾는 시간이 크게 차이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어린이날 연휴 기간 동안 18세 미만 실종 아동 신고 건수는 총 182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8세 미만 미취학 아동은 27명이 실종된 것으로 접수됐다. 2016년 19명, 지난해 24명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숫자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실종된 미취학 아동은 신고 당일 모두 발견됐지만 지문 등록 여부에 따라 발견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올해 실종 신고된 아이 중 지문이 등록된 4명(14.8%)은 신고부터 발견까지 평균 23분이 걸렸다. 반면 지문이 등록되지 않은 23명은 경찰이 탐문 수색을 통해 발견하기까지 평균 66분이 소요됐다. 어린이날 연휴 기간에는 경찰 인력이 수색에 총동원되기 때문에 발견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평소 같으면 사흘 이상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참고로 지난해 지문 미등록 아동의 발견 시간은 평균 81.7시간으로 나타나 부모의 애간장을 다 녹였다는 통계를 눈여겨봐야 한다. 이처럼 편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사전 지문 등록 비율은 2015년 말 29.9%에서 지난달 말 42.2%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아이들은 지문 등록이 돼 있지 않다. 한 가정에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될, 미아방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8-05-10

노노 학대

늙고 쇠약해진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고 하는 장례 풍속을 고려장(高麗葬)이라 한다. 오늘날에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낯선 곳에 유기하는 불효한 행위를 일컬어 이렇게 통칭한다. 고려(高麗)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나라 고려시대에 있었던 장례 풍속인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나 이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은 고증된 증거나 자료가 전혀 없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노인인구 증가와 더불어 나타나는 현상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나날이 많아진 요즘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으나 부정적 현상의 사회 이슈화는 국가로서도 적잖은 부담이다. 특히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노동 인구의 비중 감소는 별도 대책이 필요한 분야다. 국가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국가가 부양해야 할 짐은 그만큼 많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않다.우리나라는 작년 8월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어섰다. 유엔이 정한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현실화됐다. 2000년 고령화 사회(노인인구 비중 7% 이상)로 진입한 후 불과 17년만에 닥친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참고로 일본은 24년, 미국은 73년, 프랑스는 113년이 걸렸다.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온 가족이 만나 1년에 한번 있는 어버이날을 기념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효의 나라다. 부모를 존중하는 마음만큼은 선진국 어느 나라 못지 않다.그러나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우리가 겪는 불가피한 어두운 측면도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노노 학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인이 된 자녀와 배우자가 고령의 부모를 학대하는 행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령화와 함께 나이 든 자녀의 부양 능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경제적 어려움이 노노 학대 증가의 원인이라고 한다. 노인학대 유형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해자 10명 중 4명이 자식이라 하니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인 것같다. 어버이날이 존속돼야 할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8-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