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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맞는 임청각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7-08-14 20:35 게재일 2017-08-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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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안동을 찾아 임청각(臨淸閣)의 원형 복원을 약속했다.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李相龍) 선생의 생가인 임청각은 독립운동과 깊은 인연을 가진 고택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살림 집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집이며, 동시에 일제 수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물 제182호로 지정된 임청각은 조선 중기 지어진 전형적인 상류계층의 주택이다. 세칭 99칸의 양반 집이다. 고성 이씨 종택으로 한때는 웅장한 규모와 주변의 빼어난 경관으로 세인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상룡 선생을 비롯한 9명의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임청각은 일제의 탄압으로 집의 절반가량이 허물어지는 아픈 역사를 안게 된다. 안동을 호국의 고장이라 부른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전국 독립유공자의 15%인 2천125명이 경북에서 배출됐고 그중 안동에서 348명이 나왔다. 시군 단위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300명이 넘는 시군으로서 유일하다. 전국 평균의 10배가 넘는 숫자다. 왜 안동에 독립유공자가 많은지는 알 수 없으나 안동이 전통적으로 정신문화가 충만한 곳이란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충절과 효, 그리고 지조의 선비정신이 살아 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독립운동가가 유독 많이 배출되는 안동지역을 직접 통치키 위해 임청각 옆에 철도를 놓는다. 농촌에 불과한 이곳에 철도를 놓을만한 이유는 없다. 임청각은 철도 신설을 구실로 99칸의 절반 정도가 잘려나가는 수난을 당한다. 지금도 그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를 이어 독립운동을 한 이 집안과 안동에 대한 일본인의 보복이다.

이종서 교수는 임청각을 군자불기(君子不器)란 말로 표현했다. 군자는 기량이 워낙 커서 측량할 수가 없다는 뜻으로 고성이씨 종가의 굳건함을 대변했다. 고통스러운 시대에 스스로 시대적 책무에 나선 종갓집의 정신이 바로 국민이 존경해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임청각의 원형 복구 소식은 광복절과 안동사람들의 독립운동 정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는 계기가 됐다. 임청각의 복원을 기대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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