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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논란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7-07-31 21:09 게재일 2017-07-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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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앞머리를 딴 `내로남불`은 1990년대 정치권에서 유행한 뒤 꾸준히 회자하는 풍자적 표현이다. 주로 남이 할 때 비난하는 말로 남에게는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자비로운 태도를 보일 때 쓰는 말이다. 자기 합리화를 비꼬는 말이다. 요즘 정치권을 보고 있으면 누가 로맨스고 누가 불륜인지 헷갈린다.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시절 보인 무조건식 반대 태도가 지금은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따라하는 듯하다. 여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 라고 비난하는 것도 닮았다. 또 과거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결정이 지금은 민주당도 답습한다.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거나 원전폐쇄와 같은 주요정책들이 여과 과정 없이 결정되는 모습을 보니 여야의 이율배반적 태도가 우습다. 최근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도 그렇다. 문 대통령의 후보시절 큰소리쳤던 `공직불가 5대 원칙`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실망이다. 정치권은 `그 나물에 그 밥` 인가 싶어 실소를 금치 못한다. 이번엔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담뱃세 인하를 두고 또 시끄럽다. 2년 7개월 전 담뱃세 인상을 추진했던 자유한국당이 새 정부 들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 자가당착적 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여당은 새 정부의 증세 정책에 훼방을 놓기 위한 의도라며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의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치가 정략적일 때도 분명히 있다. 불가피하게 독단적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판단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민이 있어야 한다. 최근 정치권의 내로남불 논란의 근간에는 여야 정치권이 가진 잣대의 이중성에 문제가 있다. 동일 사안을 보는 여야가 다름보다는 틀렸다는데 초점을 두고 싸우는 모습이다. 여야의 위치가 뒤바뀌었다고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반대 켠에 서는 자기 모순적 태도가 내로남불을 남발한다. 국민은 애초부터 안중에 없다. 정치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걱정이다. 우리 사회에도 내로남불이 번질까 하는 말이다. 국민의 일상이 나쁜 정치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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