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에는 소위 역귀성이라는 걸 했다. 새벽에 출발해서 그런지 정체 구간 없이 수월하게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사정이 달랐다. 오후 한 시 쯤에 나섰는데 열 시간 꼬박 도로에만 갇혀 있었다. 운전하는 남편에 대한 배려도 없이, 원 없이 자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들었지만 시간이 남기만 한 귀갓길이었다. 귀성이든, 역귀성이든 이제 명절 교통 체증은 당연한 것이 되어가나 보다. 너무 늦은 귀갓길이라 각각 당신들 댁에 머물고 계신 어머님과 친정 엄마께 들른다는 계획은 포기해야만 했다. 다음날 두 분을 뵈러 다시 대구로 출발했다. 느끼한 명절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을 되살리는 데는 회가 제격이다 싶어 포장 주문해 갔다. 어른들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따로 요리할 필요도 없는 편리한(?) 효도법이기도 했다.느끼하던 입안이 개운해졌다고 좋아한 것도 잠시, 모두 난리가 났다. 구토, 설사, 오한, 근육통, 고열, 두통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회를 먹은 십여 명 대부분이 두어 시간 만에 이런 증상에 시달렸다.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지사제와 항생제를 처방받거나, 밤새 움켜쥔 배를 안고 온 방안을 누비거나 했다.무엇보다 두 어른과 친구분들께 너무 미안하고 맘이 불편했다. 항생제를 덜 쓴 횟감이 오면 그럴 수 있다면서 횟집에서도 사과를 해왔다. 그쪽에서도 의도적으로 폐 끼치자고 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시 그 횟집을 찾진 않겠지만 왜 그런 생선을 썼느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이틀 꼬박 앓으면서 생각한다. 선의의 행동에도 오류가 따를 수 있다고. 그 오류는 우연에 의해 생기지만 그 파장은 의도하지 않게 커질 수도 있다고. 세상일은 절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저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우발적 상황에 따라 우리 일상은 휘어지고 꼬일 수 있다. 닥치면 당해야만 하는 치명적 우연이 우리 삶을 관장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때는 어쩔 도리가 없다. 조심만으로 안 되는 게 세상일이다./김살로메(소설가)
201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