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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자화상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2-10-24 20:51 게재일 2012-10-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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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큼 단순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동물도 없다. 이 모순된 양상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화가가 에곤 실레이다. 표현주의 화가인 그는 뭉크나 클림트만큼 대중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유명한 그림`이중 자화상`을 접할 때마다 인간 본능의 이중성을 잘 표현한 것 같아 절로 공감이 된다.

그의 그림 세계는 독특하다. 특히, 이중자화상은 인간이 맞닥뜨릴 수 있는 모순된 상황을 잘 포착하고 있어, 인생 전반에 대한 그의 혜안이 돋보인다. 그림 속 실레는 두 개의 얼굴로 관객을 내려다본다. 각각 경계와 호기심을 상징하는 두 얼굴이 아래위로 뺨을 맞대고 있다.

연필에다 약간의 수채화를 덧칠한 그의 이중자화상은 섬뜩하리만큼 양면성인 인간 정서를 대변하는 하나의 코드로 읽힌다. 위쪽 얼굴그림은 호기심과 연민이 서린 눈빛이고, 아래쪽 것은 분노와 욕구불만이 담긴 눈빛이다. 마치 한발 물러서는 경계와, 두 발 다가서는 호기심을 가진 게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부지불식간에 분열된 화가의 자아는 그것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하는 관객들을 우롱하는 듯하다. 두 개의 얼굴 그림은 약간의 이완과 아주 많은 긴장이 필요한 곳이 이 세상이라고 일깨워준다. 경계 없이 이완된 눈빛과 위태한 적의의 눈빛이 공존하는 게 인생이라고 말해준다.

아울러 모든 관계의 갈등은 서운함에서 온다는 것을 그 눈빛은 가르쳐주고 있다. `나는 이렇게 해줬는데 상대는 왜 이렇게 밖에 안 해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이는 왜 저렇게 생각할까.` 이런 부질없는 감정 때문에 부부 사이에 금이 가고 친구 사이가 싸늘해진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림 한 점에서 인간 정서에 대한 기본 내공을 기른다. 말하자면 우리 안에 있는 이중자화상을 제대로 깨치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운 일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그림은 말해준다. 세상을 향한 경계와 호기심이 조화된 저마다의 이중자화상을 잘 갈무리할 일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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