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혼란이다. 대개 어느 한쪽의 괴로움을 수반하는 심리적 기 싸움이 사랑이다.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었다. 더 많이 사랑할수록 충만해진다는 것도 거짓이다. 그런 건 신 앞에 모든 걸 맡긴 종교인에게서나 가능하다. 실제 더 많이 사랑할수록 패배자일 뿐이다. 덜 사랑해야 승리자가 되는 건 사랑의 속성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상처의 다른 이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첫사랑에 백전백패하는 이유는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주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사랑에 저울추가 없다고 믿었던 순정함이 사랑을 그르친 것이다. 사랑만큼 저울추가 확실히 기울어지는 것도 없다. 덜 사랑하는 사람은 연민과 자책은 없을 수 없겠지만, 사랑 앞에서 괴로움 따위는 친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사랑하는 쪽은 상대의 연민과 자책을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착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 앞에서 늘 괴로움을 친구로 둘 뿐이다.
어려서 순정했던 그 미세한 떨림은 비밀스러울 수가 없었다. 순정할수록 감춘 마음은 더 티가 났고 그래서 상처 받기도 쉬웠다. 가장 순수했던 감정이라고 다 사랑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상처뿐인 사랑이라면 그것은 온전한 사랑일 수가 없다. 제 사랑을 완벽하게 주관하지 못한 사랑을 어떻게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그냥 아픔일 뿐이다.
사랑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그걸 안 뒤의 사랑이어야 정녕 아름다울 수 있다. 현명한 자는 사랑을 부릴 줄 안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을 버리고서야 온다. 안타깝게도 모든 현명한 것들은 너무 늦게 알게 된다는 사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