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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주황빛 노을은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사계절 푸른 해송을 품은청하 이가리 해변은수평선 너머 물들이는고요한 일출과 가지런히 놓여 있다.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내는 전경이정신을 맑게 한다.닻 공원은 해안가로 뻗어나가는산책로가 놓여 있어바다의 소리와 냄새를 만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신선한 바다 공기가몸속 가득 스며들어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한다. 닻을 형상한 전망대는선박과 어업 문화를 상상하게 하고바다에서 생존의 터전을 마련한 어민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곳해가 서쪽으로 천천히 저물면서 바다 위로 퍼지는주황빛 노을은 그림 같은 멋스러움을 자아낸다.이 순간, 일상의 소소한 기쁨은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새 희망을 심어 준다.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청하 이가리 닻 공원을 찾아가는 것은시간을 잊고 마음을 채우는색다른 여정이 될 것이다.글 : 김재건(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최수정 최수정 197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6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현상회, 계명회 등의 회원이며 포항에서 갤러리m을 운영하고 있다. ‘호미곶 이야기’, ‘비밀이 사는 아파트’, ‘꿈꾸는 복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2023-12-03

청암의 정신이 형형히 살아있는 웅숭깊은 터전

일을 한다면 국내 최고여야 했고세계 일류를 향해 나아가야 했다.드높은 꿈과 이상은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포스텍과 포스코교육재단을 국내 최고의 학교로 우뚝 세웠다.1972년에 조성되었으나 전봇대 하나 볼 수 없고키 큰 나무들 사이로 형형색색 꽃들이 만발하는 곳옛 소련 외교아카데미 부원장 유진 바자노프가“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한 것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곳포스코 직원들의 주택단지는 포항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아름다운 살림터가 되었다. 최첨단의 연구개발 기관과 어우러지며포항의 자부심이자 나라의 미래로 빛나고 있는국내 최초의 연구 중심 대학 포스텍지금은 비어 있는 노벨상 좌대에누군가의 이름이 새겨질 날이 오리라.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청암 박태준의 정신이 형형히 살아있는지곡주택단지와 포스텍그 웅숭깊은 터전에서 나라와 겨레를 빛낼별들이 솟아오르리. 임주은 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11-27

한 걸음마다 이야기가 살아나는 순례길

아침 든든히 먹고 신발 끈 다시 꽉 묶고길을 나서면 거기서부터 순례다.날숨 가다듬고 들숨 잠잠할 때파도소리 갈매기 소리에 실려오래 묵은 이야기가 들려온다.내 고향 땅에 청포도 알알이 익어가는 시절에고달픈 몸으로 찾아올 손님을 기다린 시인 이야기마침내 그 손님 맞이하여 함께 살아가는 오늘도연둣빛 포도알이 거리 가득 열매 맺는다는 이야기 신라시대 연오랑세오녀 부부 해초 뜯으며 살 때연오랑이 신이한 바위 타고 바다 건너 왕이 된 이야기그래서 해와 달이 시들시들 빛을 잃어버렸을 때세오녀가 고운 비단으로 하늘에 빛을 수놓은 이야기갈매기 장미꽃 잠자리 코스모스 모두 모아하얀 벽 캔버스 삼아 물감으로 새겨 놓은 거리에도한 폭 한 폭의 그림마다 소복이 내려앉은세월의 흐름에도 사라지지 않는 동화 같은 이야기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나무 데크 위로 걸어가면용왕과 선녀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하선대와서 있어서 선바우, 검어서 먹바우……무수한 바위들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살아나는 이야기기암절벽에 새겨진 태곳적 비밀 이야기와암벽의 아홉 구멍에서 승천한 아홉 마리 용 이야기그렇게 새겨진 고대의 온갖 이야기 위에서오늘도 그물을 씻는 한적한 어촌 마을 이야기한 걸음 한 걸음마다 이야기가 살아나는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이야기 순례길이다.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11-20

청산의 염원, 꽃과 나무의 환희

식물 세계를 키질해 쭉정이는 버리고 알짜만 모아청산을 이룬다는 기청산 수목원다양한 식물의 고유한 멋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자자생식물과 멸종위기종을 보전하고우리 꽃 우리 나무를 품고 있는 곳우리말로 된 식물의 이름을 읊다 보면입안에 감도는 산뜻한 맛과 함께식물원의 중심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갈 수 있다.식물원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연아송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소나무뿌리가 숨을 쉬기 위해 땅 위로 솟아오른 낙우송형형색색 새들을 불러들이는 참느릅나무수목원의 염원이 바래지 않고 오래오래 지속되기를마음으로 기도해 본다.푸른 하늘이 가까이 와 닿는 죽장의 경북수목원은자연을 근접해서 관찰할 수 있도록친절한 안내판의 역할을 하고 있다.수목원을 지키고 있는 대장군과 여장군의 모습이 늠름하다.자연의 가치를 일찍부터 알아채고 보존해 온 이곳은희귀수종과 향토수종의 자생식물 위주로수많은 종이 사이좋게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종의 지속과 번영의 가능성이 충만한 이곳은꽃들의 환희와 녹음의 노래가 날개를 달고 울려 퍼진다.글 : 김재건(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최수정 197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6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현상회, 계명회 등의 회원이며 포항에서 갤러리m을 운영하고 있다. ‘호미곶 이야기’, ‘비밀이 사는 아파트’, ‘꿈꾸는 복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2023-11-13

바람결에 들려오는 고래 울음소리

구룡포 해변에 앉아 있으면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뛰어다니는 아이들 소리모래 위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파도 위를 헤엄치는 물결 소리흥겨운 피서객들의 웃음소리그 너머 멀리서 들려오는 고래 울음소리 포경선에 오른 포수들이망루에서 바라보던 고래들반들반들한 표면과 커다란 꼬리가거친 포말을 일으키던 풍경까지도 지금은 볼 수 없지만여전히 우리 귀에 아른아른고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래는 보이지 않지만구룡포 해안을 나서는 배들반들반들한 표면과 커다란 프로펠러가거친 포말을 일으키는 풍경이수십 마리 고래가 한꺼번에 헤엄치는 것 같다. 고래는 보이지 않아도그물을 손에 들고 항구를 떠나는수십 마리 고래를 보고 있으면바람결에 고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바다와 배와 고래그렇게 구룡포는마음속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임주은 임주은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11-06

구룡포에 남은 한 마리 용은 어디로 갔나

아홉 형제 올려보내고 홀로 바다에 떨어진용 한 마리구룡포 땅 거닐며 무슨 생각했을까.땅 천 년, 산 천 년, 물 천 년삼천 년을 견디었건만부러진 뿔 뽑힌 발톱 흩어진 비늘들하나하나 주워 담으며또 하루하루 씹어 삼켜야 할눈앞의 천 년은 얼마나 아득했을까. 원망과 허탈을 되새김질하며 백 년쌓아 올린 토성에 제 몸을 감추며 백 년말목장성의 말갈기를 쓰다듬으며 백 년한적하게 그물 씻는 어민들을 지켜보며 백 년어느새 구백 년의 시간을 갑옷처럼 입으며백 년만 지나면 뒤돌아보지 않고하늘을 향해 날으리라 다짐할 때에포구에 정박한 이국의 배에서는낯선 말씨의 사람들이 내렸다.그들이 순진한 어민들의 그물을 낚아채고도미와 고등어와 정어리와 고래를 배에 가득 실어갈 때한때 튼튼했던 군마들도 이젠 허물어진 성벽도아무런 보호가 되어주지 못했다.그들은 기와집을 세우고 송덕비를 세우고마침내 그들의 신까지 이 땅의 머리 꼭대기에 세웠다.돌계단을 올라 도리이(鳥居) 너머 이글거리는이국 신의 음험한 미소를 바라볼 때에용은 마침내 천 년의 꿈을 내려놓았다. 아홉 형제 올려보내고 구룡포에 홀로 남아또다시 천 년 묵은 용 한 마리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르나이국의 신사를 허물어 낸 구룡포의 꼭대기에는마침내 용왕당이 세워졌다.-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임주은 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10-30

저것은 나의 물고기야, 소리치고 싶은

삶이 부끄러워질 때무엇 하나 하는 일 없이 밥이나 먹고똥이나 싸는 존재로 느껴질 때면오어사로 간다.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지만,살다 보면 그렇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노력해도 손에 잡히는 수확이 없고고운 말을 듣고도 비뚤게 되받아치곤 한다.좋은 씨를 뿌린 곳에도 가라지가 자라지 않는가. 생각해 보면 참 당연한 일이다,분명 내가 먹은 것은 밥인데나에게서 나오는 건 똥이라는 사실은.당연하지만, 슬픈 일이다.비틀비틀 흔들리며 원효교를 지나갈 때다리 아래 물가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얘, 너는 똥을 누었구나. 나는 물고기를 누었단다.물고기를 먹었으니 물고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니.이리 내려다보렴, 이리 내려와 보렴.여기 이 물속에 나의 물고기가 가득하지 않니. 내려다보니 못에는 팔뚝만 한 회색 잉어들이 힘껏 노닌다.그 이름 오어지(吾魚池)의 어(魚) 자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나는 내 이름 석 자가 왜 이리 부끄러운지 모르겠다.누구 하나 못난 이름 타고난 이는 없을 텐데.오어지의 포동포동한 잉어들을 들여다보노라면“나의 물고기, 저것은 나의 물고기야!” 하고나도 한번 소리쳐 불러 보고 싶어진다.-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임주은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10-16

골짜기마다 폭포마다 시심이 무늬져 있는

태백 구봉산에서 솟구친 낙동정맥이청송 주왕산을 거쳐 남하하다가동해안 쪽으로 뻗어가 솟은속이 깊은 산보경사 일주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걸어가면억겁의 세월이 느껴지는수직의 단애(斷崖)가 나타나고그 사이로 드러나는 폭포와 소(沼)조선시대 사대부들은산의 절경에 마음을 빼앗겨계곡의 바위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고숙종은 붓을 들어 시를 써 내려갔다. 봄잠에 날 밝는 줄 알지 못하다곳곳에 새 우는 소리 듣게 되었네밤새 비바람 소리 들려왔으니꽃들은 얼마나 지고 말았나(*)산에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큰 울음을 토해내는 폭포가 있으니십이폭포 중 으뜸가는 연산폭포,눈을 감고 그 소리에 잠겨 있으면세속은 저 멀리 물러선다. 천 년의 시간이 서려 있는 보경사고즈넉한 뜨락에 서서내연산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절이 산이고 산이 절임을 깨닫는다.(*)당나라의 시인 맹호연의 「봄날 아침(春曉)」 - 글 : 김재건(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최수정 197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6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현상회·계명회 등의 회원이며 포항에서 갤러리m을 운영하고 있다. ‘호미곶 이야기’·‘비밀이 사는 아파트’· ‘꿈꾸는 복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2023-10-09

하늘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마음의 안식처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어우러져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안식처.영일만의 물결과 짙은 녹음을 만끽할 수 있는물의 공원은 산책자들이 즐겨 찾는 곳.충만한 바다 위에 펼쳐지는 윤슬과춤을 추는 나무들의 행렬이 있다. 사시사철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환호공원에는하늘로, 우주로 향하는 스페이스 워크가 있다.그 길을 따라 한발 한발 걷다 보면아득히 저 먼 곳에서누군가의 음성이 들릴 것만 같다.영일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양지바른 곳에손춘익 문학비가 있다.작가의 얼이 새겨진 이곳에서그의 동화가 꿈꿨던 세계를 생각해본다. 환호공원 언덕에서 바라보는 영일만의 해와 달은일월(日月) 포항의 의미를 새삼 음미하게 해준다. 광활한 하늘 아래 푸른 영일만과 초록 산이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곳.낯선 설렘과 감동이 마음을 채워주는 환호공원.- 글 : 김재건(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최수정197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6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현상회, 계명회 등의 회원이며 포항에서 갤러리m을 운영하고 있다. ‘호미곶 이야기’, ‘비밀이 사는 아파트’, ‘꿈꾸는 복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2023-09-25

푸른 미래를 비추는 포항의 불빛

해가 저물어도 더 밝은 곳이 있다.푸른 바다 위에 솟은 포스코의 불빛이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포항을 지키기에포스코의 밤은 해가 진 뒤 더욱 찬란하다.태양보다 뜨거운 것이 있다.철철 끓는 쇳물의 소리가 공장지대를 울릴 때사시사철 용광로를 지키는 노동자의 땀방울은쇳물보다 더 뜨겁게 흘러내린다. 포스코의 쇳물은 포항의 핏줄삶의 곳곳 어디에도 깃들지 않은 곳이 없다.오십여 년 전 영일만을 쩡쩡 울리던 커다란 꿈도포항의 가슴속에 영원히 이어진다. 섭씨 1500도 쇳물로포스코는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고더불어 푸른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포스코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빗물에 잠시 눈 감을지언정포스코의 불빛은 잠들지 않는다. 태양보다 밝고 태양보다 뜨거운 포항의 심장이여하늘보다 푸르고 바다보다 푸른 포항의 꿈이여포스코의 불빛은 밤하늘을 밝히며포항의 미래를 비추고 있다.-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09-18

새들은 형산강에 가서 산다

한 프랑스 소설가가 그랬다지요,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고.새들이 어디에 가서 죽는지 나는 모르지만새들이 와서 사는 곳은 이곳 형산강인가 봅니다.백로, 왜가리, 물수리, 흰꼬리수리,흰뺨오리, 흰비오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형산강 위로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고 있자면이곳을 날아오른 것이 새들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그 옛날 형산과 제산이 하나였을 무렵형님산과 아우산이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눈물에고을이 물에 잠기고 백성이 비탄에 잠겼다지요. 임금님 눈물로 치성드려형님 아우 가르고 용으로 날아오르실 때눈물 호수 마침내 형산강 되어 쏟아질 때그 변하신 옥체 올려다보고“용이다!” 부르던작은 아이 하나우리가 그 아이의 먼 후예일진대용이 되신 임금님 지금도형산강 위를 날고 계시겠지요.임금님지금 저희는 잘살고 있습니다.더는 큰물 때문에 눈물 흘리지 않으며물가를 거닐고 물 위에서 함빡 웃으며형산강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듯이오늘도 형산강에는새들이 날아오르고사람들이 살아갑니다.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09-11

초록으로 물든 즐거운 사색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기찻길을 따라 자리한 철길숲.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역사가 공존하는아름다운 생태공간으로 바뀌었다.포항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길숲에 발을 디디면녹음 짙은 나무와 푸른 하늘의반가운 인사를 들을 수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평온함과 함께바람이 나뭇잎을 부드럽게 스치며아늑한 분위기가 가득하다.새들의 노랫소리가 귀를 즐겁게 감싸며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해준다.기차의 단조로운 리듬이이제는 고요한 발걸음으로 바뀌었지만그 기적(汽笛)의 무게는 여전히 숲속에 머물러 있다. 철길숲을 따라 걷는다는 건도심의 한복판에 새겨진 옛 추억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는 것.포항의 시간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다는 것.아련한 향수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지고과거와 현재, 인간과 자연이 스며드는 순간을 느낀다는 것.초록으로 물든 철길숲은우리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쉼터이자창의적인 영감의 원천.그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겨 본다. 글 : 김재건(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최수정 최수정 197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6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현상회, 계명회 등의 회원이며 포항에서 갤러리m을 운영하고 있다. ‘호미곶 이야기’, ‘비밀이 사는 아파트’, ‘꿈꾸는 복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2023-09-04

등대의 불빛과 고래의 전설이 있는 곳

원시의 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호미곶으로 가야 한다.망망한 수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갈기를 휘날리며 한반도의 동쪽 끝으로 몰려온다.바람이 거세 쌀농사가 힘들었기에 온통 보리밭이었다.호미곶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쌀 서 말을 못 먹는다고 했다.호미곶 구만리에 보리가 피어나면초록의 물결이 온 누리를 뒤덮는다.차가운 땅 밑에서 키워 온 생명의 기운은사람의 마음밭도 초록으로 물들인다.이른 봄 샛노란 유채꽃이 피어나면하늘색과 바다색도 더 짙어진다.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유채꽃밭으로 뛰어들어한 송이 꽃이 된다. 세워진 지 백 년이 지난 순백의 등대는일몰에 불빛을 켜고 일출에 불빛을 끈다.먼바다를 향해 빛을 뿌리는 등대가 있어호미곶 밤바다는 쓸쓸하지 않다.호미곶 앞바다는 아득한 옛날부터 고래의 바다였다.사람이 오기 전에 고래가 평화롭게 다니고 있었다.출산한 어미 고래가 미역을 먹으러얕은 바다까지 들어왔다는 옛이야기도 전한다.한반도의 동쪽 끝 호미곶에 가면하얀 파도의 노래를 들려주려고래 한 마리가 다가오리라. 임주은 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08-28